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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현실적인 폭력을 거스르는 법
  • *영화의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한 글입니다.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 오늘 시사회는 그대로 진행됩니다. 결코 사소하지 않은 용기를 다룬 작품이니, 오셔서 많은 관람 부탁드립니다.” 이 영화에 관한 글을 쓰려면, 12월 4일 오전 9시 49분에 발송된 문자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2024년 12월 3일 늦은 밤, 초현실적인 내란 획책이 있었다. 뜬눈으로 밤을 새운 나는 지금 ‘영화 따위’가 문제냐며 퇴근 후 곧바로 어느 집회 현장이든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이 문자를 받고 생각이 바뀌었다. 언젠가 사회적 참사가 발생했을 때가 떠올랐다. 참사 후 가수들이 예정대로 콘서트를 진행하자 비난 여론이 일었다. 그때, 한 음악 평론가가 말했다. ‘그럴 거면 앞으로 음악으로 위로받았다는 말은 하지 말라’고. 우리는 지금 예술이 ‘하찮아지는’ 시국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현실이 예술을 초월하는 기막힌 상황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예술에서 이 시국을 헤쳐 나갈 용기와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보며, 나는 내란범과 그에게 동조하는 세력에 맞설 ‘사소한’ 방법 중 하나를 떠올렸고, 되새겼다. 1985년 아일랜드의 소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장면 중 하나는 주인공 펄롱의 걷는 장면이다. 그의 걷는 모습을 비추거나, 그가 걸으면서 마주했을 법한 풍경을 비추는 장면 말이다. 펄롱이 일상적으로 걸으며 마주하는 그 모든 사람과 풍경에서, 그는 정동 소외자다. 펄롱은 다른 사람이 느끼는 대로 느끼지 못한다. 펄롱은 학대당한 가난한 아이에게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어 동전을 건넨다. 수녀원에서 일하는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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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뻔하고 터져도 깊은 맛이 나는 만둣국처럼!
  • 가족의 해체이자 가족의 탄생이다. <대가족>은 제목 그대로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혈연으로 묶인 관계이지만, 남보다 못한 사이가 가족이라는 말이 있듯 양우석 감독이 가져온 이 이야기는 가족 해체 시대에 던지는 그만의 답인 듯하다. 2000년대를 배경을 했듯이 영화 스타일은 올드하고, 이야기는 관객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지만, 오히려 정겹고 따뜻함이 베어 있다. 물론, 너무 많은 재료를 담아 터져버린 만두처럼 과하거나 수습이 어려운 부분도 더러 보인다. 만두 맛집 평만옥 사장 함무옥(김윤석)은 열심히 일한 덕에 돈도 많이 벌고 건물주까지 되었지만, 언제나 근심이 가득하다. 이유는 단 하나. 대가 끊어졌기 때문이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 문석(이승기)이 출가해 스님이 된 이후, 무옥은 제사 때마다 조상들을 볼 낯짝이 없다. 하지만 세상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어느 날 그에게 문석을 찾는 한 어린 남매가 찾아온다. 문석이 자신의 아빠라 알고 이곳을 찾아온 남매의 이야기에 무옥은 평생 없을 줄 알았던 손주가 생겨 뛸 듯이 기뻐한다. 반대로 헐레벌떡 집으로 온 문석은 잠시 잊고 있었던 과거의 일을 떠올리며, 업보라 말한다. “가족 화두를 꺼내든 건 지난 세월과 비교했을 때 그때보다 풍족해졌는데 왜 가족 만들기는 더 힘들어졌느냐는 것이었다. 나름 생각한 결과의 답은 ‘욕망’이었다” 인터뷰를 통해 영화를 만들 게 된 계기를 말한 양우석 감독의 말처럼, 휴먼 가족 드라마처럼 보이는 <대가족>의 주재료는 바로 가족, 즉 자식으로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려는 부모 세대의 그릇된 욕망이다. 무옥이 그렇게 대를 잇고 싶어하 는 건 문석의 바람이 아닌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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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보고 나면 편지할게요
  • 씨네픽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날씨가 부쩍 추워졌는데 다들 건강 잘 챙기고 계신가요? 다가온 연말연시로 인해 편지 쓸 일이 많아졌죠. 에디터는 특별한 일이 없더라도 편지를 쓰고 받는 것을 참 좋아하는데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편지와 가까운 사람인가요? 편지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어도 괜찮습니다. 편지와 어색한 사람도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불쑥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길 거예요. 그럼, 영화 보고 나면 또 편지할게요. 사랑을 담아, 씨네픽 드림. 줄거리 1994년, 알 수 없는 거대한 세계와 마주한 14살 ‘은희’의 아주- 보편적이고 가장- 찬란한 기억의 이야기 줄거리 아빠와 20여 년 전 갔던 튀르키예 여행. 둘만의 기억이 담긴 오래된 캠코더를 꺼내자 그해 여름이 물결처럼 출렁이기 시작한다. 줄거리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윤희' 앞으로 도착한 한 통의 편지. 편지를 몰래 읽어본 딸 '새봄'은 편지의 내용을 숨긴 채 발신인이 살고 있는 곳으로 여행을 제안하고, '윤희'는 비밀스러웠던 첫사랑의 기억으로 가슴이 뛴다. '새봄'과 함께 여행을 떠난 ‘윤희’는 끝없이 눈이 내리는 그곳에서 첫사랑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는데… 줄거리 쌍둥이 남매인 잔느와 시몽은 어머니 나왈의 유언을 전해 듣고 혼란에 빠진다. 유언의 내용은 죽은 줄로만 알았던 생부와 존재조차 몰랐던 형제를 찾아 자신이 남긴 편지를 전해달라는 것. 또한 편지를 전하기 전까지는 절대 장례를 치르지 말라는 당부도 함께 담겨있다. 어머니의 흔적을 따라 중동으로 떠난 남매는 베일에 싸여 있던 그녀의 과거와 마주한다. 그리고 그 과거의 끝에는 충격적인 진실이 기다리고 있는데....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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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시오
  • 세상은 어둠이다. 삶은 절망이 가득하다. 해가 뜨는 것 같으면 저물고, 사랑을 할 것 같으면 이별이 찾아온다. 우주에는 생명보다 죽음이 보편적이다.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죽음을 향해 빛의 속도로 달려가고 있다. 그 광대한 어둠과 절망 그리고 죽음 앞에, 생명은 살기 위해 몸부림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Interstellar, 2014)>는 인간이 절망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고 몸부림치며 한줄기 희망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가까운 미래의 지구는 환경 재앙이 닥친다. 식물 재배가 점점 불가능해져 옥수수만 남은 상태이고, 거대한 황사폭풍이 주기적으로 닥친다. 과학은 퇴보하는 중이며 인류는 당장 오늘 먹을 것을 걱정하는 처지다. 한마디로, 인류는 천천히 종말을 맞이하고 있는 중이다. 옥수수 농장을 하고 있는 쿠퍼(매튜 맥커니히)는 한때 우주 비행사이자 엔지니어였다. 그는 인류의 이런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던 중 그의 딸 머피(맥켄지 포이, 제시카 차스테인, 엘렌 버스틴)는 자신의 방 책장에서 책이 자꾸 떨어지는 현상에 의문을 갖는다. 할아버지는 폴터가이스트 현상이라고 했다지만, 쿠퍼는 딸에게 과학적으로 생각해 보라고 권유한다. 그리고 그 현상을 주목한 머피와 쿠퍼는 숨겨져 있는 NASA기지로 가는 길을 알게 된다. 과학적인, 혹은 논리적인 사고가 흔히 인간적이지 않고 냉소적이며 사랑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이야기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어떤 자연현상이나 거대한 힘 앞에서, 신이나 악마, 운명으로 여기며 순순히 무릎 꿇지 않고 그것을 과학적, 논리적으로 분석해 헤쳐나가려는 힘. 여기서는 그것을 희망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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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 너머의 당신에게, 마음을 담아
  • 기적을 바라는 마음 매년 연말, 사람들은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고, 새해의 카운트다운을 외친다. 지친 일상에 나를 설레게 할 무언가가 찾아오기를, 전과는 다른 기적 같은 일상이 펼쳐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일 것이다. 세기말, 새로운 천년의 해가 뜨는 때에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더 간절한 마음을 담았을지 모른다. 지나간 역사에 남긴 힘듦을 지우고자 하는 마음, 새로움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은 뉴 밀레니엄이라는 이름 아래 모두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을 것이다. 우리는 왜 이토록 기적을 바라며, 우리가 바라 마지않는 기적이란 무엇일까. 영화를 보다 보면 기적은 별다른 것이 아닌 듯이 느껴진다. 시간을 넘어 전달된 편지는 기적이라 불릴 만했다. 그것은 인간의 이해를 넘어선 사건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일은 해프닝으로 지날 수 있는 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상한 일로 치부해 버리고 돌아서면 그만인 해프닝. 그렇기에 성현과 은주가 편지를 주고받으며 일상과 마음을 나누는 행위는 기적을 만드는 힘이 오히려 다른 데 있다고 느껴지게 만든다. 나와 꼭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 나의 고민을 위로하고, 상황을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 이를 통해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만드는 일 같은 것들 말이다. 상처를 위로하는 일 ‘우편함’이라는 뒤틀린 시공간이 전달해 준 편지 한 통은 전혀 다른 삶을 살던 두 사람을 연결해 준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통해 그들이 나눈 마음은 진짜 ‘기적’이었다. 두 사람은 모두 상처를 안았다. 성현은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았다. 성현의 아버지는 어린 시절 그를 떠났다. 건축가인 아버지와 같이 ‘건축’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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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소하지 않은
  • 스크린 밖의 상황과 안의 상황이 겹쳐 보이면서 영화가 성큼 다가올 때가 있다. 간밤에 아주 짧은 잠을 자고 모인 극장에서도,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공감하고 용기를 준다. ‘사소한 것들’이 무엇인지 알려 주지 않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이미 ‘사소한 것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개인을 지탱하는 과거와 기억, 읽은 책, 받았던 선물, 충격과 후회가 바로 그것이다. 정의롭고 용기있는 행동은 어떤 대의나 대단한 정치적 신념이 아니라 이런 것들이 모여서 가능하다는 것을, 목격하고 나서 모른 척 하지 않고 행동하게 되는 이유는 전혀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 준다. 주변 사람들은 행동을 만류한다. 소동을 일으키지 말고, 현재의 평화를 유지하자고 말한다. 하지만 개인을 구성하는 ‘사소한 것들’ 중 하나인, 밤에 잠 못들게 하는 질문 사이에는 결코 외면할 수 없는 고통이 끼어든다. 그리고 나서 내린 결정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한 사람의 세상을 완전히 뒤집어 놓을 만큼 커다란 정의로 거듭난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결코 사소하지 않은 용기를 다룬 작품이라는 안내는 관객들을 기꺼이 극장으로 불러 모았다. 클레어 키건이 써내려간 강력한 이야기, 주인공의 충돌하는 내면과 혼란을 스크린 위에서 보는 경험은 그녀의 글을 두번, 세번 읽는 것 만큼이나 큰 울림을 준다. 관객을 붙들어 두는 이런 힘은 문학과 영화가 연결될 때 발생하는 신비한 효과이기도 하다. 극장을 나서며 더 많은 사람들이 결코 사소하지 않은 이 용기를 전해 받기를 원하게 된다. *본 리뷰는 하이스트레인저 씨네랩에서 초대받은 시사회 참석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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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침없이 돌아가는 혐오, 옹호, 풍자의 트라이앵글
  • 서브스턴스 (THE SUBSTANCE, 2024) 거침없이 돌아가는 혐오, 옹호, 풍자의 트라이앵글 개봉일 : 2024.12.11. 관람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장르 : 스릴러, 고어 러닝타임 : 141분 감독 : 코랄리 파르쟈 출연 : 데미 무어, 마가렛 퀄리, 데니스 퀘이드 개인적인 평점 : 3.5 / 5 쿠키 영상 : 없음 보통 예리한 칼을 다룰 땐 조심스러워지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다르다. <서브스턴스>는 여성을 향한 혐오(일부 남성의 눈으로 담아낸 불쾌한 장면들이 있음)와 옹호, 사회 풍자라는 세 개의 날카로운 칼을 손에 쥐고 정말 거침없이 휘둘러댄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심장을 자극하는 음악과 눈 돌릴 틈을 주지 않는 화면, 귀를 지나 손끝까지 생생히 촉감을 전달하는 음향. 이제 끝인가 싶을 때 한걸음 더 나아가는 파격적인 흐름. ‘이만하면 뭘 말하는지 지나가는 강아지도 다 알아듣겠어!’싶은데.. 그럼에도 이 영화는 브레이크가 고장 난 트럭, 아니 탱크처럼 미친 듯이 밀고 나간다. <서브스턴스>의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한때 아카데미상을 2번이나 받고 명예의 거리에 입성할 만큼 사랑받는 대스타였다. 별 안에 박힌 ‘엘리자베스 스파클’이라는 이름. 엘리자베스는 별, 스타라는 칭호가 어색하지 않은 빛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대중들의 관심이 줄어들고 그는 이제 영화 속 캐릭터가 아닌 에어로빅 쇼 진행자로만 간간이 카메라에 얼굴을 비치는 신세로 전락한다. 엘리자베스가 50살이 되던 날, 그는 쇼의 프로듀서 하비에게 해고 통보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차 사고까지 당한다. 꽃다발, 케이크 하나 없이 가볍게 흩어지는 초라한 생일 축하로도 모자라 50살이 되었다는 이유로 해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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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승 | 엉성한 토스와 힘이 부족한 스파이크
  •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지도자 생활 내내 10% 이상의 승률을 기록한 적이 없는 배구 선수 출신 감독 '우진'(송강호). 아내와도 이혼하고 맡은 팀도 없던 그에게 천금 같은 기회가 찾아온다. 해체 직전의 프로 여자배구단 ‘핑크스톰’의 감독을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은 것. 에이스 '성유라'가 이적하면서 오합지졸이 된 팀이지만, 우진은 기꺼이 감독 제의를 받아들인다. 1년만 버티면, 대학 배구팀 감독으로 옮겨주겠다는 이면의 약속과 함께. 의욕 없는 감독과 실력 없는 선수들이 만나 개막 후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한 핑크스톰. 하지만 자기 선수 생활을 망친 '문오성'(김홍파) 감독에게 조롱을 당한 뒤 우진은 마음을 고쳐 먹는다. 악연인 스승 앞에서 스스로를 증명하겠다고. 이에 발맞춰 안하무인 구단주 '정원'(박정민)도 핑크스톰이 1승을 하면 상금 20억을 풀겠다는 파격 공약을 걸자, 우진은 단 한 번이라도 이기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잘못된 비빔밥 대부분의 상업 영화가 그렇지만, 특히 스포츠 영화는 모범답안이 확실하다. 서사적으로는 전력이 약한 팀이나 선수가 기대 이상의 목표를 달성하거나 자기 한계를 넘어서는 과정을 보여준다. 초반 훈련 과정은 유머로, 후반부에는 감동으로 풀어내는 식이다. 국내에서는 <국가대표>가 가장 대표적이다. 작년에 개봉한 이병헌 감독의 <드림>이나 장항준 감독의 <리바운드>도 비슷한 결의 영화다. 캐릭터는 감독과 선수가 핵심이다. 균형추가 한쪽으로 쏠릴 때도 있지만, 감독과 선수는 대체로 서로의 아픔과 상실감을 위로하며 한 팀으로 거듭난다. 근래에는 <머니 볼>이나 <스토브리그>처럼 단장, 구단주 등이 중요하게 다뤄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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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점으로 쏘아 올린 장점
  • 이 글은 넷플릭스 작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의 리뷰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장르물을 다루는데 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장면이나 설정들이 있다. 예를 들어 수사물에서는 발바닥에서 땀난다는 말 외엔 묘사할 방법이 없는 형사들의 고군분투가 그려진다던가. 주인공은 조사를 해야만 하는 세력과의 갈등을 겪으며 숨길 수밖에 없는 비밀을 가진 채 초조해한다던가. 흑막이라고 불리는 최후의 빌런이 나타났을 때 아니 네가!!라는 말이 나오는 반전이 숨겨져 있다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장르마다의 특성은 대다수의 사람이 기대하는 점이면서도 식상함을 느끼기 쉬운 포인트이기에, 기본적인 규칙은 지키면서도 작품만의 변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해야 하는 이중고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변주로 가득하다고 하기보다는 단점으로만 가득하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화면은 어둡고 사건 전개는 느리며 수사물에서 볼 법한 장면이 거의 없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이런 단점을 뒤집어 모조리 장점으로 만들어버린다. 12.3일 이후로 가르마 위치만 달랐지 우리나라에도 존재하고 있는 것 같은 히틀러의 인기는 스포트라이트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두컴컴한 곳의 가장 정중앙에 우두커니 선 채로 그는 마치 자신만이 계시를 받은 듯 밝은 빛 아래에 존재했고. 모두가 자신을 올려다보는 가운데 반짝반짝 홀로 빛나며 말빨 하나로 군중들을 홀라당 사로잡았다.(아 물론 누구는 그마저도 못해서 전 세계인의 욕만 홀라당 얻어먹었으니 그게 다른 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이렇듯 스포트라이트는 집중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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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지 않는 속편을 기다리며
  • 다들 속편이 제작되기만을 기다리는 영화가 하나쯤은 있지 않나요? 그중에서도 요청이 쇄도했던 <콘스탄틴>의 속편이 제작된다는 소식이 들려 많은 팬을 기쁘게 했는데요. <콘스탄틴>처럼 다른 영화들도 하루빨리 속편이 제작되기를 바라며 콘텐츠를 준비해 보았습니다! 여러분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영화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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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 홍경이 사랑한 영화
  • CINE LOVERS CLUB vol.1 개인 인스타그램, 지면 인터뷰 등 다양한 매체에서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낸 배우 홍경이 사랑한 영화들을 모아보았습니다. 최근 또 다른 소문난 시네필인 장도연 개그우먼과 함께한 웹예능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화제 되기도 했죠. 그래서! 그의 영화 취향이 궁금했던 분들을 위해 준비해 보았습니다! 다만, 언급한 영화들이 워낙 많아 다 적지 못해 아쉬웠는데요. 언젠가 ‘홍경이 사랑한 영화’ 2편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그럼 타인이 사랑한 영화를 소개하는 ’씨네 러버스 클럽‘은 12월에 다시 돌아올게요! (혹, 사랑한 영화가 궁금해지는 사람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인터뷰 출처: 노컷뉴스, 씨네21, 얼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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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핏빛으로 일렁거리는 호러의 역사를 읽다
  • 14일 이 영화의 주인공은 감 좋은 형사 리(마이카 먼로)다. 30년간 풀지 못했던 미제사건이 있다. 희생자들은 모두 가족이었다. 수사를 해도 오리무중에 빠지는 연쇄 살인사건. FBI는 능력 있는 형사 리를 파견했다. 사건에 대해 듣는 리. 사건 파일들을 읽어보기 시작한다. 왠지 익숙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이런 사건에 내가 연관될 리는 없다. 상사 카터(블레어 언더우드)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범인의 정체를 추리하는 리. 적지 않은 단서. 일가족이 살해됐다는 점과 살해 현장에 ‘롱 레그스’라는 편지가 있었다는 점 말고는 힌트 얻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실체에 다가가는 리. 리는 잔혹한 심연 속으로 또각또각 걸어 나간다. 놀라운 집중력 이 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촬영이다. 이 영화에서 피사체를 촬영하는 방식은 간단하다. 프레임 안 대상을 한가운데에 넣고 가로가 넓은 비율로 찍는다. 혹은 대상을 눈높이에서 바라보지 않는다. 마치 누가 지켜보는 것처럼 촬영하는데, 찍고자 하는 대상을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마치 대상을 옆에서 본 것처럼 오른쪽/왼쪽으로 살짝 틀어진 얼굴을 보여준다. 이것의 연장선상에서 영화가 대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특별하다. 가령 과거 회상 장면에서 주인공 어머니가 특정 행동을 할 때 장면을 보면 고의적으로 화면의 대부분을 안 보이게 처리했다. 행위가 일어나는 부분은 멀리서 대상을 바라보는 것처럼 잘 보이지 않는다. 특정 장면에서는 시점 쇼트(인물의 시선을 보여주는 방식)를 써도 큰 문제가 없는데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구도가 나온다. 전적으로 영화가 ‘누군가가 지켜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셈이다. 이렇게 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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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듦을 인정하며 완성되는 사랑
  • 주요 내용 - 영화 소개, 줄거리 - 꽃다발의 의미 - 달라진 신발과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책장 - 이어폰과 함께 듣는 음악의 의미 - 엔딩 결말 해석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We Made a Flower Bouquet, 2021) 시듦을 인정하며 완성되는 사랑 개봉일 : 2021.07.14.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로맨스, 드라마 러닝타임 : 124분 감독 : 도이 노부히로 출연 : 아리무라 카스미, 스다 마사키, 키요하라 카야, 호소다 카나타, 오다기리 죠, 토다 케이코 개인적인 평점 : 4 / 5 쿠키 영상 : 없음 각자 다른 꽃을 꺾어 이리저리 배치하고 꾸미면 예쁜 꽃다발이 하나 완성된다. 색, 질감, 가지의 길이까지.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다발 안 꽃들을 보고 있자면 마치 그것들이 원래부터 하나의 덩어리였던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이런 꽃다발처럼 보이는 사랑을 한 청춘 남녀의 이야기다. 무기와 키누는 막차가 임박한 지하철역 앞에서 처음 만난다. 서로 부딪히며 삐끗하는 바람에 두 사람은 막차를 놓치고, 어쩌다 보니 개찰구 앞에 있던 직장인 두 남녀와 함께 바에서 첫차를 기다리게 된다. 무기는 딱히 공감할 수 없는 직장인 남녀의 대화를 불퉁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키누는 무기의 말과 표정에 흥미를 느낀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각자의 길로 찢어지려던 찰나. 공통점 하나로 말문을 트게 된 두 사람은 서로가 운명임을 직감한다. 무기와 키누가 생각하기에 둘은 서로 공통점이 너무도 많았다. 처음 만난 날 같은 신발을 신고 있었고, 같은 작가를 좋아하고 같은 책을 읽었고, 같은 뮤지션을 좋아했으며 같은 날의 공연 표를 사놓고 가지 못한 것까지 똑같았다. 두 사람은 첫차가 올 때까지 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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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아주고 싶은 등짝
  • SYNOPSIS. "나는 쓸모없는 사람일까?" 한 고등학교 교실의 쓰레기통에서 주인 모를 유서 내용의 편지가 발견된다. 대입 시험을 앞두고 교감은 이 일을 묻으려고 하고, 정 선생은 우선 이 편지를 누가 썼는지부터 찾아보자고 한다. "일기야, 안녕? 오늘부터 매일 일기를 쓰기로 했어" 편지와 학생들의 글씨 모양을 비교하던 정 선생은 편지 속 한 문장에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오래된 일기장을 꺼내 든다. 열심히 쓰다 보면 바라던 어른이 될 거란 믿음으로 써 내려간 열 살 소년의 일기. 정 선생은 일기를 읽으며 묻어뒀던 아픈 과거와 감정들을 마주하고, 학생들을 위해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데… POINT. ✔ 홍콩 금마장영화제 신인감독상 수상작 ✔ 독특하게도 부산국제영화제 리퀘스트시네마로 첫 선을 보였는데, 평이 좋았습니다 ✔ 감독이 하고 싶었던 말이 길 잃지 않고 정확하게 전달되는 영화, 감정의 에너지가 커다랗게 전해지는 영화. 전 요즘 이런 영화가 참 좋더라고요. ✔ 경쟁을 일상으로 여겨 온 한국인이라면, 다소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는 감정들이 있어요 ✔ 10살 소년을 연기하는 황재락 배우의 얼굴이 오래 아른거릴 거예요 ✔ 11월 13일 개봉 영화 <연소일기>는 계단을 올라가는 아이의 이미지에서 시작한다. 높이를 가늠해 보며 계단을 오르고, 옥상에서 소리를 질러 보는 아이의 등짝. 영화는 이제부터 아이 삶을 따라가며 몇 번의 상승과 하강을 그려낼 것이다. 또 한편에는 '정 선생'이 있다. 영화는 현재의 정 선생과 과거의 아이를 교차해 보여준다. 기억과 현실 사이, 과거와 현재 사이 매개가 되는 것은 어느 날 정 선생의 학교에서 발견된 유서 비슷한 편지이다. 스스로가 쓸모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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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과 죽음이 중첩된 곳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파동
  • 종군기자로 일한 마사가 과거를 회고한다. 그녀는 전쟁터에서 한 가톨릭 수사를 만나 취재했다. 그 수사는 위험천만한 전쟁터를 떠나기를 거부했고, 동료 한 명과 그곳에 남기를 택했다. 수사의 또 다른 친구에게서 그가 게이라는 사실을 전해 들은 마사는 추측한다. 아마 그와 함께 전쟁터에 남아 있기로 한 동료는 수사의 연인일 것이며, 두 사람은 섹스의 환희로 일상에 깃든 죽음의 공포를 이겨낼 것이라고. 여기서 전쟁과 섹스는 각각 죽음과 삶을 상징한다. 그리고 이들은 늘 함께다. 비단 전쟁터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마사는 현재 말기 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환자다. 암 선고는 또 다른 전쟁이다. 즉 마사는 죽음에 밀접해 있다. 그런 그녀에게 ‘섹스’, 즉 죽음의 공포를 상쇄해주는 삶의 순간은 무엇일까? 원하는 때에 삶을 끝낼 수 있는 약이다. 다크웹으로 존엄사 약을 구한 마사는 자신의 마지막을 함께해줄 친구를 찾는다. 잉그리드는 유명한 작가다. 최근 그녀는 자신이 죽음에 느끼는 두려움을 주제로 책을 냈다. 우연히 옛 친구 마사의 소식을 들은 잉그리드는 병문안을 가고 묵혀둔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마사에게 부탁을 받는다. 비밀을 지킨 채 자기 삶의 마지막을 함께해달라는 제안이다. 공포와 혼란 속에서도, 잉그리드는 마지못해 그 제안을 수락한다. 잉그리드에게는 마사에 대한 우정과 작가로서의 호기심이 죽음의 공포를 상쇄시켜주는 ‘섹스’ 역할을 한다. 〈룸 넥스트 도어〉에는 삶과 죽음이 병치되어 있다. 마사에게 딸을 주었으나 베트남전 후유증으로 사망한 남자, 마사 커리어의 원천이었던 수많은 전쟁터, 삶의 마지막 순간을 결정할 수단을 확보한 후 마사가 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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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군가는 광화문이 만남의 장소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이별을 경험한 장소일 수도 있다.
  • 시놉시스 남자는 여자를 종로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다. 남자는 여자를 알고 있고 여자도 남자를 알고 있다. 둘은 전에 사귀었던 사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한 사이이기 때문에 서로 이야기만 나누고 갈 길 간다. 첫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고 또 다른 남자와 여자가 등장한다. 여자는 서울극장에서 영화 패널을 소개하는 직업을 갖고 있고 남자는 여자와 일면식이 있어서 회식이 끝나고 여자를 따라가 이야기를 나누는데... 과연 이들의 관계와 복잡한 연애사는 어떻게 끝을 맞이할까? 미망이란 어느 한 남자의 정처 없이 떠돔이기도 하며 다른 남자에게는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연인 관계가 돌고 돌 듯 첫 번째 이야기에서 나온 남자의 12시와 12시를 연결하는 구간이란 게 영원을 뜻하는 건데 만남과 이별도 계속 반복하며 겪는 게 아닐까 싶다. 첫 번째 이야기의 남자는 여자와 만나고 서로 변한 것이 있다고 말하지만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미술학도의 모습이 그려지는 남자의 모습을 보며 여자도 자신의 직업에 열중하며 살아간다. 이 영화에서 많이 나오는 주제는 바로 광화문에 있는 이순신 동상이다. 이순신 동상에 대한 왈가왈부한 많은 미스터리들이 영화에서 많이 거론되는데 첫 번째 이야기에서 남자와 여자가 이순신이 쥐고 있는 칼자루가 왼손이냐 오른손이냐 하는 논란과 이순신의 모습과 이순신 동상을 세운 작가의 얼굴을 넣은 것이다 하는 것들의 이야기를 나눈다. 두 번째 이야기도 이 논제를 벗어나지 않고 이순신 동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광화문의 자리도 달라지며 자신들도 미래에는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는 걸 영화에서는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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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데올로기를 뛰어넘어 꿈을 향한 뜀박질!
  •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나가사와 마사미,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의 고마츠 나나,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마코토, 그리고 MV에 등장하는 이달의 소녀 멤버들 등 소녀가 달릴 때 가슴이 요동친다. 각각 운명, 현실, 시간 등 자신을 옥죄는 규정된 틀을 어떻게든 깨뜨리기 위해 달리는 모습은 그 자체로 역동적이며, 아름답기 때문이다. <탈주>의 주인공은 소녀가 아니지만, 미래가 불투명한 자신의 운명을 벗어나 행복을 위해 질주하는 청년의 모습은 앞서 소개한 인물들과 유사한 감정이 느껴진다. 늘어지는 서사와 개연성 미흡 등 여러 곳에 묻힌 지뢰가 발목을 잡지만, 실패를 무릅쓰더라도 내달리는 용기의 뜀박질은 가슴을 뛰게 만들기 충분하다. 만기 전역을 얼마 남기지 않은 규남(이제훈)은 밤만 되면 어디론가 뛴다. 목표는 휴전선 근처. 탈북을 계획하고 있는 그는 매일 밤 지뢰 위치를 확인하며 지도에 표시한다. 대망의 D-DAY. 휴전선을 넘기로 한 그날, 그가 아끼는 부하 동혁(홍사빈)이 자신의 지도를 훔쳐 탈북을 시도하다 붙잡힌다. 규남 또한 공범으로 몰린다. 이때 규남과 친분이 있는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이 그를 다른 부대로 전출시킨다.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지만, 규남의 탈북 마음은 변함이 없고, 더 이상 자신에게 기회가 없을 거라는 마음을 안고 남쪽으로 내달린다. 결승점을 향해 달리는 과정에서 장애물을 만나더라도 당황하거나 우회하지 않고 모두가 직진하는 영화다 한 인터뷰에서 <탈주>의 연출을 맡은 이종필 감독이 말했듯, 영화는 끊임없이 달린다. 육상 경기로 대입하자면 장거리보단 단거리에 걸맞다. 에두르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내리 달리는 영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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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격 노출 뒤 드러난 세 남녀의 숨겨진 욕망
  • 밀실을 소재로 얽히고설킨 세 남녀의 치정극. 동명의 콜롬비아 영화를 리메이크한 <히든 페이스>는 에로틱 스릴러로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원작만 봐도 수위 높은 노출과 파격적 설정이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이는 리메이크 버전의 기대 요소 중 하나. 에로틱 장인인 김대우 감독이 연출을 맡아서인지 극장에서 마주한 영화는 그 기대감을 충족할 만하다. 아름답고도 수위 높은 베드신의 완성도 뿐만은 아니다. 그 장면에 숨겨진 의도가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 뜨거움 뒤에 찾아오는 공허함이 좀 일찍 찾아오는 게 아쉽지만 말이다. 지휘자 성진(송승헌)은 오케스트라 첼리스트이자 약혼녀인 수연(조여정)의 영상 편지를 확인한다. 결혼 스트레스 때문에 해외로 떠난다는 내용을 본 그는 깊은 상실감을 느낀다. 그녀의 부재를 대신해 첼리스트 미주(박지현)가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들어온다. 자신에게 맞지 않은 상류층의 삶에 염증을 느낀 그는 자신과 비슷한 성향과 흙수저라는 공통점을 가진 미주에게 매력을 느끼고, 술을 건하게 마신 비 오는 밤, 자기 집에서 함께 밤을 보낸다. 중요한 건 이 모습을 수연이 지켜보고 있었던 것. 집 안에 있었던 밀실 공간에 갇힌 그녀는 이후 성진과 미주의 불륜을 마주하고 고통스러워한다. 작품을 제안받고 영화를 다시 보니 처음 볼 때와 사뭇 달랐다. 지금까지 내가 해보고 싶었던 이야기와 DNA가 맞닿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발현되지 못한 욕망의 뿌리들이 저 먼 아래에서 서로 연결돼 있는 듯한 지점에 가장 이끌렸다. 씨네 21과의 인터뷰에서 김대우 감독은 <히든 페이스> 리메이크 이유를 이렇게 답했다. 기존 원작은 개연성과 디테일보다는 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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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어떤 상황에도 그 사랑을 결코 놓치지 말 것
  • 인생 역전의 꿈 이 영화의 주인공은 스트립 댄서 애니/아노라(미키 매디슨)다. 영화의 첫 장면은 애니가 춤을 추고 있는 장면이다. 열심히 사는 애니. 감정을 억누르고 손님으로 온 남자들을 응대한다. 현금이 없으면 "ATM기로 가자"라고 말하기도 하고, 그 어떤 상황에도 밝은 얼굴로 사람들을 대한다. 4대 보험 보장 안 되는 직장이더라도 성실하게 사는 애니. 그러던 어느 날 특별한 손님이 나타났다. 딱 봐도 돈 많게 생긴 반야(마르크 예이델시타인). 반야는 애니에게 반했다. 반야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애니. 그 짧은 순간에 서로 사랑에 빠졌다. 결코 그 사랑을 놓쳐선 안 된다. 반야를 놓치기 싫은 애니. 불안함이 가득할 때 장애물이 등장한다. 반야의 부모님들에게 이 소식이 들어갔다. 아니 결혼을 해도 그런 애랑 결혼한단 말이야? 바로 부모의 부하인 토르소(카렌 카리굴런)에게 연락한다. "얘네 결혼한 거 없던 일로 만들어!" 토르소는 이고르(유리 보르소프)와 가닉(바체 토브마샨)과 함께 반야의 집으로 쳐들어간다. 그 어떤 상황에도 이 사랑을 놓쳐선 안 된다. 애니는 인생의 아노라를 만날 수 있을까? 션 베이커 올해 칸 영화제 수상자가 발표됐을 때 글쓴이는 적지 않게 놀랐다. 션 베이커? 션 베이커가 경쟁 부분에 올랐다는 것도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황금종려상까지? 그의 영화 세계 자체가 사회의 주류라고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주인공인 데다 미국사회의 허점을 찌르는 이야기를 소재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바로 전작인 <레드 로켓>에서 백인 남성이라는 전형적인 캐릭터가 ‘난 애국자야!’라고 주장하는 장면은 간단한 비유를 의미하고 있다. 이 인물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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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린을 넘어 폭발하는 상상매직
  • 대중문화에서 'N차 관람'은 흥행을 판가름하는 주요 척도 중 하나다. 요즘 공개되는 새 영화, 뮤지컬, 연극 등 홍보문구에서 너도나도 'N차 관람' 워딩을 사용하지만, 이 중 진짜배기는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이 가운데 찐 N차 관람 욕구를 샘솟게 만드는 신작이 등판했다. 바로 영화 '위키드'다. 영화 '위키드'는 유명 소설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서쪽 마녀를 주인공의 과거 이야기로 자신의 진정한 힘을 발견하지 못한 엘파바(신시아 에리보)와 자신의 진정한 본성을 발견하지 못한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의 우정을 그린다. '위키드'의 명성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동명 소설을 기반으로 만든 뮤지컬은 미국 브로드웨이 역대 흥행 2위라는 대기록을 세웠고, 한국에서는 이미 4차례(내한 1회, 한국 라이선스 3회) 무대에 올렸을 정도로 두터운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고려해 한국어 더빙판은 뮤지컬에 출연했던 배우들(박혜나, 정선아, 고은성, 남경주 등)이 참여할 정도. 영화는 동명 뮤지컬의 이야기 및 주요 넘버를 따라간다. 뮤지컬과 마찬가지로 서쪽 마녀의 죽음을 기뻐하는 오즈 시민들의 축제와 함께 '악한 자, 넌 위키드(No One Mourns the Wicked)'로 오프닝을 장식한다. 이후 오즈 세계의 통치자가 된 착한 마녀 글린다와 사악한 마녀 엘파바의 과거 이야기로 회상한다. 원작 뮤지컬 극본가 위니 홀츠먼이 영화 각본에 참여해 원작의 색을 유지하면서 적절한 각색으로 영화만의 특색을 잘 살렸다. 원작 있는 작품을 영화로 각색할 시, 원작을 어떻게 재현할지가 관건인데 뮤지컬 팬들의 걱정을 단번에 불식시킨다. 900만 송이의 형형색색 튤립을 직접 심어 구현한 먼치킨 랜드와 58톤에 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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