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4-12-02 07:42:26
친밀한 타자, 혈육
영화 〈언니 유정〉
“선생님들은 뭐 하셨어요?” 첫 번째 질문은 적확하다. 대학병원 간호사 유정은 동생 기정이 학내에서 미숙아를 출산한 후 유기했다는 연락을 받고 학교에 방문한다. 유정은 선생님들이 모인 회의에 참석한다. 누군가는 모범생인 기정이 이런 일을 벌였다는 데 안타까움을 표하고, 누군가는 그저 걱정만 하며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러나 결론은 같다. 기정이 형사 처벌을 받으면 퇴학 조치하겠다는 것. 간호사인데도 왜 동생의 임신을 알지 못했느냐는 은근한 책망이 이어진다. 이때다. 한동안 침묵하던 유정이 첫 번째 질문을 던진 것은. 유정이 동생의 신체적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한 데 책임이 있다면, 그 책임은 마찬가지로 학생을 돌보는 게 일인 선생님들의 것이기도 하다. 유정의 첫 번째 질문은 본연의 책무를 외면한 채 책임지기를 거부하는 자들을 향한다. 유정이 죄송하다며 연신 머리를 조아리고 죄인이라도 되는 양 굽신거리지 않고 오히려 되묻는 장면이 좋았던 이유다.
“너가 그런 게 맞아?” 그러나 두 번째 질문은 틀렸다. 유정 역시 이 사건이 힘들다. 기정은 처벌 위기에도 입을 열지 않고, 부모 없이 동생을 양육한 유정의 속은 타들어간다. 무엇보다 유정은 기정이 ‘이런 일’을 할 아이가 아니라고 여긴다. 자기가 아는 동생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정을 마주한 유정은 질문을 쏟아낸다. 네가 그런 게 맞는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지, 왜 그런 일을 겪고도 내게 알리지 않았는지……. 그러나 기정의 답은 간결하다. “언니가 생각이 안 났어.”
혈연은 가족 관계를 구성하는 절대적인 근거로 간주된다. 하지만 서로를 돌보고 북돋는 가족의 절대적 근거일 순 없다. 가족은 명사가 아닌 동사다. 관계 호칭에 걸맞은 육체적‧정신적‧감정적 실천이 동반되어야만 한다. 이것이 유정이 마주한 과제다. 이제 유정은 동생과의 관계를 처음부터 새로 만들어가야 한다. 이전에 알던 기정은 없다. 〈언니 유정〉은 당연하게 주어진 혈연 관계를 넘어 유정이 진정한 의미의 언니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는다.
동생 기정을 알아가는 언니 유정의 여정에는 또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있다. 먼저 유정이 담당한 환자와의 관계다. 임신 중독 증세로 입원 중인 환자와의 관계를 통해 유정은 기정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동생인지를 되새긴다. 유정의 엄마는 기정을 낳다가 죽었다. 그래서 유정은 기정을 볼 때마다 동생에게서 엄마를 겹쳐 본다. 동생이 엄마를 앗아갔다는 원망은 아니다. 기정은 유정에게 동생인 동시에 엄마이기도 한, 곱절로 소중한 사람이다. 두 번째는 기정의 친구인 희진과의 관계다. 희진은 무언가를 알고 있는 듯한데 시원하게 털어놓지는 않는다. 그러나 희진의 단편적인 말만으로도 유정은 자신이 기정을 여태껏 잘못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이렇게 유정은 담당 환자를 통해서는 기정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고, 희진을 통해서는 기정의 현재에 다가간다. 누군가는 영화가 꼭꼭 숨겨둔 기정이 사건의 비밀이 밝혀질 때 커다란 임팩트를 남기지 않는다는 데 아쉬움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마지막쯤에야 드러냄으로써 일정 부분 미스터리 장르의 몰입감을 선사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기정과의 관계를 복원하겠다는 유정의 의지와 실천으로 바라본다면 어떨까? 담당 환자, 희진과의 관계에 깊이 몰입한 결과 얻은 통찰로 기정이 사건을 해결하고, 자매간 상호적 관계 실천의 토대를 기어이 마련해내는 유정에게서 가깝고도 먼 혈육과의 관계를 돌아볼 실마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아는 혈육의 모습과 실재 혈육의 삶은 일치하지 않는다. 〈언니 유정〉은 어떤 맥락에서는 그 간극을 마주했을 때 '절망'하는 것이 폭력일 수 있음을 환기한다. 이 절망이 자기 기준에 맞춰 상대의 현재를 철저히 부정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혈육은 관계의 출발 조건일 뿐 그 자체로 절대적 조건인 것은 아니다. 혈육은 관계의 의지와 실천으로 공들여 유지해야 할 친밀한 타자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Relative contents
-
- 나를 찾는 여정, <걸후드>
인생은 끊임없이 나를 찾아가는 여정과도 같다. 우리는 살면서 보고 겪는 모든 존재들을 통해 우리 자신을 성장시킨다. <걸후드>는 셀린 시아마 감독이 보여주는 십 대 여성 청소년의 성장기이고, 그 단면을 통해 영화를 감상하는 관객에게 물음을 던진다. 관객은 스스로 돌이키게 된다. 당신은 얼마나 스스로에 대해 알고, 찾았는가?
영화는 생계를 이끄는 모친을 대신하여 동생들을 돌보며 사는 여성 십 대 청소년인 `마리엠`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영화에서 마리엠이 남성이 아닌 여성이라는 점의 극의 주제를 관통하고 있는 부분이기에 관객은 이를 간과할 수가 없다. 여성의 삶이라는 타이틀로도 고될 수 있는 주제는 십 대 청소년이라는 소재가 더해지며 더욱 주인공을 조인다. 평화로워 보이는 많은 청소년의 삶 중 특별히 흑인인 십 대의 여성 청소년을 그린 이유를 분명하게 인식하며 영화를 관람할 수밖에 없다.
<걸후드>는 마리엠이 성장하면서, 스스로가 그린 삶의 궤적을 더듬어가며 새 발자국을 남기는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주기 위해 세밀한 장치들을 마련해두었다. 친구, 가족, 주변인으로 뻗어나가며 겪는 감정 변화와 그에 따른 연기는, 우리가 이 영화를 감상하며 그 인물의 삶을 사는 것처럼 느끼고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에서의 성장은 마냥 고되거나 우울하지만은 않다. 성장은 삶의 일부 과정이기에 마리엠은 보통의 나날처럼 웃고, 울고, 화내며 살아간다. 누군가는 마리엠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또 누군가는 그의 삶에 흔적조차 남길 수 없는 미미한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그에 따라 마리엠은 한 그룹의 주요 인물이었다가 있는 듯 없는 듯 한 존재가 되기도 하며, 자신을 완전히 다잡은 사람이었다가 맥없이 무너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과정은 마냥 초조하지만은 않다. 삶의 일부이며 관객인 우리 자신이 그랬듯 마리엠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거나 답을 찾아낼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 때문이다. 마리엠을 어떻게 살아갈지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도 온몸을 내던져 세상을 경험한다. 자신과도 타인과도 수없이 부딪혀가며 빛을 내며 단단해진다. 영화 속 다이아몬드 장면이 떠오른다. 러닝타임 내내 몸과 행동으로 외쳐오던 마리엠은 끝끝내 그런 인생을 싫다는 말을 입 밖으로 내며 자신의 새 방향을 찾아낸다. 그 방향이 어디인지 관객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우리는 마리엠이 제자리걸음을 멈춰 나아가리라는 것만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그리고 결국 마리엠은 찾아낼 것이다. <걸후드>는 그렇게 믿게 하는 영화이다.
-
- #발신제한 / HARD HIT, 2021
-
블로그에는 1년 전에 어떤 글을 올렸는지를 알려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서, 느끼는 건 작년보다 극장에 볼게 그래도 많아졌다는 것이나 여전히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영화 <발신제한>은 2달 만에 국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간 국내 영화라는 점에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들려오는 평가나 네이버 평점이 이와 다르게 반대로 흘러가니 뭔가 싶었습니다.
이런 양가감정을 품고서 보고 온 <발신제한>은 앞서 말한 들려오는 평가나 네이버 평점에 이해를 못 하면서도 이해를 갔는데요.
'과연, 어땠길래?' - 영화 <발신제한>에 대한 감상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들이 보채는 바람에 일어난 "성규"는 그날 아침 중요한 계약에 차질이 생길 전화를 받게 됩니다.
이에 일을 정리하고, 아이들을 학교로 데려다주려는 가운데 자동차에 모르는 전화기에 벨 소리가 울립니다.
전화를 받자 "좌석에 폭탄이 있다"라는 말과 함께 똑같은 전화를 받은 직장 동료의 차가 폭발하는 것을 눈앞에서 목격하게 되는데요.
그러나 이 충격으로 아들의 다리가 피가 흐르고, "성규"는 협박범의 요구에 맞게 돈을 준비하지만 뜻하지 않게 경찰들의 추격까지 받게 되는데...
눈물은 스팸으로 걸어두었겠죠?
1. 간단한 메커니즘에서 뿜어내는 강속구
야구에서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와야 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런 이유에는 '야구'라는 게임에서 '투수'는 '타자'의 타이밍을 뺏어야 하기 때문인데요.
이를 빼앗는 방법에는 투구 동작을 빨리 가져가거나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지는 제구력과 수싸움, 그리고 방망이를 돌리기도 전에 포수 미트로 빨려 들어가는 빠른 공이 있습니다.
투구 동작이나 제구력과 수싸움은 웬만한 프로들도 어렵고 시간이 지나면 익힐 수 있는 것이라면, 빠른 공은 재능으로 배워도 배우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 <발신제한>의 초반 30분은 간단한데도 관객들에게 깊은 몰입감을 안겨줍니다.
놀란보다 놀라운 초반부
이야기 구조가 복잡한 "크리스토퍼 놀란"과 비교하자면, 비약인가 싶겠지만 영화 <발신제한>의 초반부는 이 말을 들을 자격이 있습니다.
좌석에 폭탄만 있을 뿐인데, 여기에 카체이싱까지 간단한 구조임에도 관객들에게 간단하지 않는 이야기로 세뇌시키고 혼을 쏙 빼놓습니다.
물론,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과다출혈"이나 "경찰"의 행정 혹은 대응에 있어 맞지 않는 개연성도 존재하지만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요.
그렇게 관객들을 정신없이 몰아친 <발신제한>은 잠시 영화의 템포를 늦춥니다.2. 스스로 위력을 줄인다.
앞서, 야구를 빗대어 말했는데 저렇게 번번이 공을 칠 수 없는 이유를 한 가지 더 말하자면 데이터가 쌓이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1~9번까지 타자들의 순서가 끝나고 다시 시작하는 2번째 타석에서는 그 느낌이 달라집니다.
적어도, 이전 타석에서 하지 않았던 것을 복기하면 스트라이크 존에서 벗어나 눈으로 향하던 공에도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을 테니까요.
이에 당황한 투수는 억지로 공의 스피드를 억지로 줄여 제구력을 택하고 당장의 제구력은 잡힐 겁니다.
하지만, 공의 위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 겁니다.
영화 <발신제한>도 빨랐던 템포를 줄여 이야기를 쌓으려 하지만, 이는 앞서 언급한 "과다출혈"이나 "경찰"의 행정 혹은 대응에 있어 맞지 않는 개연성을 관객들의 스트라이크 존을 좁히는 실수가 됩니다.
배우들의 연기력만으로 해결되지 않아요.
이에 관객들은 <발신제한>에게 이런 문제에 초래한 것에 늦춰진 템포에 지적하겠지만 큰 문제는 쌓이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영화 <발신제한>은 이야기에 있어 문제들이 이미 지적되었습니다.
그럼에도, 크게 부각되지 않는 이유에는 영화가 캐릭터들을 비추는 시점을 과하게 '클로즈업'을 했기 때문입니다.
멀리서 상황을 보는 것보다 캐릭터들의 얼굴을 먼저, 보는 것으로 논리적으로 정리하기보다는 캐릭터들의 감정에 같이 휘몰아치기에 보이지가 않았던 것이죠.
그러다가, 템포도 늦춰지고 카메라도 멀어지니 안 보였던 문제들도 점점 떠오르게 됩니다.
어디까지나 제구도 공을 100%로 던지다는 전제로 강력한 것인데, 스스로 위력을 줄이는 건 말하지 않아도 알 겁니다.3. 때론 깜짝 등장도 필요하다.
그리고 투수에게 있어 "퀵모션", 흔히 주자에게 "도루"를 내어주지 않는 단축 동작은 또 하나의 문제를 안겨줍니다.
조금만 늦거나 느린 변화구를 던지면 주자는 뛸 테니 이를 내어주지 않으려면 던지는 모션을 빠르게 하거나 생략을 하는데요.
하지만 평소에 공을 놓는 위치나 동작들이 달라지면서 공의 위력은 또 달라지는데요.
그런 점에서 영화 <발신제한>에서 "지창욱"분이 맡은 "진우"의 등장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영화에서 내내 모습을 감췄던 그가 포스터에서는 이미, 나타나고 있으니까요.
마케팅과 영화적 재미는 공존할 수 없는가?
앞서 호평받은 초반부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도 적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캐릭터들의 "클로즈업"이 관객들의 감정까지 휘몰아치게 만들었는데, 그 시작에는 그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마치, "플레이볼"을 외쳐 경기를 진행하는 심판 같은 존재로 그의 목소리가 없었다면 <발신제한>의 상황도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을 텐데 이미 포스터에서 누가 맡는다고 나왔으니 맥이 빠지니 역전할 수 있는 게임을 일찍 감치 포기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4. 마지막은 너무 사족이다. 그치!
이에 다음 투수가 공을 이어받지만 상황을 뒤집을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공을 잘 던져도 경기의 승패를 결정짓는 점수는 타자들의 방망이에서 나오니까요.
앞서 영화의 문제들을 가려주었던 "클로즈업"은 "플래시백"과 함께 과한 눈물샘을 자극하려는 신파로 소비되고 맙니다.
극 중 "진우"가 "성규"에게 "늘 상관없는 사람들이 다치는 거야"라는 대사처럼 단순한 악만을 표현해도 좋았을 텐데, "플래시백"은 앞선 대사와는 영화를 다르게 만들어 버리거든요.
그래서 똑같다는 건가요?
결국, "플래시백"은 "신파"도 있겠지만 이들을 동일시하게 만들고 논리적으로 '누가 더 나쁜지?'에 대한 인지부조화도 생깁니다.
관객들에게 앞선 대사와는 다른 영화의 인상도 만들었지만, 후반부 장면에 맞게 영화를 만들었다면 이런 말도 안 할 겁니다.
영화의 엔딩은 이를 깔끔하게 정리도 못하니 관객들로서는 혼란스러움만 가중되는 느낌입니다.
무엇보다 이 일을 더 심각하게 만든 극 중 경찰의 대응도 아쉽습니다.
너무 멍청하게 표현한 거 같은데, 등본만 띠어도 가족관계, 다 확인되고 사진도 나올 텐데 그걸 그렇게???
-
- 이번 달이 마지막이라고? 넷플릭스 종료작
11월은 날씨도 급! 추워지고 공휴일이 없어 유독 힘든 달이네요 :)
이런 마음을 위로해줄 넷플릭스 영화들을 가지고 왔어요
11월을 마지막으로 서비스 종료되는 작품을 가져왔으니,
이 리스트에 있는 작품은 11월에 모두 보기로 해요!1. 로켓맨 - 덱스터 플레처
영국, 미국 ㅣ드라마,판타지,뮤지컬 ㅣ121분
11월 6일 종료 예정synopsis
재활센터에서 인생을 되돌아보는 가수 엘턴 존.
사랑받지 못해 외로웠던 어린시절부터 대중을 사로잡은 독보적인 음악성과 열광적인 무대까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그의 삶과 음악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2. 언더 워터 - 자움 콜렛 세라
미국 ㅣ드라마,스릴러 ㅣ86분
11월 11일 종료 예정
synopsis
인적이 뜸한 외딴 해변.
홀로 파도를 타던 서퍼가 백상아리의 공격을 받았다.
암초 위에서 피를 흘리며 목숨만 부지하는 상황.
구조를 기대할 수 없으니 살아남을 방법은 하나뿐이다.
상어의 허점을 간파해, 있는 힘껏 헤엄치는 것.
3. 오블리비언 - 조셉 코신스키
미국 ㅣSF, 액션 ㅣ124분
11월 15일 종료 예정
synopsis
외계인 침공 후 폐허가 된 지구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잭.
정체불명의 우주선이 추락하면서부터 망각 저편의 기억이 돌아오는데
그가 알고 있는 세계는 어디까지 진실인가?
4. 브리짓 존스의 일기 : 열정과 애정
- 비반 키드론
영국,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미국 ㅣ멜로/로맨스, 코미디 ㅣ107분
11월 15일 종료 예정
synopsis
다시 돌아온 브리짓 존스.
사랑스러운 미소도, 숨길 수 없는 허당끼도 여전한데.
달라진 게 하나 있다면? 동화 속 왕자님 같은 애인이 곁에 있다는 것!
이젠 혼자 뜬눈으로 지새우는 밤 따위, 눈물 젖은 일기를 쓸 일 따윈 없는거지?
5. 퀸 & 슬림 - 멜리나 맷소카스
미국 ㅣ드라마 ㅣ132분
11월 20일 종료 예정
synopsis
첫 데이트와 저녁 식사, 그날은 좋은 날로 기억될 수도 있었다.
집으로 가던 길, 흑인 남녀의 사소한 실수와 차량 검문 그리고 백인 경찰의 돌연한 죽음이 없었다면.
그날 밤, 도망자가 된 둘의 인생은 완전히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
6. 천일의 스캔들 - 저스틴 채드윅
영국 ㅣ멜로/로맨스, 드라마 ㅣ115분
11월 21일 종료 예정
synopsis
원대한 야심을 품은 앤, 순수한 마음을 지닌 메리.
변덕 심한 헨리 8세를 차지하기 위한 자매의 경쟁은 갈수록 아슬아슬해진다.
화려한 궁정을 배경으로한 실화 소재 시대극.
7. 엠마 - 어텀 드 와일드
영국 ㅣ멜로/로맨스, 드라마, 코미디 ㅣ124분
11월 26일 종료 예정
synopsis
기품 있는 발걸음과 아름다운 미소를 지닌, 대저택의 젊은 주인 엠마.
중매에 특별한 재능을 보이는 그녀가 결심한다.
친구에게 최고의 짝을 찾아주기로.
하지만 그녀에게 곧 닥쳐온 건 난생처음 느껴보는 당혹스러움과 시련.
8.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
- 게리 위닉
미국 ㅣ멜로/로맨스, 코미디 ㅣ97분
11월 30일 종료 예정
synopsis
지금 이 모습은 싫어.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잠들 땐 분명히 13살이었는데 눈을 떠보니 30살.
섹시한 외모에 근사한 남친까지!
모든 게 완벽한데 뭔가 아쉬운 건 왜지?
씨네랩 에디터 Ria
-
- 레퀴엠과 같던 김창열의 물방울
'물방울 화가'라는 이름을 가진 화백 김창열의 자서전과 같은 영화다. 보고 싶었던 영화를 개봉 전 시사회를 통해 보게 되어 기대가 컸는데,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써 시사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기대 이상의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자서전과 같지만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듯했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내 입 밖으로는
'그래, 이런 영화를 기다렸어-'를 연신 내뱉었다.
다니던 회사에서 예술 강연을 준비할 기회가 생겼었다. 그때 박서보, 김창열 작가 등 우리나라 미술계를 대표하는 화백들에게 주목하게 되었다.
한때는 두 화백의 작품을 자주 찾아보기도 했었던 기억이 난다. 특별히 김창열 화백은 물방울이라는 특정한 도구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 궁금했던 것 같다.
나의 궁금증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영화<물방울을 그리는 남자>는 김창열 화백이 왜 물방울 화가라고 불리는지에 관해 답을 한다.
김창열 화백이 물방울을 그리는 이유에 관해서 말이다. 이렇게 설명할 수도 있겠다.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을 만나기 전의 삶과 물방울을 만난 이후, 물방울을 이해하게 된 아들의 이야기라고.
'아직도 호랑이가 산에 있던' 북한의 맹산 그리고 남한과 뉴욕, 프랑스, 제주까지. 화백 김창열을 만들어간 이야기라고도 말할 수 있다.
김창열 화백은 전쟁의 아픔을 뼈아프게 겪은 세대의 인물이다. 그가 겪었던 삶의 여러 모양과 아들에게 자주 들려줬던 이야기 그리고
노래를 함께 그렸다. 영화<물방울을 그리는 남자>의 감독이자 그의 둘째 아들인 김오완은 아들의 시선과 함께 화백 김창열에 대한 '경외감'을
표현했다. 영화는 물방울에 집착한 한 화백의 삶의 아픔과 애환. 고집. 침묵. 고요 속의 노래가 가득 매운다.
김오완은 아버지 김창열에게는 침묵과 기묘한 균열이 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과는 다른 '인간', '예술가'인
김창열을 이해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아버지 김창열 그리고 인간 김창열의 침묵과 기묘한 균열에 가까이 다가가는 과정을 기록한 영화다.
그가 보고 겪은 여러 죽음들을 오랫동안 추모하던, 레퀴엠과 같던 김창열의 작품들.
그가 수없이 그린 물방울의 의미를 영화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를 통해 꼭 만나보기를 바란다.
-
- 가장 피터 파커다운 스파이더맨
-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Spider-Man: No Way Home, 2021)
개봉일 : 2021.12.15.(한국 기준)
감독 : 존 왓츠
출연 : 톰 홀랜드, 젠데이아 콜먼, 베네딕트 컴버배치, 존 파브로, 제이콥 배덜런, 마리사 토메이, 알프리드 몰리나
쿠키 영상 : 2개
가장 피터 파커다운 스파이더맨
2016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통해 처음 등장한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이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개봉 2년이 지난 2021년 12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으로 돌아왔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과연 올해 안에 볼 수 있을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기다린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오래 기다린 만큼 팬들의 기대감도 컸기에 항간에 떠도는 소문도 참 많았다. 그 소문들을 믿거나 너무 기대하진 않으려고 했다. 기대하면 그만큼 실망할 이유들이 많아지니까.
처음 마블에 스파이더맨이 등장한다는 소식을 들릴 때쯤, 나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 푹 담가져 있었다. 큰 눈을 가진 앤드류 가필드의 인간미 넘치는 스파이더맨이 좋았고, 비록 악역이었지만 치명적이었던 데인 드한의 연기가 좋았다. 거기에 삼부작으로 완성되지 못하고 끝나버리는 바람에 아픈 손가락처럼 더 애착이 갔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앤드류를 뒤로하고 새로운 스파이더맨의 등장이라니. 기대도 됐지만 살짝 못 미덥기도 했다. “과연 어떤 스파이더맨이 나오는지 보자-”싶었다고 해야할까?
하지만 톰 홀랜드는 자신이 가진 힘을 힘껏 뿜어내며 새로운 스파이더맨을 만들어갔고, 관객들은 자연히 그에게 스며들었다. 그리고 3대 스파이더맨이 된 톰은 ‘아기 거미’와 ‘톰스파’라는 애칭까지 꿰차며 당당히 어벤져스에 합류했다. 특히 인피니티 워에서는 스파이더맨 때문에 눈물 줄줄 흘리던 관객들도 꽤 많았으니.. 스파이더맨으로서 그의 존재감이 꽤나 톡톡했다는 걸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스파이더맨의 성장
토니 스타크가 떠나기 전까지 어벤져스에서 스파이더맨의 이미지는 완전한 히어로라기보단 막내와 어린아이에 가까웠다. 토니에게 수트를 달라고 어리광을 부린다거나, 토니와의 만남에 신나 셀프 카메라를 찍는다거나, 짝사랑하는 MJ 앞에서 어버버 말을 흐린다거나.. 등등. 히어로 캐릭터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어렸던 스파이더맨은 항상 조금씩 어설펐다. 나쁜 뜻은 아니라 딱 그 나이대의 감성이 풍부한, 서툰 소년 같았다는 말이다. (역대 스파이더맨 중에서도 가장 어린 나이대인 것도 한몫했다.)
<엔드게임>이후 개봉한 <파 프롬 홈>에서는 멘토였던 토니를 잃은 피터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다 토니의 뜻을 이을 수 있는 ‘히어로’로서의 길을 선택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이번에 개봉한 <노웨이 홈>에서는 스파이더맨의 눈앞에 닥친 위협 속에서, 스파이더맨과 피터 파커라는 두 개의 인생을 두고 갈등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피터 파커다운 스파이더맨
“큰 힘엔 큰 책임이 따른다.” “누군가를 돕는 일은 모두를 돕는 일이다.” 사실 이 두 마디 말이 스파이더맨이라는 히어로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음을 살짝 잊어가던 참이었다. 역대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비해 어벤져스 시리즈의 스케일이 범우주적으로 넓어지기도 했고, 상대하는 악당들과 스파이더맨의 슈트 능력치 또한 크게 상승했기에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은 내가 처음 접했던 스파이더맨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또한 매력적이었고, 가끔은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여전히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의 느낌보다는 ‘우주를 구한 히어로’ 스파이더맨의 느낌이 강했다.
서서히 새로운 스파이더맨에 익숙해지고 있던 찰나, <노 웨이홈>은 피터 파커를 다시 피터 파커답게 돌려놓는다. 토비 맥과이어와 앤드류 가필드가 연기했던 그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 사람의 선함을 믿고, 이웃을 구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소박하고 친절한 옆집 청년 같은 그 스파이더맨처럼 말이다.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 3부작
<노 웨이 홈>은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 3부작의 마무리로서 완벽했다고 말하고 싶다. 오랜 시간 만나온 친구, 스파이더맨의 마지막이자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특히 토비 맥과이어가 연기했던 시절부터 ‘스파이더맨’이라는 히어로와 오랜 시간을 쌓아왔기에 세 번째 마무리가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꾸준히 이야기를 진행해온 프랜차이즈 영화와 오랜 시간을 함께해 준 캐릭터가 가진 가장 큰 메리트가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시간과 정이라는 게 이렇게 대단하다. 스파이더맨을 보면서 울고 웃었던 시간을 이렇게 한 번에 다시 선물 받다니. 이 영화를 어떻게 아끼지 않을 수 있을까?
사적인 감정을 모두 제외하고 본다면 영화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너무 많아 일회성으로 소모된듯한 빌런의 존재와 가장 임팩트 있어야 할 장면이 다소 심심하게 그려졌다는 것. 닥터 스트레인지의 포지션이 살짝 아쉬웠다는 것. 하지만 그게 다 무슨 의미인가. 그게 대수인가! 스파이더맨이 이렇게 돌아왔는데. 실망할 시간 같은 것은 없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하고 싶지만 글의 상단에선 참겠다. 영화를 보기 전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라면 “그 어떤 스포도 듣지 말고, 아무것도 모른 채 감상하라.”정도가 있겠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시놉시스
‘미스테리오’의 계략으로 세상에 정체가 탄로난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는 하루 아침에 평범한 일상을 잃게 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닥터 스트레인지’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지만 뜻하지 않게 멀티버스가 열리면서 각기 다른 차원의 불청객들이 나타난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드디어 열린 멀티버스
앞선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어벤져스 시리즈>를 거치며 꾸준히 언급됐던 ‘멀티버스’. 그 멀티버스가 드디어 <노 웨이 홈>에서 열렸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포탈을 통해서 말이다.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이란 사실이 온 세상에 퍼지고 피터는 스파이더맨인 자신이 소중한 사람들의 인생을 망쳤다며 자책한다.
MJ와 네드의 대학 입시가 좌절되고 사람들은 피터의 집에 벽돌을 던진다. 죄책감에 마음 아파하던 피터는 닥터 스트레인지를 찾아가 기억을 지우는 주문을 부탁한다. 하지만 피터의 의도치 않은 방해로 인해 주문이 흩어지고 그 결과 평행 우주에서 ‘피터 파커’를 아는 온갖 인물들이 몰려오게 된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빌런 그린 고블린과 닥터 옥타비우스, 샌드맨.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빌런 일렉트로와 리자드맨.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역대 스파이더맨 두 명까지. 빌런들이 우르르 등장할 때부터 이 둘이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하긴 했지만, 실제로 앤드류 가필드가 등장하는 순간 “내가 이걸 보려고 이 시간들을 견뎠나 보다..”싶으면서 감동이 밀려왔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이도 저도 아닌 채로 끝나버린 그때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을.. 이걸 보려고 버텼나 보다.
삼 스파이더맨의 등장
(이하 톰 홀랜드 = 톰스파, 토비 맥과이어 = 샘스파, 앤드류 가필드 = 어스파로 표기)
메타버스를 통해 만난 스파이더맨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심장이 하늘로 솟았다 곤두박질치듯 강하게 뛰었다.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 걸까. 벅차오른다는 말밖엔 할 말이 없었다. 거기에 영화에 가득한 이전작들의 오마쥬 장면들과 고민하고 있는 톰스파에게 건네는 선배 스파이더맨들의 위로까지. 눈물이 안 날 수가 없었다.
같은 고민과 비슷한 아픔을 겪고, 결국엔 성장하는 스파이더맨들
‘두 개의 삶’은 역대 스파이더맨 모두가 공통으로 고민했던 문제다. 히어로 스파이더맨으로서의 삶 or 평범한 피터 파커로서의 삶. 스파이더맨은 소중한 사람들을 지킬 수 없고 피터 파커로 산다면 내가 가진 특별한 능력을 세상을 위해 사용할 수 없다. 거기에 시시각각 닥쳐오는 위험과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선한 히어로이기 전에 분노할 줄 아는 인간의 본성까지 끄집어내게 된다. 하지만 이 사건들 속에서 흔들리는 피터와 끝까지 피터를 잡아주는 소중한 사람들의 말 한마디가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가장 큰 감동 포인트다.
“큰 힘엔 큰 책임이 따른다.” “한 사람만 노력해도 세상은 달라진다.” 그리고 피터는 누구보다 특별한 힘을 가졌다는 응원까지. 피터는 사랑하는 이들의 말을 양분 삼아 자신이 지니고 있는 특별한 능력과 선한 본성을 세상을 위해 사용하게 된다.
샘스파는 벤 삼촌과 친구 해리를 잃고 슬픔에 빠졌다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어스파는 아버지와 거미에 대해 얽힌 비밀과 두 개의 삶 중에서 고민을 반복하다 선택을 하는 순간에 사랑하는 그웬을 잃게 된다. 포탈을 타고 다시 등장한 그는 여전히 아픔을 극복하지 못한듯한 모습을 보인다. MJ와 서로를 의지하고 있는 톰스파를 지켜보는 그의 눈빛이 다소 씁쓸하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의 한 장면처럼 먼 바닥으로 추락하는 MJ를 구해낸 어스파는 오랜 시간 자신을 괴롭혀온 죄책감에서 한걸음 벗어난다.
톰스파는 빌런들을 고칠 수 있다며, 인간의 선함을 믿다 메이 큰엄마를 잃는다. 선함을 믿고 모두를 도와야 한다던 메이의 말을 따르며 많은 이들을 도와온 피터의 믿음이 깨지고 그는 폭주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앞서 같은 아픔을 겪어본 선배 스파이더맨들은 톰스파의 분노를 막고, 마음을 되돌려놓는다.
도덕성과 선함은 약점이 아니다
피터가 여러 평행 우주에서 온 빌런들을 되돌려보내지 않은 이유는 그들을 고칠 수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사람의 본성과 운명은 바꿀 수 없다며 주문을 강행하려 하지만 피터는 달랐다. 피터는 메이 큰엄마의 말을 따라 빌런들을 고쳐놓기로 결심한다.
피터는 모두가 믿지 않고, 모두가 안될 거라 말한 일을 해낸다. 정확히 말하면 세 명의 피터 파커가. “너의 약점은 도덕성”이라고 비웃던 빌런을 고치고, 미스테리우스가 옳았다며 스파이더맨을 비난하는 세상을 한 번 더 구한다. 스파이더맨은 남들이 약점이라 생각하는 ‘선함’을 가슴 중심에 품고 오늘도 묵묵히 누군가를 구한다.
다시 처음으로
막을 수 없을 만큼 몰려오는 평행 우주의 존재들을 보며 피터는 큰 결심을 한다. 사랑하는 이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안전한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다. 멋진 슈트와 비록 익명이지만 우주를 구한 스파이더맨이라는 명성, 집과 친구들. 모든 걸 포기한 피터는 소중한 친구들이 남긴 흔적을 들고 작은 방에서 새롭게 시작한다.
네드와 조립했던 레고 캐릭터와 MJ가 건넨 커피. 그리고 책상에 널브러진 천 조각들과 새로운 스파이더맨 슈트.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스파이더맨이 해야 할 일’은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하게 보인다.
이제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이렇게 자연스레 스파이더맨이 어벤져스의 세계관에서 퇴장하게 될 것인지, 아니면 발로 뛰고 구르며 다시 어벤져스의 스파이더맨이 될지..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3편을 추가 계약한 게 아니냐는 말도 있고, 톰 홀랜드의 말을 보다 보면 그의 피터 파커를 보내줄 때가 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또다시 만날 날이 온다면 <노웨이홈>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적절한 쉼표로 기억될 것이고, 이렇게 끝나게 된다면 아름다운 마침표로 기억될 것이다.
스파이더맨이라는 히어로는 어째 항상 짠하고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초월적 힘을 가진 히어로라기보단 어딘가 있을 것 같은 인간적이고 친절한 이웃의 느낌이 더 강해서 그런 걸까? 처음으로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접한 지 10년이 더 지났다. 나의 첫 번째 히어로 스파이더맨, 그와 쌓아온 시간이 내 마음속에 이렇게 거대하게 자리 잡고 있을 줄은 몰랐다. 앞으로 이 시리즈가 어떻게 될진 몰라도, 난 이 영화를 끊임없이 찾고, 또 사랑할 것이다.
-
- [SICFF 데일리] 장애인의 미래에 관한 상상력의 개수 +1
빅맨/Bigman
카미엘 스하우베나르 감독/Netherlands, Germany/2022/89min
‘지‧평‧선(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선)’ 세션
딜란과 그의 친구 유스의 머릿속에는 온통 축구 생각뿐이다. 딜란의 아버지가 감독으로 있는 유소년 축구팀에서 함께 운동하는 둘은 종일 축구공과 함께 붙어 다니며 시간을 보낸다. 둘의 관심사는 곧 있을 유소년 축구 대회다. 이 대회에서 우승해 프로 팀 스카우터에게 발탁되어 프로 선수로 활동하고자 하는 꿈은 딜란과 유스를 단단히 묶어준다. 그날도 평범한 하루였다. 둘은 축구공을 주고받으며 길을 걷던 중이었다. 그러다 보면 공이 도로로 굴러가는 일도 으레 있는 법이다. 다만 하필 그때 달려오던 자동차가 딜란과 부딪쳤다는 것만 빼면, 평소와 모든 게 같은 평범한 날이었다.
딜란은 척추 신경에 손상을 입고, 하반신을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재활하면 다시 축구를 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아 열심히 재활 운동에 매진하는 딜란. 그러나 딜란에게 재활은 불가능하다. 신경이 완전히 손상되었기 때문이다. 딜란은 평생 휠체어와 떨어질 수 없다. 딜란이 축구와는 떨어져야만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타고난 스포츠맨십을 가진 딜란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골키퍼 연습을 해보기도 하고, 엎드린 채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며 손으로 축구를 해보기도 한다. 실제로 친구들끼리 하는 조그만 게임에서 딜란의 노력은 빛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딜란이 유소년 대회 수준의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는 건 분명하다. 딜란의 강인한 의지만으로는 돌파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느 날 갑자기 오랫동안 꿈꾸고 노력해온 일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변한 건 내게 장애가 생겼다는 사실뿐인데, 나를 둘러싼 온 세계가 뒤집히는 그런 상황. 좌절감이 들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딜란은 장애 학생 전용 셔틀버스를 타고 등교하는 것이 수치스럽다. 소변이 나오는 것을 느끼지 못해 바지에 실례하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딜란은 그를 가로막는 것들에 매번 좌절하고 실망하면서도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금세 다시금 현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젠 정말 힘들 거야’와 ‘이다음에는 어떻게 행동할까?’라는 두 생각이 순서를 주고받았다. 그러다 보면 딜란의 꺾이지 않는 마음에 어느새 이입된다.
뭐든 계속 해보는 딜란의 마음이 인상깊다. 딜란은 어떤 상황이든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축구를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장애인에게도 비장애인에게도 꿈을 좇는 과정에서 좌절과 실패는 상수다. 장애가 아니라도, 딜란이 무난히 프로 선수로 데뷔했더라도 그에게 매번 새로운 시련과 도전이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영화가 장애를 의지만 있으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소한’ 문제로 재현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딜란이 계속 축구를 사랑하기로 결심하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마다 장애 정체성을 새겨 넣는다. 딜란은 장애를 ‘극복’하려 하지도 않고, 계속 낙담한 채로 머물지도 않는다. 우리 모두가 그러하듯 자기 몸의 가능성과 한계를 면밀히 점검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장애인의 미래는 줄곧 부정되어왔다. 혹은 비장애인 사회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방식으로만 재현되어왔다. 딜란의 여정은 이 둘 사이에 있다. 장애가 생긴 운동선수 지망생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회의에는 아랑곳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초인적 노력을 내세워 비장애인에게 ‘인정’받으려 하지도 않는다. 요컨대, 딜란은 꿈에 대한 확신으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간다. 딜란의 서사, 딜란의 가족과 친구들의 서사, 기존의 장애 재현에 균열을 내는 또 다른 장애인의 서사가 차근히 쌓여 펼쳐질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장애인의 미래에 관한 상상력의 개수’는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열어젖히는 딜란은 여기에 또 하나의 서사를 더했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제11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는 9월 13일부터 9월 20일까지 진행됩니다. 영화 상영 시간표와 상영작 정보는 아래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 디즈니플러스 한국 출시 확정!! 주토피아2도 제작 확정!? ?❤️? 열일하는 디즈니와 닉와일드 성우 정재헌 그리고 주토피아 이야기 | 씨네마사지?
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씨네마사지 ?
씨네마사지 인스타그램 구독
??https://www.instagram.com/cine_massage/
EP.30
꿀보이스 정재헌 성우님과 함께하는 주토피아 리뷰 두번째 시간!
출연
황보 라이언 정재헌
-
-
- 영화 <범죄도시4> 메인 예고편
나쁜 놈들 제대로 뽀개버린다! [범죄도시4] 메인 예고편 공개?
-
- 영화 <도그데이즈> 메인 예고편
사람도, 강아지도 '개' 귀엽다! 행복만 가득해지는 [도그데이즈] 메인 예고편 공개? 2024년 기분 '개' 좋은 영화 2월 7일은 극장에서 [도그데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