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5-21 11:16:53
5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올해 최고 오프닝 스코어 기록!

<미키 17>을 제치고 올해 개봉작 중 최고 오프닝 스코어(약 42만 명)를 달성한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이
주말 박스오피스에서도 승자가 되었습니다.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개봉 3일 만에 누적 관객 수 약 87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개봉 이후 내리 1위를 차지했던 <야당>은 한 계단 내려온 2위에 안착했지만,
누적 관객수 320만 명을 기록하며 손익분기점인 250만 명을 훌쩍 뛰어넘는 성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3위는 누적 관객 수 130만 명을 돌파한 <A MINECRAFT MOVIE 마인크래프트 무비>가 올랐습니다.

워너 브라더스의 공포영화 시리즈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블러드라인>이 북미 박스오피스 1위로 화려하게 데뷔했습니다.
시리즈 사상 최고 수준의 호평을 받은 이번 작품은 5,1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프랜차이즈 최고의 오프닝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전 세계 수익도 1억 200만 달러를 돌파하며 흥행 청신호를 켰습니다.
2위는 마블의 <썬더볼츠*>로, 개봉 3주 차에도 상위권을 지켰지만, 고비용 제작에 비해 흥행 속도는 다소 아쉬운 편입니다.
3위는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씨네스: 죄인들>이 차지했습니다. 개봉 5주 차에 접어들었음에도 식지 않는 인기로
장기 흥행에 성공하고 있으며, 오리지널 R등급 영화로는 이례적인 성과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치열한 순위 경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과연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과
디즈니의 실사영화 <릴로 & 스티치> 역시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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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줄거리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한 하루미. 그녀는 병원에서 만난 '레이코'라는 친절한 간호사와 가까이 지낸다.
퇴원이 다가오고 재활치료를 앞두고 있는 하루미에게 레이코는 일을 그만두려 하는데 함께 살면서 월세를 반씩 아끼는 게 어떻냐고 제안한다. 마침 일을 못 하게 된 처지의 하루미는 레이코를 룸메이트로 받아들인다.
어느 날인가부터 하루미는 이상한 일을 겪기 시작하면서 레이코를 의심하게 된다. 결국 하루미는 레이코를 미행하게 되는데...
감상포인트
1. 동물 죽는 장면 나오니 그런 장면 못 보는 분들은 미리 참고하시길.
2. 초반 전개가 약간 지루할 수 있으나, 일본식 이름은 나중에 헷갈릴 수 있으니 집중해야 한다.
3. 전형적인 일본식 전개라고 할까.
감상평
영화는 사건이 일어난 시점으로부터 과거로 돌아가 현재까지의 일을 짚는 액자형 구조의 서사다. 초반에는 굉장히 잔잔 바리로 흘러가기 때문에 조금 지루할 수도 있다. 책이든 영화든 일본 작품의 가장 큰 단점은 이름을 기억하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가끔 책 읽다가 앞으로 돌려서 '아, 얘가 얘였지.'하고 확인해야 하는 일도 있는데, 이 영화는 잔잔하다 보니 얼굴도 딱 기억하기가 힘들다. 인물이 그리 많지도 않은데... 그냥 내가 집중을 안 한 걸 수도.
전형적인 일본식 전개다. 내가 생각하는 일본식 전개란, 차근차근 상황을 전개시키면서 아주 세세하게 복선을 깔고 마지막에 결말을 '얹는다'라는 느낌이다. 최근 작품들은 굉장히 스피드하게 전개한 후 마지막에 결말을 마지막에 뻥 '터트린다'라는 느낌인데 반해, 정적이고 느린 감이 있어서 아무래도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 같은 영화.
스피드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예스러운 전개 방식 때문에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 같이 쌓음의 미학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괜찮은 영화. 폭풍우가 몰아치기 직전의 고요한 바다처럼 음산한 기운을 가득 품고는 있지만, 절대 거세게 몰아치지는 않는다.
이런 스타일은 특히 도서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에서 도드라지는 것 같다. 책이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한국에는 정식 출간을 하지 않은 모양이다. 아무리 찾아도 없다. 영화 자체는 2014년도 작품이긴 한데, 아무래도 원작 소설은 그것보다 훨씬 더 오래되지 않았을까 싶다. 메모리 카드 나오는 것 보고 굉장히 반가웠던... ㅋㅋㅋ
*여기부터는 스포일러를 포함한 글입니다.*
영화는 '스릴러'에서 '공포'로 전환되는 지점이 확실하다. 바로 하루미가 거울을 볼 때다. 레이코의 행동이 단순히 집착이라고 생각했다가, 알고 보니 이중인격자였다는 걸 알게 되고, 마지막에 그 이중인격자 즉, 레이코와 마리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걸 알았을 때.
약간 아쉬웠던 점은 이렇게 몇 번 의심을 하게 만든 후에 중요한 사실을 밝히고 나니 충격이 좀 덜하다는 느낌이다. 내용이 꺾이는 지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보니 긴장감이 오히려 느슨해지는 감이 있다. 그래서 마지막에 진실을 알았을 때도 뻔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건 좀 아쉬웠다. 같은 이야기라도 글자로 읽었을 때와 영상으로 시청할 때는 굉장히 다르다. 원작에 너무 충실했던 건 아닌가, 조금 각색했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마 원작이 다루는 사회적 문제를 그대로 가져오고 싶어서 원작을 파괴하지 않은 것 같다.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학대 당하던 하루미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또 다른 자아를 형성한다. 한 명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로 나타난 레이코, 한 명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타인을 공격하는 마리. 극단적으로 치우친 마리라는 자아는 하루미를 넘어 에리에게까지 손을 뻗는다.
"괴로웠지? 도망칠 수 있는 방법 알려줄게.
자신에게 다른 이름을 하나 지어 줘."
"그럼, 마리."
"그래, 마리라는 이름을 줄게."
언뜻 보면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에리라는 여학생이 갑자기 튀어나와서 하루미에게 '마리'라는 자아를 부여받는 듯한 장면은 특히 그렇다. 하지만 하루미가 고통받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엄마를 죽인 지 몇 년이 지났음에도 사회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그들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린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의 울타리는 무너진 채로, 어떤 어른도 이런 상황에 대해 책임지지 않은 채로 하루미와 에리의 지옥 같은 나날들은 반복되고 있었다. 영화는 이런 사회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짚어내며 노골적으로 비판한다.
동시에 어린 학생을 저지한 것이 경찰이 아닌 하루미라는 사실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다른 누구도 아닌, 에리에게 마리라는 자아를 주었던 하루미 자신이 말이다. 마리는 에리가 자유로워지길 바랐다. 하지만 하루미와 레이코는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은연중에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어머니를 죽인 것에 대한 죄책감이었을지도 모른다. 지옥 같은 삶을 견디기 위해 만들어낸 자신의 자아가 했던 행동을 자기 자신이 부정해야 하는 아이러니함. 잘했다고도, 잘못했다고도 할 수 없는 이 상황에 마음이 쓰라렸다.
손금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고 하던가. 에리를 막아서며 남은 칼자국은 하루미가 받았던 상처 때문에 레이코와 마리라는 인격이 새로이 만들어졌다는 것에 대한 상징이다. 더불어 이제는 이 칼자국을 보며 자신이 누구인지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다행이에요. 당신은 제 상상이 아니라서."
영화 내내 하루미를 쫓아다니는 구도는 처음 교통사고가 날 때부터 하루미 안에 있는 또 다른 인격들을 다 보았다고 말한다. 그게 사실인지 그냥 로맨틱하려고 하는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그 말은 하루미에게 남은 아픔의 흔적들을 그는 알아보았다는 뜻이다. 자신을 알아봐 주고 상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을 만난 하루미는 이제 다른 인격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 혼자가 아니니까.
"하지만 그 애는 아직도 에리라고 불리기 싫어해요. 자기 이름인데도."
"그렇겠죠. 그놈이 나쁜 짓을 하면서 계속 귀에 속삭였을 테니까요."
다만 영화는 여전히 이런 사회 속에 피해자가 남아있음을 상기시킨다. 하루미는 기적적으로 누군가를 만나 치유되었지만, 에리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영화가 마냥 해피엔딩으로만 끝난 게 아니라, 이런 여지를 주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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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5주차 개봉작, 공개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3월 다섯번째 주도 잘 지내고 계시나요?
벌써 3월의 마지막 주가 다가와 많이 아쉬운데요.
그래도 좋은 작품과 함께 3월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마음은 설렙니다!
그럼 3월 다섯번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비우스
출처: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미국 | 104분
감독: 다니엘 에스피노사
배우: 자레드 레토, 아드리아 아르호나 등
개봉: 2022.03.30
배급: 소니픽처스코리아
줄거리
희귀혈액병을 앓고 있는 생화학자 '모비우스'는 동료인 '마르틴'과 함께 치료제 개발에 몰두한다.
흡혈 박쥐를 연구하던 중 마침내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모비우스’는
새 생명과 강력한 힘을 얻게 되지만, 동시에 흡혈을 하지 않고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그러던 중 ‘모비우스’의 친구 ‘마일로’(맷 스미스)도 ‘모비우스’와 같은 힘을 얻게 되는데…
관전포인트
<모비우스>는 마블 원작 코믹스에서 스파이더맨과 맞선 '마이클 모비우스' 박사를 주인공으로
한 첫 번째 실사 영화이자, 첫 번째 안티 히어로 영화이다.
개봉 당일, 예매율 50.5%를 넘었다는 점에서 관객들이 얼마나 많은 기대를 품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DC 캐릭터를 연기하던 '자레드 레토'가 마블의 캐릭터를 연기하게 되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배니싱: 미제사건
출처: 네이버 영화
개요: 범죄 | 프랑스 | 88분
감독: 드니 데르쿠르
배우: 유연서, 올가 쿠릴렌코, 예지원
개봉: 2022.03.30
배급: (주)스튜디오산타클로스,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줄거리
어느 날 신원을 알 수 없는 변사체가 발견되고 사건을 맡은 형사 ‘진호’는 사체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국제 법의학자 ‘알리스’를 찾아 자문을 구한다. 알리스와 진호는 단순한 살인 사건이 아닌
장기밀매 조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국제적인 범죄 조직의 정체와 마주하게 되고 충격적이고 처참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게 되는데…관전포인트
<배니싱: 미제사건>은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에 초청된 적이 있다.
대한민국 올 로케이션 영화이기도 하다. 또한, 국내외로 유명한 배우 유연석, 올가 쿠릴렌코, 예지원, 최무성, 박소이, 아누팜 트리파티 등이
모두 이 영화에 출연하는 최고의 글로벌 프로젝트이다.
B컷
출처: 네이버 영화
개요: 범죄 | 한국 | 93분
감독: 김진영
배우: 김동완, 전세현, 김병옥 등
개봉: 2022.03.30
배급: TCO(주)더콘텐츠온
줄거리
어느날, 한때 최고의 여배우였던 ‘민영’은 ‘승현’에게 망가진 핸드폰 수리를 맡기고,
그 폰 안에서 찾아낸 ‘민영’의 B컷에는 그의 남편이자 유력한 대통령 후보자인 ‘태산’의 충격적인 진실이 들어있다.
관전포인트
<B컷>의 김진영 감독은 "현실과 밀착되어 있어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사람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때문에 영화 속 내용에 더욱 몰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객분들이 김동완 배우의 박진감 넘치는 추격씬으로 더욱더 영화에 몰입할 것으로 예상한다.
문나이트
출처: Rotten Tomatoes
개요: SF | 한국 | 6부작
감독: 모하메드 디아브
배우: 오스카 아이삭, 에단 호크 등
공개: 2022.03.30
스트리밍: 디즈니플러스
줄거리
불면증에 시달리며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혼란에 빠진 '스티븐'은 매일 악몽 같은 삶을 이어간다.
어느 날, 달의 신 '콘슈'의 임무를 수행하는 전직 용병 '마크 스펙터'와 운명적 만남을 갖게 된 그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신의 힘을 이어받은 초월적 히어로 '문나이트'로 거듭나게 된다.
관전포인트
오스카 아이작이 맡은 문나이트는 다중인격자이라는 점, 그리고 다른 마블 작품과 달리 어두움과 처절함이 강조됐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타미 페이의 눈
출처: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미국 | 126분
감독: 마이클 쇼월터
배우: 제시카 차스테인. 앤드류 가필드 등
공개: 2022.03.30
스트리밍: 디즈니플러스
줄거리
'타미 페이의 눈'은 70, 80년대에 남편 짐 베이커(앤드류 가필드)와 세계적인 종교 방송망과 테마파크를 세운
TV 전도사 타미 페이 베이커(제시카 채스테인)의 흥망성쇠와 구원을 다룬다.
관전포인트
최근에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분장상과 여우주연상을 모두 수상한 영화이다. <타미 페이의 눈>은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이기 때문에 실제 스토리와 비교하면서 보면 재밌을 것 같다.
몸 값
출처: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한국 | 14분
감독: 이충현
배우: 이주영, 박형수 등
공개: 2022.03.30
스트리밍: 왓챠
줄거리
처녀를 원하는 중년남자가 여고생과 모텔 방에 들어가 화대를 놓고 흥정을 한다. 처녀가 아니란 이유로 가격을 깎자는 남자. 여고생은 어이가 없지만 남자의 요구를 들어준다.
관전포인트
티빙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되는 드라마 <몸 값>의 원작인 이충현 감독의 영화 <몸 값>. 최초 공개 당시 화제를 모았지만, 정식 서비스가 없어 다시 볼 수 없었던 영화였다. 왓챠에 공개된다는 글이 올라오자마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패러렐 마더스
출처: 네이버 영화
개요: 멜로 | 스페인 | 123분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배우: 페넬로페 크루즈, 밀레나 스밋, 로시 드 팔마 등
개봉: 2022.03.31
배급: (주)스튜디오디에이치엘
줄거리
홀로 출산을 준비 중인 사진작가 야니스는 같은 병실에서 어린 산모 아나를 만난다.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딸을 낳은 두 사람은 짧지만 깊은 우정을 나눈다.
야니스는 아나와 자신의 딸이 뒤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진실을 알리지 못한 채 아나와 점점 더 가까워져만 가는데…관전포인트
페드로 알모도바르와 페넬로페 크루즈, 두 사람은 총 8번째 협업을 진행 중이다.
그래서 협업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는데요.
<패러렐 마더스>는 두 여성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역사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사회적 메시지까지 담겨져 있는 영화이다.
극장판 시그널
출처: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일본 | 121분
감독: 하시모토 하지메
배우: 사카구치 켄타로, 키타무라 카즈키, 키치세 미치코 등
개봉: 2022.03.31
배급: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줄거리
‘사에구사 켄토’가 속한 장기 미제 사건팀은 계획된 범죄임을 의심하고 수사하던 중
2009년에 동일한 사건이 일어났음을 알게 된다.도심을 뒤흔든 연쇄 테러 사건과의 전쟁에 맞선 과거와 현재의 공조 수사가 시작된다!
관전포인트
영화 <극장판 시그널>은 일본 드라마 '시그널'에서 이어지는 스토리이다. <영화> 초반에 드라마 속 스토리를 설명을 해주기는 하지만, 미리 보고 간다면 영화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 BTS 정국이 작곡에 참여한 'Film Out'도 들을 수 있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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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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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 이모와 F 조카의 특별한 동거, 그리고 성장!
이모와 조카 사이의 친밀도는 어느 정도일까? 사람마다 가족 관계에 따라 다르지만, <위국일기>의 이모와 조카는 친밀도 0%다. 이야기만 들었지 얼굴 한번 제대로 본적 없는 남남이기 때문이다. 연결고리라곤 혈연관계 하나뿐. T 성향의 이모와, F 성향의 조카가 만나 이루는 특별한 동거는 같은 구석 하나 없는 두 사람이 어떻게든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과정을 느리지만 무해하고 따뜻하게 보여준다. 더불어 이들의 성장 모습도 함께.
왜 그랬을까? 소설가 마키오(아라가키 유이)는 언니 장례식장에서 홀로 남겨져 갈 곳 없는 조카 아사(하야세 이코이)에게 동거를 제안한다. 그것도 홧김에. 연거푸 이불킥을 날릴만큼의 이 제안은 반려동물도 못 키울 정도로 누군가와 함께 사는 걸 잘 못하는 본인이 더 놀란다. 혼자 글을 쓰고 사는 것에 익숙한 마키오의 생활을 잘 몰랐던 아사는 그날 이후 낯설게만 느껴지는 이모 집에서 함께 지낸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처럼, 아사는 혼란스럽고 복잡하지만 새로운 세상에 한 걸음을 뗀다.
독특하고도 특별한 성장영화인 <위국일기>의 두 주인공 마키오와 아사의 관계는 가느다란 실과 같다. 오롯이 한 가닥만 이어져 있는 듯한 연의 끈은 때로는 느슨하게 때로는 팽팽하게 유지된다. 남들 앞에 서는 걸 극도로 싫어하면서도 빈말은 죽어도 못하는 마키오와 정반대로 사람들과의 유대 관계를 중요하면서 감정적 공감을 잘 하는 아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접점이 거의 없다. 딱 하나 마키오에게는 언니, 아사에게는 엄마인 미노리(나카무라 유코)가 존재가 있지만, 각각 증오와 그리움의 대상으로서만 존재한다.
영화는 너무나 다른 존재로서의 두 인물이 조금씩 가까워지는 과정을 세심하게 그린다. 그 중심에는 억지로 관계를 맺지 않으려는 마키오의 모습이 자리 잡는다. 극 중 그녀는 성공한 소설가지만 아웃사이더다. 마치 사회가 규정짓는 평범함에 반기를 들 듯, 마키오는 소설을 통해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고 그 안에 푹 빠져 산다. 아사가 온 이후,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지만, 여느 가족처럼 다정하게 사랑을 표현하지 않는다. 장례식장에서 아사에게 ‘널 사랑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나는 널 절대로 짓밟지 않을 거야.’라는 말처럼 그녀는 사회가 요구하는 멋진(?) 보호자가 아닌 조금은 다르지만, 진실한 마음으로 아사를 대하는 보호자로서 최선을 다한다.
아사 또한 이런 마키오의 낯선 모습에 당황하고 혼란스러워하지만, 이내 이모의 진실한 마음을 안다. 그동안 친구 등 자신의 행복이 아닌 누군가를 위한 관계에 치중했던 아사는 이모와의 동거를 통해 비로소 자신을 보는 법을 배운다. 그녀는 자기 사랑했던 부모가 사라지고,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절친했던 친구와의 사이가 멀어지는 등 의지할 곳 없이 외톨이가 되어 버린 자신을 발견한다. 이런 마음을 다잡아주는 건 일기다.
자신이 쓰다 말던 노트를 아사에게 건넨 마키오는 하루에 있었던 일이나 마음에 남은 감정을 쓰라고 권유한다. 소설가다운 처방전인데, 이는 아사가 남이 아닌 자신과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된다. 마치 과거의 마키오처럼 말이다. 이 일기는 한 장씩 채워지면서 누군가가 아닌 오롯이 자신이 원하고, 하고 싶고, 바라는 것들을 알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이 과정을 통해 두 인물은 서로에게 위안을 주고 의지하며, 성장한다. 사춘기를 관통하는 아사는 물론, 자신만의 세계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는 마키오도 모두 성장한다. 극 중 아사는 마키오를 보면서 어른에 대한 획일화된 모습, 어른도 친구가 있다거나 모든 걸 다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을 벗어던진다. 어른도 불완전하다는 걸 그때야 깨닫는 이 소녀는 이후 이해의 폭을 넓히고,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건 무엇인지 재차 확인한다. 그 결과물로서 미완성이지만 그래서 더 좋은 가사를 쓰고, 직접 노래도 부른다.
어른이라면 알겠지만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 과거 언니와의 절연 이후 마키오는 성장을 멈췄다고 볼 수 있다. 나이와 외관상만 어른이지, 과거의 상처로 인한 생채기는 그녀의 성장판을 닫아버린 셈. 운명의 장난인지 증오했던 언니의 딸인 아사를 통해 그녀는 굳게 닫혔던 마음을 조금은 연다. 그리고 아사와 반대로 자신이 아닌 타인을 이해하는 시도한다. 이 과정을 통해 마키오는 어른이 된다. 감독은 후반부 마키오의 고향 해변을 배경으로, 아사 보다 더 높은 위치에 서서 이해의 시도를 하는 마키오의 모습을 통해 보여준다.
물론, 두 인물이 중심이 되다 보니 주변 인물들의 스토리가 뻗어 나가지 못하고, 큰 사건 없이 느린 템포로 이어지다 보니 극의 긴장감이 다소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영화의 메시지가 도드라져 보이는 건 배우들의 몫. 과거 사랑스러운 청춘의 모습을 오롯이 보여줬던 아라가키 유이는 보다 무표정하지만 성숙한 그리고 남다른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다. 올해 4월 국내 개봉한 <정욕>에 이어 그녀의 진중하면서도 사려 깊은 내면 연기를 마주할 수 있다. 청춘의 모습은 하야세 이코이가 담당한다. 보고만 있어도 기분 좋은 말간 미소를 짓고, 관심받는 걸 좋아하면서도, 친구들과의 관계의 어려움에 슬픔과 외로움을 느끼는 사춘기 소녀의 감성을 잘 표현한다. 과거 아라가키 유이처럼 하야세 이코이의 이름도 기억할 것 같다.
영화는 성장의 첫 단계가 남이 아닌 나를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말하고, 이는 느슨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이어진다고 전한다. 서로 다른 이모와 조카의 동거가 특별한 건 바로 진정한 성장의 좋은 예이기 때문이다. 미성숙한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좋은 에코(울림)가 되는 순간의 기쁨은 꽤 크다. 어른이든 미성숙한 어른이든 간에.덧붙이는 말: 참고로 영화 제목인 ‘위국일기(違国日記, 어긋난 나라의 일기)’는 부모가 아닌 마키오라는 새로운 세상에서 쓰는 일기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사진 제공: 영화사 진진, (주)하이스트레인저
평점: 3.0 / 5.0
한줄평: 담담하게 적어가는 너와 나의 어른 일기!* 〈씨네랩〉 초청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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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천만 찍고, 진실의 방으로~
<범죄도시4>가 천만 관객을 동원할 거라는 건 당연시되고 있다. 얼마나 빠른 시간안에 천만을 찍을 것인지가 더 중요해 보인다. 국내 액션프렌차이즈 영화로서 새로운 기록을 만들고 있는 <범죄도시4>는 마동석과 제작진이 생각한 대단한 기록을 찍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 간과한 부분들이 변수로 작용하며, 시리즈의 매력을 딸어뜨린다. 영화의 단점을 아무리 얘기한다고 해도 아무런 타격이 없을 것이기에 부담을 내려놓고, 시작한다. 마석도 형사님! 일단 천만 찍고, 진실의 방으로~~
마약에 이어 도박이다. 마석도(마동석)와 광역수사대 동료 형사들은 필리핀에서 의문의 죽임을 당한 한 청년이 살해되는 사건을 접한다. 그의 죽음은 온라인 불법 도박 범죄 때문. 이 범죄의 중심에는 특수부대에서 퇴출당한 용병 출신 백창기(김무열)가 있다. 그는 경쟁사 온라인 불법 도박장이 생기기라도 하면 불도저처럼 밀고, 반항하는 이들은 모조리 제거하는 극악무도한 놈이다. 한국 IT 업계에서 신동으로 불렸던 장동철(이동휘)은 이런 백창기를 고용해 막대한 이윤을 얻고 있다. 그 이윤을 공정하게 나눠주면 좋으련만, 그럼 범죄자의 정체성에 혼란이 간다고 생각한 것 같은 장동철은 백창기에게 나중에 챙겨주겠다고 말 만한다. 참고 참고 또 참다 ‘참을 인’자 세 번 이상을 넘긴 백창기는 장동철을 만나기 위해 서울에 온다. 그리고 마석도는 이들을 잡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인다.
<범죄도시4>에서 관객들이 바라는 건 한 가지다. 마석도가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을 빅펀치로 날리는 것! 영화는 이 간단하고도 명료한 관객들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이곳저곳에서 묵직한 펀치를 날린다. 휘두른다고 다 된다면 좋으련만, 이번 시리즈에서는 그 적중률이 낮다. 적중률이 낮으니 묵직한 타격감이 주는 액션의 매력은 반감된다. <범죄도시4>를 본 이들이라면 기억에 남는 액션이 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
액션의 묵직함이 줄어든 건 이미 3편에서 예견된 바 있다. 이 때 마석도의 액션은 1, 2편과 달랐다. 공분을 살 정도의 사회적 약자에게 피해를 준 장첸(윤계상), 강해상(손석구)은 공공의 적이고, 직간접적으로 마석도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상해를 입힌 이들은 공항 화장실에서, 버스 안에서 최후를 맞이한다. 비주얼적으로 확실한 액션 시퀀스를 자랑하는 이들 장면을 지금도 우리가 기억하는 건 두 빌런의 전사를 켜켜이 쌓았기 때문이다. 마석도의 주먹으로 이들을 심판해야 하는 당위성이 제공되었기 때문에 마지막 액션 장면은 빛을 발한다고 할 수 있다.
근데 3편에는 공분을 살 수 있는 부분이 극히 일부분이다. 밥그릇 싸움을 하는 부패 경찰과 야쿠자의 세력다툼이 빌런들의 주된 이야기인데, 관객들은 이들의 싸움에서 공분을 살 수 있는 포인트를 찾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마석도의 액션도 그 명분을 잃어버린 것처럼 헤맨다. 물론, 묵직한 주먹으로 캐비닛이 움푹 들어갈 정도의 파괴력을 보여주지만, 금방 휘발되어 버린다. 그만큼 이전 시리즈에서 느꼈던 속 시원함도 반감된다.
4편에서는 이런 단점을 상쇄하는 그 무언가가 나올 거로 생각했다. 그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시리즈의 액션을 담당했던 허명행 무술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기 때문이다. 좁은 공간 안에서의 강한 임팩트를 살리는 액션 장인으로 정평이 나 있는 그였기에 3편의 아쉬움을 달래줄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3편과 마찬가지로 이번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액션은 별로 없다. 마지막 니킥을 날리는 마석도의 모습(액션 구성이 아니다.)만 기억될 뿐이다. 이는 3편의 단점을 상쇄하지 않고 그대로 답습한 문제에서 비롯된다. 역시 이번에도 자신들의 밥그릇 싸움에 혈안이 된 빌런들의 싸움이 부각될 뿐, 공분을 사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부재하다. 극 초반 백창기에게 죽임을 당한 아들과 억울한 죽음을 꼭 파헤쳐달라는 그 엄마의 마지막 편지가 이를 대신하지만, 턱 없이 부족하다. 광역수사대 소속인 마석도가 사이버수사까지 하며 이들을 잡아야 하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액션의 보는 맛을 떨어뜨린다. 응당 관객이 이해되어야 하는 부분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액션에만 치중된 질주에만 집중한 느낌이다.액션의 빈약함을 알아서인지 4편에서도 코미디 요소를 강조한다. 트레이드 마크인 마석도의 슬랩스틱과 말장난 코미디는 물론, 3편 초롱이(고규필)의 바통을 이어받은 이는 장이수(박지환)의 코미디가 이어진다. 장이수의 고군분투가 빛을 발하는 지점은 인정하지만, 전체적으로 코미디 또한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웃음 포인트는 기시감이 들고, 적중률도 많이 떨어진다.
액션 프랜차이즈 시리즈라는 점에서 편수가 거듭될수록 얻게 되는 어려움은 이해한다. 관객들이 좋아하는 액션, 코미디 등의 부분을 가져가야 하지만, 그에 따른 자기복제, 기시감 등의 비판은 감수해야 한다는 것. 결은 다르지만 <분노의 질주> 시리즈, 그리고 마블 시리즈도 이 매너리즘에 빠진 지 오래다. 이는 시리즈의 숙명으로 볼 수 있지만, 그럼에도 양적, 질적 차별화를 가져가야 하는 것도 시리즈의 숙명이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매너리즘의 수렁에 빠졌다. 3편부터 이미 빠져 있는지 모르겠다. 만약 이 매너리즘을 갖고 다음 시리즈를 만든다면, 과연 극장에 갈 사람은 얼마나 될까? 시리즈의 팬들은 몰라도 필자는 가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총 8편으로 기획했다는 이 시리즈는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다행인 건 5편은 내년이 아닌 재정비 후 2026년에 개봉한다는 소식. 기존 잘 된 것만을 답습하기보단 단점을 명확히 바라보고, 이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 더 나은 시리즈를 위해 모두 진실의 방으로 가길 바란다. 천만 관객 돌파를 자축하더라도 진실의 방에서 하길~~사진제공: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평점: 2.5 / 5.0
한줄평: 알고도 맞은 빅펀치! 다음편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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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 밀러의 '3000년의 기다림'
본 글은 씨네랩을 통한 시사회 관람 후 리뷰를 요청받아 쓴 글입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야기의 역사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정답을 아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궁금하다. 왜 하필 3000년 전부터 이야기를 시작한 것일까. 원작 소설이 있기에 조지 밀러가 아니라 소설의 작가에게 물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왜 하필 3000년 전 시바 여왕으로부터 시작했는가. 더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지 않았는가. 추측건대 시바 여왕의 시대는 정확한 역사적 기록물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적 기록이 없던 그 시기에 내려오는 “이야기”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혹은 누군가가 사실을 바탕으로 지어낸 이야기거나, 아니면 허구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이야기라는 사실이다.
영화는 복잡해 보이지만 아주 단순하다. 두 장소에서 일어난다. 터키와 런던. 전반부는 터키, 후반부는 알리테아가 런던으로 돌아와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 두 이야기는 겹쳐진다. 누군가 만약 이 이야기가 무슨 이야기냐고 묻는다면 난 주저 없이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할 것이다. 누군가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사랑 그 자체가 아니라 이야기에 대한 사랑일 것이다. 천일야화 같은 이야기, 혹은 어른들의 알라딘 같은 이야기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어찌 되었건 이야기다.
다만 이 단순한 이야기에서 신기한 것은 영화가 시작될 때의 내레이션이다. 이 내레이션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보다 먼 미래에서 서술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는 아주 오랜 뒤에 전달되고 있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조지 밀러 감독은 이 이야기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확장시킨다. 이야기는 남는다는 것일까.
알리테아는 인류의 모든 이야기에 공통된 점을 찾으려고 하는 서사 학자다. 그녀는 강연을 위해 터키로 향한다. 그녀는 충분히 행복하고 외롭다. 하지만 그녀는 욕망이 존재하지 않는다. 혹은 욕망을 부정한다. 지니가 소원을 들어준다고 하였을 때 자신은 갈망하는 것이 없다고 대답하거나 혹은 소원을 비는 이야기는 전부 교훈적인 이야기이며 해피엔딩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런 그녀가 공항에서 이상한 남자를 만난다.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남자. 이 남자는 강연에까지 찾아와서 그녀의 주장에 반박한다. 그녀의 주장은 이제 모든 이야기는 은유로 환원된다는 것이다. 그는 그녀의 갈망이다. 즉, 그녀는 이야기가 은유로 환원되는 사실에 거부감이 있다. 조지 밀러의 <3000년의 기다림>은 이야기가 온전히 이야기로서 가능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녀는 남자의 반박을 듣자마자 쓰러진다. 그러고 난 다음 그녀는 병원으로 향하지 않고 골동품 가게로 향한다. 그곳에서 마치 “이야기”를 찾는 것처럼 호리병 하나를 구매한다. 그리고 호리병에서 지니가 빠져나온다. 여기서 지니는 그녀의 환상도 아니고 그렇다고 실재도 아니다. 지니는 이야기 자체다. 이 이야기인 지니는 알리테아에게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고 말한다. 하지만 알리테아가 소원을 빌지 않자 자신이 호리병에 갇힌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다. 첫 번째는 시바 여왕의 이야기. 두 번째는 오스만 제국, 세 번째는 르네상스 시기이다. 그리고 지니는 세 번 호리병에 갇혔다고 이야기하지만 정확히는 네 번 갇힌다. 이 숫자는 중요하다. 이 숫자가 중요한 까닭은 런던에서 페이드아웃 기법이 네 번 사용되기 때문이다.
시바 여왕의 이야기에서 지니가 호리병에 갇힌 까닭은 시바 여왕을 욕망한 벌이다. 솔로몬의 여자를 욕망한 벌. 두 번째는 노예 소녀가 죽기 직전 소원을 빌지 않아 갇힌 이야기, 세 번째는 오스만 제국의 왕가를 쫓다가 뚱뚱한 여인에게 발각되었지만 다시 갇힌 이야기, 네 번째는 자신이 시바 여왕보다도 더 사랑했던 소녀의 히스테리로 인해 갇힌 이야기다. 이 네 번의 갇힌 이야기에서 지니가 세 번이라고 이야기한 까닭은 뚱뚱한 여인에게 발각되어 갇힌 이야기는 셈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 같다. 여하간 이 갇힌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알리테아는 지니에게 소원을 빈다. “나를 사랑해 줘”
그녀가 왜 그런 소원을 빌게 되었을까. 그녀의 갈망이 깨어난 순간은 언제일까. 그건 아마도 네 번째 갇힌 이야기를 들으면서 소녀의 지식을 향한 갈망을 지니가 채워준 이야기를 하면서 갈망이 서서히 깨어났을 것이다. 시바 여왕이 솔로몬의 연주를 들을 때 그녀는 침을 꼴깍 삼킨다. 그리고 조지 밀러는 정확하게 그걸 찍었다. 그리고 네 번째 갇힌 이야기를 할 때, 특히 소녀의 지식을 향한 갈망을 충족시키는 이야기의 순간에서 알리테아는 침을 꼴깍 삼킨다. 그리고 솔로몬이 시바 여왕에게 여자들이 갈망하는 공통된 것을 들려주었을 때 그녀의 얼굴에는 화색이 돈다. 알리테아는 성공한 지식인 여성이다. 르네상스 시기 여자들에게 수없이 많은 억압이 있었던 그 시기의 소녀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녀는 그녀 자신이 갈망하던 첫 번째 것을 느꼈을 지도 모른다. 역시 주체성. 잠시 샛길로 빠져서 이야기하자면 최근 현대 여성 영화는 계속해서 주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도 그랬고, <코르사주>도 그랬다.
그다음은 역시 “사랑”이었을 것이다. 지니와 사랑을 나눈 후 조지 밀러 감독은 이상하게 촬영했다. 알리테아의 호텔방에 마치 지니가 사라진 것처럼 묘사한다. 그리고 공항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니는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일까? 여하간 여기서부터 이제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구분 짓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때 지니는 다시 나타난다. 그리고 옆집 할머니들과의 언쟁을 하는 알리테아와의 장면에서 지니는 잠시 사라진다.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알리테아의 욕망이 불러낸 환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나타난 지니는 세상의 시끄러운 모든 소음을 흡수한다. 알리테아는 그가 그 짜증스러운 소리들을 흡수하는 순간 흐느낀다. 이건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지 않았던가.
두 번째 페이드아웃 장면은 옆집 할머니들에게 지니의 음식을 가져다주는 장면이다. 세 번째 페이드아웃 장면은 미움과 사랑에 대해 말하는 알리테아와 그에 대해 인간들은 모순 덩어리라고 말하는 지니의 장면이다. 네 번째 페이드아웃 장면은 사라져가는 지니에게 알리테아가 사랑은 선물이라고 말하면서 그것은 인간이 요구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그리고 알리테아는 지니에게 돌아가라고 말한다. 이 네 개의 페이드아웃 장면과 지니가 호리병에 갇히는 네 번의 이야기는 완벽하게 맞아떨어지지는 않지만 묘하게 대구를 이룬다.
조지 밀러의 <3000년의 기다림>은 지니, 즉 이야기가 우리에게 준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니의 3000년의 역사와 런던에서의 짧은 기간의 이야기는 이야기가 우리에게 선물한 것이 무엇인지 말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는 물론 갈망과 사랑이 담겨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지니)는 서사 학자 알리테아의 환상이 아니다. 환상이 아니라는 것은 옆집 할머니가 지니를 볼 수 있다는 점과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들에게 축구공을 차주는 장면에서 알 수 있다. 이야기는 은유나 환유가 아니며 그 자체로 실재한다. 누군가는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실재하면 만질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그에 대한 대답은 이 영화를 보고 느끼는 것에 달릴 것이다.
2023년 1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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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쇄살인범보다 무서운 병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집중치료실 간호사로 일하며 고된 업무와 야간 근무를 감당하는 싱글맘 '에이미(제시카 차스테인)'. 그녀는 심장병을 앓는 와중에도 치료비를 감당하고 의료 보험에 들기 위해 매일같이 병원으로 향한다. 어느 날 육체적, 정신적 한계에 다다른 그녀 앞에 '찰스 컬린(에디 레드메인)'이 등장한다. 사려 깊고 공감력 높은 찰스와 병동에서 함께 일하며 우정을 쌓아가기 시작한 에이미. 그녀는 찰스의 도움을 받아 그간 잊고 지내던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는다. 그러나 병원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환자들이 연이어 사망하고, 형사들이 찰스를 살인 용의자로 지목하자 에이미는 다시 혼란에 빠져든다. 이에 그녀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찰스 그래버의 동명 소설을 영상화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그 남자, 좋은 간호사>는 미국의 간호사 연쇄살인범 찰스 컬린의 이야기를 다룬다. 찰스 컬린은 뉴저지주와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10개의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40명에 달하는 환자를 약물로 투여해 살해했다. 그는 397년 형에 처해 복역 중이며, 그가 시인하지 않은 범죄들까지 합하면 피해자는 4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영화는 이 섬찟한 사건을 소름 돋게 그려낸다. 보다 보면 살인범의 행적이 무서운 건지, 그의 범죄 행각을 묘사하는 영화의 방식이 무서운 건지 헷갈릴 정도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스릴러의 진수가 느껴지는 대목은 컬린의 범죄 수법이 드러나는 순간도, 그가 마침내 범죄를 인정하는 순간도 아니다. 영화를 끝내는 자막이 보이는 때다. "병원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라는.
<그 남자, 좋은 간호사>는 제목에 충실하게 이야기를 끌어간다. 우선 좋은 간호사인 찰스를 비춘다. 수많은 병원에서 근무했던 경력이 헛되지는 않은 듯, 처음 출근한 병원에서도 찰스는 일을 곧잘 해낸다. 시스템을 알려주면 바로 적응한다. 돌발상황이 생겨도 에이미가 나서기 전에 수습해낸다. 붙임성이 좋아 환자들의 고충도 순식간에 해결한다.
동료도 놓치지 않는다. 그는 근무 중 과호흡 때문에 괴로워하는 에이미를 발견한다. 그에게 자신의 병과 일을 그만둘 수 없는 사정을 설명하는 에이미. 그러자 찰스는 자신이 도와줄 테니 걱정할 것 없고, 넉 달만 버티자며 에이미를 독려한다. 자신이 옆에 있으니 혹시 쓰러지거나 병원에서 그녀의 병력을 눈치챌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안심시킨다. 아무도 모르게 필요한 약을 가져다주며 그녀를 도와준다.
심지어 찰스 컬린은 병원 밖에서도 좋은 남자다. 그의 따뜻함 덕분에 에이미의 일상은 자연스럽게 찰스를 받아들인다. 일 때문에 집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지 못해 딸과 불화가 생긴 에이미는 찰스 덕분에 딸과의 관계를 조금씩 회복한다. 첫째 딸의 연극 대본 암기를 도와주고, 집안일도 함께 하고, 휴무인 시간을 함께 보낸다. 에이미가 응급 상황에 대비해 큰딸에게 병과 증상을 털어놓을 때도 옆에서 대화의 물꼬를 튼다. 충격이 덜할 수 있도록. 그렇게 에이미는 찰스에게 점점 더 의지한다.하지만 에이미가 아는 찰스와 시청자가 아는 찰스는 영화 오프닝 시점부터 다르다. 그 덕분에 <그 남자, 좋은 간호사>는 긴 호흡으로 서스펜스를 유지할 수 있다. 에이미가 등장하기도 전에 영화는 중환자실에 있는 찰스를 보여준다. 환자가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자 찰스는 곧바로 CPR을 실시한다. 코드블루를 들은 다른 의료진이 하나둘 모이자 그는 자리를 교대하고 한쪽 구석으로 빠진다. 다른 이들이 정신없이 움직이는 가운데 그는 숨을 돌리며 조용히 죽어가는 환자를 주시한다. 마치 환자가 확실히 죽는 건지 관찰하는 것처럼. 카메라도 그의 시선을 차분히 담아낸다.
그 결과 실제 인물 찰스 컬린이 살인범이었던 걸 몰랐다 하더라도 이 순간부터 앞으로 2시간 동안 찰스의 모든 행동은 묘하게 의뭉스럽고, 서늘하고, 거리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에이미에게 친절하고 아이들에게 다정해도 무용지물이다. 환자들과 교감하며 즐겁게 병원에 다녀도, 이혼한 전처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와 어려움을 토로한다고 해도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 시청자는 따스함과 불쌍함으로 가득한 가면 뒤에 숨어 있을 찰스의 본모습을 찾아 그의 표정, 제스처, 목소리 하나하나를 관찰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꺼질 줄 모르던 의심의 불씨는 에이미가 찰스의 살인 수법을 발견한 순간 마침내 활활 타오른다. 찰스가 체포되고 범죄를 시인하는 순간까지 에이미와 한마음 한뜻이 되어 마음 졸이는 시간이 이어진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의 범행 동기와 정당화 기제가 전혀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불은 꺼지지도 않는다. 그 결과 <그 남자, 좋은 간호사>에게는 모범적인 스릴러라는 평이 아깝지 않다.
하지만 <그 남자, 좋은 간호사>의 서스펜스에는 찰스와 에이미의 관계 변화가 자아내는 스산함과는 결이 다른 긴장감도 깃들어 있다. 그 중심에는 병원이 있다. 작중 에이미와 찰스의 직장인 병원은 새삼 서늘하다. 시종일관 채도와 명도가 낮은 색들로 가득하다. 코드블루를 알리는 사이렌 소리는 불안함을 증폭시킨다. 병원 측 관계자들의 대처도 미심쩍다. 의문사가 발생한 지 7주가 지나도록 내사를 진행할 뿐 경찰에게는 신고하지 않는다. 뒤늦게 신고받고 온 형사에게는 극도로 비협조적이다. 직원 면담은 관리자 동석 하에만 허용하고, 수많은 내사 자료 중 A4 몇 장만 넘겨줄 뿐이다. 경찰이 찰스를 의심하자 계약서에 날짜를 잘못 기재했다는 이유로 그를 해고한다. 다른 병원들도 다르지 않다. 형사들이 찰스의 근속기간과 평판, 근무 태도 등을 묻자 한 병원 관계자는 전화기를 변호사에게 넘긴다.
한 섬뜩한 장면은 이 모든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카메라는 복도 유리창에 비치는 찰스의 모습을 포착한다. 그는 복도와 유리창 위에 둘로 나뉘어 있다가 중환자실 문 앞에 도착하자 하나 된다. 마치 겉으로는 좋은 간호사일지 몰라도 그 속은 살인범이라고 고발하듯이. 하지만 이미 찰스는 아무런 제지 없이 병원 내부를 조용히, 또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그는 환자를 합법적으로 진찰하고 그들에게 투약할 수 있다. 그가 중환자실에 들어가기까지, 수액들이 보관된 창고에 들어가기까지, 불법적으로 인슐린을 인출하고 그 증거를 인멸하기까지 그를 제지하는 사람도, 시스템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복도를 홀로 걷는 찰스의 모습은 유달리 소름이 끼친다.
영화는 병원들의 태도가 찰스의 살인 범죄를 가능케 한 또 다른 이유라고 지적한다. 의문사 사건에 냉담하고, 적극적인 문제 해결 의지가 없으며, 찰스라는 폭탄을 떠넘기기에 바쁜 병원도 최소 방관자, 최대 공범이라는 것이다. 닭과 달걀 중 무엇이 먼저인지 알 수 없듯이, 무책임한 병원의 책임을 묻지 않은 채 비인간적인 간호사 개인에게 책임을 씌우는 것은 온전한 정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병원이 연쇄살인범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더 무서운 이유다.
<그 남자, 좋은 간호사>는 모범적인 스릴러 영화일지는 몰라도, 자칫 특별하지 않은 작품일 수 있었다. 물론 뚝심 있게 서스펜스를 자아내는 기법은 인상적이다. 그러나 <그 남자, 좋은 간호사>는 사실 속도감도 강하지 않고 시각적으로 자극적인 장면도 많지 않다. 찰스가 범인이라는 걸 미리 알고 있는 시청자의 관점에서는 올곧은 스릴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수 있는 것이다. 선정적인 연쇄 살인 사건에서 살짝 거리를 둔 채 사건을 더 넓고 입체적인 관점에서 들여다보려는 시도만 아니었더라면. 바로 그 시도 덕분에 <그 남자, 좋은 간호사>는 실제 사건이 주는 무게감과 부담감에 눌리지 않는, 품격 있는 스릴러 영화로 끝을 맺는다.
A(Acceptable, 무난함)
아무 처벌도 받지 않은 병원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무거워 보이는 그의 징역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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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중인 이어폰 : 저지연 무선이어폰 GTW270 hybrid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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