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2025-04-24 12:41:58
시간의 압축 파일을 풀다.
넷플릭스 [소년의 시간] 리뷰
이 글은 넷플릭스 [소년의 시간]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한겨레
명백하게 내가 '불호'라고 외쳐야 할 작품이었다."왜?"라는 질문에 시원하게 대답하는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데다가 어떻게 타임라인이 꼬이는 것인지도 보여주지 않는다. 게다가 4화에 걸쳐 한 사건을 설명하는 동안 마치 노래방 간주 점프 마냥 겅중겅중 시간을 건너뛰어 버린다.
그런 것만 있다면 내가 억울하지라도 않지(?). 일 진행 속도가 마치 우리 부장님 수기 사인 한 번 받아내는 속도로 진행 되지를 않나(대충 매우 느리다는 뜻), 사건의 다각화는커녕 내 성격만 다각화되나(?) 싶을 정도의 집요한 원테이크로 사건을 따라가니, 이건 뭐 그냥 나라는 사람에게 안 봐도 된다고 말로 해도 충분할 것만 같은 작품이었다.
그러나 덩그러니 내 마음속 저장이 아니라 저장 공간에 덩그러니 다운되어버린 이 방대한 압축 파일은. 자물쇠가 조금씩 열리는 그 모든 순간동안 내 다리를 초조함으로 떨게 하는 대신, 두려움과 숙연함으로 떨리게 했다. 이보다 더한 공포와 숙연함을 담은 파일은 앞으로도 한동안 보기 힘들 것임을 직감한 사람의 심정으로.
사진 출처:매일 경제
네 시간가량의 작품이 던져놓은 화두들 중 나를 가장 괴롭게 했던 것은 어른들로 대변되는 부모의 무지(無知, 존 스노우)가 과연 면죄부가 될 것인가? 였다.
세 명의 도둑이 있는데 한 명은 도둑질이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 행했고, 다른 한 명은 옆의 걔를 따라왔으며 나머지 한 명은 도둑질이 나쁘다는 것을 모르고 행동했다 했을 때. 과연 어떤 도둑이 제일 나쁜 놈이냐.라는 문제(?)를 받았던 적이 있었다. 정답(?)은 세 번째 도둑이었으며, 무지라는 것이 얼마나 해로운 것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굳이 이 예시가 아니라도 악의 평범성의 대명사가 되어 버린 [예루살렘의 아이히만]과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으로도 알 수 있다.
물론 부모 중 자기 자식이 나쁘게 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저 자식들을 위한다는 이유로 먹고 사니즘에 집중하다 보니. 아이들은 다 커 있었을 것이고. 그런 의도로 키우려 하지 않았음에도 제이미(오웬 쿠퍼)는 "그렇게" 커 버린 채였을 테니까.
게다가 이 작품과 대척점에 있다고 해도 될 법한 영화인 [케빈에 대하여]를 보았을 때. 결과적인 참사는 비슷했지만. 과연 이 두 부모가 모두 똑같이(혹은 유사하게라도) 나쁜가.라고 본다면 당연히 제이미의 나머지 가족, 그중에서도 부모님들이 불쌍하게 보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사진 출처:네이버 블로그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지 못했던 제이미의 갇힌 우주를 상징하는 듯한 벽지로 둘러싸인 아들의 방에서 오열하는 아버지(스티븐 그레햄)를 보면서도 처량함이라는 감정이 불쑥 치고 나오지 못했던 이유는. 제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무래도 짧은 이 작품의 모든 시간마저도 가해자를 위해서만 할애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해자라고 해서 이런 사정이 있었습니다.라는 말조차 할 수 없게 만들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사건의 피해자는 그저 잔인하게 살해되는 모습으로 CCTV와 수사자료 속 모습에서만 존재할 뿐. 피해자의 부모들에게는 말할 수 있는 기회조차도 허락되지 않는다.
물론 제이미의 아버지가 아들을 범인으로 확정 짓게 한 살해 현장에 가서 추모의 의미로 꽃다발을 놓고 오긴 하지만. 오히려 그 말할 수 없는 심정을 먼저 전달해야 했을 곳은 피해자들의 부모였다. 게다가 제이미 마저도 자신의 죄를 인정하겠다고 했지만. 피해자를 위한 사과 따위는 준비조차 되지 않은 듯 보였다.
무지를 인정하지만 의도는 없었던 부모와. 제이미와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누나는 선택하지 않은 길을 가기로 한 제이미의 결단이 얽힌 복잡하고도 떨떠름한 사건 앞에서. 나는 제이미의 아버지가 마치 스스로가 화를 내며 파란 페인트로 낙서를 덮어버린 그의 회사용 봉고차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덮으면 안 보일 수는 있지만. 신경질적인 페인트 자국 때문에 원래 있던 낙서가 더 궁금해지는 역효과를 낳는 그의 방식. 결국 해결책이 되지 못해 타야 하는 곳이 아닌 반대편으로만 탈 수 있게 되어버린 반쪽짜리 방식. 그의 눈물이 마치 그 정도의 임시방편 정도로만 보일 뿐이었다.
마치면서
사진 출처:맥스 무비
이렇게 복잡한 마음으로 작품을 감상하고 나니. 그제야 제목이 눈에 띄었다.
Adolescence.
한국말로 하면 청소년기, 혹은 사춘기에 해당하는 단어를 [소년의 시간]이라는 한국어로 번역해 냈다는 것이 처음에는 마더퍼커 장인을 효자로 만들어 버린 사건처럼 느껴져서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시간이라는 것에 압축된 모든 감정들을 풀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요소들이 필요한지를 깨닫자 아보다 더 나은 제목은 있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의 흐름은 담백하다 못해 건조하다고 느낄 정도였기에. 이 부조화에서 오는 복잡한 이 마음을 어찌할 바 모르는 채로. 나는 단 한 사람의 관찰자가 되어, 카메라가 인도해 주는 대로 그저 넋을 놓은 채 작품을 감상해야만 했다.
이 시간에 담긴 의미를 풀어내려면. 나조차도 수많은 시간을 들여 이 드라마를 소화해야 할 것만 같다.
다음 리뷰 예고.
아마도 파과가 될 것.
[이 글의 TMI]
1. 크로와상 너무 맛있다... 버터 최고...
2. 갑자기 에어컨 켜야 할 정도로 날씨 덥다
3. 이번 달 용돈 아직 10만 원 남음 히히
#소년의시간 #필립바랜티니 #스티븐그레이 #애슐리윌터 #에린도허티 #영국영화 #추리스릴러 #넷플릭 #영화추천 #최신영화 #영화리뷰어 #영화해석 #결말해석 #영화감상평 #개봉영화 #영화보고글쓰기 #Munalogi #브런치작가 #네이버영화인플루언서 #내일은파란안경 #메가박스 #영화꼰대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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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타닉의 운명은 아직 모른다
영화 <앵그리 애니>
영화는 짐을 들어준다
영화 리뷰를 남기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만큼 무거운 질문들과 고민들을 조심스레 전해주던 영화였다. 운이 좋게도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이 영화를 관람했고, 상영 내내 분명 의미 있는 시간이 흘러갔다. 영화가 나에게 쉽게 다룰 수 없는 주제를 이야기할 때는 나도 영화에게 매우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내가 영화를 많이 사랑하는 이유 중에 하나다.
직장, 학교, 아니면 그냥 수다 떨고자 만난 카페에서도 다루기 힘든 주제를 영화는 멋지게 해낸다. 무거운 짐을 가볍게 들어 올리며 이야기하는 영화는 그렇게 사람들 입에 오르기 시작한다. 무거웠던 주제는 영화를 통해 더욱 순화되거나 다루기 부드러워진다. 고양시에서 열린 DMZ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만났던 다큐멘터리 영화들도 그랬고, ‘킴스비디오’나 ‘프리 철수 리’ 같은 영화들도 그러했다. 그런 면에서 앵그리 애니는 만족스러웠다.
어머니와 아들
영화 ‘앵그리 애니’는 1974년 프랑스 교외 지역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워킹맘 ‘애니’가 임신 중절 수술을 받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애니’는 당시 프랑스에서 불법이던 시술을 진행하기에 아무도 모르게 안전하지 않은 공간에서 피를 흘리거나 자신을 도울 비밀 단체를 찾는 방법, 두 가지 중에 하나를 고른다. 문제는 ‘애니’만이 앞서 이야기한 선택의 도전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화 중반까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슬픔의 감정을 머금고 단체를 방문한다.
우리나라에서 개봉하며 12세 관람가를 받은 까닭도 비밀 단체를 방문하는 사람들 중 어린 학생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나에게 많은 충격을 준 영화였지만, 1974년에도 피임의 중요성과 성에 대한 잘못된 지식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시사회를 참석한 분들 중 엄마와 아들이 함께 온 것이 다시 생각났다. 어머니께서 자제분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 주셨을지는 모르지만 분명 70년대 보다 나은 성교육을 하셨을 거라고 믿는다.
첫번째 화두가 이것이다. 한국에도 올바른, 현실적인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언제나 존재했다. 남성, 여성을 떠나서 부끄러워하고 수치스러워야 하는 논쟁의 거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른이 된 나도 돌이켜 보면 재학생 시절에 어떤 성교육을 받았었는지 돌이켜 보게 됐다. 그런 면에서 영화 ‘앵그리 애니’는 교육 자료로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음습하게 배우는 것 보다 영화를 통해 임신과 성에 대한 진중함을 느끼는 것이 훨씬 나을 테니 말이다.
두번째는 악의 순환이다. 영화 속에서 정확한 피임과 성교육이 부족한 상황에서 갑작스레 찾아온 임신은 반가움보다는 안타까움과 슬픔을 낳았다. 그러다 보니 점점 임신 중절을 원하는 가정이 많아졌으나 법과 권력에 의해 수술은 규제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불법이기에 수면 아래에서 진행되는 아무도 모르는, 의사나 간호사가 진행하지 않는 터무니없는 수술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의학에 대한 어떤 지식 없이 된장을 바르면 상처가 낫는다는 속설처럼 낙태 수술은 그렇게 진행된다. 그러다 여인이 잘못되어 과다출혈로 세상을 떠나면 악은 다시 움직였다.
법과 규제를 바꾸면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영화는 그것이 얼마나 어렵고 고된 일인지 설명한다. 정책의 변화는 분명 필요한 것이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국민들에겐 분명 큰 결정이자 파장이다. 이미 지하에서 무수하게 많은 여성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고 있다는 대사가 참 가슴 아팠다. 그리고 한국을 바라보며 내가 모르는 어떤 일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을지 상상할 수 없었다.
아버지가 될 분들이라면
두 가지 말고도 씨네랩의 시사회를 통해 관람한 영화 ‘앵그리 애니’는 나에게 굉장히 많은 충격과 고민들을 쏘았다. 무엇이 맞고 틀리고, 얼마나 영화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영화가 다룰 수 있는 범위를 넓혀 준 것이 가장 놀라웠다. 오만과 편견에 사로잡혀 70년대 스타일을 설명하는 대신 이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 또 다른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난 이 영화는 아버지가 될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보았으면 도움이 될 영화라고 생각한다. 수술대 위에는 누구나 올라갈 수 있으니 말이다. 쉽지 않은 영화였으나 관람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씨네랩 관계자분께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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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으로 뒤덮였지만 삐뚤어진 죄책감으로 채워진 엄마라는 이름
해안가에 휴가를 온 레다는 웃음을 지으며 휴가를 보낸다. 등대의 불빛이 들어차는 공간과 파도 소리로 가득한 해안가는 그가 정적인 고찰에 젖어 들기엔 딱 맞았다. 그것도 잠시 세상의 소음을 모두 밀어 넣은 듯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평화가 깨진다. 무리를 지어 다니는 이들은 접근하기가 무서울 정도다. 그럼에도 자리를 지키며 일을 하던 레다의 눈에 니나가 들어온다. 매일 같은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지만 레다가 니나를 바라보던 일방적인 시선이 서서히 서로를 응시하게 된다. 마주하지는 않던 두 사람이 한 사건으로 인해 시선이 시선을 잇는 순간을 마주한다. 해변이 혼란에 빠지면서 레다는 자신의 과거와 겹치는 모습에 회상에 젖어들고 딸로 인해 두 사람은 만난다. ‘딸’과 ‘인형’ 사이에서 본인 그 자체가 되고 싶은 그런 장면들이 반복되고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는 방식이 다소 어지럽게 만든다.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이 되고 싶은 마음과 엄마의 책임감을 동시에 느꼈던 레다의 불안한 죄책감이 드러난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의 경계선 사이에서 레다는 선택했고 그 선택은 무의식 속의 죄책감으로 남는다. 레다가 선택했던 도피성 결혼과 포기는 오로지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레다는 또 다른 이름인 니나에게서도 볼 수 있으니 결코 끝나지 않은 어머니이자, 딸이다. 보이는 구간을 그저 바라보며 그러기로 했던 수많은 순간이 깨지기 시작한다. 불안한 것 자체가 모성인 걸까. 자연스럽게 엄마를 찾고 부르면 불안한 그런 상태에 놓이는 그런 불안함은 답이 없는 주관식 문제 같다.
겉보기에 멀쩡했던 빛깔 좋은 과일들은 짓눌려 썩어있었다. 미처 뱀이 되지 못한 과일들이 그렇게 과일 향을 풍기고 있었지만, 베개에 붙어 힘차게 소리를 내며 울고 있던 매미는 그런데도 살아있음을 드러낸다. 엉망진창 덕지덕지 붙은 모래알처럼 엉겨 붙었던 이들은 자신의 책임이자 사랑이었다. 때론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이 녹아 손을 끈적하게 만들 정도로 찾지만, 그 책임으로부터 거리를 유지하니 좋으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렇게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한 죄책감이 마지막이 되어서야 파도에 쓸려내려 가는 듯하다. 레나의 감정을 모두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자신에게 있어서 기존과는 조금 다른 모습에 변명하는 모습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담아내며 나도 영화가 끝날 무렵에는 바다에 파도가 밀려오듯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엄마는 나를 사랑할까? 언제부터 나를 사랑했을까?” 질문 하나를 머릿속에 떠올린다. 2초의 시간과 욕망의 시간조차 사치가 되는 순간들에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모성애는 삐뚤지만 여전히 아름답지 않은 참혹한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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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의 법칙 첫 번째,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인생의 법칙 첫 번째,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최근 한국에서 대만영화 리메이크작인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가 개봉했다. 대만원작이 워낙 팬층이 탄탄하기 때문에 예고편이 공개된 이후, 원작팬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두 영화 모두 보지 않아 비교할 수 없었지만 원작을 뛰어넘는 리메이크작은 드물뿐더러 평이 좋은 작품이었기 때문에 원작을 먼저 보기로 결정했다. 원작영화를 본 현재 시점에서 ‘과연 한국판이 원작의 흥행 포인트를 잘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로맨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 혹은 현실에 가까운 이야기로 나뉜다. 물론 아름다운 외적 요건을 갖춘 주인공은 로맨스의 필수 요건이다. 다시 앞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결국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야기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대만판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잘 만든 로맨스 영화다. 영화라는 장르가 비주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환상적 이미지를 잘 활용하면서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적절히 배치했다는 말이다.
영화는 제목에 충실하다. 감독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대만의 배경을 그대로 반영한다. 원작 소설의 작가이자 영화의 감독인 구파도는 실제 1994년 ‘그 시절’의 대만과 ‘우리’들을 그대로 소환한다. ‘늑대 7’을 오마주한 영화의 첫 장면, 션자이와 커징턴이 2년 만에 전화를 하는 계기가 된 ‘921 대지진’뿐 아니라, 극 중 인물들이 즐기는 음식과 놀이, 음악은 세대적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 영화가 한국에 처음 개봉했을 때는 중화권에서만큼의 큰 흥행을 하지 못했다. 국가 간 시대배경적 차이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 관객이 사소한 디테일을 이해할 수 없더라도 같은 아시아권인 만큼 문화적 차이가 서구권만큼 크지 않다. 따라서 개봉 이후, 꾸준한 인기를 얻으며 14년이 지난 후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영화는 국경을 넘더라도 변하지 않는 인생의 법칙을 전한다.
인생의 법칙 첫 번째,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왜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겁이 나는 걸까?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솔직해지기 어려운 이유는 그만큼 그 사람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가 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인간을 비롯한 세상의 만물은 모두 미추를 동시에 가지고 있지만, 멀리서 보았을 때는 하나의 형태가 뚜렷해 보이는 법이다. 션자이는 말한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가장 아름다운 시간은 시작하기 전 설레는 감정이라고. 정말 사귀고 나서는 좋았던 감정이 많이 사라져 버린’다고. 아직 맞닿지 못한 마음은 포장지를 풀지 않은 물건과도 같다. 아름답게 포장된 마음을 두고 션자이와 커징턴은 서로에게 다가갈 용기를 내지 못한다.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되는 이유는 결국 포장을 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생의 법칙 두 번째, 인생은 타이밍이다. 다른 말로 하면 운명의 흐름이 인생을 결정한다고 할 수 있다. 운명을 이겨내려면 유일하게 션자이와 사귄 아허처럼 용기를 내거나 만화가로 성공한 후지웨이처럼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운명은 언제나 주인을 앞서간다. 션자이는 자신의 마음이 적힌 풍등을 커징턴에게 전하지 못한다. 위급한 상황에서 서로를 먼저 떠올리지만 션자이는 이미 다른 사람의 손을 잡고 있다. 결국 운명의 흐름에 따라간 션자이와 커징턴은 서로가 함께할 평행세계를 상상으로만 남겨둔다.
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은 아름답지만 씁쓸하다. 어른이라는 무게는 시간이 흐를수록 용기를 내기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완전한 아름다움은 존재하지 않는다. 포장을 뜯지 않은 물건은 먼지만 쌓이다 언젠가 버려질 뿐이다. 아허의 말처럼 ‘유치하다’라고 말하며 커징턴을 보고 웃는 션자이는 분명 아름답다. 하지만 격투대회가 끝나고 커징턴과의 싸움으로 눈물을 흘리는 션자이 또한, 아름답다. 상처가 난다고 해도 용기를 낼 수 없을까? 다시 뒤돌아 눈물을 닦아주고 용서를 빌며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없을까? 언젠가 다 닳아버린대도 시작하지 못한 사랑은 후회로 남기에 당신은 용기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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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확신이 없을 때, 정성을 담은 영화 한 편
*이 글은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은 후 작성되었으며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글을 읽을 때 참고해 주세요 : )
유난히 힘들고 뜻대로 되지 않는 날이 있다. 하루를 곱씹다 보면 어느새 마음에 스스로를 향한 의심이 파고든다.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나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일까?'
'내일 갑자기 사라진다고 해도 누군가 슬퍼할까?'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피곤에 지친 눈은 초점을 잃는다. 애써 노력해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의심이 해결될 때까지 질문하고 파헤치는 방법도 있다. 영화 <그대 너머에>는 꼬리를 무는 의심을 통해 답을 찾으려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영화 <그대 너머에>
영화 <그대 너머에>는 무명의 영화감독 '경호(김권후)'가 첫사랑이자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인숙(오민애)'과 그녀의 딸 '지연(윤혜리)'을 만난 후, 기억의 미로에 빠지는 내용을 담았다. 기억과 망각을 소재로 세 명의 등장인물이 인간관계와 스스로의 존재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영화의 철학적 주제와 실험적인 연출을 인정받아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 등 다양한 영화제에서 소개되었다.
영화는 자칫 신파로 흘러갈 법한 소재를 독특한 창의력으로 풀어낸다. 전체적인 구조부터 장면 하나에 이르기까지 허투루 만든 부분이 없다. 일단 영화의 구조를 살펴보면 전반부와 중반부가 '경호'의 기억이 되풀이되는 듯 반복된다. 그를 만나는 사람들은 전반부와 똑같이 행동하지만, 현재의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기계처럼 움직인다. 마치 '경호'의 존재와 상관없다는 듯 잘 짜인 연극 같이 보인다.
이러한 구조의 대비는 장소에서도 나타난다. 영화의 전반부는 모든 가능성이 열린 야외에서 시작해서 '경호'의 집인 실내에서 끝이 난다. 이야기가 중반부로 들어설 때, '경호'는 실내에서 다시 야외로 이동한다. 충격에 빠진 그가 의미심장한 표정의'지연'을 따라가는 골목길은 주인공들의 복잡한 기억을 상징한다.
영화의 장면 하나에도 각각의 의미가 숨어있다. 특히 좁은 골목길에서 촬영된 롱테이크 장면과 360도 VR 촬영처럼 다양성 영화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연출이 돋보인다.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개미의 초근접 접사는 자연 다큐멘터리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섬세하게 묘사된 개미 장면은 CG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으며 특수렌즈로 살아있는 개미를 직접 촬영해서 만들어졌다.
영화 <그대 너머에>의 '박홍민' 감독은 개미 장면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거리에서 무심코 지나치던 개미를 관찰하는 마음으로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존중하는 태도로 영화 제작에 임했다.'라고 답했다.
감독의 말처럼 개미 장면은 <그대 너머에>라는 제목의 의미를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그대'는 사전적 의미로 듣는 이를 높여 이르는 2인칭 대명사로, 세 명의 인물 중 누구를 대입해도 어색하지 않다. 또한 제목에는 그들이 각자가 가진 슬픔과 답답함 너머를 향해 용기 있게 나아갔으면 하는 응원이 담겨 있다. 영화 속 개미는 장애물에 막히고 넘어지지만, 계속 앞으로 전진한다.
Q. 지금 당신의 모습에 의심이 생기나요?
영화 <그대 너머에>는 연필로 꾹꾹 눌러쓴 편지 한 통 같다. 영화를 보게 될 평범한 존재들을 위해 수많은 밤을 지새웠을 창작자의 고뇌와 순수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매 장면마다 담긴 정성스러운 질문을 보며 스스로의 답을 생각하게 된다.
영화 <그대 너머에>를 예고편으로 미리 만나보세요▼
영화 속 세 사람도 나름의 답을 내린다. 딸을 기억하지 못하던 '인숙'은 '딸'이라는 역할이 아니더라도 '지연'을 찾아낸다. 그들은 과거에 '경호'를 만났던 일을 떠올리며 편안한 표정으로 웃음을 짓는다.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던 '경호'는 세상을 초월하여 영원히 시나리오를 쓰는 존재가 된다.
그들의 답이 꽉 막힌 해피엔딩이나 완벽한 답은 아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의심 끝에 찾은 답도 옳은 선택인지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답을 찾아본 사람만이 자신을 가로막은 장애물 너머로 향할 수 있다. 주저앉고 싶을 만큼 힘들고 어디로 가야 할지 삶의 방향을 잃을지라도 다시 전진할 용기를 낼 수 있다. 그렇게 질문과 대답을 반복하다 보면 조금 더 단단한 사람이 되리라 믿는다.
그러니 당신이 너무 많이 울거나 자책하지 말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 좋겠다.
당신을 힘들게 하는 좌절과 버티기 위한 희망을 고민하는 밤은 생각보다 다정할 테니까.
* 제가 참석한 시사회에는 감독과 배우분들의 무대인사가 있었는데요.
감독님이 말씀하시는 걸 보고 정성스러운 영화라는 확신을 가진 것 같아요.
영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실 것 같아 '박홍민 감독님의 인터뷰를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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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들의 앙상블로 이끄는 대환장 축제 한마당
“망진이랑 이거 하나만 하고 빠이 할 거야?”
개최 일주일 전 갑자기 정종 문화제에서 연산군 문화제로 바뀐 망진의 지역 축제를 성공적으로, 그리고 무사히 끝마치려는 축제대행사 ‘질투는 나의 힘’ 대표 혜수와 어쩌다 팀원들이 된 그들의 고군분투를 그린다.
예고편│Trailer
영제: Extreme Festival│감독·각본: 김홍기
출연진: 김재화, 조민재, 박강섭, 장세림 외 多
장르: 코미디, 드라마│상영 시간: 94분
국가: 대한민국│등급: 12세 관람가
평점: 평론가 6.8
제작: 비리프, 실버라이닝 스튜디오│배급: 트윈플러스파트너스
개봉일: 2023년 6월 7일
“난장판 축제 현장으로 여러분을 모십니다”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지역 축제를 맡아 어떻게든 현생을 이어가려 고군분투하는 대행사 대표 혜수의 하드캐리는 눈물겹다. 함께할 직원 하나 없는 회사의 공동대표이자 베스트셀러 한 권으로 연명하는 작가인 애인 상민은 능청스러운 한량짓에 여념이 없다. 퇴직한 직원 래오를 알바로 데려오는가 하면, 설상가상으로 알바로 뽑은 처음 본 은채를 인턴으로 채용하는 대 환장할 짓까지 벌이고 초대가수는 사기를 당한다. 이 정도면 회사를 운영하겠다는 것인지, 망하게 하겠다는 건지 의심을 해도 이상하지 않지만 혜수에겐 다음 밴댕이젓 축제의 칼날을 쥐고 있는 군수의 비위를 맞춰 어떻게든 잘 마무리해야 하는 궁극적이고 초단기적인 목표만이 있을 뿐이다.
‘익스트림 페스티벌’이라는 영화 제목 그대로 가상의 지역 문화축제를 진행하며 생기는 별의별 일들을 그린 한국 코미디 드라마였다. 망할 망을 뜻하는 건 아니겠지만 지역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망진군의 아주 소규모 축제를 진행하는 대행사 ‘질투는 나의 힘’ 대표 혜수를 통해 고달픈 K-직장인과 자영업의 현실도 관객의 뼈를 때린다. 등장인물 개개인이 가진 작은 문제부터 지방행정의 탁상공론식 실태는 물론, 마지막엔 소규모 연극집단이 가지는 예술적 고뇌까지 수렴한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의 극본에 참여했던 김홍기 감독인 만큼 축제를 진행함에 있어 현실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들을 채워나가며 젊은 감독의 패기 넘치는 풍자와 메시지를 던진다. 물론, 작은 에피소드들이 계속 연계되며 다소 산만할 수도 있지만, 축제라는 큰 틀안에서 소소하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시간임에는 틀림이 없다.
어떤 역할을 망론하고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내뿜는 김재화는 인턴보다 더 눈물 나는 대표 혜수를 미친듯한 원맨쇼로 채우고, 사고뭉치 월급루팡 이사 상민을 맡은 조민재는 미워도 미워할 수 없는 잔망스러움을 선보인다. 그나마 멀쩡해 보였지만 예상치 못한 반전 발언으로 막장드라마를 만들어버린 래오의 박강섭은 강렬한 한방을 남기고, 인 서울을 꿈꾸며 지른 인턴 지원 생활이 물거품 된 은채의 장세림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통통 튀는 매력을 보여준다. 더불어 기자처럼, 간호사처럼, 불륜처럼, 뭐 하는 인물인지 종잡을 수 없는 의문의 커플도 매 장면마다 등장해 한마디씩 툭툭 던지며 리프레시는 물론, 소소한 웃음을 전한다. 이처럼 영화 익스트림 페스티벌은 진짜 지역축제의 하루를 진행하고 참여하며 체험하는 여러 인물들을 교차시키면서 현실 공감적 상황을 이끌어 관객의 몰입을 유도한다. ‘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이라는 그들의 말이 씁쓸하지만 유쾌하게 다가오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한 줄 평 : 정신없지만 공감가는 재기 발랄한 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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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했던 모든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매일 같은 내용을 쓰는 건 재미가 없다. 나도 싫증 나고, 내가 쓴 것들을 언젠가 읽는 분들에게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면, 요즘 드는 생각에 관한 이야기다. 요즘은 이에 대한 내용을 쓰지 않았지만, 내가 한동안 썼던 문장이 있다. '도망쳐서 온 곳에 낙원이란 없다'는 것이다. 아니 사실 도망치지 않아도 매한가지인 것 같다. 뭔가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 순간 불행으로 향하는 지름길에 빠진다고 생각한다. 근데 이걸 우리가 무시할 수 있어? 원래 목표를 이루는 과정 속에 있어야 사람이 행복한 것이다. 이 과정을 끝마치고 뭘 얻었다고 하면 항상 그에 맞는 '잃은 것'이 생각나곤 한다. 이렇게 뭘 얻어도 항상 잃는 게 있으니 불행은 과연 인간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이건 비단 나에게만 적용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몇몇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다 똑같은 말을 한다. 그렇게 다들 원하는 순간을 살고 있으면서 '내가 겪어온 게 과연 실체가 있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하는 것이다.
결혼이나 취업 같은 과제가 남아있긴 한 나는 사실 이런 일들에 지레 겁을 먹었다. 좋은 직업 가지면 행복할까? 사실 어차피 그게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고 위에 썼다. 이 뜻은 나를 위한 정신승리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하는 이유는 내가 재밌는 일을 더 할 수 있게 살고 싶어서다. 만약 어디 갈 곳 없는 백수가 되면 글을 쓸 일이 있을까? 아마 취업준비를 하느라 바쁘겠지.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아야 이런 일들을 계속해서 할 수 있는 것이다. 난 내 이야기를 써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재미있다. 내가 쓴 것과 세상과 대화하면 재밌을 것이라는 바람이 매일 같은 요일과 시간에, 또 같은 장소에 내가 영화를 보고 여기 앉아서 이 글을 쓰는 이유가 된 것이다. 난 내가 겪어온 시간이 잠깐 달콤한 꿈이 아니길 바라니까 쓰는 게 습관이 됐고 공부를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난 이것들을 지키기 위해 산다. 그렇지 못하면 모든 걸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큰 동기부여가 된 것이다. 예전에는 온갖 우울하고 어두운 핑계를 죄다 갖다 붙였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이유들이 간단해진다. 참 당연한 것을 애써 부정해왔던 내가 놀라워진다. 이 '당연한 것'에 대해 다룬 영화가 있다. 조금 하던 이야기만 하는 영화 같지만 이 작품은 울림이 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까지 올랐다. 미국의 한 농인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1. 어떤 것에 대한 영화인가요?
주인공 루비는 미국에 사는 10대 여고생이다. 루비는 다른 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근데 그건 겉모습만 봐서 그렇다. 루비 가족에겐 특별한 사연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작은 딸 루비를 제외하고 전부 다 청각장애인이라는 것이다. 영화는 초반부부터 수화로 대화하는 루비 가족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어부 일을 하는 루비의 부모님과 친오빠. 노래를 좋아하는 루비지만 일상이 바쁘니 마음에 여유가 있을 턱이 없다. 매일 가는 학교도 피곤함에 쩔어 있는 루비. 학교에선 생선 냄새가 난다며 괴롭힘을 당하는 것이 부지기수다. 루비는 퍽퍽한 하루하루에 재미를 찾고자 합창부에 들어간다. 좋아하던 노래를 맘껏 부르고 싶어서다. 그렇게 찾아온 오디션 시간. 합창부 선생님 미스터 V는 루비에게 노래를 주문한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곳에서 노래를 부르라니 당황한 루비. 루비는 갑자기 짐을 싸서 후다닥 도망가기도 하지만 결국 합창부에 들어가게 된다.
영화는 루비의 합창부 입성기를 다루면서 재밌는 일에 빠지는 10대 소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과정을 조명하며 10대 소녀 루비의 성장기를 다루는 것이 영화의 주요 내용이다. 이걸 보여주면서 하이틴 영화 향도 살짝 첨가했다. 성에 대해 눈이 뜨이는 시기 아닌가? 영화 안에 소소한 유머로 이것들이 들어가 있다. 또 <플립>이나 <노트북>에서 볼 수 있었던 풋풋한 사랑이야기도 영화 안에 있다. 루비는 합창의 상대 커플 역이었던 마일즈와 다투기거나 마음을 확인하기도 하면서 성장해간다. 영화는 이런 것들을 소재로 삼았다. 10대 소녀의 성장기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 글에 적지 않았던 한 가지 키워드가 있다. 뭐 예상하기 어렵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그런데 그런 정보 없이 봐야 울림이 클 거라고 생각하니 굳이 적진 않겠다.
2. 어떤 영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국밥 같은 영화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고민했다. '짜장면 같은 영화'와 '국밥 같은 영화' 사이에서 뭘 쓸지 생각했다. 결국 후자를 골랐다. 이 단어를 설정한 이유는 국밥이라는 것의 속성을 예로 들어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국밥이라고 해서 말아먹을 정도로 구리다는 뜻은 당연히 아니다. 우리가 살면서 국밥을 아예 안 먹을 수는 없겠지? 술 먹고 먹는 해장국도 국밥의 한 종류라고 볼 수 있을 거고. 순대국밥도 국밥의 종류 중 하나니 국밥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무슨 말이냐면. 국밥이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우리는 어떤 맛인지 다들 안다. 지금 당장 내 머리에 사골이 생각난다. 또 콩나물과 육개장도 생각나는 것 같다. 국밥은 이렇게 예로 들어 설명하기 굉장히 쉽다. 이 영화도 이와 유사점이 있다. 난 30분만 봐도 러닝타임의 줄거리를 예상할 수 있었다. 또 정말 솔직히 거기에서 벗어난 부분이 조금도 없다. 근데 영화는 그렇게 남들이 걸었던 길만 걸었는데도 묵직한 울림을 준다. 이 영화가 국밥 같지 않았으면, 그러니까 쉽지 않았으면 이런 울림을 줄 수 있을까? 아닐 것 같다. 우리 마음에 있는 어떤 한 부분을 공략해 효과를 주는 전형성을 타지 않았더라면 영화의 장점이 깡그리 죽었을 것 같다. 영화는 이렇게 단순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준다.
3. 이 영화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첫 번째. 노래의 가사들이다. 난 노래 가사가 너무 좋았다. 음악영화의 중요한 소재가 뭐야. 당연히 음악 아니겠어? 근데 음악이 다른 노래들이랑 비슷하면 이 영화는 국밥의 야채 정도 되는 존재로 끝나고 말았을 것이다. 영화는 80년대의 음악을 리메이크해서 그런지 따뜻한 가사를 썼다. 후반부에 이런 가사가 나온다. '이제 난 구름을 위와 아래 양쪽에서 보지만 / 어쨌든 여전히 내가 기억하는 것은 구름의 환영이라 / 구름이 무엇인지는 정말로 전혀 모르겠어요'가 가사의 내용이다. 내가 이 가사를 좋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나라는 사람에서 찾을 수 있다. 성장과 깨달음이 정말 삶을 살아가는데 무조건 도움만 된다고 볼 수 있을까? 아닐지도 모른다. 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생각 외로 그렇게 친하지 않다는 걸 깨달을 때, 내가 믿던 것이 나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걸 깨달을 때의 기분은 나만 기억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실 나에게 삶의 고단함을 터놓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 솔직히 이제는 잘 못할 것 같다. 나 역시 이 순간을 넘어가면 행복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음악으로 사용됐던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과연 내가 걷고 있는 이 삶에 정말 끝이란 있을까? 아마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행복한 일들을 자주 맞이할 수 있다. 이 주인공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소재를 통해 각자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이다. 이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인가요?'라는 작품의 핵심 키워드와 노래의 가사가 깊게 맞아떨어져 좋은 시너지를 낸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청각장애인에 대한 성찰이 보인다. 이 부분을 깊게 쓰면 아마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자세하게 쓰기는 어려울 것 같다. 살짝만 써보자면, '청각장애인인데 어떻게 루비의 음악생활을 지지해?'라는 질문에 굉장히 진중한 답변을 내놓았다. 가족 간의 사랑이라고 퉁 치고 넘어가지 않았다는 뜻이다.
세 번째. 하이틴 로맨스 코드다. 이 분야 전문가 <플립>같이 영화 내에 달달한 분위기가 흐르지는 않는다. 사실 로맨스 코드는 부수적인 쪽에 가깝다. -핵심은 1번에서 굳이 쓰지 않은 '그것'과 루비의 꿈- 그럼에도 하이틴 로맨스 향이 나는 의도도 분명한 것 같다. 영화를 너무 진중한 쪽으로 빠지지 않게 도와주는 소도구가 된다. 또한 사실적으로 10대의 삶을 묘사한다는 점에서 루비의 중요한 것을 산만하게 묘사하지 않아 영화를 쉽게 이해하게 도와준다.
4. 배우들의 연기는 어떠한가요?
나는 감독 션 헤이더가 사려 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3-2번에서 쓴 '청각장애인에 대한 성찰'의 연장선상으로 쓸 수 있는데, 감독은 루비 가족을 실제 청각장애인 배우들로 섭외했다. 캐스팅으로 극의 사실성을 더한 것이다. 수화를 통한 감정연기가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 또 주인공 에밀리아 존스와 상대역 마일즈 역을 맡은 배우 노래 의외로 잘한다. 특히 에밀리아 존스는 거의 가수 백예린의 음색이랑 빼닮아서 놀랐다. 이 외에도 루비의 멘토가 되는 미스터 V 역의 배우도 적당히 유머러스하고 또 그만큼 따뜻한 멘토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냈다.
5. 무려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수상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나요?
솔직히, 내 답은 아니오다. 그 정돈 아니다. 정말 좋은 작품인 건 맞다. 그런데 <그린 나이트>나 <프렌치 디스패치>만큼이나 웅장 해지는 작품이냐? 그런 아니다. <그린 나이트>같이 영화 내적으로 비트는 테크니컬 한 모습이 들어간 것도 아니고 <프렌치 디스패치>처럼 영화의 특장점이 쾅쾅 드러나는 작품도 아니다. 그래서 난 솔직히 작품상 못 받을 거라 생각한다. 아마 <파워 오브 도그>나 <드라이브 마이 카>가 받지 않을까. 근데 뭐 못 받을 것 같다고 해서 작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적으로 나의 의견이다. 또한 <파워 오브 도그>에서의 인물 내면 비틀기나 <드라이브 마이 카>의 울림만큼의 무언가가 없다고 해서 예술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 영화 역시 충분히 매력이 있고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6. 보기 어려운 영화인가요?
아니다. 굉장히 쉬운 작품이라 무난하게 볼 수 있다. 아. 지금 극장에 걸려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웬만하면 극장에서 보는 걸 추천한다. 난 아이패드와 에어팟으로 봤는데, 영화관 음향 빵빵한 곳에서 보면 사운드적으로 귀가 풍부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으로는 네이버 시리즈 온에서 2500원 내고 볼 수 있다.
7. 왜,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최근 본 영화들을 생각해봤다. <더 배트맨>, <소년심판>은 영화 줄거리에 살인이 묘사된다. 또 <나이트메어 앨리>의 엔딩은 충격적이기 그지없다. 내가 이런 범죄/스릴러물을 좋아하긴 하지만 사실 나는 한 편으로는 잔잔한 감동을 원했던 것 같다. <소울>과 <드라이브 마이 카>의 감동이 내 머릿속에 쉽게 잊히지 않았거든. 영화는 이렇게 큰 스케일과 매일 똑같은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준다. 하이라이트의 노래 가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힘낼 거라는 게 아니라, 이런 걸 보면서 힘을 내라는 뜻의 메시지를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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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의가 계속되면은,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영화리뷰/반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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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작 전 상영되는 뉴스 필름에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딸이 등장한다는 소식을 알게 된 장주성은 텅 빈 사막을 헤치고 외딴 마을의 영화관으로 향한다. 그러나 눈 앞에서 정체불명의 필름 도둑이 필름을 훔쳐 달아나 버리는 모습을 목격하고 황급히 그 뒤를 쫓아 나서는데.. 딸의 모습이 담긴 시간은 단 1초, 딸을 만나기 위한 아버지의 눈물의 여정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