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2-12 11:38:20
2월 셋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아카데미 작품상 유력 후보 <브루탈리스트> 개봉

금주에는 마블 스튜디오가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옵니다.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가 새로운 캡틴과 함께 관객들에게 찾아왔습니다.
이번 작품으로 삐그덕거리던 마블의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낼 수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곧 개최될 아카데미 시상식의 강력한 후보로 점쳐지는 <브루탈리스트>도 개봉을 앞뒀습니다.
215분이라는 러닝타임과 상영시간 내 인터미션이 존재한다는 정보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죠.
골든 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등 각종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쓸고 있는
애드리언 브로디가 과연 이번 오스카에서도 남우주연상을 거머쥘 수 있을까요?
브루탈리스트
The Brutalist

개요: 드라마 | 미국 | 215분
감독: 브래디 코베
주연: 애드리언 브로디, 펠리시티 존스, 가이 피어스
개봉: 2025.02.12.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줄거리
전쟁의 상흔을 뒤로하고 미국에 정착한 건축가 ‘라즐로 토스’(애드리언 브로디). 미국 이민자의 냉혹한 현실 속에 전쟁의 트라우마를 견뎌내던 어느 날. ‘라즐로’의 천재성을 알아본 부유한 사업가 ‘해리슨’(가이 피어스)이 기념비적인 건축물 설계를 제안한다.
하지만, 시대와 공간, 빛의 경계를 넘어 대담하고 혁신적인 그의 건축 설계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반대에 부딪히게 된다.
후원자 해리슨의 감시와 압박, 주변의 비난이 거세질수록 오히려 더 자신의 설계에 집착하던 ‘라즐로’.
혁신적인 브루탈리즘 건축에 자신을 투영하던 ‘라즐로’는 결국 공사가 중단될 위기에 처하는데...
발 디딜 곳 없는, 소속이 불분명한 삶의 연대기 트라우마가 예술로 승화된다!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Captain America: Brave New World

개요: 액션 | 미국
감독: 줄리어스 오나
주연: 안소니 마키, 해리슨 포드, 대니 라미레즈, 쉬라 하스
개봉: 2025.02.12.
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줄거리
대통령이 된 새디우스 로스와 재회 후, 국제적인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된 샘이 전 세계를 붉게 장악하려는
사악한 음모 뒤에 숨겨진 존재와 이유를 파헤쳐 나가는 액션 블록버스터.
두 사람
Life Unrehearsed

개요: 다큐멘터리 | 대한민국 | 80분
감독: 반박지은
주연: 이수현, 김인선
개봉: 2025.02.12.
배급: 반박지은필름, (주)시네마달

줄거리
“가장 낯선 곳에서, 가장 깊은 사랑으로”
파독 간호사로 낯선 나라 독일에 이주한 뒤 지역 사회와 소수자를 위해 목소리 내는 일에 앞장선 ‘수현’.
간호 학교를 졸업하고 신학 연구에 뛰어들며 이주민의 마지막 길을 동행하는 호스피스 리더 ‘인선’.
40여 년 전, 재독여신도회에서 운명처럼 만난 ‘두 사람’ 이민 1세대, 이주 노동자,
그리고 레즈비언으로서 서로에게 쉴 곳이 되어주고, 곁에서 여생을 함께하기로 한다.
첫 황혼에서 두 손을 마주 잡은 <두 사람>의 무지갯빛 블루스가 시작됩니다!
아카디안
Arcadian

개요: SF | 미국 | 92분
감독: 벤자민 브루어
주연: 니콜라스 케이지, 맥스웰 젠킨스, 제이든 마텔
개봉: 2025.02.13.
배급: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줄거리
밤이 오면 죽음의 그림자가 찾아온다! 쌍둥이 아들 ‘토마스’와 ‘조셉’과 함께 문명이 파괴된 세상을 살아가는 ‘폴’.
밤마다 습격하는 정체불명의 괴물들 때문에 이들은 매일 긴장감 속에 전투를 준비한다.
그러던 어느 날, 예기치 못한 일로 한밤중에 집을 나선 ‘폴’은 마주쳐서는 안 될 괴물들을 만나게 되는데…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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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코난 오브라이언이 제97회 오스카 시상식의 진행자를 맡게 되었습니다. 심야 코미디 쇼의 MC가 오스카의 진행을 맡은 것은 처음입니다. 코난 오브라이언은 발표와 함께 “미국이 요구했으니 이제 현실이 됩니다: 타코벨의 새로운 치즈 차루파 수프림. 그리고 또 다른 소식으로, 제가 오스카 진행을 맡게 됐습니다.”라고 농담을 던졌습니다.
당초 라이언 레이놀즈와 휴 잭맨 진행자 듀오설이 거론되었지만, 이들은 제안을 거절했고, 아카데미는 믿을 만한 코미디언 존 멀레이니에게 진행을 요청했지만 그 역시 거절했다고 합니다.
제97회 오스카 시상식은 2025년 3월 2일 일요일 돌비 극장에서 개최될 예정입니다.
워너 브라더스, <기생충> 배급사 CJ ENM과 협력 예정
워너 브라더스 모션 픽쳐스 그룹이 <기생충> 배급을 맡았던 CJ ENM과 새로운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워너 브라더스와 CJ ENM이 각각 보유한 라이브러리의 작품들을 공동 개발, 투자, 배급하며 리메이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작가와 감독 구성, 캐스팅 등 주요 창작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워너 브라더스의 작품을 한국어로 리메이크할 경우, CJ ENM이 주도적으로 리드 스튜디오 역할을 맡아 제작을 이끌게 되며, 반대로 CJ ENM의 작품을 영어로 리메이크할 경우 워너 브라더스가 리드 스튜디오로 참여해 협업을 진행합니다.
리메이크된 작품의 배급은 CJ ENM이 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터키 지역을 담당하고, 그 외 글로벌 시장은 워너 브라더스가 책임지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계획이라 밝혔습니다.
<멀홀랜드 드라이브> 데이비드 린치, 악화한 건강 상태 밝혔다
감독 데이비드 린치가 ‘People’과의 인터뷰에서 2020년 흡연으로 인해 폐기종 진단을 받았으며 이제는 항상 집에 머물러야 하고, 짧은 거리만 걸을 수 있으며, 산소통을 항상 휴대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폐기종으로 생활하는 것은 힘들다. 방을 가로질러 걷는 것조차 힘들다. 마치 머리에 비닐봉지를 쓰고 돌아다니는 느낌이다”라며 악화한 건강 상태에 대해 답했습니다.
린치의 폐기종 진단은 8월에 처음 공개되었고, 동시에 그가 영화 제작에서 은퇴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영화 세트장을 매우 그리워한다고 밝히면서도, “미래에는 원격으로 감독을 시도해볼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전했습니다.
<왕좌의 게임>, <엑스맨: 다크 피닉스> 소피 터너, 새로운 '라라 크로프트'로 낙점
소피 터너가 <툼레이더>의 라라 크로프트 역할을 맡게 되었으며, 피비 월러-브리지의 리부트작에 출연하기 위한 공식 협상 중에 있다고 ‘Deadline’이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소피 터너와 루시 보인턴이 안젤리나 졸리와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이전에 연기했던 라라 크로프트 역을 두고 오디션을 보았다고 합니다. 에마 코린과 맥켄지 데이비스도 후보로 거론되었으나, 두 사람은 오디션을 거부했다고 전했습니다.
아마존 TV의 책임자 제니퍼 살키에 따르면, ‘툼 레이더’는 내년 초 촬영을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플리백>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피비 월러-브리지는 총괄 프로듀서를 맡을 뿐만 아니라 전편의 각본을 쓰고 일부 에피소드를 직접 연출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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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시작점을 다시 쓴다는 것
- 겨울이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는가? 누군가에겐 <이터널 선샤인(2004)>일 수도, <러브레터(1995)>나 <당신이 잠든 사이에(1995)>일 수도 있겠다만 내 대답은 <윤희에게(2019)>이다. 왜일까. 푹푹 내린 눈으로 뒤덮인 흰 풍경 속에서 검은 코트를 입고 선 윤희(김희애)가 막막한 세상의 단독자처럼 보여서일까. 혹은 스무 살을 앞둔 딸을 키우는 중년 여성 윤희가, 외면했지만 여전히 여린 상처를 보듬고 나아가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일까. 아니라면, 찬 겨울의 중심부에서 찾아낸 이야기의 절단면을 어루만지며 그 시절의 선명했던 감정을 담담히 긍정하는 모습이 찬연했던 탓일지도. 아무튼 2023년 1월의 끝물에 나는 다시 <윤희에게>를 보았다. 권태로운 일상을 벗어나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고 싶다는 열망에서 비롯된 선택이었다.영화 <윤희에게>는 과거와 바다, 꿈의 경계를 횡단한 편지로부터 출발한 이야기다. 조금 더 풀어내자면 이렇다. 지금은 일본에 사는 윤희의 20여 년 전 첫사랑 쥰(나카무라 유코)이 쓴 고백이 예산에서 지극히 수동적인 자세로 일상을 견디는 윤희에게 도착한다. 정확히는, 윤희의 딸 새봄(김소혜)에게. 새봄은 몰래 편지를 읽고서 엄마에게 일본 오타루 여행을 제안하고, 오타루에선 쥰의 편지를 몰래 보낸 장본인 마사코(키노 하나)와 합심해 두 사람의 재회를 이끈다.여느 영화가 그렇듯 <윤희에게>를 읽어내는 방법은 무수하기 그지없다. 우선 젠더가 가장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윤희를 억압했던 한국의 가부장적 사회에 집중할 수도 있을 것이고, 영화의 구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다. 또한 표류하던 개인의 성장 서사로 이해할 수도 있을 테고, 윤희와 새봄의 관계에 대해서도 다뤄봄직하다. 당연하지만 쥰에게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 그중에서 내가 집중하고 싶은 건 윤희 개인의 내면적 성장 – 그러니까, 스스로가 다시 쓰는 개인의 역사에 관한 것이다. (퀴어라는 주제를 깊게 다루지 않는 까닭은 그러한 소수자성이 없는 내가 함부로 꺼내도 괜찮은 지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품고 있기 때문으로, 어쩌면 내 부족함을 유야무야 덮어버리는 회피인지도 모른다.)영화 초입에서 우리가 만나는 윤희는 공허하다. 공장으로 향하는 봉고차에 탄 눈빛엔 힘이 없고, 식당 배급을 하는 그의 일상은 지겨운 굴레처럼 보인다. 심지어 담배를 피우는 가로등 옆의 건물마저 곧 무너질 듯 초라하다. 인생이 그를 어찌나 가혹하게 휘둘렀던지, 이따금 윤희는 자신의 목을 일찌감치 내놓은 연약한 초식 동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그의 이미지를 극대화시키는 것은 윤희가 자아내는 고독이다. 윤희는 대화가 불편하게 느껴질 때마다 단절하는 쪽을 택하며, 타인과의 관계에선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기다리고 관찰하기만 한다. 오죽하면 딸인 새봄이 윤희의 태도를 비꼬아 “나 자꾸 신세 지게 만들지 마, 그거 다 빚이야.”라고 말했을까. 그러하니 전 남편인 인호(유재명)가 윤희는 사람을 외롭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한 평가가 완전히 틀리진 않았으리라. 하지만 이러한 윤희의 안전거리 확보는 자신을 돌보기 위한 방편이다.윤희가 과거 사랑을 통해 배운 것 중 하나는 분명 참담한 배반이었다. 쥰을 사랑한 윤희가 도달한 곳은 정신병원이었다. 가족이 윤희를 사랑한다는 미명 하에 내어준 선택지는 ‘괜찮은 남자’와의 이른 결혼이었으며, 윤희를 사랑했다던 전 남편은 술에 취해 윤희의 집에 돌아오는 불편한 폭력을 거듭한다. 어디 그뿐인가. 가족은 사진을 향한 윤희의 애정을 알았지만 대학교 사진학과에 진학한 이는 윤희가 아니라 윤희의 오빠였다. 자신을 둘러싼 사회가 그를 억압할 때, 숨죽여 삶을 이어가야 하는 개인이 가장 먼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결코 전복일 수 없다. 전복엔 적지 않은 용기와 지지가 필요하다.이러한 윤희에게 용기를 더해준 사람은 두 명이다. 쥰이 부치지 않은 편지를 한국에 전한 쥰의 고모 마사코와, 편지를 읽고 대담한 여행 계획을 세운 딸 새봄. 쥰의 고모가 없었더라면 쥰의 편지는 윤희에게 닿지 않았을 것이며, 새봄이 없었더라면 윤희는 오타루로 향하지 않았을 터다. <윤희에게>의 쥰은 의도적으로 편지를 부치지 않았다. 자신은 흘러넘친 마음으로 버거워하면서도 수신인이어야 했을 윤희를 배려한 셈이다. 어쩌면 전윤호 시인의 시구처럼, 쥰이 “때를 놓친 마음은 재난일 뿐”이라는 사실을 너무도 절절하게 이해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쥰의 고모는 그의 편지를 우체통에 넣었다. 그런데 쥰의 편지는 윤희에게 닿기 전, 새봄에게 먼저 도착한다. 잘못 도착한 것일까? 아니, 결코 아니었다.봄은 그 자체로도 새로움의 상징인데 굳이 새롭다는 의미가 더해진 이름을 가진 윤희의 딸 새봄은, 어린 윤희를 많이 닮았다고 소개된다. 사진에 재능이 있고, 엄마와의 첫 번째 해외여행에 남자친구까지 비밀리에 불러내는 걸 계획할 만큼 배짱이 두둑한 그를 통해 관객은 윤희의 어린 시절을 엿보게 된다. 쥰이 동경했을 사람,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여자 친구와 연애한다고 밝혔을 소녀를 스크린 너머로 상상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새봄은 윤희의 후세대인 만큼, 그와 완전히 동일시되지는 않는다. 새봄은 새롭게 쓰이는 과거인 동시에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찬란한 미래인지라, 언뜻 막막해 보이는 윤희의 길을 명랑하게 안내하는 데에 성공한다.이러하니 마사코와 새봄 두 사람의 존재는 일상 속에서 눈치채지 못했지만, 항상 우리 곁에 있었기에 낯설지 않은 희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두 사람은 사랑으로 인해 큰 대가를 치른 윤희와 쥰에게 다시금 사랑의 미덕이 무엇인지를 되돌려주는 이들이다. 마사코와 쥰이 포옹하는 씬이나, 일순 새봄이 윤희를 사진에 담아내는 순간은 너무나도 짧은 찰나이고 거창한 수식어도 거대한 감정의 해일도 없지만 우리는 정확히 알 수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를. 삶 앞에서 휘청이는 개인을 버티게 하고 나아가게 하는 건 그런 마음들의 합집합이라는 걸, 또한 알게 된다.잿빛에 가까운 일상에 금이 간다. 금 간 곳엔 항상 빛이 들어온다고 누군가 말했듯, 계기를 획득한 윤희는 공장 조리사로 일하던 기존의 삶을 정리한다. 삭막해 보이는 아스팔트 길을 해방된 얼굴로 걸어가던 그에게 이윽고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삿포로 근방에 있다는 오타루는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쓴 『설국』의 첫 문장을 연상시킨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하얗게 쌓인 눈은 모든 소리를 잡아먹을 듯하다. 보내지지 않았던 고백이 편지로 켜켜이 쌓인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쩌면 희고 고요한 오타루에서 검은 코트를 입은 윤희가 남긴 매 순간의 궤적조차 자신의 온 마음이 담긴 편지였으리라.그럼에도 한 번 훼손되었던 마음은 손쉽게 발화되지 않는다. 같은 땅에 있음에도 윤희는 쥰을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한다. 반면 쥰의 고모와 새봄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 끊어진 시간을 잇는다. 애타는 마음으로 꿈에서만 만나던 두 사람이 현실에서 만난다. 동경으로 싹을 틔웠던 마음이 사랑을 거쳐 막연한 그리움으로 변한 시점의 재회였다. 눈 내리는 도시에서 20여 년간 녹색 숲(綠の林)이라는 동물 병원을 운영한 쥰이 새봄이라는 딸과 도착한 윤희를 만난 건 어떤 의미였을까. 나는 존 버거의 책 『A가 X에게』를 부분 인용하고 싶다. “(…) 나의 하루는 당신의 부재로 시작하지 않거든요. 그건, 우리가 하고 있는 이 일을 하기로 했던, 우리가 함께 내렸던 그 결정으로 시작해요.” 모든 걸 견딜 수 없는 순간, 꾹꾹 닫아 두었던 마음의 둑이 터지는 순간조차 부칠 수 없는 편지의 글귀로 남겨두는 두 사람에게 선택지가 다시금 돌아온다. 어떻게 매일을 시작할 것인지, 어떻게 개인의 역사를 써 내려갈 것인지.쥰과 윤희가 숨겨두어 먼지 쌓였을 기억과 마음을 현재로 가져오는 데에 성공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이 이야기는 치유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지 궁극적으로 사랑이 실현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사랑이란 감정은 인생의 모든 것처럼 착각되는 강력한 순간을 우리에게 종종 부여하지만, 궁극적으로 삶의 전부로 치환되기는 어렵다는 걸 고려한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다만, 자의적으로 마무리하지 못했을 그 시절의 감정에 제대로 된 결말을 부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은 두 사람에게 크나큰 위로가 되었을 것이라 감히 단언한다. 여행을 끝마친 윤희는 예산을 떠나 이력서를 적는다. 고졸이라는 짧은 단어에 햇살이 드리우고 윤희는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언젠가 직접 식당을 운영하겠다는 꿈은 윤희의 미소와 새봄의 사진 속에 남는다. 그는 더 이상 삶을 멀찍이에서 두려워하지 않으며, 변화 앞에서 움츠려들지 않는다. 지난한 현실의 고달픔은 여행 전과 후가 크게 다르지 않을지 모르나 그가 가진 삶의 이력만큼은 더 이상 남루하지 않으므로.윤희와 마찬가지로 쥰 역시, 어머니가 한국인이라는 태생조차 숨기며 살아야 했던 시간에 종막을 고할 수 있으리라 나는 믿는다. 자신의 취약했던 한 시절과 화해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라면, 새로운 출발을 도모하지 못할 리 없다. 다리 위에서 윤희를 불렀던 만큼의 용기가 있다면, 내가 꾸는 꿈이 실은 상대방도 꾸는 꿈인 세상을 사는 게 어째서 두렵고 힘들기만 하겠나.한병철은 자신의 저서 『리추얼의 종말』을 통해 "예술의 본질은 삶에 지속성(멈춤 가능성)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한 바 있다. 그의 말대로라면, 나에게 <윤희에게>는 그 본질을 너무도 명징하게 실천한 영화일 터다.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 무언가를 꿈꾸기 전, 내가 쓰려는 이야기의 시작점이 어디인지를 돌이키게 만드니까. 나를 멈추게 만드는 이 영화의 후유증이 반갑다. 깊은 호흡을 몇 번 한다.그리고 발견한다. 세상에, 나는 이 영화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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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보니 차이를 부각하고 있었던 영화 <뮬란>
작년 실사화가 되면서 욕을 엄청나게 먹었던 뮬란. 하지만 뮬란 원작을 보지 않아서 이 논란에 함부로 가세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 <뮬란>을 찾아봤다. 영화 속 넘버인 Reflection을 정말 좋아했었는데 생각해 보니 원작을 한번도 보지 않았다는 것에 놀라며 재생 버튼을 눌렀다. 영화를 보기 전 뮬란은 여성의 주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디즈니에서 여성 캐릭터를 바라보고 구현하는데 있어 그 변화의 시작을 물랸을 꼽는 사람들이 꽤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생각과 기대에 부응하는 작품은 아니었다.
영화 <뮬란> 시놉시스
파씨 가문의 외동딸 뮬란은 자기 주장이 워낙 강해 선을 볼때마다 퇴짜를 맞는 시대를 앞선 여성이다. 한편, 훈족이 국경을 침략하자 뮬란의 연로한 아버지도 징집 명령을 받게되고, 뮬란은 심각한 고심에 빠지게 된다. 아버지의 충성심이 워낙 강해서 뮬란의 만류를 뿌리쳤고, 아버지를 대신 하려해도 여자는 절대로 참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뮬란은 남장을 하고 전장에 참가하기로 비장한 결심을 한다.
한편, '파'시 가문의 조상들이 유령으로 환생하여 대책회의를 하게 되고, 결국 천방지축 수호신 무슈가 뮬란을 따라 나서게 된다. 뮬란은 의지가 워낙 강한 여성이라 점점 한 사람의 병사로 성장하게 된다. 한편, 여자라는 사실이 들통나지 않기 위해 살얼음판 같은 나날을 보내면서도, 뮬란은 자신도 모르게 용맹한 중대장 샹에게 사랑을 품게 된다. 용감하게 머리를 자르고 남장을 했지만 여자의 마음은 버릴 수 없었던 것일까?
그러던 중, 뮬란이 속한 부대가 눈덮인 설원을 통과할 무렵 2천여명이 넘는 훈족의 군대에게 추격을 당하게 되고, 뮬란이 눈사태를 일으켜 훈족의 군사들을 무찌르는 기지를 발휘한다. 그러나, 부상당한 뮬란은 치료를 받다가 여자인 사실이 밝혀져 군령을 어긴 죄로 위기에 처하지만, 중대장 샹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다. 한편, 물러간 줄 알았던 훈족의 군사들은 다시 황궁으로 쳐들어와 황제까지 협박하고 나라는 다시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때 아름다운 영웅 뮬란이 다시 한번 용맹을 발휘하여 황제와 나라를 구하게 되고, 황제는 수많은 백성 앞에서 뮬란을 영웅으로 대접한다.
*해당 내용은 네이버 영화를 참조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뮬란에 관련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그림체가 인상적이었다
요새 디즈니나 다른 애니메이션들을 보면 엄청난 디테일들을 보여준다. 그럼점이 좋긴 하지만 오래간만에 단조로운 선 중심의 애니메이션인 뮬란을 보고 있으니 개인적으로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화려함보다는 단조롭고 강렬한 선이 중심이 되는 그림체를 보면서 뭔가 딱딱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고, 어찌보면 투박한 듯한 색감 표현이 정겹게 다가왔다. 처음에 볼때는 약간 어색했지만 영화의 스토리 자체에 집중해서 보기에는 그 집중도를 더욱 높여줬던 것 같다.
겉으로 보기엔 여성의 능력을 잘 보여준 작품
뮬란을 틀어놓고 여름옷들을 정리하면서 대사를 들을 때는 뮬란이 굉장히 강인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었다. 남성과 비교하면 어쩔 수 없이 신체적인 조건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도 빼지 않고 같이 훈련하면서 성장해나가는 뮬란을 보면서 어쩌면 드라마 선덕여왕 속의 덕만 캐릭터가 뮬란에서 차용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초반 뮬란을 볼 때는 자신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보호 받길 원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닥친 위기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함께 응원할 수 있었다. 영화를 가볍게 보면 여성이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중국 왕조를 구했기에 신데렐라 구조와는 다르다고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더 남성성과 여성성을 강조한 영화였다
영화를 재밌게 보다가 저녁을 먹으며 다시 이어서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순간적으로 엥…? 음…? 이런 감정이 들었다. 밥을 먹으면서 보다보니 당 섭취로 인해 머리 회전이 빨라져서 그런것일까? 옷정리할 때는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결과적으로 뮬란은 자신이 여성이기에 중국 왕조를 구할 수 있었다. 2000명이 넘는 군대를 맞이할 때도, 훈족이 궁궐로 쳐들어올때도 뮬란을 제외한 남성 군인들은 그 속에서 힘으로 제압하려는 생각을 했고, 뮬란은 지략을 이용해 상대를 제압하려 했다. 즉, 힘이 주어진 남성 캐릭터들은 육체적인 힘을 통해 난관을 극복하려 시도했지만 선천적으로 힘이 주어지지 않은 여성캐릭터인 뮬란은 난관 속에서 정공법 보다는 계략과 지략을 이용한다.
이러한 이분법적인 캐릭터 설정이 겉으로 보기에는 여성의 힘으로 중국 왕조를 지켜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지만 여성과 남성을 오히려 구별짓고 있다고 느껴져서 저녁을 먹는 동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보지 않았을 때의 뮬란의 이미지가 훨씬 좋았던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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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7월 3주차의 극장가를 달군 영화들과 박스오피스 다함께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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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7월 셋째 주, 1위를 차지한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그 뒤를 잇는 굳건한 <엘리멘탈>은 역주행을 넘어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대표작은이 되면서 꾸준한 관객들이 호평 속 기분 좋은 흥행을 맛보게 되었습니다.
주말 관객수 120만명을 넘기면서 5일째 누적관객수 170만,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인류를 지배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 인공지능 '엔티티'가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는 에단 헌트의 활약을 그린 영화로, 완성도 높은 액션으로 호평받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시리즈에서는 시속 100km로 달리는 기차 위에서 악당과 맨몸 액션을 선보이고 이후 등장하는 절벽 추락씬등 짜릿한 톰크루즈의 도전이 담겨있다고 합니다.
<엘리멘탈>은 428만 관객 돌파와 함께 역대 픽사 영화 중 국내 매출 1위까지 달성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습니다. 주말을 지나 누적 관객수 428만 명을 돌파해 멈출 줄 모르는 흥행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엘리멘탈>의 흥행이 어디까지 계속될지 이목이 집중되고있습니다.
재개봉 첫날 6위로 출발했던 '여름날 우리'는 재개봉 3주차에 오히려 순위가 두 계단 상승하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웠습니다. 두 청춘스타 허광한과 장약남이 인생에서 단 한 번뿐인 첫사랑의 모든 순간을 완벽한 케미로 그려내며 많은 관객의 심금을 울리고 있으며 여성 관객의 절대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누적 관객수 20만 명을 돌파하며 경이로운 역주행 신화를 작성해 나가고 있는 <여름날 우리>의 흥행 추이에 이목이 집중이 됩니다.
<범죄도시>의 흥행으로 전체 매출액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6월 한국영화 매출액에서 92.8%를 기록했다고하며 팬데믹 이전 한국영화 97.3% 수준을 회복했다고 합니다.
눈 뗄 수 없는 CG 액션, 릴 웨인, 에이셉 라키 등 레전드 힙합 뮤지션들이 다수 참여한 강렬한 ost들로 채운 힙한 영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가 5위를 차지하며 누적관객수 87만을 기록하며 점점 순위권에서 밀리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7월 셋째주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이 북미 박스오피스1위를 차지했습니다. 아동 성노예와 구출 이야기를 다룬 <Sound of Freedom> 2위, <인시디어스: 빨간문>이 3위 <인디아나존스: 운명의 다이얼>이 4위를 기록했습니다. <미션 임파서블: 데드레코닝 PART ONE>은 북미 공개 첫 주말 매출액 5600만 달러를 넘기며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했습니다. 이 수치는 해당 시리즈 중 3번째로 높은 기록으로 영화 제작비에 가까운 수익을 첫주에 내면서 성공적으로 시리즈를 기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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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미 없는 노출 수위와 반복되는 지루함
내 인생은 확실히 반전 영화의 연속이다. '이런 문제가 생겼다. 그걸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안을 갖고 온다. 해결된다. 그 해결됨으로써 어떤 문제가 발생한다.'가 반복되는 게 나의 삶이었다. 이거 좀 반전 아냐? 이쯤이면 됐다 싶었을 삶의 과정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부분은 아무리 봐도 놀랍다. 이런 나지만 한편으로는 아주 잘 알고 있는 지점이 있다. 바로 모든 인생이 다 똑같다는 것이다. 다음에 안 일어날 것 같았던 일이 형태만 다른 채로 돌아오는 것, 참 질리는 일이지만 이걸 피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드라이브 마이카>와 <소울>이 등장한 것 아니겠어?
이런 영화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던 것과 별개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각자의 사연을 듣게 된다. 그럼 내가 가진 사연이 금세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과 세상을 향한 미안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떠오르는 한 문장. 내 인생의 구체적인 성공담과 복수담을, 세상은 그렇게 궁금해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 누군가가 구체적으로 묻기 전까지 먼저 늘어놓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는 게 좋다는 것이 내가 살면서 느낀 점이다. 그래도 내 뒤를 아내 건 자식이건 후배들이건 나의 이야기를 기억해주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 내가 가진 상처를 그들이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때문에다. 한편으로는 이런 이야기들이 나란 사람을 바탕으로 픽션으로 제작된다면 그게 어떤 의미가 있나 싶다. 이 영화는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노마 진, 그러니까 마릴린 먼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금발머리를 한 영화 <블론드>다.
살아있단 건 너무 아픈 상처 같아
"살아있다는 건 너무 아픈 상처 같아"라는 노래 가사가 더 아프게 들려온다. 물론 기리보이라는, 우리나라 아티스트의 가사지만 이 문장은 주인공 노마 진에게도 적용되는 말이다. 아예 태어나선 안됐나. 노마 진이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는 없었다. 왠진 모르게 어머니와 함께 사는 노마 진. 이 어머니도 온전한 상태는 아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던 어머니. 어머니는 진작에 딸을 버렸다. 보육시설에서 자란 노마 진. 자기 곁에 없었던 부모님을 뒤로하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배우가 되고자 한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잔 노마 진. 할리우드에 들어가고 난 후에는 자기 적성도 찾은 것 같았다. 이런 그녀를 세상은 마음대로 두지 않았다. 끊임없이 노마 진에게 접근하는 남자들. 노마 진이라는 사람에 메릴린 먼로라는 두 번째 이름이 붙어도 그녀의 처지는 변하지 않았다. 순수하게 접근하지 않는 사람들. 노마 진, 마릴린 먼로는 험난한 세상을 딛고 홀로서기에 도전한다.
<스펜서>
올해 3월 <스펜서>가 개봉했다. 비극적인 삶을 살다가 간 다이애나 스펜서. 파블로 라라인 감독을 직접 인터뷰한 건 아니지만 난 감독이 이를 전면으로 보여준 게 다이애나가 느낀 행복감을 묘사하고 싶어서 그랬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심리 호러에 가깝게 등장인물의 목을 옥죄서 후반부의 카타르시스에 힘을 주는 것이다. 이는 분명히 효과가 있었다. 이후 스펜서가 그려나갈 인생의 청사진이 더 슬프게 느껴지기도 한 것이다. 또한 '달리기'라는 운동의 성격을 차용해서 분출하는 에너지를 그린 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 충분하다. 반대 측면에서 스펜서의 억압받는 삶을 보여주는 방식도 흥미로웠다. 영화에서 스펜서가 밤중에 슬쩍 일어나서 부엌에 몰래 들어가 뭔가를 먹는 장면이 있다. 이를 집사가 감시하는 장면이 기억난다. 기본적인 욕구가 제어되는 스펜서의 일생을 암시한 좋은 연출이었다. 스펜서가 뭐만 하면 헛구역질을 하는 것도 이와 비슷한 선상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스펜서의 주변인이었던 매기는 아예 성적 취향까지 숨겼었다. 이렇게 파블로 라라인 감독은 섬세한 구석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해서 답답한 스펜서의 일생을 깔끔하게 묘사했다.
이번엔 <블론드>다. 이 <스펜서>와 공통점이 많은 것 같다. 여성 원톱 주인공. 아나 데 아르마스 / 크리스틴 스튜어트라는 스타 여배우를 섭외했다는 것. 한 사람의 일대기를 다뤘다는 것. 남편 캐릭터를 묘사하는 방식. 베를린의 선택. 뭐 굳이 꼽자면 더 있을 여러 공통점이 있다. 이는 의상이라는 키워드에서도 읽을 수 있다. 노마 진은 불필요하다고 느낄 정도로 옷을 꽉 껴 입는다. 몸매가 드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스펜서>에서도 볼 수 있다. 또 자기에 대한 사진을 찍는 연출은 나름 꼼꼼했다. 역시 <스펜서>에서도 볼 수 있다. 엔딩까지 러닝타임을 끌고 가면 볼 수 있는 주인공의 처지도 꼽자면 공통점이 있다. 나체/질주라는 것은 다시 어린아이의 형태로 돌아감/원초적인 에너지 발산이라는 지점에서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주인공'을 묘사한 방식으로도 볼 수 있다.
그리고 <패왕별희>
그 대신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스펜서>는 단적인 기간만 보여줬고 이 <블론드>는 긴 일대기를 보여줬다. 이는 후자가 <패왕별희>와도 비슷한 느낌이 든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형식은 <패왕별희>를 빌렸지만 이야기하고자 했던 바는 <스펜서>와 비슷했던 것이다. 다시 <패왕별희>로 돌아가서, 이 영화에서 장국영이 맡았던 주인공은 철저하게 시대에 희생된 인물이다. 물론 후반부 공리 캐릭터에게 폭언을 하는 부분이 제시되긴 하지만 이 사람은 정체성의 혼란을 문화 대혁명이라는 시간적 배경 아래에서 겪고 있다. <패왕별희>는 이 구분을 명확하게 했다. 바로 '경극에는 여자가 출연할 수 없음'이라는 설정과 퀴어 캐릭터라는 모순이 극에 창의성을 부여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인물은 선택지가 없다. 당시에 보수적이었던 중국 사회가 없었어도 답답한데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것이다. <박하사탕>도 이 <패왕별희>에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주인공 영호는 자기가 선택했지만 분명하게 제시되는 시간적 배경 아래에서 점점 미쳐갔다.
다시 쓰자면, 이 영화는 <패왕별희>의 형식을 빌려 <스펜서>의 주제를 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닫혀있던 시대상. 그리고 그 안에서 휘청거릴 수밖에 없었던 여성 주인공. 공통점과 차이점을 기존 영화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분명한 특이점을 갖는다. 그런데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불필요한 게 너무 많아서.
불필요한 것으로 가득 찬
원작 소설은 마릴린 먼로의 삶을 픽션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라고 한다. 사실 원작 <블론드>를 읽지 못했다. 그래도 이 영화가 각색하고자 했던 지점이 과연 무엇인가? 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는 군더더기로 이루어져 있다. 왜 영화에서 마릴린 먼로(아나 데 아르마스)가 신체부위를 노출해야 하며. 아버지를 사칭해서 청혼하는 남자와 왜 키스를 해야 하며. 구강성교 장면이 굳이 들어가야 할 이유는 무엇이며. 유산하는 모습을 굳이 구체적으로 연출한 의도는 무엇이며..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장면이 영화 구석구석 들어가 있다. 영화는 소설과 달라서 장면마다 제작자가 연출하고 싶었던 의도라는 게 있다. 아름다운 이미지를 보여준다던가, 지적인 소재로 이야기를 꼬아놨다던가, 따뜻한 감동으로 관객에게 에너지를 준다던가 하는 것 등등이 연출가 될 수 있다. 왕가위, 크리스토퍼 놀란,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왜 뛰어난 감독일까를 생각해보면 관객에게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진정성 있게 전할 줄 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냥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아름다운 이미지? 영상미? 내용이 아름답지 않아서 그렇게 와닿지 않는다. 여성 혐오적인 시대상? 그렇다기엔 극 중 마릴린 먼로가 고르는 선택지가 '단지 아버지의 존재가 어렸을 때부터 없었기 때문에'로 퉁쳐진다. <패왕별희>에서 장국영 캐릭터가 마음대로 자기 삶을 개척할 수 없었던 것과는 정반대다. 각본의 허술함이 너무 대놓고 드러나는 것이다. 아버지를 사칭해서 청혼하는 남자랑 같이 사는 여자가 어디 있어? 감독은 이런 노마 진의 삶이 기구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는지 이 시퀀스의 영상미를 아름답게 뽑았다. 근데 영상 아름답게 뽑은 게 대수인 건 아니다. 일단 이 사람은 여기서부터 그냥 쓰레기인데 여기에 또 넘어간다. 이런 식으로 분명히 처음부터 끝까지 노마 진은 선택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패턴으로 계속 속는다. 이럼 영화의 설득력과 진정성이 떨어진다. 자기가 선택한 것 아닌가? 뭐 어쩌라는 말인가? 여성 혐오적인 시대상에 대해 공부하려면 같이 업로드된 넷플릭스의 마릴린 먼로의 다큐를 보는 게 더 이득이지 않을까?
느껴지지 않는 미학적 아름다움
이렇게 줄거리랄 것도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일어난 애정결핍'이 무려 2시간 40분 동안 반복되기 때문에 리뷰랄 것도 없는 영화의 줄거리가 반복되고 있다. 이야기가 후반부에 노마 진이 어떤 처지에 놓여있다는 거 빼고는 같은 패턴의 연속이기 때문에 지루한 연출 방식이 더 고루하게 느껴진다. 또 주인공 왜 옷을 안 입고 사는지 궁금하다. 그냥 가벼운 잠옷 정도 입을 수 있는걸 왜 저렇게 나체로 자주 있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이렇게 반복적인 이야기를 병렬적으로 제시하다 흐물흐물하게 끝나는 엔딩을 보면서도 물음표 쳐지는 기분을 부정할 수 없다. 과연 어떤 걸 예술가로서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무의미하게 자극적인 내용의 반복이라 무엇에도 몰입할 수 없었던 답답한 이야기의 반복이었다. 영상미를 이쁘게 뽑았다기엔 내용에서 받쳐주지도 못했으며 왜 마릴린 먼로를 소재로 삼았는지도 의문이다. 또 굳이 실존인물의 실제 이야기인 것처럼 이야기를 쓴지도 영화에서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그녀의 삶을 더 이해할 수 있었냐? 아니오. 실제로는 당당한 분이었다고 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냥 애정결핍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영상미가 예뻐서 시각적인 쾌감이 분명했나? 이야기가 구려서 집중이 잘 안됐다. 또 계속 같은 이야기만 반복하니(심지어 사실도 아님) 집중도 안 된다. <스펜서>처럼 힘을 줄 수 있는 곳에서 임팩트를 줘 카타르시스를 줬나? 아니오. 이 영화는 그냥 아무것도 아니다. 단지 못 만든 영화가 되는 셈이다. 이렇게 직업윤리적으로 성실하지 못한 영화를 보면 많이 아쉽다. 단지 자극적이기만 한 것이 모든 예술의 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 이렇게 두루뭉술한 영화더라도 분명한 강점은 있다. 일단 영상미 자체는 잘 뽑았다. 계속 반복되는 내용이라 예쁜 영상미도 보다 보면 질리지만 뭐 화면비율이나 조명을 사용하는 방식은 인상적이다. 또 아나 데 아르마스의 명연기가 돋보인다. 노마 진은 극에서 엄청 자주 운다. 이 눈물연기의 패턴이 점점 달라지며 임팩트를 주는 건 대단했다. 또 아버지의 부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극본이 좀 과하게 전개되는데, 이를 구현하는 표정연기나 눈빛 연기도 좋았다. 주요 시상식에서 이름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퍼포먼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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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각적인 프로덕션 디자인 요르고스 란티모스 세계관
기묘한 영화 전문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비현실적이고 우화적인 설정, 정교하고 인공적인 미장센이
돋보이는 영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가여운 것들>
<더 랍스터>의 프로덕션 디자인 같이 살펴보아요.
여러분들의 최애 영화는 뭔가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절대 권력을 지닌 히스테릭한 영국의 여왕 ‘앤’(올리비아 콜맨). 여왕의 오랜 친구이자 권력의 실세 ‘사라 제닝스’(레이첼 와이즈)와 신분 상승을 노리는 몰락한 귀족 가문 출신의 욕망 하녀 ‘애비게일 힐’(엠마 스톤)은 여왕의 총애를 받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발버둥치기 시작하는데…
[가여운 것들]
천재적이지만 특이한 과학자 갓윈 백스터(윌렘 대포)에 의해 새롭게 되살아난 벨라 백스터(엠마 스톤). 갓윈의 보호를 받으며 성장하던 벨라는 날이 갈수록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갈망이 넘쳐난다. 아름다운 벨라에게 반한 짓궂고 불손한 바람둥이 변호사 덩컨 웨더번(마크 러팔로)이 더 넓은 세계를 탐험하자는 제안을 하자, 벨라는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갈망으로 대륙을 횡단하는 여행을 떠나고 처음 보는 광경과 새롭게 만난 사람들을 통해 놀라운 변화를 겪게 되는데…. 세상에 대한 경이로움과 아름다움, 놀라운 반전과 유머로 가득한 벨라의 여정이 이제 시작된다.
[더 랍스터]
가까운 미래, 모든 사람들은 서로에게 완벽한 짝을 찾아야만 한다. 홀로 남겨진 이들은 45일간 커플 메이킹 호텔에 머무르며, 완벽한 커플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짝을 얻지 못한 사람은 동물로 변해 영원히 숲 속에 버려지게 된다. 근시란 이유로 아내에게 버림받고 호텔로 오게 된 데이비드(콜린 파렐)는 새로운 짝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숲으로 도망친다. 숲에는 커플을 거부하고 혼자만의 삶을 선택한 솔로들이 모여 살고 있다. 솔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그들의 절대규칙은 바로 절대 사랑에 빠지지 말 것! 아이러니하게도 데이비드는 사랑이 허락되지 않는 그곳에서 자신과 같이 근시를 가진 완벽한 짝(레이첼 와이즈)을 만나고 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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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낫 아웃 영화 후기 / 고3 야구선수 / 불공정한 세상의 서바이벌 / 돈으로 대학가나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낫 아웃”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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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두 낫 리플라이> 메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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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도쿄 리벤저스> 메인 예고편
기대 없는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20대 청년 타케미치는
어느 날 뉴스를 통해 첫사랑 여자친구가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유일하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믿어주었던 그녀를 떠올리던 타케미치는
특별한 타임리프를 통해 10년 전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게 되고
그녀를 살리고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는 자신이 변해야만 한다는 걸 깨닫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