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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많은 소통을 통해 진짜 사랑의 의미를 묻다
  • 크러쉬 온 유 이 영화의 주인공은 취준생 용준(홍경)이다. 철학과 졸업생인 용준. 하고 싶은 것이 없으니 해야 할 일도 없다. 그냥 앉아있는 용준. 이력서 쓰고 떨어지는 일상의 반복이다. 이런 용준이를 가만히 지켜놓을 리가 없는 사람이 있다. 용준의 부모는 돈가스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배달 알바를 시키는 용준의 부모. 딱 3개월만 하기로 한다. 첫 번째 배 달지는 어떤 수영장이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남자 애가 시선에 들어온다. 말을 거는 용준. 하지만 이 애는 뭔가 특별했다. 목소리 대신 수화로 대화하던 아이. 아이는 용준의 배달 지를 가리켰다. 목적지에 도착한 용준. 수영장에 들어간 순간 용준이의 시간이 멈춘 듯했다. 수영 코치로 보이는 여자에게 반한 용준. 여자의 이름은 여름(노윤서)이었다. 또 여름은 동생 가을(김민주)이의 매니저이기도 했다. 파릇파릇한 두 청춘이 만났다. 두 남녀는 서로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됐다. 두 사람의 여름이 시작됐다! 청춘스타 이 영화에서 빛났던 건 세 배우의 존재감이다.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홍경배우는 박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영화의 톤을 깔끔하게 이끌었다. 이 영화에서 용준이가 가진 임무는 막중했다. 청각장애인을 핵심으로 삼은 영화이기 때문에 영화 안에서 소리가 억제된다. 용준이가 부모님과 대화하는 장면이 있긴 하나 대부분은 대사가 없다. 그럼 표정으로, 또 반응으로 사랑에 빠졌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홍경 배우는 그 섬세한 감정변화를 잘 포착해서 연기로 구현했다. 대표적으로 용준이가 용준 부모와 함께 있는 모든 장면을 보면 그 체감이 확 느껴진다. 이 가족과 함께 있는 장면은 여름이와 있는 장면 / 친구와 있는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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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과 죽음이 중첩된 곳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파동
  • 종군기자로 일한 마사가 과거를 회고한다. 그녀는 전쟁터에서 한 가톨릭 수사를 만나 취재했다. 그 수사는 위험천만한 전쟁터를 떠나기를 거부했고, 동료 한 명과 그곳에 남기를 택했다. 수사의 또 다른 친구에게서 그가 게이라는 사실을 전해 들은 마사는 추측한다. 아마 그와 함께 전쟁터에 남아 있기로 한 동료는 수사의 연인일 것이며, 두 사람은 섹스의 환희로 일상에 깃든 죽음의 공포를 이겨낼 것이라고. 여기서 전쟁과 섹스는 각각 죽음과 삶을 상징한다. 그리고 이들은 늘 함께다. 비단 전쟁터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마사는 현재 말기 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환자다. 암 선고는 또 다른 전쟁이다. 즉 마사는 죽음에 밀접해 있다. 그런 그녀에게 ‘섹스’, 즉 죽음의 공포를 상쇄해주는 삶의 순간은 무엇일까? 원하는 때에 삶을 끝낼 수 있는 약이다. 다크웹으로 존엄사 약을 구한 마사는 자신의 마지막을 함께해줄 친구를 찾는다. 잉그리드는 유명한 작가다. 최근 그녀는 자신이 죽음에 느끼는 두려움을 주제로 책을 냈다. 우연히 옛 친구 마사의 소식을 들은 잉그리드는 병문안을 가고 묵혀둔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마사에게 부탁을 받는다. 비밀을 지킨 채 자기 삶의 마지막을 함께해달라는 제안이다. 공포와 혼란 속에서도, 잉그리드는 마지못해 그 제안을 수락한다. 잉그리드에게는 마사에 대한 우정과 작가로서의 호기심이 죽음의 공포를 상쇄시켜주는 ‘섹스’ 역할을 한다. 〈룸 넥스트 도어〉에는 삶과 죽음이 병치되어 있다. 마사에게 딸을 주었으나 베트남전 후유증으로 사망한 남자, 마사 커리어의 원천이었던 수많은 전쟁터, 삶의 마지막 순간을 결정할 수단을 확보한 후 마사가 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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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수록 좋다’의 늪에 빠진 24년만의 속편
  • 시대는 바뀌었고,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콜로세움에서는 차세대 검투사가 등장, 보다 크고, 강하며 잔인한 적들과 한판 대결을 벌인다. 24년 만에 귀환한 <글래디에디터 2>는 웅장하고, 퇴폐미 가득하며, 스펙터클하다. 하지만 공허하다. 마치 극 중 배경인 칼리굴라 시대의 로마처럼 풍요 속 빈곤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24년이 지나도 헤어 나오지 못하는 막시무스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막시무스(러셀 크로우)가 전설이 된 지 20년이 흘렀다. 하지만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로마는 쌍둥이 황제 게타(조셉 퀸)와 카라칼라(프레드 헤킨저)라는 또 다른 폭군이 등장해 세상을 어지럽힌다. 이런 상황에서 로마군을 이끄는 아카시우스(페드로 파스칼) 장군은 왕들의 명을 받들어 전쟁을 계속한다. 그가 이끈 군대에 대패 후 노예로 전락한 루시우스(폴 메스칼)는 권력욕에 사무친 마크리누스(덴젤 워싱턴)의 눈에 띄어 검투사의 길을 걷는다. 자신과 악연이 된 아카시우스의 목에 칼을 겨누겠다는 일념으로 그는 콜로세움에 입성, 쌍둥이 형제가 연 경기에 참여한다. 목숨을 건 대결을 펼친 그는 출생의 과거와 자신이 진자 누구인지를 알게 되고, 결전의 날을 맞이한다. 속편의 속성이 있다. 1편의 성공 사례를 밑바탕으로, 전편보다 크게 만들면 된다는 논리.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특히 긴 시간을 거쳐 만들어진 속편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글래디에이터 2>의 가장 아쉬운 지점은 ‘클수록 좋다’는 속편 논리에 너무 기댄 점이다. 1편의 대대적인 성공을 앞세워, 제작한 속편은 더 많은 인물, 더 커진 액션 시퀀스를 내세운다. 폭군은 전편보다 배가 되었고, 여기에 진짜 빌런인 마크리누스가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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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넷플릭스 드라마 'Mr. 플랑크톤'은 세상에 모든 해조와 재미, 어흥들을 위해 이 따스한 메시지를 전하며 포근하게 안아준다. 10부작을 통해 들려주는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시청자들은 웃고 울고 힐링을 얻을 것이다. 'Mr. 플랑크톤'은 실수로 잘못 태어난 남자 해조(우도환)의 인생 마지막 여행길에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여자 재미(이유미)가 강제 동행하면서 벌어지는 로드무비다. 가족에게 버림받고 '불행'의 길을 걸어온 해조, 유전병으로 자신의 머릿속에 시한폭탄이 심어져있다며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자신에게 절망을 안긴 부모의 존재에 줄곧 분노했던 그는 자신을 태어나게 만든 생부(정자 공여자) 찾기에 나선다. 자신 못지않게 불행의 아이콘이자, 조기폐경이라는 충격 진단을 받은 재미와 함께 말이다. 해조의 방식은 다소 과격했다. 재미와 종갓집 장손 어흥(조정세)의 결혼식 당일, 직접 찾아가 재미를 강제 납치해 친부찾기에 올랐다. 이 극단적인 방식이 'Mr. 플랑크톤'을 선택하려는 시청자들에게는 진입장벽이다. 최근 데이트 폭력에 대한 경각심과 엄벌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전 납치, 폭력적인 장면들이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기 때문. 이에 대해 변을 하자면, 먼저 해조-재미는 전 연인 관계이며 헤어지기 전 서로에게 남긴 말에서 출발한다. "넌 좋은 엄마가 될 수 없어", "넌 평생 외롭게 살다가 길바닥에서 혼자 죽을 거야" 이 저주 같은 말들이 현실이 되어가자, 다급해진 해조는 외롭게 죽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난감한 상황에 처한 재미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구한 것. '납치'라는 방지턱만 넘어선다면, 해조-재미의 기묘한 동행에 자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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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그라들 줄 알면서도 영원함을 바라게 되는
  • 좋아하는 가수로 주저 없이 스다 마사키를 말하던 때가 있었다. 장발, 넥타이, 통기타를 들고 목소리를 긁어가며 부르는 ‘사요나라 엘러지’ 영상을 족히 50번은 본 듯하다. 그의 노래를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오히려 그에 대해서 알기 싫었던 마음이 있었다. 노래에 대한 감상이 그 가수의 사생활이나 성격으로 인해 영향을 받아 변질되는 것이 싫었다. 그가 배우로 더 유명하다는 사실은 곧 죽어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마치 오늘의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의 주인공 키누(아리무라 카스미)처럼 말이다. “아무 말도 하지 마. 내 감정을 덮지 마. 어젯밤의 여운 속에 있고 싶단 말이야.” 우연히 지하철 첫 차를 기다리며 가까워진 무기(스다 마사키)의 집에서 돌아온 후 키누가 한 생각이다. 같은 신발을 신고, 같은 가수를 좋아하고, 내가 읽고 싶었던 소설을 이미 그가 읽고 있다. 너무나도 닮은 그들은 서로를 속절없이 사랑하게 되었다. ‘전철을 탄다’라는 말 대신 ‘전철 속에서 흔들린다’라는 말을 쓰는 무기를, 평생을 의문스러워 한 가위바위보의 규칙을 똑같은 이유로 이상하다 여기는 키누를 말이다. ‘운명’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자연스레 그 사람을 떠올리게 되는 일. 무기와 키누의 첫 만남이었다. 21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어떤 것이든 될 수 있는 나이에 만난 그들은 싱그러운 사랑을 나눈다. 비록 지하철역에서 30분 동안 걸어가야 하지만, 강이 한눈에 보이는 작은 빌라에서 같이 살게 된 그들은 20대 중반을 함께 마주한다. 녹록지 않은 현실 앞에 덩그러니 놓이게 되어도, 울고 있는 나의 앞에 슬리퍼를 신고라도 달려와 줄 당신이 있기에 그래도 괜찮은 날들이 이어진다. 인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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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신을 마주하지 못한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 같은
  • 라일리는 촉망받는 미식축구 선수이다. 학교에서도 주목받는 인기남인 데다 운동선수로도 각광받고 있는 그의 삶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스카웃해가겠다는 학교도 있으니 그의 삶은 그야말로 탄탄대로다. 그런데 아무도 말하지 못한 그의 핸드폰 속 세계에는 남자들의 몸자랑으로 가득한데....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정말 모호하게 인지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저 자신의 삶의 방식에 불만이 없기 때문에 정체성에 대해 깊이 탐구할 생각도 딱히 없는 것 같다. 그는 미식축구 선수로서 아드레날린이 가득한 삶에 이미 익숙해져 있고,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연기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그의 삶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암이라는 친구와 안면을 트게 되면서 그의 온전했던 삶이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한다. 1. 잘 짜여진 운동선수의 삶 속 어울리지 않는 그의 정체성 흔히 남자가 남자를 좋아한다고 하면 그 남자의 행동이 다분히 여성스러울 것이라는 편견을 갖게 된다. 하지만 사회가 규정한 기준보다 여성스럽다고 해서 전부 다 게이도 아니거니와 사회가 규정한 기준에 맞다고 해서 게이가 아닌 것도 아니다. 라일리는 학교에서도 인기 많은, 소위 주류 문화에 있는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에 아무도 그의 정체성을 의심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남성미가 뿜뿜하는 운동선수였기 때문에 더 의심하지 못했다.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게이는 여성스러운 남자들의 모습으로 많이 어필되어 왔는데, 그런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르게 보이기도 하고 말이다. 겉보기에 그는 착하고 인기많은 이성애자 남자 같아 보였다. 항상 아버지에 의해 운동 위주의 삶을 살아왔던 그였기 때문에 그는 커가면서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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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춘은 결코 온유하지 않다
  • 2024 제14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SIPFF)가 11월 7일부터 13일까지 일주일간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렸다.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성소수자 국제영화제로, 개최 기간 동안 국내외의 다양한 퀴어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여러 장단편 영화 중 뉴 프라이드 섹션에 선정된 <소녀들이여, 거센 비처럼>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뉴 프라이드는 주목할 만한 신인 감독과 독창적인 작품 세계에 초점을 맞춘 작품을 선보이는 섹션으로, 신인 감독으로 분류되는 데뷔작과 두 번째 작품을 기준으로 뛰어난 재능을 엿볼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정하여 상영한다. 수 이쉬안 감독은 <반교: 디텐션>의 연출을 맡은 바 있고, <소녀들이여, 거센 비처럼>이 그의 첫 장편영화이다. 1994년 대만의 계엄 해제 이후, 학생들은 시위에 한창이었다. 학교에서 암묵적인 복종 문화를 답답해하던 여대생 치웨이는 표현의 자유를 위해 파업에 동참한다. 시위 도중 치웨이는 서서히 칭에게 끌리게 되지만, 칭의 남자친구이자 시위의 리더인 쿠앙 또한 치웨이에게 관심을 보인다. 치열한 시위는 개인의 욕망까지 불을 붙이고, 치웨이와 칭의 감정은 점점 깊어지낟. 시위와 삼각관 격렬해지고, 서로를 사랑할수록 상처와 고통은 더해진다. 권력과 사랑의 투쟁은 서로 얽히며, 결국 치웨이는 자신의 욕망과 감정도 그들의 창작의 자유처럼 억제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 이 시위는 단순한 자유를 위한 싸움이 아니라, 그녀 내면의 각성을 위한 투쟁이기도 했다. <소녀들이여, 거센 비처럼> 줄거리  치웨이가 다니는 미술대학은 학과장의 눈 밖에 나면 졸업이 어려울 만큼 독재적인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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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옥 2 | 넓어졌지만 얕아진 종교 디스토피아 세계관
  •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천사가 죽을 날을 고지하고, 고지받은 이를 사자가 시연하기 시작한 뒤로 혼란에 빠진 대한민국. 새진리회의 교리를 거부하는 화살촉의 만행이 극심해지고, '민혜진'(김현주) 변호사를 중심으로 한 소도와 새진리회의 충돌도 잦아지자 청와대 정무수석 '이수경'(문소리)은 결단을 내린다. 정부가 개입해 혼란을 잠재우기로. 이에 그녀는 부활자 '박정자'(김신록)를 내세워 새진리회의 새 교리를 공표하고, 화살촉을 제거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이수경의 계획은 뜻대로 흐르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또 다른 부활자, '정진수'(김성철)가 등장했기 때문. 지옥에서 수천 번의 시연을 경험한 뒤 되살아난 그는 재빠르게 이수경과 소도의 계획을 파악하고, 화살촉과 힘을 합쳐 새진리회의 교리 공표식을 습격하기로 결심한다. 목적은 단 하나. 새진리회가 감금하고 있는 박정자를 만나 자기가 부활한 의미와 이유를 알기 위해서. 3년 전, <지옥>이 좋았던 이유 2021년 11월, 넷플릭스로 공개된 연상호 감독의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은 충격적이었다. 디스토피아적인 분위기에서 종교의 탄생 과정과 의미를 추적하는 스토리라인이 뇌리를 사로잡았기 때문. 죽을 날을 아는 정진수라는 인물을 예수에 빗대며 보여준 고찰은 장르적 재미와 메시지의 깊이 두 마리 토끼를 잡아냈다. 이해 못 할 현상을 죄악과 정죄의 관계성으로 해석하는 대목은 기독교적 세계관의 재해석으로 보기에 충분했다. <지옥>은 자기 해석에 관해 자문자답했기에 더 인상적이었다. 박정민 캐릭터가 대표적이다. 그는 시연이 낳은 두려움과 혐오를 악용하는 종교조직을 언론인답게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파헤쳤다. 온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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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년이는 왜 금쪽이가 되었나
  • 이 글은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정년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3년. 드라마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국극 장르를 위해 소리부터 배우며 보낸 시간. 제아무리 다른 사람의 인생으로 사는 삶을 업으로 삼고 있다고 해도 쉽지는 않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극 속의 정년이가 그랬듯,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연습에 임했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 덕에 극 중 가장 큰 시간을 할애한다고 봐도 무방할 국극 장면에서 립싱크(?)의 이질감 없이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시청자의 입장에서 접할 수 있으니 말이다. OTT다이어트라는 말이 나올 만큼 신규 작품들이 쏟아지는 이 시점에서,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가 없다고 가정한다 해도, 국극 장면을 제외한 이 드라마의 큰 줄기는 식상하다는 말조차도 먼지를 툴툴 털어내야 쓸 수 있을 만큼 낡아빠졌다. 그러나 바꿔 말하면 식상하다는 이야기는 여태까지는 잘 “먹혔다”는 말이기도 한데, 어째서인지 이 엉뚱한 데다 국극밖에 모르는 주인공 정년이는 달갑거나 기특하기는커녕 금쪽이에 가깝게 느껴져 분통이 터질 때가 많다. 연기자들의 피땀눈물이 이렇게 안타깝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시대가 변했다. 생각해 보면, 정년이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 하늘이 내린 재능. 그리고 그 재능을 발휘하는 찰나에 정년이의 잠재력을 단박에 알아봐 준 사람들. 게다가 언제나 정년이를 믿고 도와줄 수 있는 주변인들. 게다가 알고 보니 출생의 비밀까지(?) 안성맞춤으로 갖추었다. 우리를 스쳐 지나간 다른 주인공들처럼. 정년이 역시 원석 같은 존재인 것이다. 이 원석을 보석으로 세공하는 과정을 다루는 것이 보통 드라마의 여정이며, 최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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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의 결절을 목도하는 눈
  • SYNOPSIS. 위안부, 강제노역, 원폭 피해자… 일제강점기 조선인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재일조선인 2세 다큐멘터리스트 ‘박수남’ 그의 집에 쌓인 작품화되지 못한 10만 피트, 약 50시간 분량의 16mm 필름 기억의 망망대해에서 수집해낸 역사가 강렬하게 들려온다. 잊혀진 피해자들의 표정을 되살려내고 식민과 전쟁으로 잃어버린 목소리를 되찾아간다! POINT. ✔ 이렇게 멋진 기록자, 선구자, 영화인, 작가...를 왜 아무도 저에게 알려주지 않은 것이죠? 이제야 박수남 감독을 알게 된 게 너무 아쉬울 만큼, 그냥 인생 자체가 너무 압도적입니다. ✔ 한국 현대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정말 귀한 풋티지를 보실 수 있는 작품을 놓치지 마세요 ✔ 소수자성과 당사자성, 기억과 기록에 대해 사유하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 영화는 11월 13일 수요일 개봉합니다 영화 <되살아나는 목소리>는 어두운 화면에서 목소리로 시작한다. 마의태자를 아느냐고 묻고, 딸의 이름도 마의태자에서 따왔다고 말한다. 영화 작업을 함께한 박마의 감독의 이름이 독특하더라니. 어떤 마음으로 딸의 이름을 마의라고 지었을까. 망국의 슬픔을 온몸으로 휘감고 사라진 왕자의 이름을. 그러나 마의태자에 관한 좋은 노래가 있다며 서정적으로 부르는 목소리는, 망국의 슬픔으로 이야기가 끝나게 두지 않는다. 마의태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싸매는 다정한 노랫말. 딸의 이름과 그 유래에 맺힌 노랫말. 슬픔의 자리와 그 자리를 혼자 두지 않는 마음. 박수남 감독의 인생처럼 느껴지는 오프닝 시퀀스다. 옛 사진 몇 장 위로 스쳐가는 몇 문장의 증언만으로도 녹록하지 않은 삶을 살아왔음을, 보통 사람이 아님을 금방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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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IFF 데일리] 빛나는 눈과 유려한 손끝에서 피어나는 감정들
  • [BIFF 데일리] 빛나는 눈과 유려한 손끝에서 피어나는 감정들 영화 <청설> 리뷰 줄거리 손으로 설렘을 말하고 가슴으로 사랑을 느끼는, 청량한 설렘의 순간 대학생활은 끝났지만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어 고민하던 ‘용준’(홍경). 엄마의 등쌀에 떠밀려 억지로 도시락 배달 알바를 간 ‘용준’은 완벽한 이상형 ‘여름’(노윤서)과 마주친다. 부끄러움은 뒷전, 첫눈에 반한 ‘여름’에게 ‘용준’은 서툴지만 솔직하게 다가가고 여름의 동생 ‘가을’(김민주)은 용준의 용기를 응원한다. 손으로 말하는 ‘여름’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 더 잘 듣기보단 더 잘 보고 느끼려 노력하지만, 마침내 가까워졌다 생각하던 찰나 ‘여름’은 왜인지 자꾸 ‘용준’과 멀어지려 하는데… 감독: 조선호 출연: 홍경, 노윤서, 김민주 유난스러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쌀쌀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길목. 영화 <청설>이 여름, 가을 자매. 용준과 함께 부산을 찾아왔다. 영화를 보기 전엔 ‘누가 봐도 여름에 딱 맞는 영화인데 왜 이 애매한 시기(정식 개봉은 11월)에 관객들을 찾아온 걸까’ 싶은 아쉬움이 있었지만, 스크린을 가득 채운 싱그러운 여름과 배우들의 말간 얼굴은 이 아쉬움을 깨끗하게 씻어내는 걸로도 모자라 사뭇 차가워진 공기에 풋풋하고 따뜻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모든 청춘 배우들에게 바라는 점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데뷔 초 또는 20대에 꼭 풋풋한 청춘 로맨스를 찍어줬으면 한다는 것이다. 다시 돌아보기 부끄러울 만큼 오글거리는 청춘물도 좋고 올타임 레전드로 남을 로맨스를 찍어준다면 더 좋다. 올해 나이 29세로 (촬영 당시엔 28세) 마지막 20대를 보내고 있는 홍경 배우는 <청설>을 ‘처음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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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IFF 데일리] 이례적이지만 흠잡을 곳 없는 개막작
  • [BIFF 데일리] 이례적이지만 흠잡을 곳 없는 개막작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전,란> 리뷰 줄거리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선조’(차승원)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감독: 김상만 출연: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 독립 영화를 중심으로 개막작을 선정하던 부산국제영화제에서 OTT 영화. 그것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OTT 영화가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10월 2일 영화제의 개막을 앞두고 진행된 기자회견에선 'OTT 영화인 <전,란>을 개막작으로 선택한 이유’를 묻는 질문과 응답이 연속적으로 오갔다. 박도신 부집행위원장은 이에 대해 ‘대중적이고 재밌고, 완성도가 높은 영화이며 OTT 작품에도 문이 열려있음을 말씀드리기 위해’ <전,란>을 개막작으로 선정했다고 답했다. 이후 시대가 어떻게 변할지 <전,란>의 개막작 선정이 앞으로의 시장을 어떻게 바꿀진 알 수 없지만 일단 <전,란>은 박도신 부집행위원장의 말처럼 대중적이고 재밌고 완성도 높은 영화다. 쟁쟁한 배우들과 양면에 각각 다른 색을 장착한 각본, 다방향으로 치고 나오는 다채로운 액션, 빠르게 돌파하는 과감함까지 모두 갖춘, 흠잡을 곳이 없는 작품이다. <전,란>은 선조의 재위 기간에 일어난 임진왜란의 전, 후사를 배경으로 하고있다. 영화는 비슷하지만 다른 운명을 타고난 두 남자 종려와 천영의 우정과 증오, 각자의 눈으로 시대를 바라보는 다양한 인물들의 의지를 연료 삼아 나아간다. 그리고 흑과 백, 적과 청, 진실과 오해를 맞붙여 스파크를 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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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IFF 데일리] 다시 오지 않을 시절에게
  • DIRECTOR. 촹칭션(CHUANG Ching-Shen) CAST. 천옌페이(Yan-fei CHEN), 항첩여(Chloe XIANG), 치우이타이(Yitai CHIU) 외 PROGRAM NOTE. 1997년. 제1여고 입학시험에 실패한 아이는 엄마의 강압에 못 이겨, 제1여고의 야간 학생이 된다. 같은 교복을 입지만 명찰의 색이 다른 주야간의 학생들은 교실을 공유하는데, 아이는 주간 학생 민과 책상을 나눠쓰게 되면서 단짝 친구가 된다. 민과 함께 민의 교복을 입고 주간 학생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던 아이는 어느 날, 루커를 만나 미묘한 설렘을 느끼게 된다. 아련한 추억의 장소이기도 하지만 학업 성취도에 따른 계급 사회의 축소판이기도 했던 그 시절의 학교를 배경으로, <우리들의 교복 시절>은 십 대들의 사랑과 우정, 좌절과 성장의 스토리를 담백하고 솜씨 좋게 풀어 간다. <침묵의 숲>(2020)으로 금마장 신인배우상을 수상한 진연비(천앤페이)를 비롯한 대만의 연기파 신인배우들이 주연을 맡아 풋풋한 성장 드라마를 완성했다. (박선영) 생각해 보면 조금은 이상한 시절이었다. 모두 똑같이 소중하다는 말이 교과서 속 혹은 박물관의 유리벽 속에나 존재하던 시절. 모두 똑같이 소중한 제일여고 학생이라면서 주간반과 야간반 학생들의 명찰 색깔을 다르게 하고, 거기에 굳이 태양과 달이라는 의미까지 부여해 달이 발광체인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만드는 것이 정말로 "똑같은" 것일 리 없다. 역시나 주간반과 야간반에게는 입학 첫 날부터 사뭇 다른 공지사항이 주어진다. 입시를 대하는 1997년 대만 풍경은 한국 사람들에게도 꽤나 익숙하다. 구체적 양상은 조금씩 달라도 큼직한 정서만큼은 같다. 아이의 어머니가 아이에게 한 "여자는 사범대가 제일이야" 같은 말, 당시 훨씬 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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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로 보는 노벨문학상
  • 2024년 10월 10일 목요일, 새로운 역사가 쓰여졌습니다. 바로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 유수의 작품을 쓴 작가 ‘한 강’이 한국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인데요. 스웨덴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 작가의 작품을 설명하며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수상을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들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다시 한번 수상을 축하합니다! 한 강 <채식주의자> + 영화 <채식주의자> 아니 에르노 <사건> + 영화 <레벤느망> 올가 토카르추크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 영화 <스푸어> 도리스 레싱 <그랜드마더스> + 영화 <투 마더스> 토니 모리슨 <빌러비드> + 영화 <비러브드> *image: https://han-kang.net / 각 도서별 출판사 영화 <채식주의자>(2010), 임우성 줄거리 꽃이, 나무가 되고 싶었던 그녀... 채식주의자 영혜 예술을 향한 욕망에 사로잡힌 그... 민호 두 사람과 함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싶었던 또 다른 그녀... 지혜 어느 하나 다를 것 없는, 그 누구보다 평범한 삶을 살아온 영혜는 돌연 채식주의를 선언한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채식주의 선언은 그녀의 남편을 비롯한 다른 가족들을 당황스럽게 한다. 가족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던 어느 날, 고기를 먹지 않는 영혜에게 그녀의 아버지는 고기를 먹을 것을 강요하며 폭력을 휘두르고, 급기야 영혜는 발작을 일으키며 과도로 손목을 긋는다. 한편 민호는 계속되는 슬럼프에 괴로워하던 중 아내로부터 처제인 영혜가 스무 살까지 몽고반점이 남아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강렬한 예술적 영감에 사로잡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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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쑤저우강', 환상과 현실에 얽힌 두 개의 사랑
  • 영화 <쑤저우강(蘇州江)>은 강물처럼 흐르는 시간의 흐름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두 개의 사랑 이야기를 매혹적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쑤저우강은 아름답기로 유명한 도시인 소주(蘇州)에서 상하이의 황포강으로 흘러들어 가는 강입니다. 쑤저우강의 물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영화는 마치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유영하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로우예(婁燁) 감독은 1965년 생으로 상하이가 고향입니다. 이 영화는 3O대 중반에 익숙한 장소에서 찍은 감독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비디오 촬영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보고 들은 사실에 영감을 받아 시나리오를 쓴듯합니다. 영화는 이름도 얼굴도 나오지 않는 비디오 촬영기사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화자(話者)의 시선은 관객이 무대 뒤를 엿보는 듯한 느낌을 주며, 그로 인해 영화는 어딘가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감독은 영화를 다큐멘터리를 찍듯이 영상을 구성했습니다. 핸드헬드 촬영으로 흔들리는 영상이 주는 불안정한 감각은 등장인물들의 혼란을 관객이 느끼게 하며, 영화 전체에 미묘한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섬세하게 감정을 표현해 내는 배우들의 연기는 관객들을 영화에 빠져들게 합니다. 여주인공 저우쉰은 1인 2역(메이메이와 무단 역)을 맡아 두 개의 사랑 이야기를 서로 다른 캐릭터로 풀어냅니다. 각기 다른 두 인물을 연기하면서도 두 사람의 공통된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여, 두 사랑 이야기가 결국 하나로 연결되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은 1인 2역의 여주인공을 보며 두 사람이 결국 같은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그런데 화자(話者)는 우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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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누구도 보여주지 않은 '조커'와 '아서'의 내면세계
  • <조커 : 폴리 아 되>와 <조커>에 대한 강력한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설왕설래가 굉장하다. CGV의 에그지수는 진작 박살 난 지 오래고, 로튼토마토 지수도 예상외로 낮게 나오고 있다. 일부 평론가들은 영화 안에서 아서가 취한 태도가 빌런 '조커'와 상충된다고 주장한다. 심지어는 '조커;를 인질 잡아 토드 필립스가 객기 부린 것에 불과하다는 유튜브 속 평론가도 있다. 그들의 주장은 간단하다. '조커' 보러 왔으면 악랄하고 강력한 빌런을 보고 싶어 하지 이런 내용을 원하는 게 아니다는 점이다. 관객들이 기대한 건 자신의 악함을 깨달은 조커가 사회를 뒤집어 1편과 유사하게 반향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이 <조커 : 폴리 아 되>는 충격적인 플롯을 띄고 있다. 그 충격의 방향이 <조커> 1편의 형태가 아니다. 그 <조커> 1편의 위에서 아서의 뇌를 들여다보는 듯한 플롯으로 많은 팬들에게 충격을 선사하는 줄거리를 띄는 것이 이 <조커 : 폴리 아 되>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글쓴이는 위에서 언급한 이 영화 <조커 : 폴리 아 되>에 대해 '1편의 후속작이 아니다'라는 비판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완벽하게 조커가 된 아서 플랙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첫 번째 근거. 두 영화의 플롯은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우선 <조커>의 플롯부터. 아서 플랙은 어머니와 함께 사는 남자다. 인생에 재미라곤 없다. 우울한 아서 플랙. 번듯한 직업이나 모아놓은 돈 같은 거 없다. 대신 있는 건 정신질환이다. 느닷없이 하하하하 웃는 아서 플랙. 뜬금없이, 그것도 기괴하게 웃는 터라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 취급한다. 이런 아서에게도 꿈이 있다. 바로 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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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을 위해 억지로 찍어낸 비극의 -The end-
  • 삶을 위해 억지로 찍어낸 비극의 -The end-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SF, 뮤지컬 러닝타임 : 148분 감독 : 조슈아 오펜하이머 출연 : 틸다 스윈튼, 조지 맥케이, 모지스 잉그럼, 마이클 섀넌, 브로나 갤러거 개인적인 평점 : 3 / 5 쿠키 영상 : 없음 <디 엔드>는 <액트 오브 킬링>, <침묵의 시선>으로 국내에서도 긍정적인 평을 받았던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조슈아 오펜하이머의 신작이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SF, 아포칼립스, 뮤지컬 장르가 섞인 영화지만 앞서 그가 보여줬던 깊은 통찰력과 고뇌는 그대로 담겨있는 작품이다. 알 수 없는 재앙이 일어난 듯한 지구. 한 부유한 가족은 소금 광산을 아름답고 편리하게 꾸민 후 그 안에서 삶을 이어간다. 엄마, 아빠, 아들, 그리고 엄마의 친구와 집사, 의사. 이들은 나름의 체계와 각자의 역할을 지키며 균형 잡힌 세상을 만든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소녀가 광산 안으로 흘러들어온다. 바깥세상에서 살다 온 소녀는 가족들이 애써 외면해온 세상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을 건드리기 시작하고 굳건했던 그들의 세상이 조금씩 흔들린다. <디 엔드>는 살기 위해 망각을 선택한 어른들의 이야기다. 영화는 완벽하게 행복해 보이는 가족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모든 게 바다 밑으로 사라진 세상에서 살아남은 이 가족은 행복하고 완전한 가족의 삶을 노래한다. 시들지 않는 꽃, 아름다운 그림, 번영할 우리 가족. 무너진 바깥세상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듯한 이 광산은 외부인의 침입이 불가능한 요새 구조로 되어있고 먹거리를 구할 생태계도 잘 조성되어 있으며 주요 동력이 될 불은 앞으로 100년은 더 타오를 것이다. 이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은 아들이 만들고 있는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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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찬욱이 사랑한 말러의 음악
  • 영화감독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곡가라고 하면 여러분은 누가 떠오르시나요? 저는 '구스타프 말러'를 뽑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이름은 생소할지 몰라도 그의 음악을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특히 국내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에서 말러의 음악이 중요한 장치로 등장해 관객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구스타프 말러'는 감정적 깊이와 철학적 주제를 담은 교향곡으로 유명한 후기 낭만주의 작곡가입니다. 그는 '교향곡 제5번' 등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성악을 결합한 작품으로 독창성을 드러냈습니다. 생전에는 지휘자로 주목받았지만, 그의 음악은 후대에 재평가되어 현대 클래식 음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박찬욱을 포함해 마틴 스콜세지, 짐 자무쉬, 알폰소 쿠아론 등 영화 감독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현재까지도 다양한 영화의 사운드트랙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럼, 말러의 음악이 흐르는 영화를 관람하러 떠나볼까요? **말러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플레이리스트가 10월 24일 (목)에 씨네픽 유튜브 계정에 업로드될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헤어질 결심>, 박찬욱 줄거리 산 정상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변사 사건. 담당 형사 '해준'은 사망자의 아내 '서래'와 마주하게 된다.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 남편의 죽음 앞에서 특별한 동요를 보이지 않는 '서래'. 경찰은 보통의 유가족과는 다른 '서래'를 용의선상에 올린다. '해준'은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 탐문과 신문, 잠복수사를 통해 '서래'를 알아가면서 그녀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느낀다. 한편, 좀처럼 속을 짐작하기 어려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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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놈’과 노랠 부르며 마지막 춤을 출거야
  • 베놈 업고 튀어 이 영화의 주인공은 도망자가 된 남자 에디 브룩(톰 하디)다. 카니지와의 결전 이후 오명을 쓰게 된 에디. 경찰 패트릭 멀리건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이제 도망만 가면 된다. 하지만 느닷없이 우주의 힘에 이끌려 다른 우주로 끌려갔다. 끌려간 곳은 아이언맨과 타노스가 결전을 벌이고 있던 멀티버스였다. 바텐더에게 이상한 소리를 한참 늘어놓던 에디. 그러던 도중 또 갑자기 원래 살고 있던 시간선으로 이동했다. 혼란스러운 에디와 브룩. 멕시코를 떠나 어디든 도망쳐야 한다는 건 에디나 베놈이나 같은 생각이었다. 본격적으로 도망갈 준비를 앞둔 에디와 베놈. 이런 에디와 베놈을 널(앤디 서키스)가 노린다. MCU가 뭐죠 이 영화에서 두드러지는 가장 큰 장점은 마블 세계관에 의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근 마블과 관련된 슈퍼히어로 영화/드라마들이 가진 특징이 있다. 바로 세계관의 다음단계를 위한 발판이 됐다는 점이다. <앤트맨과 와스프 : 퀀텀매니아>가 가 그 예시였다. 전자 ‘앤트맨 3’ 같은 경우를 생각해 보면 앤트맨이 뭔가 이 MCU에서 대단한 역할을 할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왜? 이 영화에서 앤트맨이 슈퍼히어로로서 다음 스태프로 넘어간다는 장치가 별로 없다. 구체적으로 이 영화에는 정복자 캉이 얼마나 강한지, 또 앤트맨의 딸 캐시가 ‘영 어벤저스’로 활약할 거라는 암시만 있다. 앤트맨이 아버지 역할로서 노력한다는 건 사실 ‘앤트맨’ 1,2편과 어벤저스 시리즈만 봐도 알 수 있는데 3편에서 굳이 동어반복이 이뤄졌다. 이 <베놈 : 라스트 댄스>는 다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스파이더맨 세계관에 힌트를 굳이 얻지 않았다. 우선 첫 장면이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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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토록 친밀한 존재의 배신에도 불구하고
  • 다들 이야기한다. 부모만큼은 자식을 믿어야 한다고. 하지만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거짓말을 하고, 그걸 알게 된 부모는 속상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온전히 아이를 믿는다는 건, 사실 말처럼 쉽지 않다. 어디까지 아이를 믿어야 할까?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다면, 어느 정도까지 그 잘못을 추궁하고 훈계해야 할까? 부모라면 누구나 맞닥뜨리는 어려운 문제다. 영화 <보통의 가족>은 부모가 자식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작품이다. 제목에 '보통'이 들어가지만, 사실 영화의 주요 인물들은 사회적 지위와 좋은 직업을 가진 상류층이다. 이들의 자녀는 좋은 교육을 받고 최고의 환경에서 학창 생활을 보내고 있다. 영화의 원작은 네덜란드 작가 헤르만 코흐의 “더 디너”로, 원작과는 여러 차이점이 있지만 상류층 두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점에서 영화는 나름 의미 있는 선택을 했다. 이들의 지위는 자녀들의 법적 문제조차 덮을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 지점에서 부모로서의 역할과 자녀의 미래에 관한 고민이 복잡하게 얽힌다. [첫 번째 감정] 형 재완의 안정감 변호사로서 성공한 재완(설경구)은 법적 문제가 생긴 상류층 자녀를 변호하며 형량을 최소화하려 애쓴다. 그가 변호사로서 내리는 판단에는 상대방이 저지른 일이 얼마나 나쁜지에 대한 윤리적 판단이 포함되지 않는다. 그는 단지 법적 테두리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고 그 방향으로 일을 진행한다. 그 과정에서 재완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냉정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임무를 수행한다. 이러한 태도는 일을 진행하는 데 있어 그에게 안정감을 부여하며, 그 안정감은 자신의 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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