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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I2025-02-14 11:00:44

풋풋한 사랑에 판타지 한 스푼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2025) 리뷰

 ! 이 글은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대만 영화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청춘’, ‘사랑과 관련된 것이다.

 

그중에서도 많은 이들을 피아노 앞에 앉게 했던 그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2007)이 한국판 리메이크 작품으로 돌아왔다.

 


감독) 서유민

주연) 도경수, 원진아, 신예은

 

최근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대만 영화 리메이크. 작년에 개봉한 <청설>부터 <말할 수 없는 비밀>, 그리고 곧 개봉할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녀>까지 청춘 로맨스 장르로 대표되는 대만의 작품들이 새롭게 재탄생되고 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은 피아노 천재 소년과 그의 앞에 나타난 한 소녀 사이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하면서도 감성적인 판타지 사랑 영화다.

 

 

 



주걸륜과 계륜미의 존재감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 리메이크 된다고 했을 때, 제작사는 양날의 검을 쥐게 된다원작의 인지도와 흥행성을 이어받을 수 있으면서도 그만큼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관객의 기대에 부응해야하는 막중한 임무를 갖게 되는 것이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의 경우, 2007년 원작의 흥행에 있어 스토리 못지않게 캐릭터 또한 큰 영향을 주었기 때문에 한국판 주연 배우들인 도경수’, ‘원진아’, ‘신예은의 어깨가 무거웠을 것이다. 특히 원작에서 샤오위를 연기한 계륜미의 존재감이 꽤나 컸기에 그 부담감을 효과적으로 이겨내야 했다.

 

동시에 영화 자체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감독이자 주연 배우인 주걸륜의 파급력 또한 서유민 감독과 도경수 배우가 의논하며 풀어내야 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였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원작이 샹륜(주걸륜)’샤오위(계륜미)’ 두 인물에 집중했다면, 한국판은 다른 인물들의 비중을 늘렸다. ‘인희(신예은)’유준(도경수)’의 곁을 맴돌며 원작 캐릭터의 역할을 이어받으면서도, 보다 많은 장면에 등장하며 매끄러운 서사 진행에 도움을 주었다. 동시에 정아(원진아)’가 갖는 캐릭터로서의 부담감을 양분해준다. ‘유준의 아버지(배성우)’ 또한 코믹한 성격으로 등장해 극의 긴장감을 환기시켜주면서도 유준의 조력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존재는 관객들이 영화를 편하게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러나 반대로 두 메인 캐릭터의 케미가 약해졌다. 두 사람만의 장면이 잘 그려지는 원작의 샹륜과 샤오위에 비하면 한국판의 유준과 정아는 이렇다 할 장면이 떠오르지 않는다. 원작과 동일하게 자전거도 함께 타고, 피아노도 함께 치지만 원작에 충실한 느낌을 줄 뿐, 그것이 감정의 이입까지는 이어지지 않는다. 이는 배우들의 연기력 문제라기보다는 앞서 말한 구조적 변형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볼 수 있다.

 

 

 



충실함과 변형 사이에서

원작이 있는 작품의 경우, 충실함과 변형 사이에서의 고민에 놓이게 된다. <말할 수 없는 비밀>(2025)의 경우는 전자에 더 큰 비중을 두었다. 아무래도 원작이 다른 매체(ex. , 드라마)가 아닌 같은 영화이기 때문에 내용을 크게 바꾸는 것에 대해 위험부담이 컸을 것이다. 물론 배경이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바뀐 것, 남주의 피아노에 대한 시선, 여주의 비밀이 가진 반전 등등 변형이 된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원작 팬들을 위한 장면이 많이 들어갔다.

 

예를 들어, 원작을 대표하는 피아노 배틀씬과 여주가 수정액을 사용해 고백을 하는 씬, 후반부의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 등이 그대로 들어가 있다. 이는 원작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도 작품의 정체성을 명확히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조금은 더 도전적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시간을 다룬 판타지의 개연성 문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했고, 원작이 지닌 약간의 촌스러움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원작의 감성을 최대한 유지하고자 했던 선택이 틀린 것은 아니다. 무엇이든 장단은 존재한다.

 

 

 

 



매일 그대와

아마 호불호가 많이 갈릴 LP샵에서 헤드셋을 끼고 들국화의 매일 그대와를 함께 듣는 장면이다. 영화 <라붐>이 떠오르는 이 씬은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다만 꼭 필요한 장면이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아니다. 이 노래에 얽힌 사연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정아가 살고 있는 1999년의 배경이 많이 등장하지도 않는다. 게다가 실제 이 노래는 1985년에 발매되었기에 시간적 차이가 존재한다. 따라서 이 영화에서의 레트로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 결국 두 인물 사이의 사랑을 강조하기 위한 도구로서 사용된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고 나면 이 노래가 머릿속에 맴돈다. 노래가 좋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결국 사랑이 라는 감정이 주는 보편성이 관객의 마음에 와닿았기 때문이다. 누구나 품고 있는 그대가 음악을 통해, 유준과 정아를 통해 마음속에 되살아난다. 결국 <말할 수 없는 비밀>은 모두가 놀란 비밀보다도 말할 수 없는이 중요한 영화다. 왜 말할 수 없었는지를 곱씹으며 한 모금 들이켜는, ‘풋풋한 사랑에 판타지를 한 스푼 첨가한클래식한 다방 커피같은 영화다.

 

 

매일 그대와 아침 햇살을 받으며

매일 그대와 눈을 뜨고파

매일 그대와 도란도란 둘이서

매일 그대와 얘기 하고파

 

- 들국화 매일 그대와’  중

 

 

작성자 . CH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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