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9-30 17:08:46
음식은 킥, 영화는 후킹!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려면 '킥'이 중요하고 관객의 관심을 사로잡으려면 '후킹'이 중요하죠
음식에서 킥(kick)은 기본적인 맛에 자극을 더해주면서 전체적인 요리의 풍미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영화에서 후킹(hooking)은 초반에 관객의 관심을 강하게 끌어들이는것을 의미합니다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려면 '킥'이 중요하고 관객의 관심을 사로잡으려면 '후킹'이 중요하죠.
오늘은 킥과 후킹 모두를 잡은 맛도리 영화들을 준비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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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내고 싶은데 도와주렴”… 절제하지만 축축해진다
죽음을 선택하겠다고 가족이 말했다.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7일 개봉하는 <다 잘된 거야>(감독 프랑수아 오종)는 이 같은 상황을 관객이 체험할 수 있게 하는 영화다. 한 인간이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면서 죽음을 맞이하는 존엄사를 바탕으로 한다. ‘죽음의 권리’라는 뜨거운 주제를 던져놓을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영화에서 죽음에 대해 논쟁적인 장면은 찾아보기 힘들다.
“작별을 앞둔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보여주고 싶었고, 딸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담아내는 것을 중점에 뒀다.”는 오종 감독의 말처럼,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아버지와 이를 받아들이는 두 딸의 일상이 다양한 감정으로 풀어진다. 당황, 슬픔, 분노, 안도, 웃음 같은 감정들이 모녀간에 수시로 교차한다. 그 사이를 오가는 관객은 예정된 상실에서 오는 야속함보다는 지금 곁에 있는 누군가를 더 떠올리게 될 것이다.
엠마뉘엘(소피 마르소)은 아버지 앙드레(앙드레 뒤솔리에)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전화를 받는다. 그는 어릴 때 앙드레와 사이가 썩 좋지는 않았지만 아버지의 아픔을 진심으로 걱정한다. 앙드레는 조금씩 회복하지만 이제 85세를 맞이하는 그의 몸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얼굴에는 마비 증상이 왔고 식사도 대화도 예전 같을 수 없다. 앙드레는 그런 자신을 답답해한다. 제대로 생활하지 못하는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엠마뉘엘은 어느 날 병원을 찾았다가 앙드레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 “끝내고 싶으니 도와주렴.” 엠마뉘엘은 기겁해 병실을 나오고 앙드레는 조용히 눈물을 흘린다. 엠마뉘엘은 고민 끝에 앙드레를 돕기로 한다. 스위스의 한 안락사 업체에 알아내 아버지의 죽음을 준비한다.
이별할 날을 미리 안 채 맞이하는 매일매일은 감정적으로 무거울 것 같지만 오종 감독은 최대한 담담한 시선을 유지한다. 엠마뉘엘이 일상을 잘 보내는 장면이 그렇다. 친구들과 생일파티도 하고 권투도 배우러 간다. 두 모녀가 다투기도 한다. 오히려 곳곳에 심겨 있는 조용한 유머가 관객의 긴장을 해소한다. 앙드레와 두 딸이 앙드레의 죽을 날을 결정하는 장면이 그렇다. 둘째 딸 파스칼(제랄딘 팔리아스)이 “3월엔 제 생일이 있잖아요”라고 말할 때 마치 ‘죽는 것도 어렵네…’라고 생각하는 듯한 앙드레의 표정이 재미있다. 그러다 하는 말. “(손자) 라파엘의 (음악) 연주는 보고 가야겠다.”
마지막이라는 순간은 쏜살같이 빨리 오는 법이다. 자의로 이뤄지는 이별의 무게감도 피할 수 없다. 앙드레가 해맑게 웃을수록 관객의 마음이 조금씩 무너지는 이유다.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들릴 때마다 관객의 마음 한구석이 축축해지는 걸 막을 도리가 없다. 엠마뉘엘이 스마트폰으로 녹화하는 영상에서 앙드레가 “충만한 인생이었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잊기 힘들다. 그럼에도 마지막이라는 순간이 예고되었기에 오히려 상대를 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과 과정이 생겨나고 때문에 이별과 상실을 겪더라고 괜찮다고 영화는 말해주는 것 같다. 이 영화의 제목을 그렇게 받아들인다면 이를 보는 관객에게도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자칫 감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영화이지만 절제미가 돋보이는 건 배우들의 연기 덕택이다. 엠마뉘엘을 연기한 소피 마르소는 소리 없이 감정을 표현할 줄 안다. 단단한 얼굴을 지닌 그가 아무리 슬피 울어도 결코 처절하지는 않다. 앙드레 역의 76세 배우 앙드레 뒤솔리에의 모습은 진하게 남는다. 때로는 뻔뻔하고 짜증을 내던 그가 얼굴을 풀고 미소를 지을 때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뒤솔리에는 앙드레를 연기하기 위해 뇌졸중 후유증에 대해 의사에게 여러 번 설명을 들으며 준비했다. 연기할 때는 머리를 밀고 마비된 얼굴 표현을 위해 2시간가량 걸리는 분장도 했다. 12세 관람가. 1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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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확신이 없을 때, 정성을 담은 영화 한 편
*이 글은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은 후 작성되었으며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글을 읽을 때 참고해 주세요 : )
유난히 힘들고 뜻대로 되지 않는 날이 있다. 하루를 곱씹다 보면 어느새 마음에 스스로를 향한 의심이 파고든다.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나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일까?'
'내일 갑자기 사라진다고 해도 누군가 슬퍼할까?'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피곤에 지친 눈은 초점을 잃는다. 애써 노력해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의심이 해결될 때까지 질문하고 파헤치는 방법도 있다. 영화 <그대 너머에>는 꼬리를 무는 의심을 통해 답을 찾으려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영화 <그대 너머에>
영화 <그대 너머에>는 무명의 영화감독 '경호(김권후)'가 첫사랑이자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인숙(오민애)'과 그녀의 딸 '지연(윤혜리)'을 만난 후, 기억의 미로에 빠지는 내용을 담았다. 기억과 망각을 소재로 세 명의 등장인물이 인간관계와 스스로의 존재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영화의 철학적 주제와 실험적인 연출을 인정받아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 등 다양한 영화제에서 소개되었다.
영화는 자칫 신파로 흘러갈 법한 소재를 독특한 창의력으로 풀어낸다. 전체적인 구조부터 장면 하나에 이르기까지 허투루 만든 부분이 없다. 일단 영화의 구조를 살펴보면 전반부와 중반부가 '경호'의 기억이 되풀이되는 듯 반복된다. 그를 만나는 사람들은 전반부와 똑같이 행동하지만, 현재의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기계처럼 움직인다. 마치 '경호'의 존재와 상관없다는 듯 잘 짜인 연극 같이 보인다.
이러한 구조의 대비는 장소에서도 나타난다. 영화의 전반부는 모든 가능성이 열린 야외에서 시작해서 '경호'의 집인 실내에서 끝이 난다. 이야기가 중반부로 들어설 때, '경호'는 실내에서 다시 야외로 이동한다. 충격에 빠진 그가 의미심장한 표정의'지연'을 따라가는 골목길은 주인공들의 복잡한 기억을 상징한다.
영화의 장면 하나에도 각각의 의미가 숨어있다. 특히 좁은 골목길에서 촬영된 롱테이크 장면과 360도 VR 촬영처럼 다양성 영화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연출이 돋보인다.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개미의 초근접 접사는 자연 다큐멘터리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섬세하게 묘사된 개미 장면은 CG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으며 특수렌즈로 살아있는 개미를 직접 촬영해서 만들어졌다.
영화 <그대 너머에>의 '박홍민' 감독은 개미 장면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거리에서 무심코 지나치던 개미를 관찰하는 마음으로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존중하는 태도로 영화 제작에 임했다.'라고 답했다.
감독의 말처럼 개미 장면은 <그대 너머에>라는 제목의 의미를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그대'는 사전적 의미로 듣는 이를 높여 이르는 2인칭 대명사로, 세 명의 인물 중 누구를 대입해도 어색하지 않다. 또한 제목에는 그들이 각자가 가진 슬픔과 답답함 너머를 향해 용기 있게 나아갔으면 하는 응원이 담겨 있다. 영화 속 개미는 장애물에 막히고 넘어지지만, 계속 앞으로 전진한다.
Q. 지금 당신의 모습에 의심이 생기나요?
영화 <그대 너머에>는 연필로 꾹꾹 눌러쓴 편지 한 통 같다. 영화를 보게 될 평범한 존재들을 위해 수많은 밤을 지새웠을 창작자의 고뇌와 순수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매 장면마다 담긴 정성스러운 질문을 보며 스스로의 답을 생각하게 된다.
영화 <그대 너머에>를 예고편으로 미리 만나보세요▼
영화 속 세 사람도 나름의 답을 내린다. 딸을 기억하지 못하던 '인숙'은 '딸'이라는 역할이 아니더라도 '지연'을 찾아낸다. 그들은 과거에 '경호'를 만났던 일을 떠올리며 편안한 표정으로 웃음을 짓는다.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던 '경호'는 세상을 초월하여 영원히 시나리오를 쓰는 존재가 된다.
그들의 답이 꽉 막힌 해피엔딩이나 완벽한 답은 아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의심 끝에 찾은 답도 옳은 선택인지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답을 찾아본 사람만이 자신을 가로막은 장애물 너머로 향할 수 있다. 주저앉고 싶을 만큼 힘들고 어디로 가야 할지 삶의 방향을 잃을지라도 다시 전진할 용기를 낼 수 있다. 그렇게 질문과 대답을 반복하다 보면 조금 더 단단한 사람이 되리라 믿는다.
그러니 당신이 너무 많이 울거나 자책하지 말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 좋겠다.
당신을 힘들게 하는 좌절과 버티기 위한 희망을 고민하는 밤은 생각보다 다정할 테니까.
* 제가 참석한 시사회에는 감독과 배우분들의 무대인사가 있었는데요.
감독님이 말씀하시는 걸 보고 정성스러운 영화라는 확신을 가진 것 같아요.
영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실 것 같아 '박홍민 감독님의 인터뷰를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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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도경수,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주연 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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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M 엔터테인먼트
국내에서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리메이크 작품 제작을 확정지으며 많은 국내 팬들의 관심과 환호를 받고 있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지난 2008년 개봉한 동명의 대만 영화를 리메이크하는 작품으로 피아노 천재인 전학생이 오래된 연습실에서 신비스러운 음악을 연주하던 여학생을 만나면서 시작되는 판타지 로맨스 영화다. 개봉 당시 시공간을 초월한 풋풋한 첫사랑과 감미로운 클래식 음악이 잘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으며 ‘레전드 청춘멜로’로 지금까지도 관객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한국에서 새롭게 리메이크되는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 도경수는 원작에서 주걸륜이 맡았던 남자주인공 역할을 맡는다. 드라마 <백일의 낭군님>, 영화 <스윙키즈> <신과 함께> <형> 등에 출연해 스펙트럼 넒은 연기를 인정받으며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공고히 한 도경수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통해 한층 깊어진 눈빛과 감성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도경수와 호흡을 맞출 여자 주인공 역은 추후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할 계획이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은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 굵직한 작품들을 선보여온 하이브미디어코프가 제작하며, 연출은 허진호 감독의 <행복>과 <외출>을 비롯해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 등의 각본을 집필하고, 개봉 예정인 서예지와 김강우 주연의 <내일의 기억>으로 데뷔한 서유민 감독이 맡았다.
강렬한 피아노 씬과 첫사랑의 대명사로 잘 알려진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음악적으로도 인정을 받고 있는 도경수 배우가 보여줄 강렬한 피아노씬을 기대하며, 과연 한국에서는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풋풋한 첫사랑을 그려나가고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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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벽한 가족이란
이 영화는 부국제에서 봤던 영화인데, 생각보다 볼 만했어서 수면으로 끌어올려 볼까 한다.
마야는 오래 전 가족들과 좋은 기억이 남아있는 덴마크의 한 섬을 친구 부부와 다시 찾는다. 가족간의 정을 다시 다독이기 위해서. 하지만 이들의 기대는 아들들이 친 사고로 한 순간에 무너지고야 마는데....... 이들은 산재해 있던 가족간의 갈등을 잘 봉합하고 온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지금부터 그녀의 심리를 세 번의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자 한다.
1.문제의 발단
가족의 갈등은 마야 친구 부부의 아들이 마야의 막내 아들을 성추행하면서 발생한다. 마야는 이 일로 자신이 완벽을 기하며 살아온 엄마의 역할을 잘 수행해 왔는지에 대해 반추한다. 다들 그녀에게 진정을 요구하고 아이들의 성장의 일부로 치부하고 추궁하지 않았기에 초반에는 마야가 과민반응보인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결혼 후 가정 주부로 살아온 그는 사회적 커리어를 완벽한 가족의 모습으로 대신했기에 자신의 가족에게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친구 부부의 재혼 문제 등 가정사로 인한 아이의 교육 문제인 줄 알았지만 그는 문제가 자신의 가정에 있음을 깨닫고 또 한 번의 무너짐을 겪는다.
2.남편의 배신
그런 성적인 것들을 어디서 보고 배웠느냐는 추궁에 아이들은 사건의 첫 제안은 마야의 첫째 아들이 주도했고, 마야의 남편의 야한 동영상에서 찾아 봤다고 털어놨다. 이렇게 마야의 남편은 아이들의 교육에도 무심한 데 이어 친구 와이프를 탐하는 등 점점 찌질한 모습들로 명치 한 대 치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는 회피하지만 마야에게 실패한 자식 교육의 원인을 몰아세워 다시 한번 완벽한 가족을 이루어내지 못했다는 가스라이팅으로 마야의 마음을 계속 긁는다. 도대체 너는 뭔데 아빠 소리를 듣고 싶은 거냐 싶었다. 거기에 이혼 경험이 있는 그의 친구는 그를 '완벽한 엄마'로 추켜세우면서도 사랑을 갈구한다. 이 영화 속 남자들은 정말 가관이다. 해야할 의무는 안하면서 우쭈쭈안해줬다고 삐지는 아이 같은 인간들.
이 시점을 기점으로 마야는 돌아버리겠는 상황에서 탈피한다.
3. 그녀의 해방
그는 친구의 아내와 함께 근처 바에 가서 낯선 남자와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온 마야를 이해하지 못하고 밥 안차려줬다고 징징대는 그를 보며 마야는 한 차례 더 그 남자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자신의 욕망에 솔직해진 것이다. 엄마라는 그늘에 갇혀 분출하지 못한 감정을 표출하며 바다가 만들어내는 파도에 몸을 맡긴다. '자유 여인'이 된 마야는 해방을 맛보며 자신을 직시하게 된 것이다.
그 와중에 와이프 없이는 등신이신 남편께서는 마지막까지 차는 마야 것이지만 텐트는 자신 것이란 유치한 의견 충돌을 벌이다 마야에게 버림받는다. 결국 마야는 남편과 함께 끔찍한 기억이 담긴 모든 것을 섬에 버리고 온 것이다. 끝내 배에 타지 못한 그의 처량함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4. 총평
이로써 마야는 인생 공부를 한 셈이다. 결혼한 여자는 나를 지켜줄 남자가 있는 여자가 아니라 결혼 생활 중에도 여자도 자신을 지켜내야한다는 것을. 욕망을 억누르고 엄마라는 잣대에 가려질 필요가 없다는 것을. 그건 남자들이 만들어낸 아내, 엄마라는 판타지에 굴복하는 것 뿐이라는 것을 그녀도 뼈저리는 시간을 통해 경험한 것이다. 그러니 '빌어먹을 휘게'가 아니라 '신이 주신 귀한 깨달음'인 셈 치자. 그러니 자신을 지키고 자신의 삶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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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강아름, 뿌연 카메라로 결혼을 질문하다
자전적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박강아름과 그녀의 남편 정성만. 둘은 영화를 공부하고 싶다는 아름의 꿈을 좇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다. 유학 도중 아이도 낳는다. 아내인 아름은 학교를 다니고 남편인 성만이 가사노동과 육아를 한다. 얼핏 보면 낭만적이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매 순간이 어려움의 연속이다. 〈박강아름 결혼하다〉에는 이 과정의 고난함이 담겨있다.
사실 〈박강아름 결혼하다〉는 매끄럽게 이어지는 작품은 아니다. 영화 참여자를 재현하는 방식의 윤리성, 자기 서사를 전면에 내세우는 일의 진부함 등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박강아름 결혼하다〉는 바로 이 어수룩한 지점에서 의미를 획득한다.
공부, 출산, 육아 등의 고된 노동을 프랑스라는 낯선 곳에서 해나가는 아름‧성만 부부는 시시때때로 갈등을 겪는다. 영화에는 사랑스럽고 유쾌한 순간만큼이나 긴장감 넘치는 장면도 많다. 고민하던 아름은 근본적 질문에 다다른다. '도대체 우리는 왜 결혼했을까?', '왜 나는 결혼을 그토록 갈망했을까?'
영화가 급격히 흔들리고 방향을 잃는 건 이 질문이 나오고 난 후부터다. 신혼부부의 삶을 담은 생활 밀착형 고난 이야기는 이 질문 이후 진지한 표정으로 돌변해 답을 찾으려 든다. 하지만 끝내 답을 찾는 데 실패하고 만다. 아름이 답을 얻기 위해 몇 쌍의 부부, 커플을 만나는 장면이 자아내는 지루함이 그녀의 실패를 대변한다. 아름은 자기가 혼란스럽다는 이유로 소중한 이야기를 나눠준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어버렸다. 이 장면에서 영화의 ‘실패’는 본격화된다.
그러나 결혼의 의미를 탐구하던 아름의 실패는 아이러니한 방식으로 ‘성공’을 향해 나아간다. 영화의 마지막, 아름은 덩케르크로 가족여행을 떠난다. 영화에 바다의 풍경을 담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날씨가 문제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성만은 아프다는 이유로 내내 뚱한 표정이다. 아름이 기대하던 아름다운 여행은 없었다. 성만과 아름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지고, 카메라는 비에 젖어 점점 뿌예진다.
뿌연 카메라와 뾰로통한 얼굴. 이것이야말로 아름이 답을 갈구하던 질문에 대한 답이다. 왜 수많은 갈등에도 결혼으로 묶인 둘 사이는 여전히 공고할까? 사람들은 이들과 같은 문제를 겪음에도 왜 결혼에 애착을 거두지 않을까? 왜 여전히 결혼은 미래 행복의 가장 중요한 선결 조건으로 여겨질까? 이 모든 해결되지 않는 질문들 속에서도, 사람들은 결혼의 어떤 순간에 행복을 느끼는 걸까? 그 행복은 어떻게 결혼을 지속시키며 동시에 결혼을 교란할까?
〈박강아름 결혼하다〉는 이중 어떤 것에도 명쾌히 대답하지 못한다. 하지만 고민이 야기하는 혼란을 외면하지는 않는다. 여기에 〈박강아름 결혼하다〉의 의미가 있다. 우리는 아름의 태도에서 모두가 감당하고 있는 삶의 무게를 엿본다. 길을 잃었지만 어쨌든 앞으로 나아가는 건 박강아름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우리 모두의 은유다. 그녀가 혼란을 마주하고 고민하는 일을 멈추지 않길 바란다.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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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P.> - '갈 곳 없는 청춘을 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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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 (D.P.,2021)
개봉일 : 2021.08.27 (넷플릭스 공개)
감독 : 한준희
출연 : 정해인, 구교환, 김성균, 손석구, 이준영, 신승호, 조현철
‘갈 곳 없는 청춘을 쫓다.’
웹툰 <D.P 개의 날>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시리즈 <D.P.>가 2021년 8월 27일, 높은 기대치와 많은 관심 속에 공개되었다. 주인공 안준호 이병과 한호열 상병 역을 맡은 정해인, 구교환 배우의 신선한 조합에 대한 기대와 궁금증이 높은 작품이었는데, 정반대의 이미지를 가진 두 배우가 각자에게 꼭 알맞은 옷을 입고 내뿜는 케미가 상당해 이야기를 제외하고도 두 캐릭터의 파트너십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었다. 정해인, 구교환 배우를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이 시리즈를 보다 보면 두 배우가 흘리는 매력에 금세 빠져버릴지도 모르겠다. (난 이미 그전부터 허우적대고 있던지라 더 할 말이 없다...)
<D.P.>는 어려운 가정 사정을 뒤로한 채 입대한 후, 헌병대로 차출돼 특유의 눈썰미와 센스로 탈영한 군인을 쫓는 군인. 'D.P'가 된 안준호 이병과 그의 파트너 한호열 상병의 이야기다. '군인을 쫓는 군인'의 이야기라 하여 추격극이 주가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D.P.>는 단순한 추격, 액션극이 아니었다.
20살 초반, 갓 성인이 된 우리나라 남자들은 좋든 싫든, 어떻게든 국방의 의무란 것을 지게 된다.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대부분의 남자들은 국방부의 시계에 맞춰 청춘의 일부를 헌납하게 되는데, 이 의무에 대해선 항상 논란이 많다. 말도 안 되게 적은 월급, 계급제 아래 잔혹하게 이어지는 가혹행위, 군사 비리, 인권문제, 병사의 현실은 고려하지 않는 불합리한 판단 등등.. 군대란 것이 공개적이기보단 폐쇄적인 집단이다 보니 모두가 알면서도 쉬쉬하고 넘어가는 문제들이 너무도 많다. <D.P.>는 이 문제들을 준호, 호열이 쫓는 탈영병들을 통해 비춰낸다. 그리고 준호와 호열이 가진 트라우마들과 그를 조금씩 극복하는 모습, 타인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보여주며 안준호 이병과 한호열 상병이라는 인물에게 인간성과 입체감을 부여하며 몰입력을 끌어낸다.
탈영병들은 말한다. “더 이상 쫓아오지 마.” “내가 뭘 잘못했어.”
20대 초반의 남자들에겐 국방의 의무가 주어진다.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부대 밖으로 뛰쳐나가는 건 엄연한 군법 위반이다. 탈영병에겐 탈영이라는 죄가 있다. 하지만 탈영병에게만 죄가 있는 걸까?
호열은 이렇게 말한다.
“탈영병 잡아오면 뭐해. 안에서 이러는데 탈영을 안 하고 배겨?”
모두가 쉬쉬하는 가혹행위와 근절되지 않는 군사 비리, 병사들을 가족이라기보단 진급 수단의 하나로 보는 간부. 바뀌지 않는 현실들. 탈영병은 이 문제들에 떠밀려 벼랑 끝에 선, 연약하고 어린 청춘이다. 탈영병을 다시 군대로 끌어다 놓아도 가해자들은 처벌을 받지 않고 다른 곳으로 전입될 뿐이고, 탈영병에겐 상처 위에 ’탈영병‘이라는 딱지가 붙을 뿐, 아무도 그의 상처를 보듬어주지 않는다. 탈영의 결말은 탈영을 하게 만든 문제의 해결이 아닌, 탈영병이란 낙인과 영창뿐이다.
군인이라는 신분에 발 묶인 채로 흔들림을 견디지 못해 탈영병이 된 이들. D.P가 된 준호와 파트너 호열은 탈영병들의 이야기를 파헤쳐 가며 문제를 통감하고 그들의 마음에 공감하며 성장한다. 반듯하고 거침없지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숨기고 사는 인물 준호와 속옷 고무줄을 퉁-튕기며 극의 분위기를 띄우다가도 곧 색다른 얼굴로 돌변해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 호열. 전혀 다른 이미지를 가진 두 인물은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며 달린다. '도망간 군인을 잡는다.'
처음엔 '설렁설렁하다 만약 못잡으면? 또 나와서 잡으면 돼-'(해당 보직을 비하하거나 무시하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같은 느낌으로 가볍게 시작된 탈영병 체포는 극이 진행될수록 죄책감, 책임감 같은 감정과 새로운 문제와 무게감이 더해지며 시즌 1의 마지막쯤엔 상당히 묵직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어떤 일을 해도, 어떤 사고를 쳐도 결국 변하는 건 없는 시스템 속에서 끝까지 내몰린 청춘에 공감하며 눈물짓는 건 그들과 똑같이 아픈 청춘뿐이다. 예상보다 훨씬 무겁고 아픈 이야기였다. 이렇게 내쫓긴 탈영병들의 청춘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매화 반복되는 오프닝 영상을 보면서 생각했다. 울음을 토해내는 갓난 아이가 나오고, 아이가 자라나는 순간들이 지나간다. 그리고 어린 시절을 지나 성인이 된 아이(준호)가 입대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는 화면 너머에 앉아있는 우리를 바라보듯 뒤를 돌아 어딘가로 시선을 던진다. 그와 시선을 맞추고 있는 당신은 탈영병들과 같은 아픔을 가진 청춘인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 묵인하거나 그들을 괴롭힌 방관자 또는 가해자인가. 준호의 시선은 <D.P.>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여러분들은 오늘부터 군인입니다.”
술만 마시면 어머니를 폭행하는 아버지와 아버지에게 맞으면서도 가정을 지키는 어머니. 불안한 가정환경 속에서 자란 준호는 무거운 삶의 무게를 지고 있다. 어머니와 동생을 사랑하고 동정하지만 이 가족을 떠나고 싶었기에 더 이상 거리를 좁힐 수 없었던 준호는 가족들을 두고 홀로 연병장으로 향한다.
2014년 선진 병영이 도입되기 전, 지금보다 폭행과 가혹행위가 더욱 심했던 시절. 준호는 군인이 된다. 민간인이 아닌 군인. 민간인에게 'Touch My Body'가 즐거운 노래 가사라면 내무반에서 'Touch My Body'는 말 그대로 폭행 또는 몸을 더듬는 성추행을 의미한다.
준호가 머무는 내무반의 고참 황장수와 류이강은 가까운 기수 몇 명을 제외한 후임들을 심하게 괴롭히는 선임이다. 준호의 가장 가까운 선임 조석봉 일병은 황장수, 류이강과 다르게 후임인 준호를 챙기며 “우린 나중에 애들한테 잘해주자.”고 다짐한다. 하지만 계속되는 가혹행위와 성폭력은 봉디(석봉+간디)라는 별명을 가진 착한 청년마저 미치게 만든다.
모두 알고 있지만 쉬쉬하고 있는 가혹행위들. 석봉과 탈영병들은 이와 같은 이유로 점점 망가지고 끝내 넘어선 안될 선을 넘어 도주한다. 하지만 이들은 잡히면 안 되기에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지옥 같은 군대로 돌아갈 수도 없다. 대부분의 탈영병들은 집이 아닌 길거리 어딘가를 헤매다 다시 군대로 돌아간다. 무슨 짓을 해도 바뀌지 않을 지옥 같은 그곳으로.
언제 잡혀갈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 덜컹거리는 지하철에 앉아있으면서도 “여기가 편하다”고, “갈 곳이 없네요”라고 말하는 탈영병의 한마디에 그간 그가 겪었을 아픔과 고통이 묻어난다. 준호와 호열은 탈영병들을 잡으며 그들의 아픔에 함께 젖어든다. 하지만 준호와 호열은 현실을 바꿀 힘이 없다. 탈영병을 다시 부대로 인도하는 순간, 이들의 영향력은 끝이 나고 윗선에서는 진급에 영향이 간다는 이유로 가혹행위를 최대한 쉬쉬하고 덮으려고만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의 이기심과 잔혹함은 석봉이 탈영한 후 더욱 여과 없이 드러난다. 같이 밥을 먹고 잠을 자던 전우를 가차 없이 쏘라 명령하는 부대장 앞에서 박범구 중사와 임지섭 대위는 서로에 대한 경쟁심을 내려놓고 석봉을 살리려고 노력하지만 이들의 노력은 결국 실패로 끝나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뭐라도 바꾸려면 뭐라도 해야지.”
좁고 폐쇄적인 군대라는 사회에서 하루 종일 같이 지내는 사람이 나에게 선을 넘는 행동과 가혹행위를 반복한다면, 계급제라 반항 한 번 할 수 없다면, 윗 사람들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방관하고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 병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목숨을 끊는 것 또는 이 지옥 같은 곳에서 탈출하는 것밖에 없다. 뭐라도 바꾸기 위해, 벗어나기 위해 탈영을 결심한 탈영병 신우석, 허기영, 허치도, 조석봉. 이들의 필사적인 탈출과 죽음은 과연 무엇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
가혹 행위로 탈영을 했던 허기영 일병의 어머니가 답답해하며 묻는다. “어떻게 책임지는 사람이 없냐”고. 피해자는 고통에 몸부림치고 가해자도 분명한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시스템. 그리고 수많은 피해자를 봐왔음에도 사라지지 않는 썩은 부분들. 총을 든 석봉 앞에서 “우리가 바꾸면 되지”라고 말하던 호열의 대사가 무색할 만큼 이 문제들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석봉은 수통마저도 6.25 때 쓰던 것인데 어떻게 바뀌냐며, 뭐라도 해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자살을 선택한다. 착한 선생님이었던 석봉, 친하고 마음이 잘 맞는 친구였던 석봉, 누군가의 귀한 아들이었던 석봉, 준호에겐 가장 의지가 되던 선임이었던 석봉이란 청년은 이제 없다. 그는 '선임을 납치한 뒤 자살 시도한 탈영병'으로 뉴스에 오르내릴 뿐이다. 사람 때리는 걸 못해서 유망주로 주목받던 유도마저 관뒀다는 선한 마음씨의 석봉이 칼을 휘두르고 미친 듯이 뛰어가는 모습과 자살을 감행하는 모습을 보며 그가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모르겠다. 칼과 총을 든 탈영병이기 이전에 그저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어린 청년이었을 뿐인데.
석봉의 자살시도와 함께 6화가 끝난 후 나오는 부가 영상은 이 먹먹한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든다. 석봉의 친구가 석봉처럼 “뭐라도 바꾸려면 뭐라도 해야지”라고 말하며 자신을 괴롭히는 선임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하는 장면에서 선임들과 변하지 않는 시스템에 대한 분노, 원망이 가득 느껴진다. 결국 총기를 난사한 병사가 되고 자살한 탈영병이 되는 건 피해자들뿐이다. 가해자들은 무사 전역을 하거나 심해야 영창과 전입, 며칠간의 반성. 그게 죗값의 전부다. 돌아갈 곳 없는 지친 청년들의 마지막 선택지 탈영. 그리고 그를 쫓는 또 다른 청춘. 탈영과 일들은 벌어졌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피해자의 눈물과 죽음 앞에서 책임감을 느끼는 건 또 다른 청춘(준호,호열)이 유일하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조금 날카롭게 말하자면 <D.P.>를 보는 시청자들 중에서도 분명 황장수와 류이강처럼 군 시절 누군가에게 가혹행위를 하거나 폭력을 휘두른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들은 오프닝 영상에서 시청자 쪽을 바라보는 준호의 눈빛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황장수처럼 자신의 죄를 전혀 알지 못하고 똑바로 시선을 마주하고 있겠지?
전체적인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는 이렇게 줄이고, 이번엔 주인공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D.P.>의 주인공 안준호와 한호열은 겉으론 강하거나 유머러스해 보이지만 각자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준호는 대체적으로 ‘죄책감’과 연관된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그는 영창 근무를 서는 날, 영창 안에 갇힌 죄책감들과 마주한다. 첫 근무 날 구하지 못했던 탈영병 신우석의 환영, 아버지에게 맞고 있는 어머니가 “왜 도와주지 않냐”며 묻는 환영과 같은 것들 말이다.
준호는 술 먹고 가정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가 있는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고, 그런 아버지 밑에서 도망치지 못하고 돈을 빼앗기는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한다. 어머니를 미워하는 건 아니지만 그녀를 돕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갖고 있고 그래서인지 가정을 떠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떠나지 못한다.
준호는 3화에서 탈영병 정현민을 검거하며 만난 자신의 어머니와 비슷한 여자 ‘영옥’을 보며 어머니를 떠올리고 그녀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술 먹고 폭력을 일삼는 남자에게 갖고 있는 모든 걸 다 팔아가며 돈을 바치는 영옥과 어머니. 준호는 영옥을 도우며 어머니를 돕지 못한 죄책감의 일부를 극복하고 뒤이어 ‘밥은 먹었냐’는 시답잖지만 따뜻한 인사를 담은 전화를 한다.
또 하나의 죄책감은 ‘탈영병을 구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이 죄책감은 차후에 ‘구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변한다. 준호는 석봉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끈질기게 석봉의 뒤를 쫓지만 석봉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느끼고 자살한다. 석봉의 죽음 앞에서 가장 크게 비명과 울음을 토해내던 준호의 모습이 마음에 깊이 박힌다. 그는 석봉의 죽음 이후 첫 근무 당시 구하지 못했던 탈영병 우석의 납골당으로 향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런 일 없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의 누나를 보며 쓰린 표정을 짓는다. 열을 맞춰 걸어가는 병사들과 반대로 걸어가는 준호의 뒷모습엔 이 말도 안 되는 시스템 속에서 죽어간 청춘들에 대한 죄책감과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진다.
호열은 준호의 파트너이자 D.P 조장이다. 꽤 오래 D.P 생활을 한듯한 그는 내무반과 크게 엮이지 않으면서도 나름의 영향력을 챙겨온 꽤 센스 있는 인물로 보인다. 국군 병원에서 흡연을 하는 다른 아저씨들에게 페브리즈를 팔며(?) PX 냉동을 뜯어내는 그의 능청스러운 장사 솜씨와 복귀가 결정되자마자 “얘네 담배 피웠어요”라며 모든 걸 폭로해버리는 한마디에서 그의 성격이 단박에 드러난다.
능청스럽고, 유연하면서도 선을 알고 내 몫은 확실하게 챙기는 인물. 굳어있는 준호에게 “네가 내 아들이구나?(아들 군번)”라고 물으며 자연스레 다가가는 모습과 황장수가 후임들을 말도 안 되게 갈구는 걸 발견했을 때, 중간에서 준호를 채간 후 황장수가 만든 상황을 빠르게 정리하는 모습을 보며 그의 따뜻하고 영리한 면을 볼 수 있었다.
호열이 가진 트라우마는 이전 활동에서 만난 칼을 휘두른 탈영병에 대한 공포, 그리고 자세히 나오진 않았지만 무심한 부모님에 대한 원망이 있겠다. 정현민을 잡으러 갈 때 호열은 준호에게 “칼침 놓는 탈영병도 있다”며 가볍게 말을 던지는데, 이후에 마주친 호열의 동기 ‘김규’를 통해 우리는 이 말이 호열의 경험담임을 알게 된다. 호열은 이런 트라우마를 겉으로 전혀 티 내지 않고 준호와 D.P 활동을 하고 있지만, 영화관에서 마주한 칼을 든 석봉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만다. 호열은 시리즈의 초반부에 ‘과호흡과 불안한 상태’ 때문에 병원에 검사를 하러 갔었다고 말하는데, 어쩌면 이 불안감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호열의 다른 트라우마는 ‘무심한 부모님’이다. 자세한 설명은 나오지 않지만 호열은 꽤 잘 사는 집안의 외동아들로 보인다. (정현민을 잡을 때 쓴 김규의 300만 원을 바로 이체해 주는 걸 보면) 하지만 호열이 부모님과 통화를 하거나 부모님 이야기를 하는 장면은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는다. 호열과 준호가 함께 포상 휴가를 나왔을 때, 호열의 집엔 아무도 없었고 전화 한 통 걸려오지 않는다. 라면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던 호열은 이렇게 말한다. “그러게, 부모는 왜 나를 낳았을까?”
이 말과 사진 한 장으로 속단할 순 없지만 교복을 입은 호열과 부모님의 사진에선 왠지 어색한 분위기가 흐른다. 이런 모습을 봐서일까, 호열이 연락을 받지 않는 준호의 집에 찾아가 준호의 어머니, 동생과 함께 삼겹살 파티를 하는 장면에선 왠지 호열이 ‘이런 분위기를 그리워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만일 시즌 2가 제작된다면 한호열 상병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원작 웹툰을 보지 않고 바로 감상했는데, 시리즈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자연스레 원작도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원작을 먼저 보고 시리즈를 감상한 시청자들의 의견은 어떨지 궁금해지는 시리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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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04. 21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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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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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샹치 예고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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