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4-11-25 07:46:26
흉측하게 그로테스크하고, 불쾌하게 교훈적인
영화 〈서브스턴스〉
메시지는 심플하다. 사회가 나이와 몸매, 외모를 기준으로 여성의 가치를 매기고 여성 스스로도 이 기준을 내면화했다는 것. 중요하지만 새롭지는 않은 주제다. 그렇다면 전달 방식이 중요해진다. 관객이 ‘알고 있다’고 여기는 주제를 다시금 각인시키려면 무미건조해서는 곤란하다. 혁신적 접근으로 관객의 머릿속을 충격적으로 갱신해야만 한다. 그래야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다른 영화를 압도하고 이 주제의 왕좌에 오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서브스턴스〉가 가는 길이다. 여성의 외모를 철저하게 위계화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은 여러 장르의 여러 영화가 천착해온 주제다. 선배들이 걸어온 길을 그대로 가서는 자신만의 특이성을 획득할 수 없다. 〈서브서턴스〉의 선택은 흉측하게 그로테스크하고 불쾌하게 교훈적인 심리 스릴러다.
전반적인 이야기 구조는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기본 이야기 구조에서 시대와 성별을 바꿨다고 보면 된다. 과거 오스카상을 수상했으나 지금은 TV 에어로빅 쇼 출연자로 근근이 활동을 이어가는 엘리자베스. 그녀 커리어가 쇠락한 가장 큰 이유는 나이와 그로 인한 외모 변화다. 50대에 진입한 엘리자베스는 여전히 또래보다 ‘월등한’ 외모를 가졌지만 업계 관계자는 이제 더 이상 그녀를 ‘매력적’으로 보지 않는다. 50세 생일, 엘리자베스는 에어로빅 쇼에서 해고당한다.
그러나 뜻밖의 반전 기회가 찾아온다. 엘리자베스는 은밀하게 한 약물(서브스턴스)을 권유받는다. 세포 분열을 촉진시켜 또 다른 나를 탄생시켜주는 약이란다. 엘리자베스를 모체로 한 또 다른 신체와 자아를 가진, 무엇보다 엘리자베스보다 ‘젊고 아름답고 완벽한’ 수는 이렇게 탄생한다.
규칙이 있다. 엘리자베스와 수는 일주일 간격으로 교체되어야 한다. 한 사람이 활동할 때, 다른 사람은 깊은 수면에 빠져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교체 기간을 어기면 상대방의 신체에 치명적 손상이 가해진다(이를테면 신체 일부가 ‘늙고 추한’ 상태로 변한다). 수의 탄생으로 자신이 젊었을 때 누린 커리어의 상승 곡선을 다시 시작하게 된 엘리자베스는 기분이 좋다. 일주일간 잠들었다 깨어날 때마다 길거리와 TV에 수의 얼굴이 점점 더 많이 나오는 데서, 업계 관계자와 남자들이 다시금 자신에게(수에게) 관심을 가지는 데서 오는 기쁨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수가 주는 기쁨은 엘리자베스의 슬픔과 좌절의 원천이기도 하다. 수와 대비되는 자신을 볼 때마다 자괴감에 빠지고, 자신의 시대가 완전히 끝났다는 데 박탈감을 느낀다. 결국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존재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승승장구하는 수에게 질투를 느끼기 시작한다. 불만은 수에게도 있다. 급속도로 자기 가치를 올리는 중인 수는 일주일마다 자기 몸을 엘리자베스에게 내줘야 한다는 게 불만이다. 그래서 조금씩 규칙을 어기고 교체 기간을 미룬다. 그러면 엘리자베스의 신체는 더 ‘흉해진다’. 점차 엘리자베스의 감정이 증오로 물든다. ‘기억하라, 당신은 하나다!’라는 서브스턴스의 가치가 흔들리고, 두 사람은 폭주를 거듭한다. 폭주의 끝은 파멸이다.
〈서브스턴스〉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건 끔찍할 정도로 기괴한 이미지다.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늙고 추해지는’ 엘리자베스의 몸 이미지 말이다. 이 이미지는 우리를 고민케 한다. 늙은 몸이 추하기만 한가? 괴물이 연상될 정도로? 그러나 적어도 이 영화에 한정하자면, 이 질문은 적합하지 않다. ‘여성은 늙으면 외모가 쇠락하고 매력을 상실한다’는 명제는 영화의(그리고 우리 사회의) 절댓값이다. 극단적으로 ‘추한’ 엘리자베스의 몸은 사회가, 그녀 스스로가 나이 든 여성의 몸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고발하는 수단일 뿐, 노인 여성의 몸이 실재하는 방식과는 관계가 없다. 우리가(그리고 여성 자신이) 나이 든 여성의 몸을 얼마나 왜곡되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폭로하는 상징으로서 늙은 몸에 그로테스크함을 결부해 영화 이미지로 제시한 것이다. 그러니까, 변화한 엘리자베스의 몸을 보고 욕지기를 느끼는 관객은 왜 사회는/나는 나이 든 여성의 몸을 저런 방식으로 왜곡해 상상할 수밖에 없는지를 질문할 수 있다. 심리 스릴러 장르가 자아내는 불편한 긴장감과 결부한 ‘끔찍한’ 육체 이미지가 우리의 통념에 틈입해 머릿속을 헝클어뜨리는 것이다.
엘리자베스와 수는 서로 다른 자아와 신체를 가진 하나의 존재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는 또 다른, 그래서 의미심장한 맥락 역시 갖는다. 수는 엘리자베스에게서 태어났고, 두 사람은 교체 주기마다 서로의 피를 교환한다. 즉 인류가 탄생한 이래로 무수히 반복‧순환되어온 ‘모녀 관계’를 닮았다. 엘리자베스는 자기 몸에서 나온 수를 보고 크게 만족하지만 이내 자신을 방치하고 착취해 홀로 승승장구하는 수에게 배신감을 느낀다. 수는 엘리자베스가 자신을 물심양면 돕기는커녕 훼방만 놓기 일쑤라는 데 마찬가지로 분노한다. 전형적인 모녀 관계 갈등 양상이다. 이렇게 ‘나’이자 ‘타인’, 가장 친밀하고도 먼 존재인 ‘엄마와 딸’의 관계성 속에서 두 여성은 ‘기억하라, 당신은 하나다!’의 정신을 현실에서 구현하지 못한다(그랬다면 아마 〈서브스턴스〉는 두 여성이 성차별적, 외모 차별적 사회를 풍자하는 코미디 영화가 되었을 터다).
그 결과는? 여성들은 연대하지 못하고 서로를 적대한다. 여성을 위축시키는 왜곡된 통념은 안정적으로 재생산된다. ‘일부’ 남성들은 이 통념에 기생한다. 엘리자베스와 수처럼 적대적 관계성을 반복하는 개별 여성들은 명멸하다 사라진다. 〈서브스턴스〉가 선보이는 끔찍한 이미지들을 매개로, 우리는 다시금 훼손된 연결성을 복원해야 한다. 그런 후에, 우리는 비로소 ‘흉측한’ 엘리자베스의 몸과는 다른 나이 든 요성의 몸을 상상하며 기쁘게 늙어갈 수 있을 것이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Relative contents
-
- 정주행하기 딱 좋은!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추천 모음_zip
1. 종이의 집 - 알렉스 피나
[시즌 4개]
" 1명의 천재, 8명의 공범. 철저히 준비한 세기의 강도. 스페인 조폐국에서 인질극까지 벌인 이들은 과연 포위 경찰을 따돌리고 거액의 돈과 함께 달아날 수 있을까?"
● 역대급 스케일의 범죄극, 종이의 집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스페인 작품입니다. 최근, 한국에서 리메이크되어 더욱 화제가 된 시리즈이기도 합니다. 유지태,김윤진,전종서,박해수,이주빈,장윤주,김성오,김지훈 등 캐릭터마다 그야말로 찰떡 캐스팅을 이루어서 더욱 기대가 되는 작품인데요, 리메이크작을 보기 전에 원조 종이의 집 정주행 어떠세요?
2. 킹덤 - 김은희, 김성훈, 박인제
[시즌 2개]
"병든 왕을 둘러싸고 흉흉한 소문이 떠돈다. 어둠에 뒤덮인 조선, 기이한 역병에 신음하는 산하. 정체 모를 악에 맞서 백성을 구원할 희망은 오직 세자뿐이다."
● K-좀비 하면 어떤 작품을 떠올리시나요? 부산행, 반도 등 여러 작품들이 있지만 저는 킹덤 시리즈를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싸인, 시그널을 쓴 김은희 작가님의 좀비물 킹덤은 시즌 1,2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 덕에 '전지현 출연'으로 화제가 된, 킹덤 : 아신전 이 7월 23일 공개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아직 킹덤 1,2를 보지 못한 분이 있다면 강.력.추.천 드립니다!
3.무브 투 헤븐 : 나는 유품 정리사입니다 - 김성호,윤지련
[시즌 1개]
"유품에는 생전의 삶이 깃들어 있다. 작은 흔적도 세심히 챙기는 유품정리사. 그에게 있는 줄도 몰랐던 삼촌이 나타난다. 함께 일하기 시작하는 두 사람. 고인이 못다 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 '유품 정리사'의 이야기를 다룬 <무브 투 헤븐 : 나는 유품 정리사입니다>는 김새별 작가의 에세이 집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삶과 죽음에 대한 자세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이제훈, 탕준상 배우들의 연기력이 더 돋보여 작품을 따뜻하게 만들어주었다고 하는데요. 지친 하루를 보내셨다면,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 정리사입니다>로 위로를 받는 건 어떨까요?
4. 브리저튼 - 크리스 밴듀즌
[시즌 1개]
"진실한 애정과 끈끈한 유대로 맺어진 브리저튼 가문의 8남매. 그들이 런던의 상류사회에서 사랑과 행복을 향한 여정을 떠난다. 줄리아 퀸의 베스트셀러 소설 시리즈 원작."● 줄리아 퀸의 소설 시리즈 중 <공작의 여인>을 각색한 <브리저튼> 은 런던의 상류사회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은 작품입니다. 극을 이끌어나가는 나레이션의 주인공은 <사운드 오브 뮤직>의 주인공 '줄리 앤드류스'로, 영상미와 연출력 그리고 나레이션이 주는 힘까지 세 박자가 어울려 영상을 보는 내내 마치 그 시대 런던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요, 이번에 시즌 2가 나온다고 하니, 아직 시즌 1을 보지 못한 분들이 있으시다면, 추천드립니다!
5. 루머의 루머의 루머 - 브라이언 요키
[시즌 4개]
"친구의 비극적인 자살 후, 미스터리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난다. 가슴 아픈 사건들의 중심에 서는 클레이 젠슨. 고등학생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겨운 시간을 보낸다."
●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동안 이어온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루머의 루머의 루머>는 10대 청소년들이 겪는 폭력들을 다룬 드라마로 팬덤이 두터운 작품입니다. 시즌 4를 마지막으로 드라마는 막을 내려 정주행 하기 딱! 좋은 드라마입니다.
씨네랩 에디터 Ria
-
-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 '탐욕의 끝을 보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The Wolf of Wall Street)
개봉일 : 2014.01.09 (한국 기준)
감독 : 마틴 스콜세지
출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조나 힐, 매튜 맥커너히, 장 뒤자르댕, 존 번탈, 로브 라이너, 마고 로비
‘탐욕의 끝을 보다'
빨간 선과 파란 선이 위로 올라가느냐, 아래로 내려가느냐에 따라 하루가, 아니 몇 달, 몇 년, 어쩌면 인생이 바뀌기도 하는 그곳 ‘월 스트리트’를 배경으로 한 영업 천재 또는 주가조작의 대가 ‘조단 벨포트’의 실화를 담은 영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절대 실패하지 않는 조합인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로, 아주 자극적이고 혼을 쏙 빼놓는 작품이다. 주인공들은 시도 때도 없이 흰 가루를 흡입하고, 선정적인... 장면들이 굉장히 자주 등장하며, 그 김에 욕설도 시원하게 뱉어내는 이 영화를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그냥 미친 것 같다고 밖엔 할 말이 없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광기 어린 눈동자와 3시간의 러닝타임 대부분을 차지하는 광란의 순간들을 보고 있자면, 눈이 핑핑 돌다 못해 나도 그들의 일부가 된 것처럼 눈앞이 아득해지는 기분이다.
월 스트리트는 조금 전까진 억만장자가 될 운명이었던 사람이 한낱 휴지조각을 안고 쓰러지게 될지도 모르는 곳이다. 꿈을 좇아 대금융가를 찾아온 사회 초년생 조던은 회사에 완벽하게 적응하기도 전에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월 스트리트에서 밀려난다. 그는 월 스트리트에서 갈고닦은 말빨을 살려 죽어있는 거나 마찬가지인 주식들을 훌훌 팔아넘긴다. 주식 천상계인 월 스트리트에선 말단 사원이었던 그는 인간계로 내려오자마자 족족 홈런을 치기 시작한다.
끈질긴 전화 한 통이면 몇천, 몇만 달러가 내 것이 되고, 돈이 있으니 큰 집이 생기고, 큰 집이 있으니 파티를 열 수 있고, 파티엔 젊고 아름다운 여자들이 잔뜩 몰려든다. 여자들과 함께 밤을 보내고, 코를 통해 약을 후웁- 들이키면 그곳이 천국인 거다. 조던은 이제 어리버리한 사회 초년생이 아니다. 차고 하나를 임대해 친구들과 함께 시작한 사업은 점점 덩치가 커졌고, 그들은 번듯한 건물로 이사를 간다. 주식을 내다 팔아 버는 이익의 숫자도 점점 커진다. 커지는 돈의 액수만큼 조던과 친구들의 욕망도 함께 커져간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돈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탐욕스러워질 수 있는지, 얼마나 추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여과 없이 보여준다. 어차피 평생 놀고먹을 돈은 다 번 것 같은데,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조던 밸포트 당신은 대체.. 어떤 사람이었던 건가요..- 그에게 물어보고 싶을 지경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작품 중에 또 다른 희대의 사기꾼 프랭크를 연기한 <캐치 미 이프 유 캔>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그와 비교해보자면.. 이건 사기의 질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주인공 프랭크도 위조지폐를 만들거나 신분을 속이는 사기꾼이었지만, 그는 정말 순한 맛이었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의 조던 벨포트의 이야기는 정말 강한 마라맛이다. 처음 이 영화가 개봉하던 당시엔 미성년자여서 바로 보진 못했고, 그 다음 해에 성인이 되어 벼르고 벼르던 ‘아직 다 못 깬 레오의 청불 영화 깨부수기’에 각잡고 도전하며 이 영화를 처음 봤는데.. 적잖은 충격을 먹기도 했다. 굉장한 경험이었다.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이미 레오의 청불 필모 몇 작품을 깬 상태였는데.. 이 영화가 그중에서도 가장.. 선정성이 강한 작품이었다.
오늘은 빨간색이었던 것이 내일은 파란색이 될 수도 있고, 오늘의 동업자가 내일의 밀고자가 될 수도 있는 치열한 주식판에서 조던은 한 마리의 야생 늑대가 된다. 쉼 없이 사냥감을 물고, 흔들고, 뒤집어놓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조던을 연기하는 레오의 연기력에 압도되기도 했다. 언젠가 레오가 자신은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걸 좋아한다고 했던 인터뷰를 본 기억이 있는데, 매번 느끼는 거지만 정말 이렇게까지 잘할 줄은 몰랐다.. 극 중에서 레오가 표현해낸 광기 어린 인물의 대담함에 나도 모르게 동화되어 웃기게도 그를 응원하는 친구가 되기도 했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총 3시간의 러닝타임을 가진 영화다. 누군가에겐 지루할 수도, 누군가에겐 차원의 문을 열어줄 수도 있는 영화다. 개인적으론 2시간에서 대략 10분 정도 넘긴듯한 피로감을 선사하는 영화였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감상하긴 했으나, 극 중에서 워낙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많이 일어나다 보니 그 자극으로 인해 가끔씩 시간의 흐름을 빡-하고 맞는 느낌이었달까. 아무튼 시간 날때마다 가볍게 보는 영화라기보단, 딱 마음먹고 집중해서 제대로 즐기고 싶은 영화다.
레오의 신들린 연기가 궁금하거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작품 중 가볍고, 재치 있는 작품을 찾는다면 추천하겠다. 하지만 약물복용과 선정적인 장면, 욕설을 불편하게 느끼는 편이라면 감상을 고려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
- OTT 최근 공개작 Best & Worst
-
최근 OTT에 공개된 작품들 재밌게 보셨나요? 특히나 2023 하반기 작품들은 호불호 갈린 평가가 많았는데요.
혹평세례를 받은 작품도 있었죠.... 오늘은 OTT 화제작들의 best & worst 평가를 모아왔습니다.
-
- 인싸 되기 쉽지 않네요
-
캐리는 남들의 관심을 받고 싶은 소녀이다. 그래서 초등학교에서 자신이 SNS에 올린 게시물의 조회 수를 높이고자 최선을 다한다. 한편 우주에서 온 외계인들인 마스터와 그를 따르는 와쿠는 악당 스펙터의 부하들에게 쫓기고 있었다. 도망치고 있는 와중에 마스터는 캐리가 사는 집의 열려있는 창문에 몰래 들어가 귀여운 강아지 인형인 콜라의 몸에 들어가게 된다. 또한 와쿠도 도망치면서 장사가 안되는 꽈배기 사장의 식당에 들어가 춤을 추는 풍선 간판의 모습으로 변한다. 마스터는 이 지구에 적응하기 위해 놀란캐리와 마주치고 자신이 외계인이며 수소 핵융합으로 이루어진 존재라고 말을 한다. 하필 마스터의 존재를 알아버린 캐리는 자신이 인싸가 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콜라의 몸에 들어간 마스터의 움직이는 사진을 찍어 SNS에 내보내는데...
인싸의 길을 멀고 험하다.
캐리는 자신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인싸가 되고 싶어 하며 콜라의 몸에 들어간 마스터를 이용해 찍은 사진들을 SNS에 올린다. 그 이후로 캐리는 진짜 인싸가 되었고 사람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된다. 하지만 악당스펙터가 마스터의 에너지를 이용해 블랙홀로 지구를 빨아드려 자신이 모은 행성 컬렉션에 넣는 대음모를 꾸미는 걸 알게 된 마스터와캐리 , 캐리의 친구들은 함께 힘을 합치게 되고 스펙터와 맞서 싸운다. 또한 이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꽈배기 사장도 장사가 안되고 꽈배기를 너무 맛없게 만들어 손님들이 없자 와쿠가 밤에 우렁각시 역할을 하면서 몰래 가게 청소를 하고 깨끗한 기름을 준비해 꽈배기를 튀겨 놓는다. 그 이후로 장사가 너무 잘 된 꽈배기 사장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가게로 입소문이 퍼진다. 그리고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사람들의 인기를 얻는 건 쉽지 않다고 얘기하는 것 같다. SNS 중독자인 캐리도 장사가 잘 안됐던 꽈배기 사장도 한순간에 외계인들인 마스터와 와쿠의 도움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으니 말이다. 역시 인싸의 길은 멀고도 험한 걸까? 정말 그런 것인지는 일단 아싸인 나부터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써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 결코 오지 않을 완벽한 해방에 대한 동경
올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공식 초청되어 최우수 연기상을, 불과 며칠 전 12월 10일 유럽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였고, 2023년 새틀라이트 어워즈 2개 부문(여우주연상, 국제장편영화상) 후보를 비롯해 2023년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부문 후보에 노미네이트된 영화 코르사주 리뷰입니다. 바이에른 공국의 둘째로 태어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프란츠 요제프 1세의 황후가 되어 당대 사회에서 빛나는 외모로 칭송받았고 지금도 유럽에서는 시씨라는 별명과 함께 아름다운 황족으로 기억되는 황후 엘리자베트를 그립니다. 여성미를 뜻하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숨 막힐 듯한 황실의 통제를 벗어나고 싶어 했던 마흔 살이 된 그녀의 삶을 매력적인 연기와 풍부한 감정선으로 관객에게 표출해냅니다.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되어 여러 부분에 노미네이트되고 수상도 이어지는 만큼 영화를 사랑하는 분들에겐 뜻깊은 작품이 되리라고 생각되네요. :)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 영화 코르사주 정보 및 예고편
당신은 그걸 대표하는 얼굴이 되면 되는 거요
시놉시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황후 엘리자베트. 그에게 주어진 역할은 1킬로의 머리를 이고 우아하게 앉아있는 것뿐이다. 갑갑한 황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엘리자베트는 자유를 찾아 자신을 조이던 코르사주를 벗고 스스로의 초상을 완성하려 한다.
예고편│Trailer
원제: Corsage│감독·각본: 마리 크로이처
출연진: 비키 크립스, 플로리안 테히트마이스터, 카타리나 로렌츠, 마누엘 루비, 아론 프리즈, 로자 해야이 외 多
장르: 드라마, 전기, 역사│상영 시간: 114분
국가: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독일, 프랑스│등급: 15세 관람가
평점: 평론가 7.2, 왓챠피디아 예상 3.7, 로튼토마토 신선도 87%, IMDB 6.8, 메타 스코어 80점
개봉일: 2022년 12월 21일
수상 이력: 75회 칸영화제 배우상(주목할만한 시선_비키 크립스), 70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TVE-어나더 룩 상-특별언급 (마리 크로이처), 58회 시카고국제영화제 실버휴고 퍼포먼스상 (비키 크립스), 35회 유럽영화상 수상유러피안 여우주연상 (비키 크립스), 66회 런던국제영화제 작품상 (마리 크로이처)
# 영화 코르사주 후기
우리는 대표적인 인물의 삶에서 무엇을 보게 될까
전체적으로 ‘마리 앙투네트’, ‘재키’, ‘스펜서’등과 같은 분위기를 느끼지만 어떻게 보면 유럽, 특히 오스트리아와 헝가리에서는 많이 알려진 황후 엘리자베스 또는 씨시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국내의 미비한 인지도를 생각하면 일반 대중에게 매력을 어필하기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성미를 강제적으로 옥죄는 장치로 알 수 있는 뉘앙스처럼 시대의 어긋난 생각과 행동이 어떻게 여성들을 비상식적으로 학대했고 실패했는지 쉽게 알 수 있기에 흥미를 가지게 합니다. 부가적인 여왕의 타이틀에 대한 설명은 제공되지 않지만, 공식 석상에 나가기 전 코르셋을 한없이 단단히 조이고 허리를 재기 전 물속에서 숨을 얼마나 참을 수 있는지 체크하는 장면은 얼마나 많은 중압감이 그들을 억누르고 있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정신병원에 들려 케이지에 갇힌 여성들을 보며 결코 오지 않을 해방에 대한 동경과 맞닿은 안타까움, 우울함은 완연하게 갈라진 틈에 놓인 그녀를 완벽하게 느낄 수 있게 관객들을 이끌어갑니다.
감상을 하다 보면 연출을 맡은 마리 크로이처 감독이 한 인물에 대한 전기나 시대극의 의도를 가지고 접근했다기보다 19세기에도, 그리고 21세기에도 아름다움이 아닌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자유와 해방에 대한 여성 서사임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아름다움으로 일관된 여왕이라는 정체성이 주는 억압을 일부 받아들이지만, 끝없이 벗어나려는 자유분방한 성격과 행동들은 쓸쓸한 왕실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마음을 대변해 줍니다. 결국 자신을 평생 압박한 코르셋과 1kg가 넘는 가발, 거추장스러움에도 품위라 여기는 황제의 수염, 썩을 때로 썩은 이빨을 틀니로 가리면서도 끝없이 초콜릿을 먹는 사촌 루드비히 2세까지 스스로 무너지고 있는 왕조에서 느꼈을 부패한 권위와 허울뿐인 위용은 그러한 인내에도 불가피한 도피를 행하게 만듭니다. 자신을 짓누른 겉만 화려한 궁전 실내가 미니어처처럼 바뀌는 시점은 마음속 한계가 임박했음을 잘 드러내는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 속 관심의 대상이 되어버린 유명인들의 정신적 괴로움과 다를 바 없는 누군가 간절히 원했을지 모를 호화로운 생활과 하늘 아래 있는 최고의 귄위에 뒤따르는 고통이 참으로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시대상 속 개념과 모습을 떠나 아름다움만을 외치는 행태가 현재에도 이어진다는 묘한 공명이 나아지지 않은 정형화된 초상화에 안타까움이 묻어나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마지막 온몸을 내던진 탈출의 짜릿한 해방감은 많은 여성 관객에게 큰 공감과 질문을 던질 것 같습니다. 더불어 비키 크립스는 작품 내 인용된 최초의 활동사진 속 엘리자베트처럼 자신의 캔버스에 완벽히 그를 담아 속박을 벗어나려는 한 여인의 몸부림을 완벽히 소화하며 여운을 남겨주죠. 다만, 여타 유명 인물들보다 낮은 국내 인지도에 세세한 설명이 없다는 점에서 관람 전 잠깐의 검색을 통해 파악하면 더욱 좋은 관람이 되리라고 생각되네요. :)
한 줄 평 : 정형화된 초상화의 해방을 꿈꾼다
-
- 백인들만의 문제가 아닌, 범인류적인 문제를 다룬 코미디
영화 좋아한다고 하니 어떤 분이 내게 이 영화를 추천해 주셨다. 다만, 뇌를 빼고 봐야 한다는 조언과 함께. 이 영화는 코미디영화인데 내가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순간 나만 이상해지는 것이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좋은 인상은 아니었지만 끝까지 보게 되었던 이유는 여성 주연 4명의 개성이 각기 달랐고 미국에 거주하는 교포들에 대한 생각, 또한 그들 자신이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방인으로서의 자각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서도 인종적 비주류로 살아본 적 없어서 영화에서 그들을 묘사한 지점이 정확했는지는 알길이 없지만 말이다.
1. 핫한 키워드들의 집합
이 영화는 핫한 키워드들은 다모아놓았다. 인종차별, 특히 아시아인 차별, 바디 포지티브 운동, 미국 사회 속에서 받아들여지는 k-pop 등등. 그런데 모든 키워드에 깊이가 느껴지진 않는다. 뭔가 대단한 혁신적인 내용인 척 하는데, 사실 모든 내용이 클리셰이다. 백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동양인에 대한 클리셰가 가득 담겨 있다. 그리고 미국 사회에서 핫하게 떠올랐던 바 있는 '내 몸을 사랑하자' 운동에 심취한 롤로는 내 몸을 사랑하다 못해 욕망에 과도하게 솔직하다. 욕망에 솔직한 것은 좋지만 모든 대사가 그런 쪽으로만 이어지는 것은 캐릭터의 매력을 반감시킨다. 모든 캐릭터가 다 가볍게 그려지지만 그 와중에 범생이로 나오는 오드리 마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아닌 척하지만 사실은 남자에 관심도 많고, 성공에 욕심도 많고, 뭐 하나 제대로 버리지도 못하면서 다 가지고 싶어하는 약간은 위선적인 캐릭터로 보인다. 이기적인 행동을 해도 이해가 되는 캐릭터들도 분명 있는데, 오드리는 표면적으로는 선해 보이지만 크게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엄마를 찾고 싶으면서 솔직하게 표현하지도 않고, 마치 롤로 때문에 엄마를 찾아야만 한다면서 남탓하는 모습에서, 그 솔직하지 못한 모습 때문에 오드리에게 이입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시아 여성 주연 4명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으면서, 각기 다른 개성을 뽐내야 하는 그녀들의 캐릭터를 코믹 그 이상의 어떤 매력으로 승화시키지 못한 지점이 이 영화의 인종차별적인 시선이 아닐까 싶었다. K팝을 사랑하는 한 캐릭터는 미국 사회에서 일종의 찐따로 분류되며 주류 문화에 편승하지 못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도 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다.
2. 차별은 의도보다는 무지가 아닐지
성공한 변호사가 된 오드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배려의 말을 듣는다. 생김새는 아시안이지만 미국인의 사고방식을 가진 그녀에게 회사 사람들은 같은 미국인으로서 대우하지만은 않는 느낌이다. 오히려 차별하지 말아야 할 대상으로 낙인찍고 겉으로 티내지 않으면서도 은연 중에 더욱 심한 인종차별을 남발한다. 미국이 그녀에게 고향일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채 중국에 가게 된 그녀에게 모국에 가게 되어 기쁘겠다는 둥 소위 친절한 개소리를 시전한다.
뭔가 묘하게 기분 나쁜데 상대의 표면적 의도가 나름의 친절이라서 앞에서 쌍욕도 박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뭐랄까 나는 중국 음식 좋아한다고 외치면서도 그 중에서 덴뿌라를 제일 좋아한다고 하는 격인데 그걸 듣고 있는 나는 어떤 대처를 해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분명 의도가 있는 차별도 있겠지만 그냥 몰라서 하는 소리일 때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나는 인종차별을 하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난 비주류들에게도 친절하게 대하는 인격자'라는 자부심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이 영화는 비단 백인들의 차별만 그리지 않는다. 아시안들 사이의 편견도 있음을 보여준다. 저기 시끄럽고 똑같이 생긴 사람들은 한국 사람이라는 둥 말하는 롤로를 보면 인종차별은 백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두가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단일민족이라고 주장하는 한국인들 조차 한 사람을 바라볼 때 더이상 인종적 잣대로만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여전히 우리나라 방송가에서는 외양은 외국인이지만 한국에서 오래 살아 한국인의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종종 등장하곤 한다. 그리고 진행자는 그들에게 '한국인 다 됐네' 이런 멘트를 날리곤 한다. 이제 이런 멘트도 한국에서도 더 이상 칭찬이 되지만은 않을 것이다. 국제 결혼이 많아진 한국에서 정체성이 외모가 아닌 사고방식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체감하는 시기가 도래할 것이다. 은연 중에 대한외국인들에게 '김치 잘 먹네요'라고 칭찬하는 것이 의도치 않은 무지이자 차별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상대는 무슨 말은 할 수 있겠냐고 되묻겠지만 오랜기간 폐쇄적인 단일민족으로 살아왔기에 의도가 좋은 말을일지언정 그 말이 배려가 될지는 알 수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차별의 반은 열등감이고, 그 남은 반은 무지에서 오는 것이라는데 열등감은 개인이 알아서 극복할 일이지만 무지는 가르치면 조금 나아지기 때문이기에 국제 결혼이 늘어나는 현 시점에서 한국인들도 외양이 다르면 무조건 외국인으로 분류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건 나도 실천해야 하는 지점이니 사실은 이것은 내가 하는 반성이다.
영화에 대한 감상보다 사족이 더 길었던 거 같은데, 하나의 영화를 보고 이런 생각을 들게 한다는 것만으로도 한 번정도는 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은 든다. 그저 잡생각을 날리고 싶다거나 나는 웃기지 않았지만 혹시라도 가볍게 볼 코미디 영화를 찾고 있다면, 킬링타임용으로는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한 번만 보는 것을 추천한다. 예상하건대 두 번 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
-
-
- 넷플릭스 <바이킹스 : 발할라> 공식 예고편
《바이킹스: 발할라》는 1,000년 넘게 거슬러 올라간 11세기 초를 배경으로 역사상 가장 유명한 바이킹들의 영웅적인 모험담을 그린다. 그 주인공은 전설적인 탐험가 레이프 에릭손(샘 콜릿)과 불같은 성격의 완고한 여동생 프레이디스 에릭스도테르(프리다 구스타브손), 그리고 야심 있는 노르웨이 왕자 하랄드 시구르드손(리오 수터). 바이킹과 잉글랜드 왕실 사이의 긴장이 핏빛의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바이킹 내부에서는 기독교도와 이교도의 충돌로 싸움이 벌어지면서 이 세 바이킹의 장대한 여정이 시작된다. 그렇게 세 사람은 생존과 영광을 위해 싸우면서 바다와 전장을 넘나들며 카테가트에서 잉글랜드, 그리고 그 너머로 나아간다. 《바이킹스: 발할라》: 넷플릭스에서 곧 공개 예정. 《바이킹스: 발할라》를 시청하세요, 오직 넷플릭스에서.
-
- 넷플릭스 <스위트 투스: 사슴뿔을 가진 소년> 티저 예고편
[2021년 6월, 넷플릭스 공개]
반은 인간이고 반은 사슴. 하지만 너무도 사랑스러운 소년.
그 아이가 종말 이후의 세상을 가로질러 위험한 모험을 시작한다.
퉁명스러운 보호자와 함께, 어딘가 있을 새로운 시작을 찾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