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10-22 19:38:40
박찬욱이 사랑한 말러의 음악
영화감독이 사랑한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
영화감독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곡가라고 하면 여러분은 누가 떠오르시나요?
저는 '구스타프 말러'를 뽑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이름은 생소할지 몰라도 그의 음악을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특히 국내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에서 말러의 음악이 중요한 장치로 등장해 관객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구스타프 말러'는 감정적 깊이와 철학적 주제를 담은 교향곡으로 유명한 후기 낭만주의 작곡가입니다. 그는 '교향곡 제5번' 등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성악을 결합한 작품으로 독창성을 드러냈습니다. 생전에는 지휘자로 주목받았지만, 그의 음악은 후대에 재평가되어 현대 클래식 음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박찬욱을 포함해 마틴 스콜세지, 짐 자무쉬, 알폰소 쿠아론 등 영화 감독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현재까지도 다양한 영화의 사운드트랙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럼, 말러의 음악이 흐르는 영화를 관람하러 떠나볼까요?
**말러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플레이리스트가 10월 24일 (목)에 씨네픽 유튜브 계정에 업로드될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헤어질 결심>, 박찬욱
줄거리
산 정상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변사 사건.
담당 형사 '해준'은 사망자의 아내 '서래'와 마주하게 된다.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
남편의 죽음 앞에서 특별한 동요를 보이지 않는 '서래'. 경찰은 보통의 유가족과는 다른 '서래'를 용의선상에 올린다. '해준'은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 탐문과 신문, 잠복수사를 통해 '서래'를 알아가면서 그녀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느낀다. 한편, 좀처럼 속을 짐작하기 어려운 '서래'는 상대가 자신을 의심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해준'을 대하는데….
진심을 숨기는 용의자 용의자에게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는 형사 그들의 <헤어질 결심>
<셔터 아일랜드>, 마틴 스콜세지
줄거리
보스턴 셔터아일랜드의 정신병원에서 환자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연방보안관 테디 다니엘스는 수사를 위해 동료 척과 함께 셔터아일랜드로 향한다. 셔터 아일랜드에 위치한 이 병원은 중범죄를 저지른 정신병자를 격리하는 병동으로 탈출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자식 셋을 죽인 혐의를 받고 있는 여인이 이상한 쪽지만을 남긴 채 감쪽같이 사라지고, 테디는 수사를 위해 의사, 간호사, 병원관계자 등을 심문하지만 모두 입이라도 맞춘 듯 꾸며낸 듯한 말들만 하고, 수사는 전혀 진척되지 않는다. 설상가상 폭풍이 불어 닥쳐 테디와 척은 섬에 고립되게 되고, 그들에게 점점 괴이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브래들리 쿠퍼
줄거리
지휘자이자 작곡가인 레너드 번스타인과 그의 아내 펠리시아 몬테알레그레 콘 번스타인의 평생에 걸친 인연과 사랑을 그린 이야기
<칠드런 오브 맨>, 알폰소 쿠아론
줄거리
세계 각지에서는 폭동과 테러가 비일비재해 지고, 대부분의 국가가 무정부 상태로 무너져 내린 가운데, 유일하게 군대가 살아남은 국가 영국에는 불법이민자들이 넘쳐 난다.
한편, 아들이 죽은 후, 세상을 바꾸겠다는 의지 따위는 모두 잃어버린 남자 ‘테오’ 그의 앞에 20년 만에 나타난 전 부인 ‘줄리안’은 기적적으로 임신한 흑인 소녀 ‘키’를 그에게 부탁한다. 믿을 수 없는 기적을 눈 앞에서 마주한 ‘테오’. 그는 ‘키’가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인간프로젝트’를 성공시켜야만 하는데…
인류 종말의 끝, 기적이 다시 시작된다!
<커피와 담배>, 짐 자무쉬
줄거리
시끄럽고 허름한 카페, 로베르토와 스티븐은 커피에 중독되어 덜덜 떨리는 손으로도 연신 진한 커피를 들이켜댄다. 커피와 담배에 대한 예찬으로 일관된 선문답은 희한하게도 계속 이어지고 로베르토는 어이없게도 스티븐의 치과 약속을 대신 가주려고 하는데….
<타르>, 토드 필드
줄거리
무대를 장악하는 마에스트로, 욕망을 불태우는 괴물,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지휘자 리디아 타르. 이 이야기는 그녀의 정점에서 시작된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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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첫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직진으로 달리는 쾌감’
남에서의 새로운 삶을 꿈꾸는 북한군 병사 임규남
‘규남’의 탈주를 막기 위해 추격하는 정보기관인 북한 보위부 장교 리현상
먼저 탈북한 어머니와 동생을 만나러 규남의 탈주 계획에 동승하려는 김동혁
구교환x이제훈 주연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연출하여 흥행에 성공시킨 이종필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며 쫓고 쫓기는 추격 액션을 통해 강렬한 케미스트리를 선보일 예정!
내일을 향한 질주 오늘을 위한 추격 <탈주>와 7월 첫째 주 개봉예정작 같이 보아요
탈주
Escape
개요: 액션 | 한국 | 94분
감독: 이종필
주연: 이제훈, 구교환, 홍사빈
개봉: 2024.07.03.
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10년 만기 제대를 앞둔 중사 ‘규남’은 미래를 선택할 수 없는 북을 벗어나 원하는 것을 해 볼 수 있는 철책 너머로의 탈주를 준비한다. 그러나, ‘규남’의 계획을 알아챈 하급 병사 ‘동혁’이 먼저 탈주를 시도하고, 말리려던 ‘규남’까지 졸지에 탈주병으로 체포된다. ‘규남’이 본격적인 탈출을 감행하자 ‘현상’은 물러설 길 없는 추격을 시작한다.
퍼펙트 데이즈
Perfect Days
개요: 드라마 | 일본 | 124분
감독: 빔 벤더스
주연: 야쿠쇼 코지
개봉: 2024.07.03.
배급: 티캐스트
시놉시스
도쿄 시부야의 공공시설 청소부 ‘히라야마’는 매일 반복되지만 충만한 일상을 살아간다. 오늘도 그는 카세트 테이프로 올드 팝을 듣고, 필름 카메라로 나무 사이에 비치는 햇살을 찍고, 자전거를 타고 단골 식당에 가서 술 한잔을 마시고, 헌책방에서 산 소설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이가 소원한 조카가 찾아오면서 그의 반복되는 일상에 작은 변화가 생긴다.
만천과해
The Invisible Guest
개요: 범죄, 스릴러 | 중국 | 106분
감독: 남동협
주연: 이성민, 이희준, 공승연, 박지환, 이규횽, 우현
개봉: 2024.07.03.
배급: 오드 AUD
시놉시스
부와 명예를 가진 유명 사업가의 아내 ‘조안나’는 전 연인 ‘밍하오’와 밀회 중 잔인한 밀실 살인 사건에 휘말리고,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그렇게 하루아침에 절벽 끝으로 내몰린 그녀에게 형사 ‘정웨이’가 찾아온다. ‘정웨이’는 ‘조안나’에게 무죄를 입증할 유일한 사람은 본인뿐이라며 거래를 제안한다. 조작된 증거를 뒤집을 수 있는 제한 시간은 단 2시간. 진실에 다가설수록 더욱 미궁 속에 빠져드는 무죄 입증 스릴러!
극장판 바이올렛 에버가든
Violet Evergarden: The Movie
개요: 애니메이션, 드라마, 판타지 | 일본 | 140분
감독: 이시다테 타이치
더빙: 이시카와 유이, 나미카와 다이스케
재개봉: 2024.07.03.
배급: ㈜라이크콘텐츠
시놉시스
친애하는 길베르트 소령님, 오늘도 또 당신을 떠올리고 말았습니다. 무엇을 보든 무엇을 하든 당신이 떠오릅니다. 시간이 지나도 당신과 보냈던 기억은 선명하게 되살아납니다. 당신은 날 곁에 두었고 아무것도 모르는 제게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고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려주셨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또 편지를 쓰게 됩니다. -언젠가 이 편지가 당신에게 닿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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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우리의 망각 속에서 계속되는 다음의 피해자
[BIFF 데일리] 우리의 망각 속에서 계속되는 다음의 피해자
영화 다음, 소희 리뷰
감독] 정주리
출연] 김시은, 배두나
시놉시스] 소희(김시은)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인터넷 회사 콜센터에 현장실습생으로 취직한다. 소녀는 대기업에 취직했다며 들뜨지만, 실상은 기대와 다르다. 노동 착취가 예사로 일어나는 콜센터는 그야말로 노동 지옥이다. 그곳의 잔인한 현실은 암울한 사고로 이어지고, 형사 유진(배두나)은 악착같이 진실을 좇는다. 그러나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 앞에서 그녀는 무력함을 절감한다.
특성화고 고교생들의 현장실습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올해만 해도 현장 실습 도중 사망하는 사건이 여럿 발생했지만 이에 대한 조치가 명확히 이뤄졌는지에 대한 후속기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지면서 다시 망각의 길로 걸어가고 있는 것이 특성화고 고교생들의 현실이 아닐까 싶다.
다음이라는 묵직한 말
영화 <다음, 소희>는 영화 제목이 주는 묵직한 메시지가 있다. 이 작품에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소희의 죽음을 통해서 특성화고의 현장실습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경찰 유진은 깨닫지만, 자신의 손으로 바로잡기에는 이미 작동하고 있는 사회 시스템을 멈출 수가 없기에 좌절한다. 이 문제를 여기서 바로잡지 않는다면 소희 뿐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소희와 같은 아이들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지만, 정량적 평가라는 교육부의 사회적 시스템으로 인해 이 체제가 무너지지 않는 이상 개인이 현장실습을 나가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유진은 죽어버린 소희의 유품, 핸드폰에 유일하게 있었던 춤연습 동영상을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어른으로서 아직 꽃도 피지 못한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시스템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바꿀 수 없다는 무력감에서 나오는 눈물이 아니었을까. 경찰이라는 공무원이었지만 유진이 할 수 있는 것은 이제 남아있는 현장실습생들을 챙기는 것이었다. 유진은 그렇게 소희가 마지막으로 전화를 건 소희와 함께 춤동아리에서 춤을 추었던 1년 선배를 찾아간다. 같은 현장실습생으로 공장에서 일했지만 사고를 쳐서 택배 물류 작업을 하고 있었던 그에게 유진은 힘든 게 있느면 털어놔도 된다며 누구에게든 말하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자 고맙다며 눈물을 흘린다. 현장실습생이라는 특수한 조건 때문에 사내에서 힘들다는 말을 하지도 못했던 이들이기에 당장의 시스템을 바꾸진 못하더라도 따뜻한 이 말 한마디가 그들에게는 큰 위로와 안식처로 다가왔을 것이다.
아직 이 문제들을 양산하는 사회적 시스템은 그대로 작동 중이다. 그렇기에 이 문제는 계속해서 나올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관심을 두지 않으면 이와 같은 일은 계속해서 반복되고 아이들은 점점 더 사지로 몰릴 수밖에 없음을 ‘다음’이라는 지목을 통해서 완강하게 표현하고 있지 않았나 싶다.
정량적 평가가 만든 악의 굴레
우리가 실적을 평가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정성적인 방법과 정량적인 방법이 있다. 하지만 정성적인 평가의 경우에는 객관적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은 정량적인 평가를 한다. 영화 <다음, 소희>에서는 꾸준히 객관적인 수치에 대한 질문과 그 속에서 배제되고 있는 정성적인 부분이 부각되어 등장한다. 특성화고 특성상 그 해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실적으로 이어지기에 학생들을 공장, 콜센터 등 다양한 곳으로 현장 실습을 내보낸다. 이 아이들의 성격이나 적성, 장래희망을 고려한 것이 아닌 비료공장, 사료공장 등 인력이 필요한 곳이면 내보내는 것이다. 이러한 행태를 보고 유진은 이게 어떻게 학교냐며 인력사무소 아니냐고 따지지만 취업률을 보고 지원금을 받는 특성화고 특성상 학생들을 유치하고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취업률에 목을 멜 수밖에 없다고 되려 한탄한다.
이에 유진은 교육청으로 향한다. 하지만 교육청에서도 마찬가지다. 장학사는 지방 교육청의 경우 교육부로부터 지원금을 받는데 다른 지방과의 경쟁에서 밀릴 경우 그 지원금이 낮아지고, 그 경쟁은 특성화고는 취업률, 일반고는 대학진학률로 지표가 설정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지원금을 못받으면 당장 문을 닫아야 하는 학교가 생기는 마당에 어떻게 아이들의 성격과 적성을 다 반영하고, 모든 것을 다 갖춘 곳으로만 취업을 보낼 수 있냐며 반문하면서 이것이 현실이라 유진에게 말한다.
유진은 그 앞에 좌절한다.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정성적인 부분을 강조하면서 시스템과 싸워보고자 노력했지만 저 위에 있는 교육부까지 가서 따져봤자 이 정량적인 평가의 기준이 바뀔 것이라는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정량적인 평가는 굉장히 객관적이다. 누구나 보면 이해가 되고 납득이 된다. 하지만 그 정량적인 평가만을 강조하다보면 목적과 수단의 전치현상은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 영화는 이런 정량적인 평가 속에 갇힌 우리 사회의 모습을 학생과 사회인 이 중간 지점에서 모두에게 외면받은 현장실습생을 통해 다시 한 번 꼬집어주고 있었다.
영화 <다음, 소희>는 우리의 망각 속에서 어떤 이들은 계속해서 사지에 몰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다음이 계속된다는 것을 묵직하게 잘 풀어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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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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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2022)
감독: 대니얼 콴, 대니얼 쉐이너트
출연: 양자경, 스테파니 수, 키 호이 콴, 제이미 리 커티스 등
장르: SF, 액션, 코미디
상영시간: 139분
개봉일: 2022.10.12
세무조사 받다 멀티버스 영웅된 ssul
젊어서 남편과 미국으로 이민을 와 세탁소를 운영하며 힘겹게 가정을 꾸려나간 '이블린(양자경)'. 애인 문제로 매사 부딪히는 딸 '조이(스테파니 수)', 딸을 못마땅해 하는 아버지, 그리고 현실감 없고 소심한 남편 '웨이먼드(키 호이 콴)' 때문에 이블린은 매우 지치고 예민한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세탁소의 세무조사를 받던 날, 깐깐하고 매서운 조사관 '디어드리(제이미 리 커티스)'는 이블린의 엉터리 세무 신고를 지적하며 그녀를 극한으로 몰아세운다. 겨우 몇 시간의 재검토 시간을 얻어 돌아가려던 찰나 다른 우주에서 온 '알파 웨이먼드'가 눈앞에 나타나고, 이블린은 하루아침에 멀티버스의 위기로부터 세상과 가족을 모두 구해야만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무작정 빠져든 멀티버스 세계관
스토리의 기발함과 독특한 연출 방식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세탁소의 세금 문제로 인해 다툼을 겪다가 갑자기 다중우주의 이야기로 진입하다니. 예측 불허한 전개로 인해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혼란이 가중되는 줄거리이지만 내재된 메시지를 통해 이 말도 안 되는 스토리에 설득력을 입히고, 극중 인물의 심리를 현혹시키는 원형의 베이글처럼 관객들은 이 다차원의 세계가 가진 블랙홀 같은 마성에 빠져들게 된다.
세상에는 수많은 우주가 존재하며 우리가 살고 있는 현세는 티끌에 불과하다는 다차원 설정은 MCU의 멀티버스 세계관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설정에 대한 사전 학습을 요구했던 것과 달리 본작은 멀티버스에 대한 적확한 이해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즉, <닥터 스트레인지>는 ‘멀티버스’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소재였던 반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는 작품의 의미를 흥미롭게 전달하기 위한 배경적 장치로서 채택되었기 때문에 비현실적이고 판타지적인 내용을 뚜렷한 이해 없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물론 초반에는 ‘웨이먼드(케 후이 콴)’의 속사포 같은 설명에 ‘이블린’처럼 당황을 금치 못했지만 ‘디어드라(제이미 리 커티스)’에게 펀치 한 방을 날리며 돌아버린 세계에 적응한 그녀처럼 순식간에 ‘이블린(양자경)’의 차원 여행에 몸을 싣게 된다.
범우주적 상상력의 결정판, 무한한 우주 속 양자경의 존재감
영화가 우주를 다루는 방식은 오히려 마블 히어로 작품보다 과감할 지도 모르겠다. ‘이블린’은 악의 세력과 맞서기 위해 다른 차원의 있는 자신에 능력을 끌어 쓰는데, 레드카펫에 선 화려한 여배우의 모습부터 철판 요리사, 유명 가수로 성공한 자신, 심지어 손가락이 핫도그 모양으로 진화한 우주까지 수많은 형태의 ‘이블린’이 등장한다. 하물며 인간의 영역을 넘어 장난감 인형, 그림, 돌멩이의 모습이 되기까지 하는 변화무쌍한 우주의 충돌은 ‘대니얼스’ 감독의 상상력이 절정을 발휘하는 순간이며 혼란보다는 시각적인 흥미를 끊임없이 자극한다.
이 혼란의 중심에 선 ‘이블린’을 연기한 ‘양자경’ 배우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뒤죽박죽으로 등장하는 다중우주 속에서의 캐릭터 변신에도 그는 마치 1인 다역을 소화하듯 탁월한 연기력을 보여준다. '양자경'이 아니었다면 그 누가 이 역할을 소화할 수 있었을까. 고국을 떠나 해외에 정착하고, 쿵후 액션을 소화할 수 있으며 월드 스타로 큰 사랑을 받기까지 한 여러 우주 속 '이블린'의 모습은 배우 '양자경'의 삶과도 크게 닮았다. '이블린'이 곧 '양자경'의 인생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는 캐릭터이기에 작품 속 배우가 대체불가능한 존재로 느껴지는 것일 터이다.
사랑과 강인함이 품은 진정한 강인함
아스트랄한 연출, 스토리의 괴이한 설정과는 별개로 작품에 담긴 주제의식은 의외로 직관적이고 단순하다. 무한의 우주를 돌고 돌아 이 작품이 하고 싶었던 말은 결국 사랑과 다정함의 설파다. 극중 빌런으로 통한 ‘조부 투파키’는 어머니로부터 받은 어긋난 사랑으로 인해 생성된 딸 ‘조이’의 또다른 인격과도 같다. '조부 투파키'를 발견한 '이블린'은 겁에 질려 도망가기는커녕 내 딸에 씌인 악마 같은 녀석을 없애기 위해 쿵후로 무쌍을 찍고, 순발력을 발휘해 다른 우주의 자신에게 접속해 싸우기 위해 필요한 능력을 끌어다 쓴다.
하지만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싸움은 아니었다. '조부 투바키'는 곧 체념과 좌절을 상징했다. 어차피 모든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며 세상에 염증을 느낀 존재에게 힘으로 찍어 누른다는 것이 통할 리가 없다. 현재 '이블린'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세탁소는 세금 문제로 영업 중단이 되기 직전이고, 미국으로 온 아버지는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남편은 이혼을 말하고, 딸과는 소통 단절로 갈등을 겪고 있다. 인생에 환멸을 느낀 '이블린'은 야구 배트를 들고 세탁소에 창문을 깨부순다.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충동적인 행동이었다. 그런데, 고압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인정 따위는 베풀 것 같지 않았던 조사관 '디어드라'가 갑자기 일주일의 여유 시간을 준다고 한다. 늘 문제를 일으킬 줄만 알던 남편이 무슨 수로 해결했을까. 단지 다정하고 친절한 말을 건넸을 뿐이라고 한다.
'이블린'은 딸과의 싸움을 끝내기 위해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 처음으로 딸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터놓고 진심을 이야기하며 그 어떤 우주에 가더라도 너를 구할 것이라는 엄마의 사랑을 전한다. 이솝우화 속 차디찬 바람이 아닌 따뜻한 햇살이 나그네의 옷을 벗겼듯 다정함과 사랑을 통해 악의 존재와의 싸움을 종결시킨 것이다. 이는 다른 우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이 돌덩이가 된 우주에서는 낭떠러지로 몸을 던진 딸을 따라서 함께 몸을 내던지고, 여배우가 된 '이블린'은 다시 '웨이먼드'를 택했으며 핫도그 손가락을 가진 또다른 그녀는 연인 '디어드라'를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딸을 사랑하고 지키려는 엄마의 진심을 전하기 위해, 단절되어 있던 두 사람의 완전한 소통을 위해 온 우주를 돌고 돌아 왔지만 이 말도 안 되는, 험난했던 판타지적 여정이 오히려 감동 포인트가 된다. 수많은 우주를 돌고 돌아야 한대도, 절벽 아래 몸을 던져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여전히 너를 사랑한다는 엄마의 뜨거운 마음. 그토록 열망하던 멋진 인생을 사는 자신의 모습을 포기하면서까지 딸을 위해 혼신을 다해 싸우는 '이블린'의 진심이 느껴지는 순간, 이 좌충우돌 난리통 속에도 어느샌가 눈물 한 방울을 뚝뚝 떨어뜨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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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언론 시사회에 초청 받아 작성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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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주 차, 최신 씨네 뉴스
북미 인디영화 흥행 1위 등극한 <롱레그스>
영화는 한 FBI 요원이 연쇄 살인범을 추적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루는데요.
연쇄살인범 롱 레그스를 맡은 '니콜라스 케이지'가 역대급 살인마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평단의 찬사를
받고있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피그>, <렌필드>, <드림 시나리오> 등 독특하고 실험적인 작품들에 출연하며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한 니콜라스 케이지는 새로운 장르와 도전을 통해 관객들에게 신선한 인상을 남기고 있습니다.
영화 <롱레그스>가 58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기록하며, <기생충>을 제치고 북미 독립 배급사 네온의 역대 흥행 1위에 올랐습니다. 또한, 이는 최근 10년간 북미 독립 호러 영화 중 가장 높은 흥행 수익을 기록한 것입니다. 제작비 1000만 달러로 제작된 <롱레그스>는 2억 3000만 달러가 투입된 <퓨리오사>보다 더 높은 수익을 내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롱레그스> 줄거리
FBI 요원 리 하커는 찾기 힘든 연쇄 살인범의 미해결 사건에 배정된 재능 있는 신입 요원이다. 사건이 복잡하고, 오컬트 관습과의 연관성을 밝혀내는 증거가 사라지면서, 하커는 무자비한 살인범과의 개인적 연관성을 발견하고, 그가 다시 공격하기 전에 그를 막기 위해 시간과 경주해야 한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영화화 전효성 주연
전효성 배우가 영화 <악마가 될 수밖에> 주연 배우로 캐스팅되었습니다. 살해 협박에 시달리던 묻지마 폭행 피해자 ‘민아’가 보복 범죄를 응징하기 위해 악마로 살 수밖에 없었던 광기와 집념의 시간을 그린 액션 영화로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합니다.
김태곤 감독의 차기작 <더 웨이킹> 주연으로 캐스팅
배우 최우식이 김태곤 감독의 차기각 <더 웨이킹> 주연으로 낙점되었습니다.
<더 웨이킹>은 거인이 등장하는 크리처 물이며 냉동 창고를 정리하는 일을 하며 성실하게 살아가 거대한
힘을 주는 돌을 우연히 갖게 되고 사건에 휘말리는 준호 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해당 작품은 내년 상반기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될 예정입니다.
<파일럿> 200만 관객 돌파
<파일럿>이 개봉 9일차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올여름 개봉 영화 중 최단기간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며 뜨거운 입소문으로 흥행 기록을 경신중입니다.
영화는 스타 파일럿에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주인공 한정우가 파격 변신 이후 재취업에 성공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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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잃어버린 인연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안녕, 혹시 나 기억해?"
얼마 전 인스타그램으로 DM을 받았다.
기억이 안 날 리가 없다. 우리는 쉬는 시간이면 매점도 함께 가고, 체육 시간이면 함께 배드민턴 짝꿍을 할 정도로 친한 사이였으니까. 당시 우리는 둘 다 싸이월드와 페이스북을 잘 하지 않았던 탓에, 고등학교를 각자 다른 곳으로 가게 되면서 자연스레 연락이 끊겼다.
그녀와 내가 친했던 기간은 딱 1년.
그리고 연락을 하지 않았던 그 이후의 시간은 20년.
나는 잃어버렸던 친구를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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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초 앞, 1초 뒤, 2024>는 대만 영화 <마이 미씽 발렌타인, 2021>을 리메이크한 일본 작품으로, 다른 사람보다 1초 빠르게 살아가고 있는 하지메(오카다 마사키)와 남들보다 1초 느린 레이카(키요하라 카야)가 함께 보내게 되는 하루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아래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남들과 속도가 다를 때
하지메(오카다 마사키)는 남들보다 빠른 템포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사진을 찍히기 1초 전에 웃고, 달리기 출발 신호를 외치기 1초 전에 출발하며, 알람이 울리기 1초 전에 일어난다. 연애를 할 때에도 상당히 빠른 템포로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여자 친구를 사랑한다며 라디오에 사연을 제보하기도 하고, 그녀가 돈이 필요하다고 하자 덜컥 돈을 빌려주려고까지 한다.
반면에 레이카(키요하라 카야)는 1초 느린 삶을 살고 있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만 피사체가 움직이고 난 후에야 셔터를 누르고, 남들이 묻는 질문에 항상 조금씩 늦게 대답하며, 시험 문제지 뒷장은 풀지도 못한다.
하지메를 보면 왜 이렇게 급한가 싶고, 레이카를 보고 있자면 느려서 답답함이 올라온다. 모든 사람이 속도를 맞추면서 살아가지는 않는데도, 모두가 공유하는 일상의 템포란 그 자체로 존재한다. 가끔 그 속도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이 있다. 말이 정말 빠르다던가 혹은 행동이 정말 느리다던가.
물론 물리적인 속도 이외에 사회적인 템포도 존재한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나이에 따른 정상 속도라는 것이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다. 20살이 되면 대학을 가고, 20대 중반에는 취업을 하고, 30대에는 결혼을 하고, 뭐 그런 것들. 그런 속도가 빠르거나, 느리다면 남들보다는 사회생활의 난이도가 올라간다고 볼 수 있다. 이 영화의 원작이 대만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런 사회적인 속도를 맞추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2. 마이 미씽 발렌타인
<1초 앞, 1초 뒤>는 상당히 로컬라이징이 잘 되어있다. 대만 원작 <마이 미씽 발렌타인>과의 차이점을 꼽자면 가장 먼저 주인공 남녀의 성별 반전이 되었다는 것인데, 이 하나만으로도 두 가지 영화를 모두 볼만한 가치가 생긴다. 다른 영화들도 리메이크를 한다면 성별 반전을 해주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도 원작에 없던 버스 기사와 동생 커플 캐릭터가 추가되었고, 썸을 타는 상대 캐릭터도 살짝 변형되었다. 개인적으로 <1초 앞, 1초 뒤>에서 가수 지망생으로 나온 사쿠라코(후쿠무로 리온)의 목소리와 노래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빠져들었다.
원작에서는 주인공이 잃어버린 하루가 발렌타인 데이였다는 설정이지만, <1초 앞, 1초 뒤>에서는 지역 축젯날로 바뀌었다. 영화의 배경은 '천년의 도시'라고 불리는 교토인데, 지역적인 특성을 살리면서 판타지 장르와도 더욱 어울리기도 한다. 전통이 깊은 도시의 지역 축젯날에는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
영화는 화자를 바꾸어서 동일한 이야기를 두 번 전개하는데, 화자의 시점에 따라 동일한 장소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지만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는 점이 흥미롭다. 한 템포 빠른 하지메는 로맨틱한 하루를 보내지만, 한 템포 느린 레이카가 지켜본 하지메의 하루는 그냥 사기꾼에게 돈을 뜯기는 과정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1초 만에 지나버린 하지메의 하루와는 달리 레이카는 24시간을 알차게 보내게 되는데, 이 부분은 사실 원작보다는 살짝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원작에서는 조금 더 추억을 찾아가는 아련한 느낌이 강했다면, <1초 앞, 1초 뒤>에서는 저렇게까지? 싶을 정도로 레이카의 고군분투가 조금은 소름 끼치게 느껴지기도 한다. 로맨스 영화라는 점을 계속 상기하면서 봐야한다.
#3. 궤도 이탈자
개인적으로는 가출했던 하지메의 아버지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하지메의 아버지는 레이카와 비슷하게 남들보다 느린 속도로 살아가는 사람으로, 국수에 넣을 생강을 사러 간다고 나가서는 집에 돌아오지 않은 실종자다.
그는 자신의 속도로는 세상을 따라갈 수 없기에, 자신만의 템포로 살아가기 위해서 집을 떠났다고 고백한다. 앞에 언급했듯 이 영화는 사회적인 속도에 관한 이야기를 깔고 있는데, 그는 사회 궤도 밖으로 아예 벗어나 버리는 것을 선택한 사람을 의미한다.
정속으로 살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 삶은 녹록치가 않다. 나는 가만히 있어도 다른 사람들은 저 앞에 나가 있고, 나는 이제야 마음먹었고 시작하는 일을 다른 사람들은 수월하고 능숙하게 해내기만 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답답해하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결국 궤도를 이탈하는 선택을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이들에게 영화 <1초 앞, 1초 뒤>는 물리적인 하루를 선물한다.
만약 시간이 나를 위해 잠시 멈춰준다면, 다른 사람과 발을 맞춰서 갈 수 있을까?
#4. 잃어버린 인연을 다시 찾는다면
레이카는 멈춘 하루 동안 하지메를 추억의 장소로 데리고 간다. 함께 사진을 찍고, 못 봤던 얼굴을 실컷 마주보기도 한다. 왜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조금 의문이 드는 부분이지만, 항상 그보다 두 발짝 느린 그녀는 그와 보내고 싶었던 시간을 마음껏 보내고 즐거운 얼굴이다.
하지메는 사라진 하루의 행방을 쫓다가 결국 그녀가 누군지 알아낸다. 그녀는 그를 잊은 적 없다. 어릴 적 자신을 살게 해주었던 친구에게 계속해서 편지를 보내고 있었고, 그가 일하는 우체국에 가서 매일 우표를 사서 자신을 잊은 그에게 편지를 부친다.
하지메는 약속을 잊어버리는 것도 빨랐고, 레이카는 약속을 잊기에도 너무 느릴 뿐이다. 하루를 잃어버린 대가로 하지메는 잃어버린지도 몰랐던 인연을 다시 찾게 된다. 하지메는 빠르게 레이카를 만날 수 있는 지점으로 전근하고, 사고를 당했던 레이카는 한발 늦게 우표를 사러 온다. 다른 속도로 살아가도 기억은 그 자리에 모두 남아있었고, 두 사람이 다시 만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살면서 우리는 수많은 인연을 잃어버린다. 시절 인연이라고, 스쳐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을 내 속도로 잡아놓을 수는 없기 마련이다. 마음이 남아 있다면 그 인연을 찾을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 영화는 긍정적으로 대답한다. 결국 속도보다 마음과 방향성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5. 생강을 넣을까 말까
하지메는 엄마와 국수를 먹다가 아버지가 사러 나갔던 생강 이야기를 나눈다. 국수에는 생강을 넣으면 전체의 맛이 변해버린다고, 넣지 않는 편이 낫다는 이야기.
그런데도 하지메의 아버지는 멈춘 하루를 이용해 집에 들러서 아내의 손에 생강을 쥐여준다. 하지메에게는 아이스크림을 사다 주겠다고 했기에, 레이카에게 100엔을 남긴다. 매우 늦었지만 나름 이전 가족들에게 남기는 마무리 인사다.
어떤 사소한 것들은 우리 삶 전체를 흔들어버리곤 한다.
생강, 깁스 위의 낙서, 그리고 사진 한 장처럼.
*본 리뷰는 씨네랩의 크리에이터 시사회에 참석하여 관람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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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점입가경에 흠집 내기
감독] 프리스비 코나누르Prithvi KONANUR
출연]Sherlyn BHOSALE, Neeraj MATTHEW, Rekha KUDLIGI, Bhavani PRAKASH, Ravi HEBBALLI, Nagendra SHAA, Sudha BELAWADI
프로그램 노트] 디파와 하리는 대학 입학을 준비하는 컬리지의 학생들로,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다. 디파와 하리가 방과 후 빈 교실에서 장난삼아 찍은 비디오가 포르노 사이트에 유출되자 학교에서는 이들을 징계하고자 위원회를 개최한다. 그러나 위원회는 브라만 계급의 하리와 불가촉천민 계급의 디파에게 공정한 판결을 내리지 않고, 인권운동가인 변호사 제시가 개입하면서 사건은 또 다른 양상을 띠게 된다. <열일곱>은 <핑키를 찾습니다>(2020)로 부산을 비롯한 유수 영화제에서 호평받았던 프리스비 코나누르 감독의 세 번째 장편이다. 프리스비 감독은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에서도 작은 소동이 점차 사회적, 계급적, 젠더적으로 맥락화 되는 과정을 치밀하게 쌓아간다. 그 과정이 매우 현실적이어서 순간순간, 숨이 멎는다. (박선영)* * *
<열일곱>은 인도의 한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카스트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언급될 만큼 철저하게 '인도'라는 국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다. 그러나 한국 관객들은 큰 어려움 없이 이해할 수 있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일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자, 서로 사랑하는 디파와 하리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둘은 12학년이다. 본격적인 대학 입시를 앞둔 나이이자, 10학년을 마치는 졸업 시험으로 이미 수험생 시절을 한 차례 겪어본 나이. 더 이상 아동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른도 아닌 나이. 그러다 보니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이기는 너무 쉬운 나이.
이 영화는 두 사람의 사건을 통해 이 사각지대를 조명한다. 십대 청소년 둘의 행동 하나가 어디까지 큰 일로 번질 수 있는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폭탄 돌리기 같은 사건
사랑을 나누려고 들어간 빈 교실에서, 두 사람은 핸드폰을 주고받으며 영상을 찍는다. 서로의 모습을 담을 때까지만 해도 둘 다 별생각이 없었고, 장난치듯이 가벼운 마음이었다. 그러나 별안간 다음 장면에서 두 사람은 교장실로 불려간다. 두 사람의 영상이 인터넷에 쫙 퍼졌고, 포르노 사이트에도 올라갔다는 것이다. 학교 측은 두 아이의 부모님을 부르고, 위원회를 소집하여 두 아이에게 내릴 처분을 고민한다.
이 과정에서 여학생이자 카스트가 낮은(소위 '불가촉천민'이라 알려진, '지정 카스트Scheduled Caste'이다.) 디파에게는 이전의 행실을 근거로 더 무거운 징계가 내려지고, 브라만 계급이자 남학생인 하리는 큰 징계 없이 넘어가게 된다. 디파 가족의 지인이자 인권변호사인 제시까지 개입하여 이에 이의를 제기하고, 갈등은 갈수록 고조되어 간다.
디파와 하리로서도 미래가 걸린 일이니만큼 쉽게 징계를 받아들일 수 없고, 학교 측도 이사회와 학부모들의 압박을 받고 있다. 기묘한 역학 관계 안에서 폭탄 돌리기 느낌으로 급박하게 굴러가는 동안, 이 일은 어느새 모두에게 머리 아픈 사건이 되어 있다. 아무도 말하지 않지만 모두가 지치고, 지켜보는 관객 입장에서도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싶다.
촘촘한 차별의 방향
차별은 촘촘하다. 학교 측에서는 '디파가 보인 과거의 행실'을 문제로 삼았다고 하지만, '과거의 행실'에 대한 해석부터가 물음표를 남긴다. 차별은, 특히 이렇게 오랫동안 사회 전체에 내재화된 차별은 무척이나 촘촘하고 섬세하다. 미세먼지처럼 작고 유해하게, 아주 작은 그물코까지도 다 뚫고 들어간다. 차별이 사람을 내모는 자리는 얼핏 '피해자의 자리'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그 증거다. 차별은 이따금 사람을 '가해자의 자리'처럼 보이는 곳으로도 내몬다. 온건한 반대를 할 수 없는 자리에 놓인 자들이 거칠게 저항할 때 그 행위를 '가해'라고 부르기는 너무나 쉽다.
게다가 벌써 디파와 가족을 대하는 태도와 하리의 가족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영화에서 짚고 넘어가는 말투와 방식은 물론이고, 교감 선생님이 앉아있는 자리부터가 다르다. 계급은 결국 누가 어떤 의자에 앉느냐의 문제임을 깨닫게 한다. 의자가 '없는' 계급을 위해 대학 입학, 정계 진출 등에 할당제를 부여하는 등,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카스트 문제에 대한 노력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휘두르는 순간 '역차별'이라는 또 다른 소리를 듣게 되는 것 또한 현실이다.
관객과의 대화에서 감독은 "카스트 시스템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다이내믹으로만 존재한다"고 했다. 법적으로 카스트제가 폐지되었으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다이내믹 안에서 차별은 일방향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려웠다.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이 시스템 안에서 약자가 아닐 것이다. 특정 상황 속에서 역차별 같다고 느끼는 개인이 존재할 수는 있지만, 소위 '역차별'의 혜택을 받는 계층에게 화살을 돌릴 것이 아니라 시스템의 방향성을 고민해야 한다. 사회 전체에서 문제의 흐름이 어디로 가는지 살피면 차별에는 분명한 방향이 보인다. 이 영화는 그 지점을 너무나 섬세하게 포착해냈다.
정말 '보호'가 맞나요
디지털 성범죄로 인한 고충을 앓고 있는 사회에 사는 입장에서, 디파와 하리가 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무도 없는 빈 교실에서라고 하더라도 공공장소인 점, 촬영물은 복제와 유포가 쉽다는 점에서 촬영은 분명 두 사람의 안위에 너무 위험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이들에게 안전한 성교육을 해주지 않았을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실수인 동시에 당사자들에게 너무 큰 상처이기도 한 사건인데 아무도 두 사람의 상처를 돌보지 않는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두 사람의 손을 떠난 사건은 어느새 사회적 갈등이 되었다. 가깝게는 다른 학생들 사이에서 흩어지고 모이던 시선, 비릿한 웃음과 경멸의 눈초리부터, 멀게는 어른들 사이의 묵직한 싸움과 각종 법률 용어로까지 번져버린 상황까지.
사건이 진행될수록 아이들은 사라지고 어른들의 욕망과 입장만 남는다. 아동보호를 위해 존재하는 법과 제도들은 기묘하게도 아이들의 머리 위에서만 휘날리고 있을 뿐, 정작 아이들을 지켜주지는 못한다. 어른들은 책임을 회피하고 각자의 입장을 고수하기 위해 그때그때 말을 바꾸고, 거짓말과 임기응변으로 상황을 헤쳐 나간다. 진심 없이 성글게 적용하는 제도, 입장 없는 입장이 얼마나 유해한지를 볼 수 있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볼 수밖에 없었던 이 영화에 그나마 한 줄기 희망이 보인다. 아이들이다. 오직 아이들만이, 자기 안위만을 챙기기 급급한 어른들이 거짓과 위선으로 쌓아 올린 점입가경에 흠집을 낸다. 아이들이 풍선처럼 잔뜩 부풀려진 그 점입가경에 흠집을 낸 도구는, 친구를 위하는 마음으로 꺼내든 진실 한 조각이다. 상대를 이겨먹으려는 의지가 아니라 이 일을 해결할 의지, 그뿐이다.
감독은 현재 동시대 인도 도시에서 무수히 일어나고 있는 일을 담았으며, 각본을 쓰는 과정을 변호사와 함께했다고 한다. 이 세심한 노력 덕분에 영화는 현미경처럼 사회 일면을 선명하게 비추는데, 어쩐지 그 현미경 아래에는 인도 아이들만 있지 않다. 디지털 성범죄와 아동보호 문제를 아직 풀지 못한 숙제로 품고 있는 우리 사회도 보인다. 이 점입가경에 흠집을 내려는 이들에게, 참담한 현실과 함께 한 조각 희망까지 보여주는 영화였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열일곱> 상영시간표]
10월 07일 20:00 영화의 전당 소극장(GV)10월 08일 18:3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4관 (GV)10월 12일 13:30 CGV센텀시티 2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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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2화 중간까지는 엄청난 띵작이었지만
그 이후는... 음... 글쎄요ㅎㅎㅎ 샛별이 10화까지가 그립네요
#보건교사안은영 #보건교사 #안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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