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4-08 12:08:42
4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역대 박스오피스 20위에 오른 <파묘>
알려줘 흥행 멈추는법
<파묘>의 흥행독주. 역대 박스오피스에서도 20위까지 올랐다는데요!
이번주 박스오피스 분석 함께해요
[국내박스오피스]
이번 주말에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파묘>. <파묘>는 지난 2월 22일 개봉 이후 단 하루를 제외하곤 1위를 놓치지 않았는데요. 국내 역대 박스오피스 순위에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해운대>를 넘어서며 20위에 올랐습니다. 1200만 명을 넘기게 된다면 <변호인> <부산행>, <택시운전사>를 제치며 17위에 오르게 되는데요. 과연 <파묘>는 또 한 번의 역사를 쓸 수 있을까요?
[북미박스오피스]
영화 <고질라X콩:뉴 엠파이어>가 2주 연속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르며 누적 매출액 1억 3000만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한편 개봉주 2위에 오른 <몽키맨>이 누적 매출액 1000만달러를 기록, 3위에 오른 <고스트 버스터즈: 오싹한 뉴욕>이 8000천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Relative contents
-
- 나의 올드 오크 | 노장이 마지막으로 건네는 당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어느 날, 정부에서 허가한 시리아 난민들이 영국 북동쪽 폐광촌에 집단 이주를 한다. 마을 주민들은 난민을 전혀 환영하지 않는다. 탄광이 문을 닫은 후 경제 침체가 이어지고, 빈 집이 늘어나고, 부동산이 헐값에 팔려 나가며 분위기가 어둡기 때문. 자연히 난민과 주민 사이에서는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 오래된 펍 ‘올드 오크’를 운영하는 ‘TJ’(데이브 터너)는 사진작가를 꿈꾸는 '야라'(에블라 마리)를 만난다. TJ는 야라의 고장 난 카메라를 고쳐주고, 야라는 TJ의 슬픔을 위로하면서 우정을 싹틔우기 시작한다. 그 사이 '올드 오크’ 앞 길거리에는 어느덧 훈풍이 불어오기 시작한다.
켄 로치 그 자체인 은퇴작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과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켄 로치 감독. '블루칼라의 시인'이라 불리는 그가 거장이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눈에 보이는 성과부터 압도적이다. 칸 영화제에만 14회 초청받았고, 황금종려상 2번과 심사위원상 3번을 수상했다. 하지만 그의 영화 철학은 호불호가 나뉘기도 한다. 미학적으로 독특하고 새로운 연출을 선보이기보다는 정치적 이슈에 지나치게 천착한다는 지적도 때때로 받기 때문.
1997년 '키노' 기사만 봐도 그의 지향점을 확인할 수 있다. '싸우는 작가주의에 대하여' 인터뷰에서 그는 "역사를 탐구하여 민중들에게 그들의 역사를 되돌려 주는 것은 감독으로서 갖는 책임 중 하나인 것이다. 왜냐하면 역사야말로 미래를 여는 열쇠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과거에 대한 민중의 생각을 조정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이라 덧붙이기도 했다.
은퇴작 <나의 올드 오크>에서도 켄 로치는 자기 신념을 또 한 번 스크린 위에 그려냈다. 잉글랜드 북부 폐광촌 주민의 아픔과 이민 및 난민 문제를 함께 다룬다. 실패한 과거를 반추해 새 미래를 만들자고 손을 내민다. 켄 로치의 이 제안은 거부하기 어렵다. 영화의 휴머니즘이 다소 나이브하고, 감상적으로 보이는데도 불구하거. 러닝타임 113분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마법을 켄 로치가 부리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야라의 사진이 달라진 이유
<나의 올드 오크>는 여러 장의 사진으로 시작한다. 전쟁을 피해 시리아에서 잉글랜드까지 건너온 소녀 '야라'. 사진작가를 꿈꾸는 야라는 잉글랜드의 거리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오프닝 시퀀스는 그녀의 사진을 하나씩 보여주고, 배우들의 대사와 주변 소음을 사진에 더했다. 카메라에 담긴 거리와 사람은 적대적이고, 배타적이다. 왜 허락 없이 사진을 찍냐고 항의하며 그녀의 카메라를 빼앗아 렌즈를 부술 정도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사진은 정반대다. 동네 주민들은 한 데 모여 그간 야라가 찍은 사진을 같이 감상한다. 사진 속 사람들의 모습도 판이하다. 야라를 경계하던 눈길은 없다. 체육대회에서도, 미용실에서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포즈를 잡고, 미소 짓는다. 그녀의 사진을 대하는 태도도 따뜻하고 친절하다. 멋진 사진을 찍어줘서 고맙다고 말할 정도다. 야라는 더 이상 외부인이 아니다. 마을 공동체의 일원이나 다름없다.
이런 변화가 하늘에서 뚝 떨어질리는 없는 법. 영화 시작과 끝의 분위기가 상이한 데는 당연히 이유가 있다. 그 까닭을 설명하는 일은 TJ의 몫이다. 마을 사람들의 표정이 왜 어두웠는지, 왜 길거리에서 적대적이었는지, 또 그들의 마음이 바뀐 계기는 뭔지... TJ는 목격자, 증인, 당사자로서 그들의 입장을 담담히 대변한다. 그 중심에는 영국 북부의 가슴 아픈 현대사가 위치한다.
아픈 과거가 낳은 현재의 갈등
야라가 도착한 마을은 음울하다. 탄광이 폐쇄된 이후로 살아날 기미가 안 보이는 마을. 마을 집값은 나날이 떨어지고, 외국계 기업이 부동산을 싹쓸이하면서 주민들의 불만은 커진다. 시리아 난민에게는 정착을 도와줄 기부금과 물품이 전달되지만, 가난한 마을 어린이들에게는 아무런 지원도 없다. 주민들은 40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킨 TJ의 술집 '올드 오크'에서 회포를 풀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그러나 난민이 점점 늘어나자 올드 오크도 선택의 기로에 선다. TJ의 친구 찰리는 술집 안쪽 빈 공간을 빌려달라고 요청한다. 과거 광부들의 파업을 기록한 사진만 걸린 채 안 쓰이고 있으니, 주민들이 난민들을 성토하고 대책을 세우는 공론장으로 쓸 수 있게 해 달라는 것. 한편 TJ와 새로 친구가 도니 야라도 같은 공간을 쓸 수 있냐고 물어온다. 주민과 난민 가리지 않고 함께 밥을 먹으며 추억을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면서.
TJ는 누구의 편도 쉽게 들지 못한다. 야라와 난민에게 죄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 역시 찰리와 주민들의 아픈 과거를 마음속 깊이 공유하기 때문. 한 때 삶의 의욕을 잃었던 TJ는 우연히 자기 목숨을 구해준 강아지에게 '마라(Marra)'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Marra'는 광부들이 사용하던, 단순한 친구 그 이상의 깊은 관계를 뜻하는 단어다. 이처럼 강아지 이름만 봐도 TJ가 광부였던 아버지와 마을의 과거를 못 떠나보냈음을 알 수 있다.
증오를 빌려 희망을 전하다
하지만 마라의 죽음을 목격한 후에 TJ는 달라진다. 마라는 시리아 난민을 괴롭히는 불량배들에게 공격당해 죽었다. 마라를 잃어 슬픔에 빠진 그의 옆에는 야라와 그녀의 어머니가 있다. 그들은 J를 진심으로 위로한다. 야라는 자기 아버지 이야기를 하며 아끼고 사랑하는 이를 잃는 슬픔을 공유한다. TJ가 야라의 카메라를 고쳐주며 그녀의 꿈을 응원했듯이, 야라도 TJ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이에 힘입어 TJ는 술집 안쪽 공간을 주민과 난민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그곳에서 과거 광부들이 파업할 때처럼 무료로 음식을 만들어 나누고, 추억을 쌓는다. 그렇게 시리아 난민들은 공동체의 일부가 된다. 야라의 카메라를 고쳐준 TJ의 선의와 올드 오크의 공간을 개방하자던 야라의 제안이 바꾼 풍경이다. 이처럼 <나의 올드 오크>는 사회적 이슈를 환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솟아나는 인간애에 주목한다.
<나의 올드 오크>가 난민 증오의 양상을 생생히 표현하기에 TJ의 변화와 선택은 더 감동적이다. 영화는 잉글랜드 북부 사람들의 설움이 증오로 이어지는 과정을 비춘다. 찰리가 대표적이다. 찰리는 TJ의 절친이다. 그의 약혼식에서 TJ가 축하 연설을 했을 정도다. 그랬던 그가 올드 오크를 테러한다. 자신과 지역 주민이 아닌 난민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이에 더해 온라인상에서도 TJ에 대한 비난이 이어진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TJ의 일침은 유달리 귀에 잘 꽂힌다. 그는 찰리에게 말한다. “삶이 힘들 때 우린 희생양을 찾아. 절대 위는 안 보고 아래만 보면서 우리보다 약자를 비난해. (...) 약자의 얼굴에 낙인을 찍는 게 더 쉬우니까.” 이 대사에서는 아픔을 증오로 배설하는 대신, 포용과 배려로 승화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 일인지 절절히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켄 로치는 마지막까지 시민 공동체의 가능성을 믿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따뜻하거나 감상적이거나
다만 비판적으로 볼 여지도 있다. 소재의 심각성에 비해 영화의 태도가 다소 편의적인 인상이 남기 때문. <나의 올드 오크>는 일견 중립적이다. 지역 주민들의 소외감을 먼저 보여준 뒤, 그 반대편에서 난민에 대한 경계심과 심리적 장벽이 무너지는 과정을 대조한다.
그런데 갈등이 해소되는 과정은 다소 감상적이다. 극 중 주민들의 반발은 광산이 닫힌 이후 마을과 주민을 도외시한 영국의 역사적, 정치적, 사회적 문제가 한 데 뭉쳐서 튀어나오는 분노에 가깝다. 그런데 영화는 그들의 절규를 전혀 다른 윤리적, 도덕적 차원으로 끌어들이며 논점을 흐리는 듯 보이기도 한다.
일례로 영화는 야라의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에 그녀를 위로하는 사람들과 찰리와 뜻을 같이하는 주민을 대조한다. 이에 더해 영국과 유럽 내에서 발생하는 난민 범죄는 일절 보여주지 않는 반면, 찰리와 친구들의 범죄는 자세히 묘사한다. 자연히 전자는 선, 후자는 악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주민들의 분노 역시 막연한 증오와 혐오로 치환돼 인식되기 쉽다.
즉, <나의 올드 오크>는 사회적 갈등의 본질을 더 치열하게 추적하는 대신 이분법적으로 단순화한다. 또 감정적으로 원만하게, 봉합하는 데서 그친다. 그렇기에 인본주의적이고 따뜻한 결말도 시각에 따라서는 교묘하게 논의의 장을 뒤트는 시도처럼 보일 수 있다.
지극히 품격 있는 퇴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켄 로치의 비범한 필모그래피의 끝을 장식하기에는 이보다 적절한 마무리를 떠올리기 어렵기도 하다.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고, 명성에 비해 아쉬운 지점도 존재하지만, 작품 전반에서 시대를 풍미한 거장의 기품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기 때문.
특히 "당신이 민중의 과거에 대한 생각을 조절할 수 있다면 당신은 그들의 현재를 재조정할 수 있고 현재를 조정하게 되면 결국 그들의 미래를 바꿀 수 있게 되는 것"이라는 신념을 끝까지 견지하는 노장의 용기와 미덕을 마지막으로 가슴에 새길 수 있는 기회이기에 <나의 올드 오크>는 분명 특별하다.
Acceptable 무난함
거장의 따뜻한 희망과 노장의 마지막 바람이 부디 헛되지 않기를
-
- 가을과 함께 돌아온 넷플릭스 10월 공개작
여러분 ~ 추석 연휴의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계신가요?
그래도, 10월에는 대체 공휴일이 많아 행복한 달입니다!
대체 공휴일에는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이시라면,
씨네랩이 추천하는 10월 공개작을 보는건 어떨까요?
공포, 스릴러 장르가 유독 많으니 스릴러 덕후분들은 당장 넷플릭스로 GO �
1. 더 길티 - 안톤 후쿠아
스릴러, 드라마 ㅣ89분
10월 01일 공개
synopsis
911 전화 교환원으로 좌천된 경찰관.
심각한 위험에 처한 누군가가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를 구하기 위한 추적에 매달린다.
수화기 너머의 진실이 밝혀지고
심판의 순간이 올 때까지.
★ 2019년 개봉한 영화 <더 길티>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제이크 질렌할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었습니다.
<백악관 최후의 날>, <이퀄라이저> 시리즈, <사우스 포> 등의 연출을 맡은
안톤 후쿠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입니다.
시놉시스만 보면, 영화 <더 콜>이 생각나는데요.
과연 원작을 어떤식으로 재해석 했을지 궁금해지네요! :)
2. 다이애나 : 더 뮤지컬 - 크리스토퍼 애슐리
드라마, 뮤지컬 ㅣ117분
10월 01일 공개
synopsis
전 세계로 중계된 '세기의 결혼' 부터
영국 왕실과의 결별까지.
故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파랑만장했던 삶이
뮤지컬로 되살아난다.
촬영은 브로드웨이 공식 개막에 앞서
관객 없이 진행되었다.
★ 영화 <다이애나 : 더 뮤지컬>은 무관중 무대 공연을 녹화한 영화입니다.
비운의 다이애나 비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은 <해밀턴>의 실황촬영을
한 팀이 <다이애나>의 촬영을 맡았다고 합니다.
3. 네 집에 누군가 있다 - 패트릭 브라이스
공포,스릴러 ㅣ94분
10월 06일 공개
synopsis
오즈번 고등학교에 다니는
마카니와 친구들을 덮친 공포.
누군가가 학생들의 비밀을 폭로하고
그들을 죽이려 한다.
가면에 가린 정체를 밝혀야 한다.
살인을 막아야 한다!
★ 영화 <네 집에 누군가 있다>는 2017년 출간된 스테파티 퍼킨스의
동명의 베스트 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다재다능한 한국계 배우 시드니 박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기묘한 이야기> 제작사와 <컨저링> 제작사가 만든 공포 영화라는 점은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큰 관람 point 일 것 같습니다.
4. 피버 드림 - 클라우디아 로사
공포,미스터리,스릴러,드라마 ㅣ93분
10월 13일 공개
synopsis
어린 딸과 시골로 휴가 온 아만다.
마을 주민인 카롤라를 만나 가까워진다.
하지만 왜인지 자꾸 자기 아들을 조심하라고
말하는 카롤라.
이곳에 떠도는 기이하고 불길한 공기의
정체는 무엇인가.
★ 영화 <피버 드림> 또한 사만타 슈웨블린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다양한 수상 경력을 가진 페루 감독 클라우디아 로사가 연출을 맡았습니다.
5. 나이트 티스 - 아담 랜달
공포, 액션, 범죄, 스릴러 ㅣ 107분
10월 20일 공개
synopsis
핫한 파티장까지 안전히 모시겠습니다!
아름다운 두 여성을 승객으로 태운 운전기사..
그런데 이 둘, 왠지 모르게 수상하다.
불길한 예깜은 정확한 법.
오늘 밤, 살기 위한 발악이 펼쳐진다.
★ 영화 <나이트 티스>는 <범블비>, <알리타 :배틀엔젤>에
출연했던 조지 렌더보그 주니어가 주연을 맡았고,
메간 폭스도 등장하여 화제를 모았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Ria
-
- 행복해지는 과정을 설명하는 데 걸리는 시간 318분
행복이 뭘까? 사랑하는 사람들이랑 같이 있으면 행복해질까? 아니면 맛있는 걸 먹으면? 요기요로 치킨 시켜 먹으면 행복해질까? 사고 싶은 것들을 사면 행복할까? 26년 인생 전부를 고민해서 결론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동분서주해본 바 난 아직도 잘 모르겠다. 넷플릭스를 통해 보고 있는 <퍼니셔>에서는 주인공이 '행복이란 치명타를 날리기 위해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또 어제 2년 만에 만난 여사친과의 대화에서의 나는 "'이만하면 됐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인생의 업보가 굴러들어 온다"라고 말했다. 이 두 정의를 다른 말로 한다면 '행복이란 있다가도 없는 것'이나 '행복하면 그에 맞게 좌절이 따라올 수밖에 없는 것'이 될 것이다.
이런 결론을 내기까지의 나는 사람에게 있어 행복은 극히 드물다는 염세주의 때문에 이런 생각을 가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고등학생 땐 버거운 학교 스케줄 때문에 힘들고. 대학생 때는 '왜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재미를 찾지 못했지' 싶어 괴롭고. 사회인이 되기 전 지금 순간은 공부하는 게 어려워서 짜증 난다. 행복한 순간이 과연 나에게 언제 찾아오나 싶다. 아니, 사실 내가 쓴 글에 의하면 인생은 절대 완벽하게 모든 걸 가져다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면 애초부터 행복하다는 것은 살아있는 동안 전부 느끼기는 어려운 게 아닐까? 만족하다가도 어떤 것에 싫증이 나면 불행에 빠지기 쉬우니까. 내가 뭘 대단하게 성장해서 인격이 성숙해져도 갈등, 좌절, 실패, 불안, 뭐 그런 것들은 항상 나를 따라왔다. 행복한 인간이란 어쩌면 불가능한 꿈을 꾸는 게 아닐까. 그럴 때마다 영화를 튼다. 내 삶의 행복했던 순간을 투영하고 또 돌아보기 위해서다. 이런 우리에게, 또 나에게 5시간 18분짜리 작품이 기다리고 있다. 포스트 고레에다 히로카츠, 아니 '제1의 하마구치 류스케'의 데뷔작을 찾아 나서보자.
1) 어떤 것에 대한 영화인가요?
네 명의 친구가 있다. 사쿠라코. 후미코. 준. 아카리다. 이들은 사회에서 만난 친구로 여느 때처럼 호호 수다를 떨고 있다. 마음이 잘 맞았기 때문에 각자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넷. 즐거운 소풍을 마치고 후미는 자기가 아는 워크숍에 넷이 참석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한다. 워크숍에 참석한 친구들. 그렇게 워크숍 강사의 프로그램을 끝마치고 뒤풀이 자리에 합류한다. 그곳에서 친구들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준이 폭탄선언을 한다. 나. 이혼을 준비 중이야. 심지어 바람도 피웠어. 네 명의 친구 중에는 불륜에 아픈 기억이 있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리액션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 물론 굳이 이것 때문이 아니더라도 깜짝 놀란 반응을 선보이는 친구들. 준은 친구 네 명에게 이혼소송 재판에 오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그 재판에서 왜 준이 불륜을 해서라도 현재의 남편과 결별할 수밖에 없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그렇게 준에 대한 이해가 분기점이 되어 세명은 각자가 처해있는 상황과 결혼생활을 돌아보게 된다.
영화는 이 '돌아봄'을 소재로 삼았다. 돌아봄으로써 각자의 인간관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기도 하고, 사랑의 시작과 끝이 관찰되기도 하며 누구끼리는 싸우기도 한다. 소통하기 위해서는 어떤 태도를 견지해야 하는지도 알게 되고, 타인을 받아들인다는 건 무슨 뜻인지도 제시하기도 한다. 사실 이것들을 지켜보며, 주인공들이 본연의 돌아보면서 알 수 있는 건 이들의 삶이 죄다 불행함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알게 된다. 318분의 마음이 움직이는 과정을 관찰하고 보이는 엔딩신에서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이들의 인생은 불행한 순간들의 연속인데, 엔딩신에서 왠지 모를 따뜻함을 경험할 수 있다.
2) 어떤 영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이는 왜 이 영화가 '러닝타임이 318분인가?'와도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시간에 관한 영화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다 보는데 드는 소요시간이 318분이라서 그렇게 정의했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주 예'다. 감독이 바보도 아니고 아무 이유 없이 영화를 5시간 넘게 설정 할리는 없겠지? 영화는 얼핏 보면 드라마가 아니라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영화는 보통 경제적이다. 2시간 동안 한 사람에게 일어난 사건을 요약하거나, 누군가의 일대기를 축약하는 등 정해진 시간 안에 어떤 것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홍상수의 <북촌방향>이나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만 봐도 그렇다. 전자는 한 장소에서 반복해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한 이야기였고 후자는 무려 다른 평행세계에서 악당들이 침입하는 영화였던 것 다들 기억할 것이다. 근데 이 영화는 다르다. 2시간을 뛰어넘어 5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이 나왔다. 이것은 의도가 분명하다. 천천히 감정이입의 빌드업을 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친구가 되어 함께 일상을 견디는 효과를 주고 싶어 그랬던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왜,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 우리는 마음을 더 주지 않는가. 그렇게 사람들의 일상을 같이 지나며 관객들에게 똑같이 공허하고, 똑같이 외롭고, 똑같이 괴로운 일과를 더 잘 느끼게 도와준다. 그리고 단 한순간을 보여주며 완벽하진 않더라도 좋은 매개체가 될 수 있는 무언가를 보여준다. 난 이 엔딩부로 달려가는 메시지의 힘이 마음이 변하는 시간과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3) 이 영화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2번의 질문과 비슷한 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의 장점 역시 '318분'이라는 러닝타임이다. 천천히 친구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이 영화. 영화는 시간을 길게 늘였기 때문에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이혼소송을 준비 중인 준의 심리상태를 이입할 수 있게 해 준다. 준뿐만이 아니다. 다른 세 친구가 느끼는 외로움을 또 느끼게 하기 위해 역시 1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할애했다. 근데 1시간만 할애하다 끝나는 게 아니고, 그 각자의 사연마다 얽히고설킨 게 있어 집중하는데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4) 난이도가 있는 영화인가요?
대사가 많긴 하다. 집중하지 않으면 후다닥 넘어갈 수도 있다. 또 장점이라고 언급했던 '러닝타임 318분' 역시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근데 '해피 아워'를 보는 분들이라면 영화에 관심 있지 않을까? 지금 당장 왓챠가 아니면 볼 수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이해가 어려우면 되감기를 하거나 끊었다가 다시 보는 방식을 택하면 될 듯.
5) 배우들의 연기들은 어떠한가요?
여기에 나오는 배우들은 전문 배우가 아니라고 한다. 일본의 한 도시에서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가 워크숍을 열어 배우들을 모았다고 한다. 정말 솔직히 말하면 그런 티가 좀 난다.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무뚝뚝한 가 후쿠와 미사키는 뭔가 자연스러운 느낌이 있지 않았나? 여기 나오는 사람들은 좀 어색한 부분이 있다. 특히 준 역의 남편 역할 뭔가 국어책 읽는 느낌이 강했다. 그런데 뭐 보는데 지장이 있거나 그러진 않다. 무난한 디렉팅이었다.
6)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알아야 할 사실이 있나요?
없다. 무슨 사전 지식이 필요한 작품은 아니다. 아, 인물 간의 행보와 직업에 대해 염두하고 영화를 보면 감상하는 데 있어 폭 넓게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몇몇 주인공은 자기들의 욕망을 투영하고 있다. 또 엔딩신에서 두 주인공이 '무슨 소재로 대화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보자. 그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개같은 인생에서 이것이야 말로 일상을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지는 않을까 뭐 그런 기분이 들지 않을까.
7)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간단하다.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 외로운 사람. 공허한 사람. 본질적인 치유가 어려운게 사람의 상처고 또 관계 아닌가. 영화는 이들의 속내를 들여다본다.
-
- [킬링 이브 1,2,3]: 싸이코패스 살인마와 MI6 요원의 추격전, 그리고 러브스토리
▶싸이코패스 살인마와 MI6 요원의 추격전, 그리고 러브스토리
서로 다른 조직에서, 서로 다른 목표로 일하지만 소름 끼치게 닮은 이브와 빌라넬. 이브는 MI6 요원이고, 빌라넬은 싸이코패스 살인마다. 점차 서로를 알아가는 둘이 느끼는 감정은 공포, 분노가 아닌 사랑이다. 동료를 죽이고 가족을 해친 살인마에게 끌린다는 것, 자신을 좇는 요원에게 끌린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설정이냐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드라마는 이 일을 어렵지 않게 해낸다.
핵심은 파괴적 여성 욕망이다. 젠더에 따라 굴절된 불평등한 욕망 구조로 인해 여자들의 솔직한 욕망은 늘 파괴적인 것으로 여겨져 왔다. 여자들의 욕망이 기존 질서를 뚫고 나오기 때문이다. 순종하지 않는 여성 욕망, 남자가 아닌 여자를 향하는 여성 욕망이 용납되지 않은 이유다.
살인은 파괴적 여성 욕망의 은유다. 빌라넬은 〈킬 빌〉의 우마 서먼처럼, 애초부터 사회에 순순히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갈 수 없는 ‘여왕벌’이다. 여왕벌이 여왕벌로서 존재하려면 자신을 옥죄는 주변을 ‘파괴’할 수밖에 없다.
이브만이 빌라넬의 파괴를 다르게 독해한다. 이브는 빌라넬의 파괴에서 해방감, 흥분, 전율을 느낀다. 기존의 도덕률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빌라넬에게 끌리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오랫동안 함께 일해 온 동료 대신, 서로를 아끼고 사랑했던 남편 대신 빌라넬을 선택한다.
다만 시즌이 지날수록 드라마의 전개가 처진다는 게 아쉬웠다. 이브와 빌라넬의 서로를 향한 ‘기괴한’ 욕망은 어느 순간부터 질질 끌린다. 둘 사이의 강렬함이 소진되니, 불필요한 캐릭터 설명과 개연성 없는 인물이 늘어난다. 시즌제 드라마의 어쩔 수 없는 한계기도 하겠지만 조금 짧더라도, 압축적으로 둘의 사랑을 진득하게 감상하고 싶었다는 아쉬움은 떨쳐지지 않는다.
* 본 콘텐츠는 블로거 률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 영화가 질문을 던질 때
좋은 영화는 답을 주기보다는 질문을 던진다고들 한다. 하지만 철학적인 논쟁이나 윤리적인 이슈가 있는 주제를 다루는 영화들은 대부분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감독의 의견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서복> 이전에도 복제인간을 다룬 영화는 있었고 한국에서만 대성공을 거두었던 <아일랜드>의 경우 복제인간의 인권을 인정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아일랜드>가 복제인간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액션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것인지 논의의 여지를 주려고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황우석 박사의 논문이 발표되며 복제 이슈가 뜨거웠던 당시로서는 소재만으로도 질문을 던지는 것이 가능했다. 이후 여러 논란을 거쳐 생명체를 복제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이전처럼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지금 이용주 감독은 복제인간 소재를 꺼냈다. 소재가 낡았다고 해서 영화까지 낡으라는 법은 없지만 <서복>은 소재를 가지고 논의에 들어가기보다는 소재와 논의를 보여주는 데서 그친다. 복제인간 서복(박보검 분)이 기헌(공유 분)에게 하는 질문들은 질문 자체로는 의미가 있지만 영화의 맥락과 어울리지 않아 기헌을 당황시킬 뿐이다.
<서복>이 던지려고 했던 질문들은 서복의 존재에서 파생된다. 서복은 인류의 질병을 치료하고 수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탄생했지만 뜻밖의 부작용으로 염력을 가지게 됐다. 영화에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 아쉽지만 서복을 만들어낸 임세은 박사(장영남 분)는 별도의 목적이 있었다. 임 박사의 서복 제작 동기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을 수 있겠지만 깊이 들어가지 못하며 서복의 정체성의 근간을 이루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고뇌를 잠깐 보여주는 선에서 머무른다. 비슷한 논의는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레플리카>에서 시도된 적이 있는데 역시나 액션영화로 마무리되었을 뿐이다. 아마도 임 박사의 동기에 대해서는 관객과 제작진 모두가 비슷한 의견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더 파고들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임 박사는 서복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감정적인 캐릭터가 되어버렸고 장영남이라는 배우치고 영화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퇴장한다. 서복의 탄생 동기를 둘로 나눈 건 확실한 패착이었다.
연구소의 실장 신학선(박병은 분)이 서복에 대해 던지는 질문은 '서복이 과연 인간인가'다.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고 사람처럼 말을 하고 성장하지만 서복은 실험실에서 태어났고 인간과는 다른 능력을 지니고 있다. 애초에 탄생 동기가 인류의 복지 향상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서복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 신 실장의 의견이다. 따라서 실험체로서 서복이 겪어야 하는 고통들은 신 실장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관객에게 서복이 인간이냐고 묻는다면 대다수는 인간이라고 대답할 것이며 인간이 아니라고 대답하더라도 서복이 인류의 복지를 위해 영원히 고통받아서는 안된다고 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대답을 기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서복이 박보검의 형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서복이 인간의 형상이 아닌 생명체였다면, 혹은 서복이 박보검이 아닌 다른 배우였다면 다른 대답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서복이 기헌과 함께 시장을 돌아다니는 장면에서 사람들은 모두 서복을 인간이라 인지하며 심지어 기헌에게 동생을 잘 챙기라는 연민섞인 시선마저 보낸다. 그렇기에 서복이 인간이냐는 질문은 논의를 넘어서지 못하고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거나 공감을 얻지 못한다. 동물실험마저 윤리적이지 않다는 논의가 나오는 시대에 복제인간이 인간인가/복제인간은 이용되어도 좋은가에 관한 질문은 신학선의 무자비한 캐릭터를 설정해주는 데 머무를 뿐이다.
서복을 탄생시킨 연구소 서인의 회장인 김천오(김재건 분)는 서복을 가지고 신의 역할을 하려 한다. 서복이 줄 수 있는 영생을 나눠줄 이를 악인이 선택하겠다고 한다는 발상은 꽤 낡았으며 그다지 유효하지도 않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런 일은 이미 현실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의료 시스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자와 받지 못하는 자로 나뉘는 사회에서는 이미 평균수명에서 차이가 나며 의료 혜택이 동등하게 분배되는 곳에서는 정작 의료진이 희생을 강요당하거나 의료 수준의 질이 낮다. 자세한 논의는 이미 <식코>에서 마이클 무어의 무자비한 카메라가 다룬 적이 있다. 인간이 다른 인간의 생명을 다룰 수 있는 시대는 오래 전에 도래했으며 관련 논의도 마무리된지 오래다. 차라리 사형제도 폐지 쪽이 이제는 동일 주제를 다루는 쪽에 가까워 보일 정도다. 영생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영생의 무의미함에 대해서는 뱀파이어물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 기록이 있어 <서복>은 늦은 감이 있다. 결국 회장이 다루는 주제도 마찬가지로 회장의 판에 박힌 캐릭터를 만들어 주는 역할 이상을 하지 못하며 돈에 환장한 늙은이 캐릭터조차 식상해 주제도 캐릭터도 서사에서 별다른 특이점을 제공하지 못한다.
기헌이 서복에게 갖는 질문들은 보다 복합적인 편이다. 다만 기헌의 질문들은 본인 스스로가 갖는 의문이기보다는 서복이나 다른 캐릭터들이 던지는 질문을 흡수하는 것에 가깝다. 기헌은 서복을 통해서든 아니든 자신이 가진 질병을 치료하고 더 살고 싶어하는데 정작 그이유는 알지 못한다. 서복은 기헌에게 "내가 왜 민기헌 씨를 살려줘야 하는데요?"라고 묻지만 기헌은 대답하지 못한다. 이외에도 서복은 기헌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데 기헌은 잠시 생각해 보지만 결국엔 단 하나의 질문에도 스스로 답을 도출해내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기헌은 서복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삶에 대해 생각해 보지만 이를 통해 기헌이 한 단계 성장했다는 증거는 서사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기헌은 서복에게 연민을 느끼지만 이는 앞서 언급한 대로 서복이 인간의 형상, 특히 박보검의 형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복에게서 채취한 치료제로 삶을 연장하려던 기헌은 채취 과정을 알고 나서야 서복을 보호하려 든다. 서복에게서 치료제를 채취하는 과정이 고통스럽지 않다면, 서복이 실험실에서의 삶을 누릴 수 있는 정도라면 서복에게서 치료제를 채취하는 것은 정당한가? 기헌은 서복에게 세상을 보여주고 도로 실험실로 데려오지만 스스로는 질문조차 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캐릭터다.
마지막으로 서복이 서복 자신에게 갖는 질문들은 꽤나 심오하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에 관한 질문에서 시작해서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와 같은 삶의 의미에 대해서까지 질문한다. 서복은 자신이 누구의 DNA로부터 탄생했는지 알고 있었으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그 기원을 탐구하고자 한다. 서복을 연기한 박보검은 연민을 자아내면서도 때로는 무자비하고, 사회적 규칙을 배우지 못한 어린아이이면서도 철학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하는 서복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이는 배우의 역량 부족이라기보다는 서복이라는 캐릭터를 만들면서 서사에서 자리가 온전히 잡히지 않은 데 원인이 있다. 서복은 자신의 기원을 찾아내고 인류에게 영생을 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탐구하면서도 결국엔 실험실로 돌아가길 자청한다. 단순히 기헌을 살려주기 위한 것이라면 영화 후반 서복이 내리는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 서복은 서사에서 가장 복잡하고 철학적인 인물이지만 순간의 감정에 휘둘려 행동하는 경향이 짙다. 서복의 질문들은 시사점이 많지만 논의를 시작하기보다는 철학수업 첫시간에 듣는 질문을 나열할 뿐이다.
<서복>이 비록 낡기는 했지만 매력적인 소재를 발견한 건 사실이다. 서복을 통해 인간의 정체성과 존재의 의미에 대해 탐구하고 나아가 연구 윤리와 트롤리 딜레마까지 다루려 했던 노력은 영화 곳곳에서 드러난다. 하지만 영화가 시사하려 하는 바가 캐릭터 설정에 머무른다면 박보검과 공유의 조합으로도 커버할 수 없다. 이용주 감독이 이전작들에서 보여주었던 밀도 있는 서사가 <서복>에서는 드러나지 않아 아쉽다.
*이미지 출처는 모두 네이버영화입니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레이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 취약함은 연대한다 ‘디피컬트’
블랙 프라이데이, 환경 단체가 대형 쇼핑몰을 점거하며 외친다. “1도, 2도, 3도, 오르는 기후. 소비는 반인륜적 범죄” 싼값에 물건을 사고 싶은 사람들과 소비를 막으려는 사람들은 과격하게 대치한다. 격렬한 시위 장면으로 시작하는 <디피컬트>는 기후 위기와 환경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다.
그러나 원제 ‘A difficult year’가 암시하듯 이 영화는 삶의 힘듦과 우울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환경 운동가 캑터스는 기후 우울증으로 무력감을 느낀다. 브루노와 알베르는 대출을 반복하다 감당할 수 없는 빚더미에 올라 거주지도 불분명한 신세가 됐다. 브루노는 우울증으로 자살 시도까지 했고, 알베르는 공항 저임금 노동자로 일하며 검색대를 통과하지 못한 물건을 되팔아 근근이 돈을 마련한다. 환경 운동가와 리셀러, 전혀 다른 세계를 사는 세 사람이 환경 운동으로 엮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미있는 것은 환경 운동과 가난이 맞닿는 지점들이다. 알베르와 브루노는 공짜 맥주와 음식에 혹해서 환경 단체 모임에 참여하게 된다. 이들은 기후 위기에 코웃음 치지만, 자선 바자회가 물건을 빼돌려 되팔 수 있는 기회라는 걸 알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환경 운동에 가담한다. 환경 운동에서 떨어지는 콩고물과 캑터스에 대한 알베르의 호감, 시위 현장이 주는 묘한 흥분 등은 이들로 하여금 환경 운동에 가담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이유가 된다.
빈곤과 환경 운동은 또한 같은 해법을 제시한다. 캑터스는 최소한의 소비를 실천한다. 하나의 물건을 들일 때는 하나의 물건을 버리는 식으로 자신의 한계를 유지한다. 알베르와 브루노에게 도움을 주는 경제 전문가는 물건을 사기 전에 세 번 생각해 보라고 강조한다. ‘꼭 필요한가? 정말 필요한가? 지금 당장 필요한가?’ 최소한의 소비는 환경 문제와 재정적 문제에 봉착한 개인들의 실천이자 투쟁이다.
이는 기후 위기와 빈곤이 끊임없이 달리는 자본주의 시스템이라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브루노가 자본의 중심지인 프랑스 은행을 점거하자고 설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은행이 화석 연료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기후 재난을 가속화한다는 명목을 내세우지만, 사실 그는 채무 변제 서류에 접근하려는 속내를 갖고 있다.
빚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환경 운동과 연결되는 의외의 상황들은 삶의 취약함이 여러 지점에서 우연히 연결됨을 보여준다. 우리의 우울이 결코 멈추지 않는 자본주의와 맞닿아 있음을 발견할 때 취약함은 연대한다.
-
- 사랑하는 사람과의 하루가 매일 반복된다면?
*해당 영상은 씨네 랩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팜 스프링스’의 시사회를 다녀온 뒤 제작한 영상입니다.
“오늘은 어제고, 내일도 오늘이에요…” 인생 최고의 날로 기억될 멋진 결혼식이 열리는 팜스프링스의 리조트 타임루프 세계관에 갇힌 남자 나일스에게 오늘은 100만 번째(?) 결혼식일 뿐이다. 하지만 우연한 사고로 세라가 나일스의 세상에 개입하면서 똑같았던 하루는 늘 특별한 오늘(!)이 되는데… 진짜 내일 없이 사는, 두 남녀의 썸머 코믹 로맨스가 시작된다!
-
-
- 영화 <니키리라고도 알려진> 메인 예고편
‘프로젝트(Projects)’, ‘파츠(Parts)’ 시리즈의 주인공, 사진 작가 ‘니키 투(Nikki Two)’.
그리고 그녀의 정체성을 파헤치고자 하는 ‘진짜’ 니키, ‘니키 원(Nikki One)’.
‘니키 원(Nikki One)’은 자신의 다큐멘터리 속 등장하는 ‘니키 투(Nikki Two)’가 허구이고,
자신이 ‘진짜’ 니키 리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느 니키가 진짜 니키일까?
당신이 알고 싶었던 ‘니키 리’의 모든 것!
-
- 넷플릭스 <비보의 살아있는 모험> 공식 예고편
[2021월 8월 6일, 넷플릭스 공개]
난 가야 한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노래해야 한다.
음악을 사랑하는 킨카주.
비보는 아바나에서 마이애미까지 일생일대의 모험을 떠난다.
오랜 친구가 남긴 사랑의 노래를 전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