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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린 너머 세계 속으로… 영국] 친애하는 이디스에게
  • (2023, 테아 샤록) * 작품의 장면과 결말 포함 서프러제트 운동이 한창이던 1920년대 영국, 작은 마을. 부모와 함께 사는 독실한 여성 이디스는 욕설이 잔뜩 담긴 편지를 여러 통 받는다. 이디스의 부친은 옆집 거주자 로즈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경찰은 정황과 ‘평판’(…)을 근거로 로즈를 체포해 버린다. 이디스는 ‘고난을 극복한 순수한 크리스천 여성’ 포지션으로 종교 행사에 참석하며 유명인사가 되고, 로즈는 다른 의미로 유명인사가 된 채 꾸준히 무죄를 주장한다. 사건의 공적인(그런데 비공식적인) 실마리는 글래디스로 인해 풀린다. 백인 남성으로 가득한 경찰서에서 홀로 비백인 여성 경관으로 일하는 글래디스는, 증거가 불충분한 상황에서 로즈가 범인으로 몰리는 것에 의문을 가지고 비밀리에 재조사를 시작한다. 그가 그 시대에 여성으로서 경찰관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마 아버지가 경찰관이었기 때문으로 짐작되는데, ‘네 아버지는 위계를 잘 지켰다’는 상관의 말에서 레이시즘이 감지된다.(판사 역 캐스팅처럼 픽션적 허용이었다고 해도.) 글래디스는 동료 남성 경관처럼 사건을 배정받는 대신 리셉션에서 종일 민원을 접수받거나, ‘여성 피해자가 히스테리 발작을 일으킬 것을 대비’해 남성 경관이 진술을 받는 가운데 동석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호칭 “woman police officer”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위계에 순응하고’ 시키는 일을 하다 보면 수갑을 채울 권리가 생길 것이라고 믿는다. 이후 그는 “police officer” 앞에 붙은 “woman”이 자격과 지위를 제한하기 위한 꼬리표였음을 깨닫고, 이는 비공식 수사를 멈추라는 상관의 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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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연이 우리를 청춘에 데려다줄 거야
  • SYNOPSIS. “빅밴드 재즈? 그게 뭐하는 건데?” 지루한 보충수업을 째고 싶었을 뿐, 토모코(색소폰) 야구부 선배에게 홀딱 반했을 뿐, 요시에(트럼펫) 남들보다 폐활량이 뛰어났을 뿐, 세키구치(트럼본) 어쩌다 친구 따라왔을 뿐, 나오미(드럼) 심벌즈가 적성에 안 맞았을 뿐, 나카무라(피아노) 짝사랑하는 재즈 덕후일 뿐, 수학 선생님(지휘) 대단한 이유 없음! 눈부신 재능 없음! 거창한 목표 없음! 그래서 우린 스윙한다♬ 그 누구보다 재미있게♬ POINT. ✔️ 우에노 주리가 실제 고등학생이었던 시절 촬영한 영화. 조금 엉뚱하고 풋풋한 매력이 빛납니다. ✔️ 그러나 배역 준비는 풋풋하지 않음. 실제로 배우들이 악기를 배워서 연기했다고 해요. ✔️ 교복 입고 무언가에 열정을 불태우는 청춘 영화... 안 좋아하는 법 아시는 분? ✔️ <워터 보이즈>로도 사랑받은 야구치 시노부 감독 작품입니다. 교복 입은 아이들이 해맑게 나와서 각자의 청춘을 향하는 영화를 좋아한다. 사실 이렇게 말한다는 자체가 특정 시대 콘텐츠의 영향을 받았다는 증거다. 요즘 교복 입은 애들은 해맑게 청춘 타령할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괴생명체랑 싸우고, 좀비 바이러스 퍼진 학교에 고립되고, 성매매에 연루되고, 온갖 폭력에 맞서고, 기껏 공부 좀 해보려는 애도 타고난 재능이 싸움이고 뭐 그렇다... 다시 말해 학원물 또한 액션물과 장르물의 파도를 타는 시대다. 갖은 욕망들이 드글드글 서로의 머리채를 잡는 빨간 맛 드라마가 각광 받는 시대. 다이나믹한 스토리에 강한 K-콘텐츠 특성이기도 하고, 다이나믹한 현실을 노련하게 담아낸 창작물이라는 뜻도 되겠지만, 유순하고 말간 학원물이 이따금 그리울 때가 있다. 청춘 영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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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숨 막히는 ‘우리의 시간’
  •  동급생 여학우 케이티(아멜리아 홀리데이)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13세 제이미 밀러(오언 쿠퍼). 왜 이런 사건이 일어난 것일까? 왜 제이미는 그런 사고를 가지게 되었을까? 불쾌한 데이트 신청의 거절로 루저 프레임을 씌운 여자아이의 잘못일까, 죄책감 없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사회에 대한 화를 비정상적인 장식으로 분출하는 남자아이의 잘못일까. 그저 방관하고 놀림에 동조한 아이들의 잘못, 혹은 상황이 이렇게 될 때까지 알아채지 못한 어른들의 잘못일까. 사건을 파헤치며 전개되는 시리즈 <소년의 시간>(2025, 필립 배런티니)는 “왜?”라는 질문을 반복해서 던지며 현 사회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조명한다. 숨 막히는 현실 체험, 롱테이크 약 60분의 러닝타임인 한 회를 각각 원테이크 기법으로 촬영하였다. 왜 굳이 원테이크로 촬영했을까? 인물의 1시간을 그대로 따라간다. 관객으로 하여금 숨이 턱 막히게 만든다. 캐릭터가 60분간 겪는 상황을 그대로 따라가며 관객은 타인의 삶을 ‘체험’하게 한다. 극중 인물과 같은 시간의 흐름을 겪는 것, 실시간으로 우리 사회에 일어나는 일이라는 ‘현실감’을 표현하기에 원테이크는 그 어떤 연출 기법보다 효과적이다. 이것이 한 회당 3주씩 런쓰루를 하는 불편함에도, 흐름상 피해자에 대한 추모를 생략하는 아쉬움을 느낌에도, 롱테이크를 고집한 이유일 것이다. 이해하기 힘든 소년의 ‘시간’을 통해 문제의식을 일깨우기 위함이다. 베일을 벗은 사건 담당 형사(애슐리 월터스)의 아들이 던져준 ‘인셀’이라는 단서로 사건을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인셀이란, 비자발적 순결주의자로, 연애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성소외자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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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어나, 아이리스!
  • 우리나라 SF문학 공모전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골소재가 섹스봇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작 당선작에선 찾아보기가 힘들다. 왜일까? 그것은 이 소재를 다루는 창작자의 시각이 자극성에 머물러 있기 때문일 것이다. <컴패니언>의 등장인물이자 로봇인 아이리스의 정식 명칭은 반려로봇이다. 하지만 사용자가 그녀로부터 얻는 편익은 섹스와 정서적 지지, 짐꾼기능 그리고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하는 것 뿐이다. 이것을 진정한 '반려'라고 할 수 있을까? <컴패니언>은 바로 이 부분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있는 영화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영화의 부제를 <반려자가 오직 섹스봇 정도의 기능만 해주길 바라는 정신 썩어빠진 사람들이 보면 불쾌할 영화 1위> 라고 달겠다. 리뷰 시작. 본 리뷰는 영화 컴패니언의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컴패니언의 독창성은 무엇일까? 스포하자면, 컴패니언은 단순히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인생의 주체성과 조작된 프레임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을 담은 복수호러코미디다. 기계가 주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 자체가 특별하진 않다. AI, 바이센테니얼맨, 엑스마키나 등 비슷한 이야기는 이미 많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들 휴머노이드가 인간의 편익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목적성에 집중하면 <컴패니언>의 유사영화는 복제인간 영화들에서까지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자아를 찾는 것도, 그 방법이 복수이거나 사랑 또는 탈출인 것도 사실 새롭지 않다. 이런 결말은 소재를 선택할 때 같이 결정되는 일종의 세트상품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도 충실하게 서사의 법칙을 따른다. 그렇다면 <컴패니언>의 독창성은 어디에 있느냐? 세계관을 보여주는 인터페이스의 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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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못된 신념이 만들어낸 다소 싱거운 지옥도
  • 똑같은 상황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각기 다른 생각을 하고 행동한다. 누군가에는 기쁜 일이, 누군가에는 슬픈 일, 누군가에게는 분노가 치미는 일이 되는 것처럼. 인풋은 같은 데 아웃풋이 다른 건 사람마다 상이한 믿음 때문이다. 도대체 믿음이 뭐길래. 만약 그 믿음이 그릇된 것으로부터 잉태되었고, 신념으로 뒤바뀐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계시록>은 뒤틀린 신념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물음의 답을 내놓는 영화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어느 날, 오늘도 열심히 신도들과 예배를 진행한 개척 교회 목사 민찬(류준열)은 여학생을 쫓아 교회로 들어온 의문의 사내 양래(신민재)를 발견한다. 예배가 끝난 후 민찬은 신도를 늘릴 생각으로 양래와 이야기하던 중 그의 발에 채워진 전자발찌를 확인한다. 맞다. 양래는 성범죄자다. 민찬은 그 사실을 알고도 양래에게 자주 오라고 권한다. 죄를 회개하라는 의미의 말을 전하며. 이후 민찬에게 큰 사건이 벌어진다. 갑자기 자녀가 사라진 것. 민찬은 양래를 의심하고, 그의 뒤를 쫓는다. 그리고 외진 고갯길에서 양래와 몸싸움을 벌이다 살인을 저지른다. 자책도 잠시, 이 모든 게 죄인을 단죄하라는 신의 뜻으로 여긴 그는 이 사실을 은폐한다. 정말 신의 뜻일까? 우연은 톱니바퀴처럼 물리고 민찬은 의심조차 받지 않는다. 단, 양래로 인해 친동생이 목숨을 끊은 후 악몽에 시달리는 형사 연희(신연희)만 빼고.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세상은 그 믿음을 강요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연상호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계시록>을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그가 누구인가? <사이비>부터<지옥>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그릇된 믿음으로 잉태된 다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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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제간에 그려낸 서로의 초상화.
  • 이 글은 영화 [승부]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때 그려진 초상화를 보면. 드라마 촬영 후 후보정까지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보기에는 적나라하다는 표현 밖에는 붙여줄 수가 없는 작품이 많다. 하지만 초상화를 남기는 것은 어명의 영역이었기에 그 어떤 숨김도 거짓도 없어야만 한다는 설명을 듣고 나면. 당연하다는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한 폭의 그림에 담기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았을 땐. 마냥 어명이라 하더라도 신이 나지는 않았을 것만 같다. 애써 숨기고 싶었던 곰보 자국이 그림 안에서 살게 될 자신의 뺨 위에서도 지워지지 않을 것이고. 미처 발견하지 못했거나 알지 못했던 단점마저도 초상화에 들어있을 수도 있었을 테니까. 사진출처:다음 영화 제자인 창호(유아인)가 그린 자신의 초상화를 발견했을 때. 조훈현(이병헌)은 아마도 처음으로 자신의 곰보자국들을 들여다봤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도 알고 있었던 익숙한 흉터뿐만 아니라. 미처 알지 못했던 자신의 기풍에 있는 부스럼까지 발견했을 때의 그 무력감은. 아마도 바둑의 신(神)과 겨루어도 질 것 같지 않았던 그 당시 그의 자존감의 크기만큼이나 크고 깊었을 것이다. 처음엔 제자의 초상화를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저 들여다보니 보인 것일 뿐이라 믿고 싶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자신을 결승전에서 앞에 두고 스승의 초상화를 또 한 번 묵묵히 그려내는 제자의 모습을 보며. 훈현은 자신의 장점도 단점도. 승패를 가린다는 어길 수 없는 어명 같은 하나의 목적 앞에서는 그 어떤 것도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을 것이다. 창호가 그린 초상화가 자신과 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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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따뜻함 뒤의 악의, 두 소녀가 갇힌 집
  • 할리우드 제작사 A24는 다른 스튜디오들과 달리 독특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를 영화로 옮기는 데에 주저함이 없는 회사다. <유전>, <미드소마>, <펄>처럼 감각적인 공포 영화를 선보이는가 하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언컷 젬스>, <더 웨일> 같은 드라마 장르도 파격적인 방식으로 풀어낸다. 단순히 오락성과 작품성 중 하나만을 골라 집중하기보다는, 관객이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체험하도록 유도하는 점이 A24의 강점이다. 그래서 A24의 로고가 뜨는 순간, 왠지 평범하지 않은 경험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오는 4월 2일 한국에 개봉 예정인 <헤레틱>도 그런 A24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기존의 공포영화에서 흔히 사용하는 점프 스케어나 피 튀기는 장면을 최소화하고, 심리적 압박감과 폐쇄감을 극대화해 ‘새로운 형식의 공포’를 시도한다. 이미 해외에서는 A24가 제작한 영화 중 7번째로 높은 흥행 수익을 거두었으나, 정작 한국에는 정식 개봉하지 않아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던 작품이기도 하다. <헤레틱>은 두 명의 소녀 선교사가 외딴 지역에 사는 미스터 리드(휴 그랜트)의 집에 방문하면서 시작된다. 이들은 늘 그렇듯 문을 두드리고 자신들의 신앙을 전하려 애쓰지만, 비오는 날 만나게 된 리드의 집은 묘하게 불편한 기운이 감돈다. 거실의 불이 마음대로 꺼졌다 켜지고, 문이 잠기거나 창문이 어딘지 모르게 작고 답답해 보이며, 집주인 리드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어쩐지 기묘한 공기를 만들어낸다. 영화는 그렇게 “아무것도 믿을 수 없는” 폐쇄된 공간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첫번째 감정] 미스터 리드의 따뜻함 첫인상에서 리드는 순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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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회] 구경거리 악동이 아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슈퍼스타
  • Lord, I'm doing all I can, To be a better man. Robbie Williams - Better Man 안녕하세요! 지난 3월 20일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배러맨>을 개봉 전 관람하게 되어 후기를 작성해보려 합니다. <배러맨>은 뮤지컬 영화이자 영국의 전설적인 팝스타 로비 윌리엄스의 삶을 다룬 전기 영화로, 국내에서는 <위대한 쇼맨>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마이클 그레이시(Michael Gracey)가 감독을 맡았습니다. 또한 로비 윌리엄스가 직접 로비 윌리엄스 역의 목소리 연기를 수행했다는 점도 알고 계시면 좋을 관람 포인트입니다. <배러맨>은 "영국 앨범 차트 역사상 가장 성공한 영국인 솔로 아티스트"라는 타이틀을 보유한 로비 윌리엄스의 인간적인 면모를 조명합니다. 눈부신 조명 아래 선 팝스타의 모습과 동시에 그의 성장, 방황, 중독과 불안의 과정을 비추며 사람들이 알지 못했을 무대 아래에서의 시간들을 보여줍니다. 로비 윌리엄스는 어린 나이에 5인조 밴드 테이크 댓의 보컬로 가수 생활을 시작합니다. 팀의 막내로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리던 그는 갖은 논란과 잦은 갈등으로 인해 결성 6년 만에 팀에서 탈퇴합니다. 이후 도전한 솔로 활동에서 그는 크게 성공했고, 마침내 인생의 목표였던 넵워스에서의 공연까지 성취하게 됩니다. 멋대로 살아도 성공이 따라오는 것처럼 보이는 그의 인생 이면에는 끊임없는 자기혐오와의 싸움이 있었는데요. 작중에서는 섬세한 심리 묘사로 이를 다루어냅니다. <배러맨>에서 흥미로운 것은 주인공인 로비 윌리엄스를 원숭이의 모습으로 연출했다는 점이었는데요. 영화 속 모든 장면이 거의 실제와 유사하게 연출되어 있는데, 오로지 로비 윌리엄스만이 원숭이의 모습을 하고 있어 의문을 자아냅니다.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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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홋카이도의 봄을 가로지르는 진심과 결심
  • 기후 위기는 변덕스러운 날씨의 얼굴을 하고 우리를 찾아오는 불청객인 모양이다. 3월 초만 해도 예년보다 빨리 봄이 오는가 싶더니 봄은 갑작스레 훌쩍 멀어졌고 3월 마지막 주말에는 때아닌 눈까지 휘날렸다. 그래도 기어이 봄이 왔고, 꽃이 피었다. 순식간에 여름에 자리를 내줄지라도 봄은 봄의 흔적을 남긴다. 마음은 왠지 몽글몽글해진다. 4월 2일(수)에 개봉하는 영화 <행복의 노란 손수건>은 봄의 감성이 듬뿍 담긴 작품이다. 1977년에 일본에서 개봉했던 영화를 리마스터링한 덕분에 영화의 배경인 홋카이도의 봄이 또렷한 총천연색으로 재현되었다. 많은 영화 팬들에게 일본의 홋카이도는 영화 <러브 레터>의 겨울 설경으로 뚜렷이 각인되어 있는 곳이다. 제1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려 8관왕을 달성한 영화 <행복의 노란 손수건>은 홋카이도의 봄 풍경을 충실히 담아내 생경하면서도 친숙한 미감을 선사하는 로드 무비다. 실연의 아픔을 훌훌 털어 버리고자 여행길에 오른 두 젊은 남녀 하나다 킨야(타케다 테츠야)와 오가와 아케미(모모이 가오리)는 로드 무비에서 어느 정도 예상되는 조합이어서 두 사람이 주인공이었다면 이야기가 밋밋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갓 출소한 시마 유사쿠(다카쿠라 켄)가 두 청춘의 여정에 합류하면서 이야기는 풍성해지고 흥미로워진다(시마 역을 맡은 다카쿠라 켄은 영화 팬들에게 영화 <철도원>의 주인공으로 익숙하다.) 과묵한 시마는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목적지를 자꾸 변경하면서 좀처럼 자신의 속사정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러던 시마가 마침내 직접 입을 열어 자신의 과거를 체념적 어조로 토로하자 하나다와 오가와는 시마의 진심에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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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밤>: 봄의 공기로 꽉 채운 사랑
  • 다시 다가온 봄을 축하하며 안판석 감독의 <봄밤> 을 꺼내본다. 안판석 감독은 <하얀거탑>, <밀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등 다수의 히트작을 보유하고 있는 드라마/영화 감독이다. 특히 김은 작가와 함께한 드라마에서는 연애 초의 설레는 분위기를 계절의 단상과 함께 유려히 담는데, 이런 연출방식은 안판석표 멜로만이 주는 특유의 설레임을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많은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안판석표 멜로의 설레임과 몰입감은 어디에서 나올까? 김은 작가의 대사, 이남연의 음악, 이국적인 수록곡 등 여러 공신이 있겠지만 본 포스트에서는 안판석 감독이 카메라를 다루는 방식을 중심으로 그 답을 찾고자 한다. 대부분의 드라마 최근작들은 깔끔한 배경 오디오와 많은 수의 샷으로 씬을 구성한다. <봄밤>은 특이하게도 그와는 정반대의 방식을 택한다. 가감없이 드러나는 배경소음, 간소하고 호흡이 긴 샷구성, 그리고 요즘은 잘 쓰이지 않는 16:9의 화면비까지. <봄밤> 속에서 카메라는 대부분의 시간 인물들의 감정을 관조할 뿐,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거나 이야기 전개에 개입하지 않는다. 이런 연출의 방식은 극의 초반부에 두드러진다. 미디움샷~익스트림 롱샷으로 구성된 롱테이크 안에서 인물들은 컷의 방해 없이 대화를 나누고 움직이며, 이는 인물 간 다이내믹의 전달을 극대화한다. 롱샷 -> 미디움샷으로의 블로킹 변화가 있는 롱테이크//출처 구글이미지 인간의 대부분의 몸짓은 무의식에서 비롯되기에, 때로는 표정보다 우리의 몸이 더 많은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안판석의 연출은 롱테이크와 넓은 크기의 샷에서 드러나는 배우의 몸의 행동, 그리고 그 행동이 무의식적으로 드러내는 차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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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떠나온 이들의 아름다운 견고함이 바벨탑을 세워 올리다.
  • 브루탈리스트. 이는 건축계의 한 사조인 브루탈리즘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20세기 초부터 그 인기가 시작된 브루탈리즘은 건축에 사용된 자재들을 전부 노출시킨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당시에는 이에 대해 흉물스럽다거나 아름다워야 할 건물이 그러하지 못하다는 평을 받았었다. 하지만 현재에도 노출 콘크리트, 노출 인테리어 등으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브루탈리즘의 시대적 인정을 반증할 것이다. 필자는 이 브루탈리즘을 '솔직함'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콘크리트, 철골, 대리석 등 사용하는 자재들을 있는 그대로, 아주 솔직하게 드러냄으로써 그 본연의 아름다움을 기하학적인 구조와 함께 멋스럽게 표현한 것이 마천루와 같은 건물을 휘황찬란한 유리로 꾸며낸 것만큼이나 멋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러한 점은 영화적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한 인물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 그의 생애 중 가장 멋있고, 사람들이 감탄하고, 좋아할 부분만을 채용하여 그를 빛내는 방법이 있을 수 있고, 또 다른 방법으로는 그의 생애를 있는 그대로 표현함으로써 날 것 그대로의 매력을 즐기게 하여 관객 스스로가 인물에게서 희노애락의 복합 감정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영화 <브루탈리스트>는 이름에서 드러나는 그 사조처럼 인물과 그 인물을 뒷받침해주는 시대적 배경, 영화의 서사적 구조 그리고 메시지까지 단 하나의 지향점을 향해 아주 솔직하면서도 맹렬하게 향해간다. - 철골만큼이나 단단하지만 그만큼 차가운 영화적 구조 영화는 '서막 - 제1막: 도착의 수수께끼 - 인터미션 - 제2막: 아름다움의 견고한 보존 - 에필로그'의 순서로 진행된다. 이는 마치 한 편의 희곡을 보는 것과 같은 경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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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밥 딜런 영화에서 밥 딜런이 없었다면 큰일 났을 영화
  • 과거 한참 음악에 미쳐있던 시절, 강헌 교수님의 <전복과 반전의 순간 vol.1>를 우연히 읽게 되었다. 그 책을 모두 읽은 후 필자의 머릿속에 들었던 생각은 "예술의 역사와 반전은 반항에서 시작한다."였다. 특히나 음악 같은 경우, 한 사회를 주름잡고 있던 장르가 새로운 장르로의 변혁을 거치기 위해선 반항의 역사가 항상 동반되었다. 재즈가 그랬고, 포크 음악이 그랬으며, 로큰롤이 그랬다. 재밌는 것은 그 재즈, 포크, 로큰롤도 후대 장르에게 밀릴 때에 그들이 밀어낸 방식과 동일한 방식인, 젊은 세대의 기성 세대에 대한 반항으로 밀렸다는 점이다. 작지만 울림있는 반항들은 현재의 음악사까지 이어져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그렇기에 현재까지의 음악사를 반항의 역사로 칭하는 것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역사 속엔 우리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뮤지션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로, 로큰롤의 황제인 엘비스 프레슬리, 이름이 곧 역사인 비틀즈,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그리고 반항의 아이콘이자 최초의 작사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밥 딜런이다.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은 밥 딜런이라는 인물이 어떻게 음악에 빠질 수 있었고, 작사와 포크 음악을 통해 최고의 스타텀에 올라 지금까지 그 전설을 지켜올 수 있었는지 그 연대기를 보여준다. 포크 음악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이라고 한다면 어쿠스틱 기타 외에 다른 악기들을 달리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직 어쿠스틱 기타와 보컬의 음색으로만 승부를 보는 장르이기 때문에, 가수의 음색과 개성, 분위기, 리듬 그리고 가사가 중요하게 여겨진다. 포크 음악을 우리나라 말로 직역하자면 민요 음악이고, 민요라 함은 그 사회와 국가의 전통과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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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더 폴: 디렉터스 컷> 리뷰
  • 비극 속에서 피어난 환상의 세계 오렌지를 따다 사고로 팔을 다친 어린 소녀 알렉산드리아와 스턴트 중 추락사고로 다리를 다친 로이. 그들의 만남은 모두 '추락'에서 비롯된다. 타르셈 싱 감독의 걸작 <더 폴>(2006)은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독창적인 서사 구조 속에서 인물들의 내면을 깊이 탐구하며, 영화라는 매체가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영화는 로이의 판타지 속 이야기와 두 사람이 처한 냉혹한 현실이 긴밀하게 연결되면서 전개된다. 환상의 세계는 단순한 도피처가 아니라, 로이의 절망과 알렉산드리아의 희망이 충돌하는 공간이다. 로이가 들려주는 영웅담은 점점 그의 심리적 상태를 반영하며 변주되고, 알렉산드리아는 그 이야기 속에서 현실을 바꾸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전 세계를 무대로 한 영화적 미학 <더 폴>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는 CG 없이 전 세계 20여 개국에서 촬영된 로케이션 장면들이다. 이국적 풍광과 건축물이 어우러진 미장센은 현실과 환상을 경계 없이 넘나들며, 마치 한 편의 그림처럼 스크린을 채운다. 특히, 붉은 천으로 뒤덮인 장례식 장면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영화적 이미지가 단순한 미적 요소를 넘어 감정과 서사의 한 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추락에서 비상으로: 구원의 서사 그러나 <더 폴>이 단순히 미장센만으로 기억될 작품은 아니다. 이 영화의 정수는 ‘추락’에서 시작된 두 인물이 서로를 통해 다시금 ‘비상’하는 과정에 있다. 깊은 우울과 자살 충동에 사로잡힌 로이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상처를 품은 알렉산드리아. 두 사람은 현실의 잔혹함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삶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특히, 클라이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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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청춘은 어디에 있는가
  •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영화의 제목이자 핵심인 문장이다. 우리는 어디에 있을까. 또는 대체 우리는 누구일까. 약 6분 내외의 단편영화지만, 그 짧은 시간에 많은 의미들이 영상 속에서 부유하고 있다. 단편영화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는 단 두 명의 인물로만 흐름을 전개한다. 단편영화의 특성이나 한계가 명확하기에 적은 인원을 사용하지는 않았을까, 생각할 수 있다. 평론을 하는 입장에서 그것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그 부분이 사실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주목해야 하는 것은 단편영화가 가지는 그 한계점을 '적은 인원으로도 관객에게 충분히 소구 가능한' 이야기로 타파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와 식물들의 관계에는 무엇이 있는가 비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과거가 있다. 그것도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사랑의 과거가 있다. 청춘에 사랑이 빠질 수 있으랴. 우리는 한 아파트의 야외에서 우산을 펼치고 비를 맞으며 쪼그려 앉아 있는다. 첫 카메라 앵글에서 우리는 정말 비를 맞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이내 미래가 뿌리는 '가짜 비'라는 것을 관객은 알게 된다. 우리는 왜 비를 맞고 있나. 러닝타임 내내 영화 곳곳에서 식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종류는 다양하다. 토마토, 딸기 모종, 몬스테라. 미래는 우리에게 토마토를 준 적이 있고, 우리는 토마토를 기른 적이 있다. 토마토는 햇빛과 물만 있으면 쉽게 자란다. 우리도 그걸 알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애써 그 사실을 부정한다. 그 토마토 화분을 버린 적도, 그렇다고 기르지 않은 적도 없지만 열매가 맺는 것은 우리와 다른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 된다. 우리는 아직 비를 맞고 싹을 틔우지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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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브스턴스>는 그냥 툭 튀어나온 작품이 아니다.
  • ‘REMEMBER YOU ARE ONE’ 소개 명예의 거리에 입성한 대스타였던 엘리자베스(데미 무어), 50살이 된 날 더 이상 어리고 섹시하지 않다며 에어로빅 TV 쇼에서마저 해고당한다. 차 사고로 실려간 병원, 수상하지만 매력적인 남성 간호사로부터 권유받은 ‘서브스턴스’라는 약물을 주입하고 젊고 아름다운 여성 수(마가렛 퀄리)의 몸이 탄생한다. 규칙은 단 하나, 7일 주기의 완벽한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 기억하라. 당신은 하나다. 주제와 장르 ‘서브스턴스’ 포스터 속 엘리자베스(데미 무어)의 척추를 타고 찢어진 등판에 대충 어떤 영화인지 감을 잡은 것 같겠지만, 뭘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서브스턴스’는 외모지상주의에 관한 비판과 인간의 본질이라는 강력한 주제 의식과 더불어 강력한 컬트와 바디 호러의 장르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위 장르에 자신 있는 사람이라면 무조건적으로 도전해 봐야 하는 영화이다. 연예계와 한물 간 스타라는 설정으로 외모지상주의에 지배된 세상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실제 ‘사랑과 영혼’의 대스타였던 데미 무어가 세월이 흘러 60세의 나이로 주연을 맡은 것도 영화에 몰입도를 더한다. 방송국 사장 하비(데니스 퀘이드)가 새우를 게걸스럽게 뜯어 먹으며 싱그러운 여성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드러낸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이 듦을 인정하지 않는 타인에 거부감을 느낀다. 이후, ‘서브스턴스’ 약물로 수(마가렛 퀄리)가 태어난다. 'PUMP IT UP' 노래에 맞춰 춤을 출 때 탄탄하고 아름다운 몸을 노골적인 앵글로 담아 보여준다. 이걸 본 모두는 수(마가렛 퀄리)에게 매혹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엘리자베스(데미 무어)조차도 말이다. 7일간 늙고 섹시하지 못한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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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루탈리스트>, 몇몇 장면들과 질문들
  • <브루탈리스트(The Brutalist)>(2024, 브래디 코베) * 작품의 장면과 결말 포함 1 멀미하며 터널을 빠져나가는 <브루탈리스트>는 취조실에 갇혀 패닉한 조피아의 정면 얼굴로 시작해, 라즐로 토스 회고전에서 자신 있는 연설로 숙부와 숙모의 유산을 기리는 나이든 조피아의 정면 얼굴과 오프닝 오버랩으로 끝난다. 일종의 느슨한 액자로 다가오는 이 구성은 영화를 조피아가 쓴 라즐로의 전기처럼 바라보게도 한다. 조피아는 라즐로(와 에르제벳)에게서 얻은 가르침을 설명하며 “과정은 중요하지 않다, 목표가 중요하다“라는 문장을 강조한다. 바로 그 ‘과정’, 즉 라즐로가 헝가리 출신 유대인 이민자로서 아메리칸 드림에 배반당하면서도 ‘고작 몇 미터의 높이를 포기하지 않는’ 과정을 목격하고 나서 듣게 되는 대사다. 텍스트만으로는 위험하게 들리는 이 문장 자체가 가치관이라기보단- 가치관이나 태도를 지키기 위한 주문일 가능성을 가늠해 본다. ‘과정’의 서술 방식은 집요하게 상세하되 목적지를 분명히 두고 있어 고통의 전시나 낭만화로 읽힐 위험을 피한다. 고난과 완성된 작품을 잇는 어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다는 ‘그러한 맥락으로’에 가깝다. 액자 안의 두 번째 오프닝은 미국에 닿은 라즐로의 모습에 에르제벳의 편지가 보이스오버되는 시퀀스다. 비좁은 공간에서 막 잠에 깨어 부랴부랴 인파를 헤치고 나가는 라즐로를 따라가는 롱테이크는 매초가 갑갑하고 초조하다. 편지가 화면을 빠져나가는 와중 라즐로는 그곳에서 빠져나가려 애쓴다. 부드럽게 흐르는 내레이션-편지와 더디게 나아가는 인물, 그 ‘방향’은 서로 어긋나는 듯 느껴지기도 하지만, 달리 보면 실제로는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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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도시, 그리고 사랑의 방식
  • 대도시, 그리고 사랑의 방식 과거 한국 영화계에서도 퀴어적 요소를 담은 작품들이 간혹 등장했지만, 비주류적인 코드로 소비되거나 단편적인 묘사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으며, 때로는 터부시 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OTT, 드라마, 영화, 웹툰 등 다양한 플랫폼의 확장으로 글로벌하고 젊은 관객층과의 접점이 넓어지면서 보다 입체적이고 퀴어 프렌들리한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탄생한 영화가 바로 <대도시의 사랑법>이다. 이 작품은 퀴어적 요소만을 부각하거나 심오한 메시지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오히려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특성을 살려 유쾌하고 경쾌한 젊은 에너지를 한껏 발산한다. 특히, 대도시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청춘들의 사랑과 고민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특정한 정체성에 국한되지 않고 보편적인 감정선을 구축해냈다. 그 덕분에 20대의 치열한 나날을 지나오며 ' 사랑 '을 해 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스틸컷 / NAVER 영화 속에서 묘사된 대도시는 단연 ‘서울’이다. 서울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거대한 도시로, 면적만 놓고 보면 런던, 베이징, 뉴욕, 싱가포르, 도쿄에 이어 여섯 번째로 크다. 하지만 동시에 인구밀도는 보면 베이징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밀집도를 기록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즉, 서울은 거대한 도시임과 동시에 사람과 사람이 끊임없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공간이다. 서로의 퍼스널 스페이스조차 지켜기가 쉽지 않은 이곳에서, 우리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공존하며 사랑을 해 왔다. 화려한 외피 속 고독이라는 내피 준수한 외모 덕에 ‘인싸’로 오해받기 쉬운 재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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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너지는 믿음과 가치들 속에서
  • 스포일러 주의! <브루탈리스트>는 홀로코스트의 상흔을 안고 미국으로 상륙한 라즐로 토스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라즐로는 자신의 사촌인 아틸라와 만나 함께 건축 일을 하면서 트라우마를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리 밴 뷰런 부자의 계약 파기로 인해 곧장 사업이 망해버리고 이에 배신감을 느낀 아틸라는 라즐로에게 결별을 선언한다. 그렇게 외로이 노동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던 어느 날, 과거에 자신을 나무랐던 해리슨 리 밴 뷰런이 라즐로를 찾아온다. 라즐로가 만든 서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그의 잠재력을 알아본 해리슨은 라즐로에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브루탈리즘 건축물을 하나 만들자고 제안한다. 그렇게 건축물을 만들면서 벌어지는 우여곡절의 이야기를 담은 브래디 코베 감독의 드라마 영화다. <브루탈리스트>의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이라고 한다면 상영 시간이다. 자그마치 3시간 35분. 관객의 허리와 엉덩이를 고통스럽게 하는, 오히려 돈을 받고 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 극악무도한 시간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과연 215분을 견딜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일까? 내 대답은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이렇게 3시간이 넘어가는 영화는 최대한 간추리고 간추린 3시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쓸데없이 상영 시간이 긴 영화를 몹시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있어서 <브루탈리스트>는 최대한 상영 시간을 줄여보려는 투쟁이 엿보인다. 라즐로가 홀로코스트를 통해 겪은 일들이나 가족사 같은 부분은 자세하게 다뤄지지 않고 대사 몇 줄로 간단하게 치고 넘어간다. 라즐로가 자신과 갈라진 아내와 조카를 미국으로 데려오는 과정도 변호사가 방법을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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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낯선 이와 사랑에 빠지고, 점차 무뎌지고, 또 다시 낯선 이가 되어가는 쌉사름한 인연(因緣)
  • 소개 런던의 도심 한복판, 부고기자이지만, 소설가가 꿈인 ‘댄’(주드로)은 출근길에 눈이 마주친 뉴욕 출신 스트립댄서 ‘앨리스’(나탈리 포트만)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그녀의 삶을 소재로 글을 써서 드디어 소설가로 데뷔하게 된 ‘댄’은 책 표지 사진을 찍기 위해 만난 사진작가 ‘안나’(줄리아 로버츠)에게 ‘앨리스’와는 또 다른 강렬한 느낌을 받는다. ‘안나’ 역시 ‘댄’에게 빠져들었지만 그에게 연인이 있음을 알게 되고, ‘댄’의 장난으로 우연히 만난 마초적인 의사 ‘래리’(클라이브 오웬)와 결혼한다. 하지만 ‘댄’의 끊임없는 구애를 끊지 못한 ‘안나’는 그와의 관계를 지속하고, 이 둘의 관계를 알게 된 ‘앨리스’와 ‘래리’는 상처를 받게 되는데… 모든 인연은 우연이라 생각되기 쉽지만, 사실 필연일 것이다. 앨리스가 교통사고를 당했던 것은 영국과 미국의 차도가 반대이기 때문이다. 영국은 우측통행이라는 미국과는 반대되는 규율이 있기 때문에, 댄과 앨리스는 만났다. 영국에서 너드 같은 안경을 쓴 부고 기자 댄과 붉게 물들인 커트 머리의 미국인 스트립댄서 앨리스, 너무도 다른 사람이기에 충돌하여 만나게 된 것이다. ‘클로저’에서 4인의 관계는 엉키고 설킨다. 모두 한없이 이기적이다. 이방인을 마주친 첫 순간을 기록하는 안나. 그 순간의 소중함을 아는 섬세한 인물이다. 전형적인 성숙한 어른 여자로 보이지만, 사실 전형적인 회피형이다. 상황을 엉망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지만 감정을 누르지 못하고. 크게 말을 얹지는 않다가 저지르고 사과한다. 래리는 넷 중 가장 평범하다. 의사라는 번듯한 직업에, 마초적인 남성이다. 자신은 다른 여자와 하룻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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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키 17>, 미래일까 현재일까, 상상일까 현실일까
  • ‘봉 감독이 돌아왔다.’ 그가 새로운 작품과 함께 돌아온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설레었던가. 회갈색 빛으로 표현할 수 있을 듯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관객들의 마음에 찝찝함을 더하고 현실에 대한 의문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품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재치를 던져줌으로써 자칫하면 질척 질척 무겁기만 할 수도 있는 영화의 분위기를 유하게 이끌어간다. 그렇게 우리는 그가 창조해 낸 이야기를 통해 현실을 바라보고, 우리가 애써 모른 척 해왔던 무언가와 눈을 맞춘다. 그런 봉준호 감독이 로버트 패틴슨과 만났다. <트와일라잇>으로 한국 대중에게 익숙할 로버트 패틴슨은 사실 그간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변화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 그의 다채로운 연기 스펙트럼으로 그를 눈여겨보고 있던 봉준호 감독은 <미키 17>을 구상하며 주인공 역으로 바로 로버트 패틴슨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 <미키 17>을 통해 자신의 연기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가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영화를 본 박찬욱 감독은 ‘아카데미 위원회는 로버트 패틴슨에게 주연상과 조연상 두 개를 주어라!’라는 평까지 남겼으니 말이다. 오랜만의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 돌아다는 소식에 설레며 개봉일만을 기다려왔다. 그렇게 개봉일 아침 바로 극장으로 달려가 마주한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미래와 사회에 대한 고찰을 하게끔 만들고 있었다. <미키 17> 한국판 포스터와 주인공 미키(로버트 패틴슨 역) (C) Warner Bros Korea 영화 <미키 17>은 2050년, 미래와 우주를 배경으로 한 공상과학 영화다. 지구에서 사채 빚으로 인해 목숨을 위협당하는 미키(로버트 패틴슨 역)가 새로운 행성의 개척 프로젝트에 지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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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Trailers

Awesome trailers from cinLab
    • 영화 <해피엔드> 메인 예고편
    • 점멸등이 일렁이는 근미래의 도쿄. 음악에 빠진 고등학생 ‘유타’와 ‘코우’는 친구들과 함께 자유로운 나날을 보낸다. 동아리방을 찾아 늦은 밤 학교에 잠입한 그들은 교장 ‘나가이’의 고급 차량에 발칙한 장난을 치고, 분노한 학교는 AI 감시 체제를 도입한다. 그날 이후 그들을 둘러싼 모든 것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하는데… -감독: 네오 소라 -출연: 쿠리하라 하야토, 히다카 유키토, 하야시 유타, 시나 펭, 아라지 -개봉: 2025년 4월 30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수입·배급: ㈜영화사 진진 -공동배급·제공: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류이치사카모토오퍼스 #네오소라 #Neo무비 #해피엔드 #Happyend #4월영화 #영화추천
    •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1차 예고편
    • 폴 토마스 앤더슨 X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모두가 주목하는 세기의 조합💥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1차 예고편 공개! #원배틀애프터어나더 #OneBattleAfterAnother #폴토마스앤더슨 감독 #레오나르도디카프리오 #베니시오델토로 #숀펜 #2025년대개봉
    • 영화 <드라이브 인 타이페이> 59초 스피드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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