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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썬더볼츠*>: 공허한 우울의 미로에서 널 구할 결심
  • 어벤저스는 아이언맨으로부터 시작해 아이언맨으로 끝났다. 남아있는 이들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시점이지만 여전히 누군가는 어벤저스와 타노스의 핑거 스냅으로 인한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그 누구든 어벤저스와 타노스의 핑거 스냅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CIA 국장으로 있는 발렌티나 알레그라 드 폰테인의 한마디가 인상적이다. ”어벤저스는 안 옵니다“ 맞는 말이다.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이 영화는 어벤저스에 대한 영화가 결코 아니다. 어벤저스와 옷깃 한 번 스쳐봤을까 싶은 나머지 사람들의 이야기다. 엔드게임 이후 여러 시리즈와 영화를 개봉하며 빌드업을 쌓아온 마블의 첫 완성작이라고 볼 수 있는 썬더볼츠. 이들의 이야기는 무엇으로 시작될까. 공허함이라는 미로에 빠진 기니피그 IMDB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짙게 깔려있는 공허함이라는 감정에서 시작한다. 공허함은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날 괴롭히고 있는지 분명하지 않다. 옐레나가 느끼는 공허함도 그러하다. 아이언 슈트와 아버지 하워드 스타크와의 독특한 부자 관계를 가진 아이언맨, 페기 카터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가슴속 깊이 지켰던 캡틴 아메리카, 아버지와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로키와 얽힌 사연을 가진 토르까지. 어쩌면 이들이 겪었던 것도 일종의 공허함의 범위에 들어갈지도 모르겠다. 어벤저스도 이러한 인간적인 문제들을 겪고 극복하며 진짜 히어로로 각성했다. 옐레나를 포함해 이번 썬더볼츠의 등장인물들도 마찬가지다. 다만, 차이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게 이 영화의 포인트다. 어벤저스는 각자 지닌 문제를 스스로 극복했었다. 하지만, 썬더볼츠의 구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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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스토피아, 우정, 사랑, 구원 그리고 희망의 영화
  • 9★/10★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글입니다. 이 영화는 성장통에 관한 영화일까 아니면 지극한 순애보를 그려낸 영화일까. 근미래의 일본. 유타와 코우는 늘 육교 위에서 헤어진다. 육교를 쭉 같이 걷다 보면 양 갈래 계단이 나온다. 유타가 말한다. “넌 저쪽이야. … 난 너무 외로워.” 내일이면 또 볼 친구를 향한 장난스러운 인사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같이 걷다 갈라설 수밖에 없는 매일의 작별은 두 사람의 가까운 미래를 보여주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근미래의 일본은 지금보다 조금 더 음울하고 긴장감이 높은 사회다. 나라엔 외국인이 너무 많고, 지진 경보/오보는 수도 없이 울린다. 이 모든 건 안전을 명분으로 하는 권위적 통치의 근거가 된다. 일본 총리와 두 사람이 다니는 학교의 교장은 모두 안전을 이유로 각각 일본 국민과 학생들을 감시한다. 그리고 그 감시에 기반해 직접적이고 억압적인 통치를 이어간다. 코우는 자이니치다. 조그만 식당을 운영하는 엄마와 함께 산다. 교장이 장학금 추천서를 써주지 않으면 대학에 가지 못한다. 반면 ‘순혈’인 유타의 부모님은 돈이 많다. 그러나 유타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는 않는다. 서로 다른 배경의 두 사람은 음악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어울린다. 이를 통해 점점 옥죄어 오는 것들로부터 자신들만의 영토를 구획하며, 그 안에서 제한된 자유나마 만끽한다. 그러나 안전 경보는 날로 요란해진다. 두 사람과 친구들이 만든 자유의 공간, 숨 쉴 곳은 점차 위협당한다. 무엇보다 코우와 유타 사이에 후미가 끼어든다. 자이니치로서 많은 설움을 겪은 코우는 저항 정신이 투철하고 변혁 운동에 적극적인 후미와 친해진다. 이후 어릴 때부터 단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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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EONJU IFF 인터뷰] 영화에 녹아든 시선
  • *국문 인터뷰 하단에 영문 인터뷰 번역도 함께 준비되어 있습니다:) There is also an English interview translation at the bottom of the Korean interview:) ▶Date: 5 /5 ▶Interviewee : Adam Wong (A) ▶Editor/ Interviewer : 윤채원 chaewon Yoon (Y) in 북눅 전주(Booknook Jeonju) Y: 제일 처음 , <우리가 이야기하는 방법 (원제: The way we talk) > 이라는 제목만 보고 영화를 접했을 때는 ‘인물들이 이야기 하는 다양한 방식, 방법을 보여주는 이야기인가?’ 라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들었던 생각은 인물이 이야기하는 방식보다는 오히려 인물들이 자신의 가치랑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에 이야기가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혹시 감독님께서 이 작품을 통해 가장 보여주고 싶었던 것, 이야기 하고 싶었던 점은 어떤 것일까요? A: 이 영화가 가지는 핵심 가치는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예요. 사실 이 영화를 만들고 나서 생각해 봤더니 지금까지 저의 모든 영화들은 항상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 같더라구요. 그렇지만, 특히나 이번 영화는 굉장히 사전 조사도 많이 했고, 실제 사례들에 많은 기반을 두었고, 우리 사회에서 아직까지 잘 드러나지 않는 이야기들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아까 주제로 소통하는 방식에 대해 언급 해주셨는데, 소통도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사실 진정한 나 자신을 찾기 위해서는 ‘어떻게 소통을 하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죠. 우리가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서는, 다른 이들과 얼마나 다르고, 또 비슷한지 알아야 하고, 그것은 소통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에요. 영화 속 세 등장인물은 모두 소통 방식이 다릅니다. 한 명은 수어만을 사용하고(Wolf), 한 명은 인공 와우와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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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러스처럼 스며들고, 사라지는 사랑
  • 사랑은 언제 오는 걸까. 사랑은 어떤 방식으로 왔다가 가는 걸까.그건 정말 ‘온다’고 말할 수 있는 종류의 감정일까. 우린 이 감정이 어떤 식으로 찾아오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것이 없어져 버린 순간, 어딘가에서 사라져버린 사랑이 왜 그렇게 가버렸는지도 알지 못한다. 어쩌면 사랑은 그렇게 조용히 우리 안에 들어왔다가, 어느 날 낯선 표정으로 우리를 갑자기 떠나가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그게 사랑이었다는 걸 우리는 항상, 너무 늦은 이후에야 알게 된다. 이 영화는 그런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의학적 의미의 바이러스와 인간이 느끼는 감정을 바이러스처럼 겹쳐 놓는다. 한 사람의 감정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이었을까, 그리고 그것은 진짜였을까? 진짜였다면, 그게 진짜라는 걸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영화 <바이러스>는 그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정은 결국 다 지나가지만, 다 지나갔다는 걸 먼저 아는 쪽이 더 외로워진다. 더 외로워지는 사람이 사랑의 바이러스의 희생자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사랑은 올 때도, 갈 때도 질문을 던진다. [첫 번째 감정] 택선의 우울 택선(배두나)은 꽤나 부정적이고 우울한 사람이었다. 사랑 바이러스 감염 이전의 그녀는 무표정하고 삶의 의지가 전혀 없어 보였다. 모든 것이 귀찮은 듯한 그 모습은 마치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회의적이고, 냉소적이며, 따뜻한 말을 건네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사람. 누군가가 그녀에게 “괜찮아?” 하고 물어도, 선뜻 대답할 수 없는, 어딘가 무너져 있는 표정의 택선은 생기가 없는 사람이었다. 세상이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건 이제 없다고 믿는 사람만이 가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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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의 미학
  • 인물 뒤편을 가득 채운 붉은색 타일은 욕망을 상징하는 색채로 기능한다. 표면적으로는 따뜻하고 안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듯하지만, 그 강렬함 속에는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불안정성과 위기의 기운이 잠재되어 있다. 이 강렬한 색채는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린의 얼굴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일상의 고요함 아래 숨겨진 감정의 긴장과 이중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드라이버는 이 장면에서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고, 사각형의 벽걸이 거울을 통해 '프레임 속의 프레임'으로 간접적으로 등장한다. 이는 아이린과 드라이버 사이의 물리적 거리뿐만 아니라, 심리적, 감정적 거리감을 동시에 상징한다. 화면 왼편의 아이린은 부드럽고 따뜻한 자연광 아래 위치해 있는 반면, 오른편 거울 속 드라이버는 어둡게 반사된 실루엣으로 표현된다. 이 빛과 어둠의 대비는 단순한 시각적 구도를 넘어, 드라이버가 품고 있는 내면의 폭력성과 그림자를 암시하며, 동시에 아이린이 그것을 아직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빛'은 여기서 단순한 조명이 아니라 상징적 도구로 작용한다. 아이린은 드라이버라는 어둠을 비추는 유일한 존재로 설정되며, 이는 드라이버의 내면 깊숙이 자리한 구원에 대한 갈망과 내적 갈등을 은유적으로 시각화한다. 아이린은 드라이버에게 있어서 이루어질 수 없는 존재이자, 결코 닿을 수 없는 다른 세계의 존재다. 거울 속 가족 사진은 이러한 감정 구조를 더욱 구체화한다. 사진은 드라이버가 욕망하는 관계의 형태이자, 동시에 그가 영원히 속할 수 없는 세계를 상징한다. 이 사진을 둘러싼 초록빛 액자는 생명과 희망, 일상의 따뜻함을 함축하고 있으며, 아이린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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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행세계로 가니 모든게 바뀐 처지가 된 베스트셀러 작가의 이야기?
  • 시놉시스 칸바야시 리쿠는 따분한 대학 교양 강의가 듣기 싫어서 창룡전기라는 자신의 소설 세계관을 구성해서 습작 노트에 적는다. 하지만 교양 교수에게 그 습작 노트를 뺐기게 되고 밤에 자신의 습작 노트를 되찾으려고 몰래 교수의 방에서 가져오지만 경비에게 들키고 만다. 도망가는 사이에 학교 강당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마에조노 미나미라는 여자 밴드부 보컬의 노래를 듣는다. 둘은 그 강당에서 우연히 만나 캠퍼스 커플이 되어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칸바야시 리쿠는 창룡전기 시리즈로 대박을 터뜨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난 후 마에조노 미나미에게 소홀히 대했다. 창룡전기 완결 부분을 완성하고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 달에 이상현상이 뜨는 것을 보고 잠이 든 후에 모든게 변해있었다. 자신은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닌 일반 출판사 직원일뿐 자신의 아내인 마에조노 미나미는 슈퍼 스타가 되어있었는데... 평행세계에서는 모든게 달라졌다? 마에조노 미나미는 평행세계에서는 성공한 싱어송라이터이자 슈퍼 스타였고 칸뱌야시 리쿠는 자신이 바뀐 처지에 대해 한탄을 하다가 원래 세계로 되돌아가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다. 먼저 그녀에게 사생팬으로 보이는 척 다가가 그녀가 좋아했던 에그타르트를 준비하거나 그쪽 세계의 카지 선배에게 부탁해서 부단히 노력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노력은 실패하지 않았다. 몇 번의 실패는 있었지만 그쪽 세계에서 적응하며 살아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칸바야시 리쿠에게 주어진 과제는 출판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 그 노력으로 그쪽 세계에서도 베스트셀러 작가를 발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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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대의 불안을 넘어선 찬란한 10대의 시간
  • 관객들의 마음을 요동치게 한다. 그 진원지는 다름 아닌 <해피엔드>. 지진을 소재로 한 영화라는 점은 물론, 저항심 가득한 10대의 마지막을 다루는 영화는 계속해서 보는 이의 마음을 흔든다. 청춘을 대변하는 반항과 자유의 에너지가 이곳저곳에서 뿜어지고, 이를 더 극대화하려는 듯 사회의 억업과 차별, 인권 침해 등의 강도를 세게 가져가는 이 작품은 마음을 흔드는 것도 모자라 테크노 사운드가 이끄는 비트로 계속해서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그리고 향수 어린 씁쓸함, 그럼에도 피어나는 희망이란 여진을 잊지 않고 전하며 끝내 벅차오름을 전한다. 근미래지만 현재처럼 보이는 도쿄. 공부보다 음악이 좋은 유타(쿠니하라 하야토)와 불알친구 코우(히다카 유키토), 그리고 음악 동아리 친구들은 자유로운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늦은 밤, 학교에 잠입한 이들은 일생일대의 장난을 친다. 교장이 애지중지하는 노란색 스포츠카를 세워 놓은 것. 이후 학교는 발칵 뒤집어지고, 범인을 잡고 싶어 안달 난 교장은 AI 감시 체제를 도입한다. 학생 인권이 무시된 이 일 이후, 유타와 친구들은 점점 그들이 원했던 자유와 멀어진다. 이 상황에서 재일한국인 4세인 코우는 비로소 불합리한 세상에 눈을 뜨고, 절친했던 유타와의 관계는 멀어진다. | 붉은빛의 실체는? <해피엔드>의 중요 키워드는 균열이다. 극 중 지진으로 인해 땅이 갈라지고, 관계가 갈라지는데, 중요한 건 이 균열이 잉태하는 것이다. 바로 불안. 내가 딛고 있는 이 땅과 그동안 맺어왔던 관계가 끊어진다는 그 불안은 시나브로 영혼을 잠식해 버린다. 영화는 이 과정은 물론, 이후 두 주인공이 개인과 사회의 불안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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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른 사랑과 변하지 않을 끝, <체실 비치에서>
  • 체실 비치에서 On Chesil Beach, 2017 제작 영국 | 로맨스/멜로 외 | 110분 감독: 도미닉 쿡 다른 사랑과 변하지 않을 끝, <체실 비치에서> 앞이 창창한 부부가 결혼한 지 6시간 만에 서로에게 할 수 있는 모든 비난을 쏟아내고 이별한다. 자신에게 딱 맞는 사람을 만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행복하고 축복받는 날에 난데없이 헤어짐을 선택하는 두 사람. <체실 비치에서>는 끝내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서로에게 진실하지 못한 시간 속에 숨어버린 연인의 결별과 이후에 남은 절절한 그리움을 그리고 있다. 영화 <체실 비치에서>는 이언 매큐언 소설가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어톤먼트>(2007)를 몇 번이고 눈과 가슴으로 담은 터라 그의 소설이 스크린으로 옮겨진 영화라면 무조건 보고 싶은 열망이 있었다. 더구나 <칠드런 액트>(2019)도 인상 깊게 봤기에, 시기를 놓쳐 보지 못했던 <체실 비치에서>(2018)를 그냥 흘러 보낼 수 없어 뒤늦게 접했다. 개인적으로 그의 소설도 무척이나 좋지만, 이야기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명료하게 담아낸 영화가 더 좋았다. 원작을 발판 삼아 새롭게 태어난 작품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것만큼 좋은 떨림은 없지 않은가 출처: 영화 <체실 비치에서> 스틸컷 덧붙여 <체실 비치에서>는 시얼샤 로넌과 빌리 하울의 연기만 봐도 즐거운 작품이다. 내게 시얼사 로넌은 <어톤먼트> 속 13살의 브라이오니다. 사춘기 소녀의 눈망울에서 보인 질투와 시기 만으로 관객에게 극한의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그 장면이 특히 기억난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 <브루클린>(2015), <레이디 버드>(2017), <작은 아씨들>(2019)까지, 그녀는 굵직하다 못해 영화를 뚫고 나오는 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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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 페르소나, 우리가 가면을 쓰는 이유는 '별남'을 감추기 위해서다. 모든 인간은 별나다. 너무나도 다른, 독창의 존재들은 생존을 위해 한 데 모여 집단을 이루기 시작하면서 물질과 감정을 공유하고, 나아가 전인류적 진화를 도모하기 위해 규칙을 정했다. 규칙은 사회화 교육을 통해 계승되며 사회를 지탱하는 패러다임이 되었고, 그 결과 인간은 유사한 겉모습을 띠게 되었다. 교육은 존중과 배려를 알려줬지만, 인간의 DNA에 새겨진 독창성까지 바꿀 수는 없었으므로, 공존하기 위해선 가면을 써야 하는 운명이 된 것이다. 안정은 곧 예측 가능한 상태를 의미한다. 삶은 불확실의 연속이므로, 인간은 본능적으로 안정을 추구하려는 속성을 가진다. 물질적 안정을 위해 직업을 갖고, 정서적 안정을 위해 가정을 꾸리며, 개인적 안정을 위해 취미를 가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변수를 줄이는 하나의 시도일 뿐, 삶은 계속해서 당신을 흔들며 시험에 들게 할 것이다. 어쩌면 스스로를 시험에 빠트려 곤경에 처하게 만들 수도 있다. 안정은 필연적으로 권태를 동반한기 때문이다. 불안을 피해 안정을 찾아왔더니, 편안함 속에서 지루함을 느끼고 다시 혼돈으로 들어가려는 인간이라니. 어째서일까? 의미를 잃었기 때문이다. 규칙은 우리를 모으게 만들었지만, 삶의 모습을 규격화함으로써 말하자면 삶의 '이상형'을 만들었다. '세후 월급은 얼마고, 집은 몇 평이며, 결혼과 출산은 몇 살 즈음이 적당하다'는 둥 마치 산처럼 켜켜이 쌓여 올려진 일생 과업을 충실하게 오르는 것만이 참인 명제로 여겨지면서, 평생 정상을 좇아야 하는 추격자 신세가 됐다. 공인된 삶의 형태 속에서 가면은 두터워졌고, 스스로를 돌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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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특별한 존재로 만드는 것은
  •  <사이버펑크 : 엣지러너>는 빈부격차가 극심한 미래도시 속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소년의 여정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세계관 속 인플란트는 신체에 이식할 수 있는 사이버웨어로 인간 몸에 능력을 부여한다. 유기체인 인간의 몸을 점점 기계로 바꾸며 자기 몸을 업그레이드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부작용으로 사이버 사이코 즉, 이성을 잃고 인간성을 잃을 수 있다.   면역 억제제로 연명하면서 점점 사이버 사이코가 되어가는 데이비드를 향해 주변 인물들은 반복적으로, “너 자신이 정말 특별하다고 생각해?” 하고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은 단순한 도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처음에 데이비드는 누구보다 빠르게 군사용 사이버웨어 인플란트인 ‘산데비스탄’을 이식하고도 무사히 적응하면서 스스로 ‘특별한’ 존재임을 증명해 낸다. 가난하고 사회적으로 소외되었던 데이비드는 뛰어난 육체적 능력의 재능을 발견하면서 자신이 타인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시점에서 데이비드의 특별함은 자기 효능감이자 뭐든지 이뤄낼 수 있다는 희망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데이비드는 한계가 왔음을 직감했으나 계속해서 면역억제제를 투여하며 생존을 연명한다. 달에 가고자 하는 루시의 꿈과 아라사카 건물 꼭대기에 데이비드가 있었으면 하는 어머니의 꿈, 이 두 사람의 목표는 데이비드에게 사명감이 된다. 두 사람의 꿈을 현실로 이루기 위해서 그는 자신을 계속해서 특별한 존재라고 되뇌며 자기 육체를 소모하는 길을 택한다. 결국 데이비드가 믿은 자신의 '특별함'은 재능의 증명이 아니라 자기희생의 당위가 된다. 데이비드의 끝은 자기 소멸이긴 했지만, 우리를 특별하게 느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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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우라는 '늑대'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 〈올파의 딸들〉은 재현과 정치적 호명의 문제에 관한 놀랍고 적확한 통찰과 질문을 남긴다. 튀니지에 사는 올파에게는 네 딸이 있다. 그중 두 딸이 IS에 가담했다. 자발적으로. 첫째는 IS의 수장과 결혼해 딸을 낳았고, 미군의 공습으로 남편이 죽은 후에는 15년 형을 받고 동생과 함께 수감 중이다. 모든 게 실화다. 도대체 이들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리고 이들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영화는 어떤 방식을 취해야 할까. 〈올파의 딸들〉의 카메라는 두 가지 일을 한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인 동시에 극영화다. 감독은 올파와 남은 두 딸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제작하기로 한다. 그들은 직접 배우가 되어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연기한다. IS로 떠난 두 딸 역에는 배우를 섭외한다. 올파가 감정이 너무 격해져 촬영이 어려울 때는 그를 대신하는 배우가 연기한다. 올파와 남은 두 딸은 진짜 가족과 배우가 연기하는 가족 사이에서 자신들의 과거를 대면하고, 상처를 마주한다. 세 가족과 세 배우는 수시로 모여 대화하며 서로가 느끼는 감정을 공유하고 생각을 나눈다. 그리고 카메라 앞에서 그 결과물을 재현한다. 이 영화의 카메라 사용법은 그 자체로 영화적 효과를 낸다. 올파와 남은 두 딸은 영화 촬영 과정을 통해 자기 객관화의 계기를 마주한다. 과거를 복기하고, 연기를 통해 거리를 두고 스스로를 지켜보는 과정에서 혼자 삭히고 슬퍼할 때는 알아차리기 어려웠던 성찰이 샘솟는다. 이 성찰은 집단적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올파와 네 딸이 겪은 고난은 개별 고통이 아닌 집단적 기억으로 재탄생하고, 이 과정에서 그들을 몰아붙인 권력관계의 구체적 양상이 드러난다. 부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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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과 사랑의 간극
  • 만약 동물로 살게 되는 순간이 온다면 우리는 과연 어떠한 동물을 선택하게 될까. 데이비드(콜린 파렐)가 변하고 싶어 한 동물은 ‘랍스터’이다. 그는 랍스터를 설명할 때 100년 넘게 살며, 평생 번식을 하고, 귀족 같은 푸른 피를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가 이야기한 랍스터의 특징들은 모두 ‘살아가는 것’과 연관된다. 즉, 데이비드는 살고 싶은 목적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이 아닌 동물이 되어서도 최대한 오랫동안. 데이비드는 커플이 되어야 하거나, 혹은 솔로로 남아야 한다는 두 가지 선택지만 주어진 현실 속에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영화 속의 세계관은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결국 삶의 최종 목표는 이성을 만나 가정을 이루는 것이라고 단정 지어버리는 것처럼. 이렇듯 커플이 되어야만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제한된 공간인 호텔에서 지내는 동안에 그는 진정한 사랑을 찾지 못한다. 반면 절대 커플이 되어서는 안 되는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동안에 그는 완벽한 근시를 가지고 있는 여자(레이첼 바이스)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데이비드의 행동은 어떤 것을 통제하려고 드는 순간 우리는 그 통제 안에서 빠져나오고 싶어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완벽한 근시를 가지고 있는 여자를 만난 데이비드는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통제된 환경이 그를 사랑의 유혹에 빠지게 한 것은 아닐까. 우리는 사랑에 빠지면 안 되는 순간에 꼭 사랑에 빠지게 되고, 사랑에 빠져야 하는 순간에 꼭 사랑에서 멀어지게 된다. 더 랍스터(2015)는 이러한 아이러니한 굴레를 신박한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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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 스윙하고 있습니까?
  •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낭만을 이루는 요소에는 무엇이 있을까. 가령 여름, 학창 시절, 밴드부, 눈싸움, 기차여행 ... 이는 분명 사람마다 제각각의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내게는 20년 만에 다시 극장가에 찾아온 <스윙걸즈>가 그러하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기억 저편의 추억 그 자체인 영화. 하지만 이 영화가 숱한 고교시절 청춘물과 비했을 때 단연 독보적인 이유는 모든 인물들이 '즐거움' 그 자체를 쫓으며 음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체 언제부터 우리는 즐거움을 잊게 되었나. 돈을 위해, 명예를 위해, 사회적 기준을 위해 어쩌면 내가 그닥 원하지도 않았던 목표들을 위해 살아가고 있지 않나. <스윙걸즈>는 마치 이에서 잠시 탈피하라는 것처럼 밴드라는 순수 즐거움을 위한 소녀들의 반짝거리는 열의를 착실하게 그려내준다. 부채 없이는 버티지도 못할 어느 무더운 여름 날, 토모코(우에노 주리)는 수학 보충 수업이 마냥 지루하기만 하다. 그러다 미처 챙기지 못한 밴드부의 도시락을 보고 토모코는 수업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 가지 잔꾀를 생각해내게 된다. 수업을 뒤로 한 채 밴드부에게 도시락을 무사히 가져다 주는 것. 그렇게 일시적으로 보충 수업반에 모인 여학생들은 야구장으로 짧은 여정을 떠나게 된다. 이때의 시퀀스는 마치 여름 휴가 같기도 하다. 잠시 얻어낸 뜻밖의 여정에 그들은 도시락을 훔쳐 먹기도, 곯아 떨어지기도, 진흙탕에 빠지기도 심지어는 물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치는 것 마저 그 여정 중 벌어진 또 다른 뜻밖의 일일 뿐이다. 이렇게 관객은 초반부터 한 가지 사실을 강하게 직감할 수 있다. ' 괜찮아! 즐거우면 됐지 ! ' 땡볕의 더위에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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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년은 ‘계몽’될 수 있을까
  • 주변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소년의 시간〉에 관한 요란한 상찬이 이어졌다. 원래 인기 있는 드라마는 나중에(심지어는 몇 년 후에) 시차를 두고 보는 걸 좋아하는 터라 버텼다. 그러나 도저히 미룰 수 없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워지고 있다는 느낌에 뒤늦게 그 대열에 합류했다. 작품에 쏟아진 엄청난 반응에 과장이나 부풀림은 없는 것 같다. 얼마 전 화제가 된 글 〈내 아들을 극우 유튜버에서 구출해왔다〉와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작품이었다. 전 세계가 청소년 남성의 극우화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듯하다. 총 4회로 구성된 이 작품은 모든 회차가 원테이크로 촬영되었다. 실제 원테이크로 촬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렇다. 원테이크의 강점은 화면 속 인물들의 경험을 시청자가 ‘실시간’으로 접해 몰입감을 높인다는 점이다. 축약된 시간을 수동적으로 전달받는 게 아니라 주인공들과 ‘함께’ 사건을 경험하고 있는 듯한 효과를 내는 것이다. 청(소)년 남성의 극우화라는 시급한 주제에 걸맞는 연출 기법이다. 열세 살 난 청년 제이미가 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긴급 체포되고 경찰 조사를 받는다(1화). CCTV 등은 확보되었지만 범죄에 쓰인 칼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사건의 동기가 오리무중이다. 이 앳된 얼굴의 남자아이가 도대체 왜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을까? 담당 형사가 단서를 찾기 위해 제이미의 학교로 가서 그와 피해자 케이티의 친구들을 만난다(2화). 드라마가 학교를 그려내는 방식을 눈여겨보자. 학교는 처참하고 황량하며 절망적이다. 학교에서는 구토, 양배추, 정액 냄새가 난다. 학생들은 통제 불능이다. 선생님은 그런 학생을 윽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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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들이 상상했던 빛
  • *본 리뷰는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시사회를 바탕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 흔히 '발리우드'라는, 인도 영화에 대한 어떠한 선입견이 있었다. 과장된 연기와, 뮤지컬식 구성 등등... 흔히 그런 것들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은 그러한 선입견을 뛰어넘음과 동시에 세계적으로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이하: 우빛상모)>의 예술적인 가치와 이 영화의 아름다움을 진심으로 소개해주고 싶다. *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은 현대 인도의 뭄바이와 작은 해변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인도라는 나라와 그 문화에 대해 사전 지식이 없으면 이 영화를 충분히 깊게 이해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인도는 아직도 신분제가 작동하는 나라이며 결혼 제도 또한 초기의 대한민국 내지는 조선의 제도와 닮아있을 정도로 보수적이다. 가족의 기대와 사회적 규범 즉, '결혼은 어떠해야 한다'를 두고 그 관습이 강하게 적용되는 나라라는 것이다. 그 규범은 여성들에게 더 심하다. 여성들의 결혼은 마치 '인생의 역전'처럼 인식되고, 남편이 무엇을 하든 여성은 남자를 서포트해주어야 한다는 문화적인 배경이 있다. 또한, 인도의 종교적 배경도 주목해야 한다. 인도는 힌두교가 약 80%, 이슬람교가 약 15% 정도로 이루어져 있는 다종교 국가이다(출처 : 위키백과). 특히나 인구 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시인 '뭄바이'에서는 여러 종교들이 한데 모여 (물론 힌두교가 비율상으로는 훨씬 많을 것이다) 삶을 살아가는 도시이다. 특히 결혼과 연애에 대해 관습적이고 보수적인 인도 내에서 힌두교와 무슬림교 신자들 간의 사랑은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것이다. 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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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피엔드 (2024)
  •  근미래의 도쿄, 지금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진 시점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해피엔드>의 배경이 된 일본은 겉보기에 현재와 크게 다른 사회처럼 비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거리 곳곳에서 얼굴 인식으로 신원을 파악하는 경찰이라던가, AI 시스템으로 학생들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벌점을 매기는 학교 등 사회적 요인들을 통해 지금보다 기술적으로 발전을 이룬 미래를 무대로 삼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끔 한다. 초반부까지만 해도, 극의 주축인 학생들의 삶 또한 현시대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소꿉친구인 '유타(구리하라 하야토)'와 '코우(히다카 유키토)'는 친구들과 함께 약간의 일탈을 일삼으며 한밤중 학교에서 음악을 즐기는 십 대들일 뿐이고, 아무도 없는 학교에서 자유롭게 낭만을 만끽하며 학교생활을 보내는 게 전부일 듯했다. 하지만, 학교에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유타'와 '코우'가 살아가던 세계는 달라지기 시작한다. 교장은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감시 카메라 시스템을 도입하고, 학교는 일종의 작은 판옵티콘 사회가 되어버리고 만다. 학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하며 수시로 벌점이 매겨지고, 주인공들의 아지트와 같던 동아리실마저 빼앗긴다. 그제서야 '코우'는 재일 교포의 후손이라는 이유로 거리에서 신분을 증명해야만 했던 일본 사회 나 자신의 위치를, 그리고 권력의 부조리함을 체감하기 시작한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세상이 뒤바뀐 게 아니었다. 눈앞에 있음에도 보지 못했던 현실에 눈을 뜬, 철없던 10대 소년의 시야가 한 발짝 넓게 확장되었을 뿐이었다. 극중 정권을 잡기 위한 극우 세력은 투표권을 가진 국민들의 표심을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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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린 너머 세계 속으로… 스웨덴] '경계'에 의문을 던지다
  • * 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못생긴 게 재수없게 말 섞지 말아야지 " 출입국 세관 직원 티나는 남들과 유난히 다른 외모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티나의 외모를 못생겼다거나, 이질적이라고 느끼며 신기하게 바라보곤 한다. 하지만 그런 티나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바로 수치심, 죄책감, 분노와 같은 인간의 감정을 냄새로 감지할 수 있는 예민한 후각을 가지고 있다. 이 능력 덕분에 티나는 아동 포르노범을 검거하는 데 큰 기여를 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과 닮은 외모를 지녔고 정체불명의 냄새를 풍기는 인물 ‘보레’가 나타난다. 티나는 그의 냄새를 계속 맡아보지만, 쉽사리 그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다. 얼마 뒤, 출입국 수속장에서 다시 마주치게 된 두 사람. 티나는 직감적으로 보레에게 뭔가 있다고 느껴 동료에게 몸수색을 부탁하고, 그 과정에서 동료는 보레가 과학적으로 남성인지 여성인지 알 수 없다며 여성의 성기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두 사람은 서로의 외적인 부분에서 많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고, 점점 가까워진다. 자연스레 보레는 티나의 집에서 함께 지내게 된다. " 남들과 다르다며, 기형이라며 " 티나는 오랫동안 자신을 염색체에 결함이 있는 ‘못난 인간’이라 여겨왔다. 어릴 적부터 외모로 인해 차별받고 살아온 티나는 자존감이 낮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깊은 상처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보레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티나는 점점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게 된다. 결국 이들은 서로 사랑에 빠진다. 그 과정에서 영화는 여성의 외형을 가진 티나는 남성의 성기와 비슷한 것을, 남성의 외형을 가진 보레는 여성의 성기와 비슷한 것을 지니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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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실을 말한다는 것, 진실을 믿는다는 것
  • 얼 모리스의 다큐멘터리 영화 ‘가늘고 푸른 선(The Thin Blue Line)’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은 불안이었다. 진실이란 언제나 명백한 것일 줄 알았다. 어딘가에는 분명 확실한 답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 믿음을 송두리째 뒤흔든다. 실제 범죄 사건을 다루면서도, 영화는 명확한 사실보다 누가 무엇을 말하느냐에 따라 진실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1976년 텍사스에서 벌어진 경찰관 살인 사건, 랜들 아담스라는 청년이 범인으로 지목된다. 그가 범인이라는 결론은, 경찰의 조사와 증인의 증언, 그리고 법정의 판결이라는 그럴듯한 형식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영화는 그 결정들이 얼마나 허술한 기억과 편향된 시선 위에서 이루어졌는지 낱낱이 파헤친다. 감독은 수많은 인터뷰와 재판 기록을 차분히 들추며, 표면 너머에 숨은 조각들을 하나씩 꺼내어 놓는다. 관객은 그 잔해 속에서 사건의 실체가 무엇이었는지를 스스로 되짚어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진실을 재구성하는 방법 자체를 이야기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장치는 재연 장면의 반복이다. 같은 사건을 각기 다른 인물의 증언을 따라 반복해서 재연함으로써, 영화는 하나의 고정된 진실이 아니라 끊임없이 달라지는 해석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총이 발사된 순간, 자동차의 위치, 인물의 움직임까지도 매번 조금씩 달라진다. 그 차이들은 절대 사소하지 않다. 그것은 진실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다가서게 만드는 미세한 흔들림이자,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는 것들이 얼마나 쉽게 조작되고 조형되는가를 증명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이 반복이 혼란스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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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은 과정보다 결과로 말하는 걸까
  •  지난 3월 - 화창하지만 약속 없는 토요일에, 모처럼 일찍 눈이 떠졌다. 당당히 나와 놀아주는 날을 오랜만에 시전 했다. 평온한 요가 타임을 거쳐, 점심은 먹는 둥 마는 둥 서점으로 갔다가 내 아지트인 한글 책 서점이 공간 재정비 중임을 깨닫고 근처의 영화관으로 향했다. 보고 싶었던 영화는 에드리언 브로디 배우 주연의 '브루탈리스트 : The Brutalist'. 아카데미 시즌이기도 해서 봤던 콘클라베 (Conclave : 나는 '브루탈리스트'를 보기 전에는 콘클라베의 랄프 파인즈가 남우 주연상을 수상할 것으로 예측했다!)를 어쩌다 보니 두 번이나 봤고, 데미 무어의 화제작 서브스탄스(Substance)도 출장 중에 비행기 안에서 봤던 터라 시간도 맞고 볼 만한 영화가 없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물어보기도 송구한 러닝 타임의 (총 3시간 35분, 인터미션이 15분 정도 포함되어 있고 이 마저도 영화의 일부다) 긴 장편 영화를 선택했다. 나는 이 영화의 제목이 건축 사조를 일컫는 말인지 전혀 몰랐다. 그저 남자 주연배우가 연기했던 2003년작 영화 '피아니스트'를 너무 좋아해서, 비슷한 전쟁 배경에 그가 등장한다는 것만으로도 보고 싶었다. 위키피디아에는 이 영화를 다음 단락의 인용문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브루탈리즘이라는 건축 사조는 흔히들 잘 아는 일본의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사용하는 빛, 물, 콘크리트 등을 전반에 사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그가 만든 북해도의 교회는 못 가봤지만, 최근 서울 마곡나루에 생긴 LG 아트센터는 가 봤다. 지하철에서 센터로 연결되는 동굴 같은 구조를 그가 설계한 것이라고 하던데, 새로운 세계로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 영화의 시작도 그러하다. 헝가리에서 취조를 받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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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극의 원인은 어디에 누구에게 있는가?<레이디 맥베스>
  • * 본 리뷰는 영화의 반전과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레이디 맥베스 Lady Macbeth, 2016 영국 | 드라마 | 2017.08.03 개봉 | 청소년 관람불가 | 89분 감독: 윌리엄 올드로이드 비극의 원인은 어디에, 누구에게 있는가? <레이디 맥베스> 경건하게 울리는 찬송가와 고풍이 흘러넘치는 교회 안. 그런데 어린 신부의 얼굴엔 당황스러움이 가득하다. 자신의 결혼식임에도 불구하고 눈치 보기 바쁜 신부 캐서린. 세상 모든 이에게 축하받아야 할 결혼식장에서는 따뜻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4면이 돌로 세워진 교회 안에서 캐서린이 느낄 수 있는 건 차디찬 냉기와 어딘가 모르게 공포스러운 바람소리뿐이다. 그래서 캐서린은 자꾸 주변을 돌아보며 자신에게 일어난 상황을 이해하려 애쓴다. 두 눈을 열심히 굴려가며 상황을 관찰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알아줄 이는 없다. 오히려 자신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 남편의 옆모습에 철저한 무관심을 느끼고, 아무 감정 없이 입을 벌려가며 찬송가를 부르는 시아버지와 목사에게서 어떠한 인간적인 면도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그것이 결혼 생활 내내 자신의 숨통을 쥐고 흔들 것임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만다. 이 단 한 장면에서 <레이디 맥베스>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결정되어 버린다. 인물들의 비열하고 저속한 속내는 어김없이 카메라 사각틀에 드러나고, 진행될 사건들의 진실은 중요하지 않을 것이란 강한 확신과 함께. 따라서 한동안 허공을 맴돌던 신부의 시선이 최종적으로 남편에게로 향할 때, 우린 단번에 이 이야기가 비극으로 끝날 것임을 예상한다. 남편의 무관심은 결혼식 첫날밤을 기점으로 경멸과 조롱으로 얼룩진다. 한 침대에 몸을 뉘어 함께 자지만, 그들은 부부가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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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쥬라기월드새로운시작 #7월2일대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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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딸은 좀비다. 이 세상 마지막 남은 좀비. 근데 이제 훈련이 가능한(?)😜 올여름 '좀비딸'이 옵니다🩵 #좀비딸 #영화 #좀비가되어버린나의딸 #조정석 #이정은 #조여정 #윤경호 #최유리 #7월극장대개봉
    • 영화 <주토피아 2> 티저 예고편
    • 주토피아를 뒤흔든 새로운 사건?! 혹은 짜릿한 파티? 더 새롭게 돌아온 [주토피아 2] 티저 예고편 전격 공개 11월, 환상의 도시 '주토피아 시티'로 놀러와💙 [주토피아 2] 11월 극장 대개봉 #디즈니 #주토피아2 #Zootopia2 #11월극장대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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