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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렉스 법사가 전하는 내전 경고장!
  • 알렉스 가랜드 감독을 이제 법사라 칭해야 하나? 트럼프가 정권을 잡았다고 가정했을 때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듯한 <시빌 워 분열의 시대>가 이렇게 피부로 와닿을 줄은 몰랐다. 감독도 우리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시작이야 어떻든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 작품은 우리의 현실과 맞닿으며, 큰 의미로 다가오는 건 확실하다. 대통령의 폭정에 내전 상황에 놓인 미국의 근 미래. 텍사스주와 캘리포니아주가 손을 잡은 서부군은 연방군을 압박하고, 대통령은 백악관을 은신처 삼아 두문분출한다. 이런 상황에 종군기자 리(커스틴 던스트)는 동료 조엘(와그너 모라), 선배 기자 새미(스티븐 매킨리 핸더슨)와 함께 대통령의 목이 아닌 인터뷰를 따러 간다. 여기에 리처럼 멋진 종군기자를 꿈꾸는 제시(케일리 스패니)도 동행한다. 대통령이 있는 워싱턴 D.C까지 험난한 일들이 펼쳐지는 가운데, 이들은 저마다 눈과 카메라로 이 상황을 기록한다. | 약간의 상상력을 더한 내전, 분열의 시대 영화의 원제는 ‘시빌 워(Civil War)’다. 우리나라에서 ‘분열의 시대’라는 부제를 붙였다. 이번 미 대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현재 미국은 양극화 현상에 몸서리를 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트럼프가 있다. 그의 말 한마디에 점점 미국은 균열이 생기고, 갈라짐이 점점 커지고 있다. 감독이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2020년 1월 6일, 워싱턴 의회 난입 사건은 영화 제작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2020년 대선 결과 불복으로 트럼프를 지지한 이들이 의회에 난입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데, 이는 민주주의의 선봉장 역할을 했던 미국의 내적 위험성이 크게 부각되는 사건이었다. 알렉스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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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부끼는 번민의 돌파구
  • SYNOPSIS. 1908년 함경북도 신아산에서 안중근이 이끄는 독립군들은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큰 승리를 거둔다.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은 만국공법에 따라 전쟁포로인 일본인들을 풀어주게 되고, 이 사건으로 인해 독립군 사이에서는 안중근에 대한 의심과 함께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1년 후, 블라디보스토크에는 안중근을 비롯해 우덕순, 김상현, 공부인, 최재형, 이창섭 등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마음을 함께하는 이들이 모이게 된다. 이토 히로부미가 러시아와 협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한다는 소식을 접한 안중근과 독립군들은 하얼빈으로 향하고, 내부에서 새어 나간 이들의 작전 내용을 입수한 일본군들의 추격이 시작되는데… 하얼빈을 향한 단 하나의 목표, 늙은 늑대를 처단하라 POINT. ✔️ <남산의 부장들>에 이어, 역사적 순간을 담아낸 영화 타율이 좋은 우민호 감독의 작품 ✔️ <기생충>으로도 잘 알려진 홍경표 촬영감독의 미학이 빛나는 작품 ✔️ 이미 여러 차례 다루어진 만큼, 안중근의 거사 자체를 조망하기보다 안중근의 내면에 집중했으며, 어마어마한 로케이션과 어우러지는 비장미가 있는 작품 ✔️ 많은 배우들의 합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어요 연기 아른거리는 회화 속에서 영화는 초장부터 기존의 안중근 서사와 다른 길을 갈 것임을 명확히 한다. 실루엣으로 드러나는 독립 운동가들의 회동 모습은 마치 바로크 회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며, 안중근 서사 하면 기대하는 역동적인 스펙타클 대신 담배 연기처럼 아스라한 의심의 기운이 감돈다. 그러나 이 무드야말로 실제 독립운동의 무드에 보다 가까울 것이다. 독립이 반드시 오고야 만다는 것을 아는 미래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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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82회 골든글러브 영화 부문 수상 결과
  • 제82회 골든 글러브 시상식 영화 부문 수상 결과를 사진으로 확인해 보세요! 이번 시상식에서 각각 3관왕, 4관왕을 차지한 <브루탈리스트>와 <에밀리아 페레즈>는 오는 2월에 국내 개봉 예정이라고 합니다. 과연 곧 이어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어떤 작품이 수상의 영광을 누리게 될까요? *image: Variety,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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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 바닥은 포셀린 타일로, 발코니 문은 폴딩 도어, 소파 옆에는 작은 아일린 그레이 테이블을 놓아야지. 방 한 개는 무조건 암막 커튼이 있는 서재로, 빔 프로젝터, 식기세척기, 건조기, 커피머신은 필수. 내게 마법처럼 수도권 신축 아파트 한 채가 생긴다면 이런 즐거운 고민에 빠지지 않을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비정규직 자리를 간신히 지키고 있고, 신혼부부가 되어야 겨우 주택청약에 당첨되는 데다, 계약금은 차치하고서라도 앞으로 내야 할 중도금이 산더미이다. 우리의 주인공 '정서'는 뒷바라지까지 해줬건만, 그는 꼭 절반씩 돈을 내길 원하고, 타일이 깔릴 아파트 한 칸을 얻어내기 위해서 그녀는 계약금 절반을 구해 와야 한다. 계약금을 구하기 위해서 그녀는 오래 만나지 않았던 아버지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곳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생겼을 일들, 야근을 하는 척 하며 뱀파이어 이야기를 그려내기도 전에 포기해버렸을 예술과 산더미처럼 쌓인 설거지를 본다. 그러는 동안 관객은 청약으로 당첨된 아파트 같은 건 잊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서울로 돌아갈 때쯤엔 이 돈이, 아파트 한 채가, 그리고 결혼이 이렇게까지 해서 달성해야 하는 건지를 질문하게 된다. 그에 화답하듯이 영화의 결말은 결혼 상대였던 사람이 도덕적인 결함을 드러낼 때 정서를 폭발시키고, 진짜 굶주림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주인공이 거리를 지나다 운명처럼 스친 남자의 목덜미를 물어 갈증을 해소하는 낭만을 그려내기 위해서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다름아닌 '이전의' 낭만, 그러니까 달콤한 주택청약의 꿈으로 이루어진 가짜 낭만으로부터의 탈출이다. 아파트, 결혼식, 흰 돈봉투와 미래의 반려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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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력자의 오지랖
  • 이 글은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2]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분명 처음에는 괜찮았다. 한국의 조커 탄생이라 불러도 전혀 모자람이 없는 딱지맨(공유)의 탄생을 지켜보는 내내 소름이 오소소 돋는 팔을 쓸어내릴 때까지는. 비장하면서도 패배감에 물들어 어딘가 입꼬리가 축 내려간 채 죽지 못해 사는 것만 같은 기훈(이정재)을 볼 때까지만 해도. 사실 시즌1에서 그다지 이 시리즈의 재미를 느끼지 못한 시청자였기에. 이번 시즌에선 오히려 재미를 찾을 수도 있겠다는 일말의 희망마저도 느낄 수 있을 만큼. 이 글로벌 오징어의(?) 오프닝은 장대하면서도 짜릿했다. 그러나 애초에 이 시즌 2는 가장 큰 패착을 오프닝부터 모조리 보여주고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그것이 주인공인 기훈의 존재 자체라는 것과. 그가 아예 시즌 1과는 완전히 다른, 철이 든 데다 돈까지 있는 모습으로 등장한다는데 있다. 사진출처:한겨레 오징어 게임의 본질(?)은 몸뚱이 밖에는 담보 잡을 것이 없는 처지의 사람들을 데려다가 그것을 돈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생기는 인간성과 상품성의 대립. 드러나는 인간들의 욕망과 도덕사이에서의 혼돈. 그리고 과연 누가 진짜 나쁜 놈일까. 나는 저 상황에서 저러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져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기훈의 환골탈태(?)로 인해 이 모든 갈등은, 혹은 갈등에서 오는 재미는 최소화될 수밖에 없다. 기훈이 아무리 봐도 주인공 버프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 첫 게임(지가 제일 많이 움직임. 차라리 뒤돌아 있었으면 이 정도의 짜증은 안 났을 것.)에서 예상보다 더 많은 사람을 생존케 함으로 인해. 주최 측은 다음단계로 갈수록 좀 더 어렵거나. 팀으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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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 PICK! 2025년 개봉이 기다려지는 영화
  • 오늘은 네 명의 에디터가 2025년 개봉이 기다려지는 영화를 각각 2편씩 뽑아보았습니다. 4인 4색! 여러분의 취향과 가장 가까운 에디터는 누구인가요? 여러분의 최대 기대작도 댓글로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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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가신 존재들의, <보호자>
  • *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시네마천국 (온라인 및 오프라인 상영작) * 본 리뷰에는 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보호자 Brother's Keeper(2021) 터키 외, 드라마, 85분 감독: 페리트 카라한 성가진 존재들의, <보호자> 조각난 비누를 하나씩 든 아이들이 속옷만 입은 채 줄을 지어 좁은 복도를 걸어간다. 웃음소리가 간간이 들리지만, 누구도 줄에서 벗어나지 않고, 앞사람의 뒤통수를 보고 공용 샤워실로 들어간다. 한 부스에 세 명이 짝을 이뤄 한 바가지를 번갈아 사용해 샤워하는 아이들. 빠르게 머리에 비누를 문지르고 물을 끼얹으며 씻는 유수프. 잡담은 필요 없다. 15분 안에 씻지 않으면 다음 조를 위해 무조건 나가야 한다. 이들을 긴 막대기를 들고 감시 중인 감독관. 그는 보일러실이 있는 벽 맞은편에 서서 큰 소리로 뜨거운 물을 틀 것을 요구한다. 그런데, 날카로운 목소리만큼이나 어려 보이는 감독관, 그는 유수프와 같은 또래다. 정신없이 물을 머리에 끼얹던 유수프는 맞은편 부스에서 씻고 있는 절친 메모에게 눈을 떼지 못한다. 메모가 실수로 비누를 물을 받는 통에 떨어트리면서 함께 씻던 두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체구가 훨씬 작은 메모와 말다툼이 일어나면서 샤워실이 소란스러워지자, 도끼눈을 한 채 등장하는 함자 선생님. 그는 감독관을 먼저 혼내고, 샤워시간에 싸움을 한 세 명에게 강제로 찬물로 샤워할 것을 명한다. 오들오들 떨면서도 눈에 불을 켜고 앞에 서 있는 감독관 때문에 뜨거운 물을 틀 수가 없던 그들은 결국 영하 35도에 15분간 얼음장 같은 물로 목욕을 마친다. 이를 불안한 눈으로 보고 있던 유수프. 다음날 아침, 유수프는 메모가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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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대를 잃지 않기
  • SYNOPSIS. 2006년의 부탄 왕국. 마침내 지구상에서 가장 늦게 텔레비전과 인터넷이 도착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민주주의다. 국왕이 자진해서 모든 권력을 내려놓고 민주주의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왕정국가 부탄에서 역사상 첫 번째 선거가 시작될 예정이다. 마을 사람들에게 투표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 당국은 모의 선거를 마련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파란당, 빨간당, 노란당 선거로 인해 서로 반목하기 시작한다. 이런 와중에 선거 감독관은 마을의 존경을 받는 큰 스님이 총을 구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게 되는데... POINT. ✔️ 건재한 왕이 직접 전제 왕권을 내려놓고 도입한 '위로부터의 민주주의' 실화. "투표가 뭔데요? 우린 폐하가 좋은데?" 상태의 국민들 실화. 거기서 스님이 갑자기 총을 찾는다? 부탄이기에 가능한 매력적 시놉시스 ✔️ 도르지 감독에게는 부탄 관광청이 상 줘야 하지 않을까? (어쩐지 부탄은 안 줄 것 같지만) 아름답게 펼쳐지는 부탄의 풍광에 마음이 시원해집니다. 꼭 영화관에서 봐야 하는 이유. ✔️ 어쩌면 우리에게 너무 당연했던 민주주의의 의미를 되묻는, 이 시국에 알맞은 작품 ✔️ 중간중간 짤막하게 나오는 아이들이 그야말로 신스틸러.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 새해 당신의 마음을 맑게 해줄 작품. 1월 1일에 개봉했습니다! 행복한 부탄에 찾아온 변화 부탄은 인도와 티베트 사이에 위치한 아주 작은 나라다. 우리 나라에서는 보통 '국민행복지수'를 중요시하는 나라라고 오래 전 교과서 한귀퉁이에 소개된, 그래서 어쩐지 샴발라 같은 낙원의 이미지로 막연하게 그려질 만큼 잘 모르는 나라다. 나는 부탄 영화감독도 딱 한 명밖에 모른다. 이 영화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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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음에 또 구하러 와줘
  • SYNOPSIS. 무성영화 시대의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스턴트맨 ‘로이’는 같은 병원에 입원한 호기심 많은 어린 소녀 ‘알렉산드리아’와 친구가 되고, 매일 다섯 무법자의 환상적인 모험 이야기를 해준다. 이야기는 현실과 상상이 뒤섞이면서 ‘알렉산드리아’를 신비의 세계로 데려간다. POINT. ✔️ '우리는 모두 펩시를 마시죠' 하면서 전세계를 오가는 축구공을 담았던 옛날 광고를 아시나요? 그 광고의 감독이 전세계를 오가는 이야기를 담아온 영화를 기대하시면 됩니다. 전세계 18개국에서 촬영했다네요. ✔️ CG를 쓰지 않고 촬영한 전세계 곳곳의 아름다운 모습은 딱 지금 극장에서 보아야 합니다. "압도적인 영상미"라는 진부한 표현에 고개를 끄덕이는 경험. ✔️ 두 주연 배우가 너무 아름답습니다. 이야기를 시작하는 리 페이스의 목소리와 표정, 그리고 실제로 대본 속 상황이 사실인 줄 알고 연기했다던 카틴카 언타루의 모습. ✔️ 이야기와 영화에 바치는 헌사. 이야기 혹은 영화가 나를 "구했다"고 느낀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누구라도 사랑하실 수밖에 없을 것. 끝나는 순간 시작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지는 영화가 있다. 여러 의미에서 이 영화도 그러하다. 장엄한 세계 곳곳의 풍광을 배경으로 풍성한 이야기가 겹겹이 펼쳐진다는 점에서 한 번 더 보고 싶은 영화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는 무슨 내용일까 궁금해 하며 처음 볼 때와, 영화를 이미 보고 내용을 알고 볼 때 다른 감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흑백 "영화" 같은 장면들. 멈춘 듯한 풍경 속에서 슬로우가 걸린 역동적 몸짓들. 이는 타이틀 이후 병원의 장면들로 이어진다. 병원의 아이들 또한 멈춘 듯한 풍경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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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디와이어 선정, 역대 최고의 뱀파이어 영화 TOP22
  • 그 누구보다 극적인 존재인 '뱀파이어'는 여러 해에 걸쳐 이야기꾼들에게 사랑받아 왔는데요. 영화 역시 '뱀파이어'를 사랑해 마지않아 왔습니다. '뱀파이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기념비적인 공포영화 F.W. 무르나우의 <노스페라투>(1922) 이후, 수많은 '뱀파이어' 영화가 제작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오는 15일 국내 개봉 예정인 로버트 애거스가 새롭게 재해석한 <노스페라투>가 큰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북미에서도 인디와이어가 <노스페라투>에 대한 다양한 감상을 기다리며, 역대 최고의 뱀파이어 영화 TOP 22를 발표했습니다. 해당 리스트에서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16위를 차지하였고, 1월 15일 국내 재개봉 예정인 <렛 미 인>이 2위에 등극하기도 했습니다. 여러분이 선택한 최고의 뱀파이어 영화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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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뼘 성장한 모아나의 지지부진한 모험
  • <모아나 2>는 <토이 스토리 4>와 여러모로 닮았다. 이미 전편에서 이야기의 매듭을 지었음에도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내기 위해 나온 시리즈라는 점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한 뼘 더 성장한 모아나와 언제나 호쾌한 마우이가 반갑지만, ‘굳이’라는 단어가 거센 파도처럼 감상을 방해한다. 파도야 넘으면 되지만, 전편에서 이미 경험했던 감동들이 기다리는 건 아쉬운 지점이다. 모험가이자 개척자로서의 큰 경험을 한 뒤 모투누이 섬에서 가족과 행복한 삶을 보내고 있는 모아나(아우이 크라발호). 이제 족장의 딸이 아닌 차세대 리더로서 인정받고, 그 의식을 치르는 날, 과거 부족의 길잡이였던 선조에게 계시를 받는다. 그 내용은 의문의 섬에 내린 저주를 풀고, 다른 부족과의 만나야 모투누이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 모아나는 부족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팀을 꾸려 모험을 떠난다. 한편, 신의 길을 찾아 나선 마우이(드웨인 존슨)는 정체가 모호한 마탕이(아휘마이 프레이저)의 함정에 빠진다. 모아나는 성장했다. 더 이상 소녀라 부를 수 없는 그녀는 과거의 경험을 자양분 삼아 개척자로서 미지의 바다와 섬을 탐험한다. 부족을 이끌 차세대 리더로서 8년 동안 잘 자라줬다는 걸 증명하고, 새로운 모험을 떠날 수 있는 능력과 위치가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긍정적 에너지를 내뿜는다. 또 한 번 모투누이 섬의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이번엔 혼자가 아닌 오합지졸 팀을 꾸려 바다로 나가는 모아나의 모험은 그 자체로는 기대하게 한다. 여느 속편이 그렇듯 <모아나 2>도 전편보다 더 큰 모험을 보여준다. 섬을 벗어나 태평양을 무대로 하며, 참여 인원도 더 많아지고, 상대하는 빌런도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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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최고의 크리스마스 영화!
  • 올해 최고의 크리스마스 영화다! 진부하고, 광고성 카피처럼 느껴지겠지만,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표현할 적확한 문장은 없을 듯하다. 클레어 키건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영화는 주인공 빌의 이타적 행동을 통해 유독 춥고, 우울한 우리 사회에 잊고 지냈던 온기를 전한다. 그 온기를 전하기 위해서는 작지만 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1985년 아일랜드의 한 소도시. 빌(킬리언 머피)은 작은 석탄 가게를 운영하며 아내, 다섯 딸과 오붓하게 살고 있다. 힘든 세상 속에서도 그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아간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유년 시절의 겪은 트라우마로 힘겹게 살아간다. 어느 날 수녀원에 석탄 배달을 갔다가 창고에 홀로 갇혀 있었던 소녀를 발견한 빌은 화들짝 놀란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게 해달라는 요청에 머뭇거린다. 결국, 그가 소녀를 데려다준 곳은 수녀원 내부. 이 도시는 수녀원의 권력 아래 돌아가는 곳이기에 빌 역시 원장 수녀의 말에 따르긴 한다. 그러나 마음 한 켠에 남긴 죄책감과 부채감에 시달린 그는 크리스마스 날 저녁 집이 아닌 수녀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과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관객에게 이 질문을 던진다. 너무나 힘든 세상 에서 타인을 도와줄 수 있는지에 대한 이 물음은 영화의 핵심이자, 관객을 이토록 사소한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드는 요소다. 극 중 빌은 자기 가족을 지키는 것도 버거운 세상에서 굶주린 아이들을 위해, 수녀원에 감금당해 노동 착취를 당하는 소녀들을 위해 손 한번 쉽게 내밀지 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녀원의 눈 밖에 나기 때문이다. 시쳇말로 원장 수녀에게 잘못 걸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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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 너머의 당신에게, 마음을 담아
  • 기적을 바라는 마음 매년 연말, 사람들은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고, 새해의 카운트다운을 외친다. 지친 일상에 나를 설레게 할 무언가가 찾아오기를, 전과는 다른 기적 같은 일상이 펼쳐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일 것이다. 세기말, 새로운 천년의 해가 뜨는 때에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더 간절한 마음을 담았을지 모른다. 지나간 역사에 남긴 힘듦을 지우고자 하는 마음, 새로움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은 뉴 밀레니엄이라는 이름 아래 모두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을 것이다. 우리는 왜 이토록 기적을 바라며, 우리가 바라 마지않는 기적이란 무엇일까. 영화를 보다 보면 기적은 별다른 것이 아닌 듯이 느껴진다. 시간을 넘어 전달된 편지는 기적이라 불릴 만했다. 그것은 인간의 이해를 넘어선 사건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일은 해프닝으로 지날 수 있는 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상한 일로 치부해 버리고 돌아서면 그만인 해프닝. 그렇기에 성현과 은주가 편지를 주고받으며 일상과 마음을 나누는 행위는 기적을 만드는 힘이 오히려 다른 데 있다고 느껴지게 만든다. 나와 꼭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 나의 고민을 위로하고, 상황을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 이를 통해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만드는 일 같은 것들 말이다. 상처를 위로하는 일 ‘우편함’이라는 뒤틀린 시공간이 전달해 준 편지 한 통은 전혀 다른 삶을 살던 두 사람을 연결해 준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통해 그들이 나눈 마음은 진짜 ‘기적’이었다. 두 사람은 모두 상처를 안았다. 성현은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았다. 성현의 아버지는 어린 시절 그를 떠났다. 건축가인 아버지와 같이 ‘건축’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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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레니엄의 환희와 청춘의 질감에 관한 인상적인 스케치
  • 술 냄새가 난다. 담배 냄새가 난다. 땀 냄새가 난다. 정돈되지 않은 지저분한 집에서 날 법한 냄새가 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마약 냄새가 난다. 제대로 닦아내지 않은 정액 냄새도 문득 코를 찌르고 들어오는 것 같다. 시끄럽다. 클럽 음악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진동이 내내 쿵쾅거린다. 싸우는 소리가 난다. 불평하는 소리가 난다. 서로를 원망하는 소리가 난다. 홀로 신세를 한탄하는 소리가 난다. 물건을 집어 던지는 소리가 난다. 저주하며 울부짖는 소리가 난다. 청춘의 냄새, 청춘의 소리다. 이 지독한 냄새와 소리 속에서, 여성 청년 비키는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한다. 2001년의 대만, 고등학교를 중퇴한 비키는 남자친구 하오하오와 동거 중이다. 하오하오는 ‘예술적 퇴폐’를 지향하는 남성이 갖고 있는 쓰레기 같은 전형성을 고루 갖추었다. 돈을 벌지 않고 여성의 노동에 의존한다. 아버지의 롤렉스 시계를 훔쳐 경찰 조사를 받을지언정 결코 직접 노동하는 법은 없다. 하오하오는 두 사람이 함께 사는 집의 월세를 마련하기 위해 스트립 클럽에서 일하는 비키를 의심한다. 그녀가 바람을 피운다는 망상이다. 자신이 노동하면 비키가 다른 곳에서 일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고상한’ 하오하오는 이런 가능성을 감히 상상하지 못한다. 하오하오는 클럽 음악을 만들고 친구들과 술 마실 때만 생기가 돈다. 가끔 욕구가 일어 다짜고짜 비키에게 관계를 요구할 때만 다정해진다. 자기 신세의 비참함에 심취해 마약을 하고 이를 말리는 비키를 경멸한다. 그렇다. 하오하오는 자신의 자발적, 의도적 비루함을 예술가의 고난으로 오독한다. 비키의 몸과 돌봄, 노동에 극단적으로 기생하면서도 그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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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시오
  • 세상은 어둠이다. 삶은 절망이 가득하다. 해가 뜨는 것 같으면 저물고, 사랑을 할 것 같으면 이별이 찾아온다. 우주에는 생명보다 죽음이 보편적이다.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죽음을 향해 빛의 속도로 달려가고 있다. 그 광대한 어둠과 절망 그리고 죽음 앞에, 생명은 살기 위해 몸부림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Interstellar, 2014)>는 인간이 절망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고 몸부림치며 한줄기 희망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가까운 미래의 지구는 환경 재앙이 닥친다. 식물 재배가 점점 불가능해져 옥수수만 남은 상태이고, 거대한 황사폭풍이 주기적으로 닥친다. 과학은 퇴보하는 중이며 인류는 당장 오늘 먹을 것을 걱정하는 처지다. 한마디로, 인류는 천천히 종말을 맞이하고 있는 중이다. 옥수수 농장을 하고 있는 쿠퍼(매튜 맥커니히)는 한때 우주 비행사이자 엔지니어였다. 그는 인류의 이런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던 중 그의 딸 머피(맥켄지 포이, 제시카 차스테인, 엘렌 버스틴)는 자신의 방 책장에서 책이 자꾸 떨어지는 현상에 의문을 갖는다. 할아버지는 폴터가이스트 현상이라고 했다지만, 쿠퍼는 딸에게 과학적으로 생각해 보라고 권유한다. 그리고 그 현상을 주목한 머피와 쿠퍼는 숨겨져 있는 NASA기지로 가는 길을 알게 된다. 과학적인, 혹은 논리적인 사고가 흔히 인간적이지 않고 냉소적이며 사랑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이야기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어떤 자연현상이나 거대한 힘 앞에서, 신이나 악마, 운명으로 여기며 순순히 무릎 꿇지 않고 그것을 과학적, 논리적으로 분석해 헤쳐나가려는 힘. 여기서는 그것을 희망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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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방관 | 폐허 위에 클리셰로 쌓은 애환과 사명
  •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화재 현장, 교통사고, 자살 소동 등 끊이지 않는 사건 현장에서 하나의 생명도 놓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는 119 구조대 반장 '정진섭'(곽도원)과 그의 팀원들. 여느 때와 같이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온 그들 앞에 신입 소방관 '최철웅'(주원)이 등장하고,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 구조 대원에게 답답함과 애정이 반씩 담긴 질타를 날리며 다시 사고 현장으로 향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진섭과 철웅, 그리고 그의 팀에 돌연 위기가 닥친다. 한 화재 현장에서 철웅의 실수로 인해 선배 '안효종'(오대환)이 등 전체에 화상을 입은 것. 여기에 더해 진섭의 절친한 후배이자 철웅의 가장 친한 동네 형인 '신용태'(김민재)도 무리해서 어린아이를 구하려다가 현장에서 사망한다. 이에 진섭과 철웅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충격에서 벗어나고자 하고, 그들 간의 갈등의 불씨도 커지기 시작한다. 뻔한데, 다르다 실화를 다루는 작품은 언제나 달콤한 유혹에 흔들린다. 영화적 재미 대신 실화의 힘을 선택하기 쉽다. 영화화해도 되겠다고 판단되는 실화는 그 자체로 감동적이거나 충격적인 사건인 경우가 많기 때문. 이처럼 쉬운 길을 걷는 작품은 공통점이 있다. 누가 죽고 살 지 뻔한 클리셰의 향연. 운과 우연에 의존한 전개. 대부분의 캐릭터가 기억나지 않는 평면적인 묘사. 사건의 사회적 함의보다는 일차원적인 감정 분출에 집중한 각색까지. 곽택 감독의 신작인 <소방관>도 마찬가지다. <소방관>은 홍제동 방화 사건에서 화재 진압을 위해 건물 내부로 진입했다가 사망한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소재에서 예측할 수 있듯이 쉬운 길을 선택했다. 클리셰로 가득하다. 누가 사망할지, 각 캐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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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얼빈 | 자욱한 담배 연기로 써 내려간 참회록
  •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08년, 함경북도 신아산. 대한의군은 일본군을 기습해 승리를 거두지만, '안중근'(현빈) 장군은 일본군 소좌 '모리 다쓰오'(박훈)를 비롯해 사로잡은 포로를 풀어주라고 명령한다. 만국공법에 따른 의로운 선택이었으나 이 결정은 부메랑으로 되돌아온다. 풀려난 모리가 곧바로 일본군을 이끌고 역습을 가해 안중근의 부대원을 전멸시킨 것. 그로 인해 안중근은 대한의군 동료들에게도 의심받고, 본인도 자책감에 시달린다. 하지만 안중근은 좌절하지 않고 두만강을 건너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한다. '우덕순'(박정민), '김상현'(조우진), '공부인'(전여빈), '최재형'(유재명), '이창섭'(이동욱) 등 각자의 이유로 독립운동을 포기하지 못한 동료들도 모은다.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릴리 프랭키)를 사살해 먼저 죽은 동료들의 몫까지 해내기 위해. 하지만 일본군은 밀정을 통해 의거 계획을 입수하고, 모리 소좌가 안중근을 필사적으로 추격하기 시작한다. 안중근의 참회록 독립운동과 참회. 두 단어를 합치면 한 인물이 떠오른다. 윤동주 시인이다. 흔히 그의 시는 자기반성과 성찰의 시로 불린다. 일제 강점기에 평범한 소시민으로서 적극 항거하지 못하는 자기 모습에 대한 부끄러움과 더 떳떳한 삶을 향한 열망으로 가득하니까. '참회록'의 끝이 대표적이다.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슬픈 사람의 뒷모양이/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사실 두 단어는 연관성이 곧바로 보이는 조합이 아니다. 독립운동은 보통 뜨겁게 느껴진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 자기 목숨을 희생할 준비가 된 의사와 열사의 용기로 가득한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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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니지만 결코 아니라고 말하지 않으니까, <나의 서른에게>
  • * 본 리뷰에는 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의 서른에게 29+1 (2016) 홍콩 | 드라마 | 15세 이상 관람가 | 105분 감독: 팽수혜 아니지만 결코 아니라고 말하지 않으니까, <나의 서른에게> 서른이란 나이는 내게 어른의 증표였다. 대학교 입학하자마자 서른을 바라보는 선배들을 보며 동경 대신 늙음의 웃음을 봤었던 게 엊그제였던 거다. 막연히 '어른'을 '늙음'으로 치부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나라고 예외는 아니었기에, 인제 와서야 그 당시 내가 얼마나 한심스러웠는지 뼈저리게 깨닫는 중이다. 군대를 다녀온 남동생이 신입생들에게, 청소년들에게 '아저씨'로 불릴 생각을 하면 뒷골부터 당기지 않겠는가? 그 와중에 내 학번이 남동생 학번 친구들에겐 몇백 년 된 유물과 동급으로 여겨진다는 사실은 또 얼마나 웃기는가. 아주 끝없이 웃음을 유발하는 게 나이인 듯싶다. <나의 서른에게>를 접한 건 그만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젊음과 늙음의 양극단에서 저울질하는 것만큼 의미 없는 짓이 없음을 안 순간부터, 내게 '어른'은 참 다양한 의미를 가져다줬다. 무엇을 가슴에 품고 있는지부터, 어떤 목적이 있고, 갖고 있는 꿈은 무엇이며, 또 그 미래를 위해 현재를 사는 방식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정말 앞자리가 바뀌는 날이 오면 내 세상이 천지개벽하여 엄청난 반전이 일어날까, 하는 호기심까지 아주 스펙터클 했다. 결론은 없었다. 완벽한 세상에 사는 내가 아니라서, 완벽한 내가 있을 수 없고, 그렇기에 모든 고민이 기가 막히게 해결되지도 않았다. 그저 나이 앞자리가 +1로 인해 소리 없이 바뀐다는 것 말고는 속 시원한 진실을 알 수 없었다. <나의 서른에게> 역시 답답한 가슴을 뻥 뚫는 이야기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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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자가 원하는 걸 얻었다
  • 자신이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지기 위해 어디까지, 얼마나 노력해야 할까? 자신의 노력으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지만, 그 과정은 무척 어렵다. 수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어려운 조건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그러나 가장 쉽게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높은 지위나 좋은 조건을 가진 사람의 도움이 있다면 그 과정이 훨씬 수월해진다. 영화 <히든 페이스>는 세 인물이 각자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가진 자원을 바탕으로 기 싸움을 벌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누군가는 사회적 지위를, 누군가는 상대방의 감정을,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쾌락을 위해 상대를 이용한다. 이들은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고, 각자가 어떤 속셈을 가지고 있는지도 알게 되었을 때 그 얼굴에 나타나는 진실이 이 영화가 궁극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 아닐까. [첫번째 감정] 성진의 욕심 주인공 성진(송승헌)은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 자라난 인물이다. 그는 고생 끝에 지휘자의 직업을 얻었지만, 더 큰 성공을 향한 욕구가 여전히 강하다. 성진은 차분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딱딱하고 차가운 면이 있다. 아내인 수연(조여정)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서 감정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 특히 두드러진다. 아내의 살가운 접근에도 성진의 반응은 냉담하며, 그 미소조차도 어색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성진은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아내 수연의 집안이 가진 힘을 은근히 이용하려 한다. 이런 모습은 영화 전반에 걸쳐 은밀하게 드러나지만, 성진의 얄팍한 속내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순간은 아내 수연이 사라지고 나서 곧바로 낯선 여자 미주(박지현)에게 빠져들 때이다. 수연을 향한 그의 마음이 얼마나 얇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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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자왕이 걸어온 반듯한 왕도
  • 디즈니 르네상스를 이끈 명작 '라이온 킹'이 탄생 30주년을 기념해 지난 2019년에 선보였던 실사 영화에 이어 새로운 시리즈를 공개했다. 심바의 아버지 무파사의 이야기를 담은 '무파사: 라이온 킹'(이하 '무파사')을 내놓았다. 실사 영화 '라이온 킹'처럼 '무파사' 또한 원작 애니메이션과는 일부 다른 설정을 갖췄다. 프라이드 랜드의 왕인 무파사가 알고 보니 왕의 혈통이 아닌 점, 친형제였던 무파사와 스카는 의붓형제로 변경됐다. "왕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거듭난다"는 메시지에 맞춰 무파사의 서사를 극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바꾼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심바(도널드 글로버)와 날라(비욘세)의 딸 키아라(블루 아이비카터)가 동생을 출산하기 위해 떠난 엄마와 아빠를 기다리며 라피키(존 카니)에게서 옛날이야기를 듣는 방식으로 전달된다. 이는 무파사에서 심바로, 심바에서 키이라로 유산(왕의 자질)을 물려주는 걸 암시하며 3대를 하나로 연결한다. 엄마 아빠와 함께 전설의 낙원 밀레레를 찾아 이동하던 무파사(에런 피에르/브레일린 랭킨스)는 대홍수를 만나 다른 곳으로 떠밀려 왔고, 왕의 혈통이자 예정된 후계자 타카(스카, 켈빈 해리슨 주니어/테오 소몰루)를 만나면서 의형제처럼 지낸다. 어느 날 '외부자들' 백사자 무리의 습격 때문에 무파사-타카는 생존을 위해 자신들이 속했던 무리를 떠나 밀레레로 향했고, 이 과정에서 암사자 사라비(티파니 분)와 개코원숭이 라피키를 만난다. '무파사'의 스토리 구조는 기존 '라이온 킹'과 비슷하나, 전작과 달리 용기와 지혜로 왕이 되는 무파사의 모습을 그리며 현대적으로 표현한다. 이때 '라이온 킹'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 '생명의 순환'을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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