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방문기>
개막작 '라스는 웃음버튼' 감상까지
씨네랩 관계자분들 덕분에 이번에는 12회를 맞이한 ‘서울 국제 어린이 영화제(이하 SICFF)’ 개막식에 참석했습니다. 개막식은 지난 5일(목) 롯데시네마 은평구에서 진행됐습니다. 이번 SICFF는 전 세계 124개국,
3338편의 영화를 출품받을 정도로 높은 주목을 받으며 다양한 어린이, 유아, 아동 관련 영화를 모았습니다. 그 많은 출품작 중에서 특히 상상력과
어린이에 대한 시각을 담는 다양한 관점의 영화 128편을 온-오프라인에서
9일까지 선보입니다. 온라인 상영의 경우, 씨네랩 공식 홈페이지 ‘온라인 스크리닝’에서 10일(화)까지 관람 가능합니다.
개막식에 참석하기에 앞서 이미 상영관 안팎으로 영화제 관계자, 은평구청 관계자, 부모님과 아이들 등 많은 분이 환한 미소로 영화제의
시작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우리는 모두 어린이다!’라는
태그 구호와 알록달록한 색감과 귀여운 그림체로 가득한 포토존은 아이들을 사진 찍는 부모님으로 대기 줄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식이 시작하기 30분 앞서 상영관으로 들어가 얼마나 많은 가족이
들어오는지 지켜봤습니다. 예상대로 상영관은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해졌습니다. 이제 막 옹알이, 걸음마를 시작했을 꼬마 아이부터 어딘가 듬직한
초등학생 그리고 그들의 부모님과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전
연령대의 관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관객석에 자리했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나 부산국제영화제처럼 개막식과 함께 배우나
감독님의 레드카펫 행사는 없었지만, 영화관을 가득 채운 아이들의 청량한 목소리가 더욱 밝게 느껴졌습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님의 개회식 연사와 김한기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집행위원장님의 말씀이 이어지고, 이번 제12회 SICFF 작품의
수상을 위해 ‘막걸리가 알려줄거야’의 김다민 감독님,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
박재범 감독님 외 4인의 심사단이 인사를 전했습니다. 다시, 김미경 은평구청장님께서 큰 목소리로 영화제 개최를 선언하며 식장은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여느 개막식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놀란 부분은
개막식 이후 개막작 관람 시간이었습니다. 보통 구청장님, 위원장님의
경우, 개막식이 끝나면 악수를 하시며 다들 자리에서 물러나셨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님은 물론, 개막식에
참석한 모든 관계자분들이 관객석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계셨습니다. 심지어 영화가 끝나고 상영관 불이 켜지자
영화가 재밌지 않았냐고 질문을 던지기도 하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영화제 고위 관계자분들이 단순한
지역 영화제가 아닌, 더 진정한 가치에 관심을 두고 어린이를 주제로 한 영화를 통해 무언가를 이루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다들 어떤 장난이나 정치적인 모습이 아니라 영화에 진심이라고 생각하며 감동했습니다.
개막식 이후 10분의
휴게 시간을 갖고, 이후 개막작 <라스는 웃음버튼>을 감상했습니다. 노르웨이 작품이라는 점에서 대중 영화로는 만나기
힘든 작품이었습니다. 이국적인 나라의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또 영화제의 묘미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영화는 노르웨이 영화감독, 각본가 ‘에이릭 새터 스토르달’이 감독한 작품입니다. 개막작 <라스는 웃음버튼>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공개하며, 2024년 유럽 어린이 영화 연합(Europe
Children's Film Asociation)에서 대상을, 제41회 뮌헨 국제영화제에서 ‘시네킨들상’을, 지포니국제영화제에서 수상 받는 등 세계적인 무대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입니다. 영화 <라스는
웃음버튼>은 주인공 아만다를 중심으로 다운증후군 전학생 ‘라스’와 주변 친구들의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시놉시스 : 11살
아만다는 새로 전학 온 다운증후군이 있는 라스를 특별히 돌봐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다. 놀랍게도 아만다는
라스와 특별한 우정을 쌓아가지만, 친구들 사이에 속하기 위해 라스를 배신하게 된다. 이로 인해 아만다는 라스와 다른 친구들까지 모두 잃게 되는데…
영화는 굉장히 좋았습니다.
확실히 영화제 개막작에 어울리는 감동과 교훈, 여기에 흥미를 가미하는 재미까지 갖고 있는
영화라고 느꼈습니다.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기 시작한 여자 아이 ‘아만다’의 행동이나 심리가 여느 또래 아이들이 충분히 갖고 있는 모습이라는 점에서 공감을 많이 했습니다. 어른의 입장에서 별일 아닐 일도, 11살 아이 입장에서 세상이 무너지는
사건일 수도 있으니까요. 특히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라스’가 전학을 오면서 묘한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선생님의 권유로
아만다는 라스의 단짝으로 활동하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라스에 대한 다른 친구들의 좋지 않은 시선이었습니다.
종이에 낙서만 해도 시간이 너무 빨리 가버리는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거기에 친구들까지 함께 낙서를 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상상의 세계를 탐험하는 멋진 용사, 공주였죠. 영화를 관람하며
즐거운 학창시절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친구와 함께 귀가하며 실내화 가방을 둔기 휘두르듯 날리며 걸었죠. 그런 와중에 우리는 우리끼리 별명을 지어주고 놀곤 했습니다. 울음이
많은 아니는 울보, 말괄량이 소녀에겐 조폭마누라 같은 괴팍한 별명까지 지어주었죠. 영화 속 라스는 남들에게 가릴 수 없는 ‘다운증후군’에 대해 주목받으며 악몽 같은 별명과 따돌림을 당합니다. 짝꿍인 아만다는
‘해리포터’라는 공통점과 호기심에 이끌려 라스의 진면목을
알아봅니다.
영화를 관람하며 여전히 아이들의 세계는 연약하다고 느꼈습니다. 아이들 자체가 작고 소중하며 지킴 받을만한 존재라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스스로 그것을 모른다는 점이요. 어른의 입장에서 쉽게 해결할 것 같은 일도, 아이에겐 일생의 문제일 수 있죠. 또 자신의 연약함을 숨기기 위해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짓누르거나 다수가 소수를 사냥하는 모습도 충분히 영화에 담겨 있었습니다. 결국
사건은 또 다른 사건을 일으키며, 아만다와 라스의 관계는 급격하게 무너집니다. 심지어 라스의 다운증후군에 대한 ‘사이버 불링’도 영화는 다룹니다. 그렇다고 영화가 너무 무겁거나 너무 어두운 분위기가
짙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특히 주인공 ‘아만다’의 관점에서 벗어나지 않는 깔끔한 기승전결을 보여줘서 흐름적으로도 완벽했습니다.
과연, 아만다와 라스는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추후 국내 상영이 결정되면! 영화관에서 관람해 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