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5-22 15:08:44
저스틴 민이 사랑한 <중경삼림>
저스틴 민의 영화 취향을 알아보세요!

최근 넷플릭스 예능 <데블스 플랜2>에 출연해 큰 화제가 된 배우 저스틴 민의 영화 취향,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저스틴 민은 과거 Variety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왕가위 감독의 영화들을 본 것, 특히 <중경삼림>"이라고 답한 바 있는데요.
그의 영화 취향이 궁금한 분들을 위해 <중경삼림>의 명대사들을 모아 보았습니다!
이번 주말은 저스틴과 함께 왕가위 감독 필모그래피 정주행 어떠신가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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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힐 듯 잡히지 않았던 희망이 더 무서웠던 두 남자
희망사항
이 영화의 주인공은 가상의 주인공 명안에 사는 소년 연규다. 어디론가 가는 연규. 손에는 돌 하나가 있다. 도착한 곳에 연규의 여동생 하얀이가 있다. 그리고 하얀이 옆에는 남자 일진 무리들이 있다. 이상한 일에 엮인 하얀. 하얀이가 위기에 몰렸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연규. 연규는 손에 있던 돌로 일진 무리 중 하나의 뒤통수를 때린다. 하얀이를 위기에서 꺼내는 데에는 성공한 연규. 하지만 감정적인 판단에 따른 뒤처리가 필요했다. 합의금이 필요한 연규. 중국집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것으로는 무리가 있었다.
연규는 지옥 같은 일상을 살고 있다. 18살의 어린 나이엔 세상이 더럽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항상 돈이 필요한 연규. 엄마는 새로운 아버지와 재혼했다. 아버지는 무능력한 사람이라 돈을 벌지도 않고 맨날 술만 먹었다. 심지어 새아들인 자신(연규)을 때리기도 했다. 사랑하는 어머니가 연규의 일상에 도움이 되는 편은 아니다. 남편의 가정폭력에 무기력한 엄마. 연규의 일상에 즐거운 일이라곤 별로 없는 듯하다. 지옥 같은 하루. 300만 원이라는 돈을 다 갚기엔 솟아날 구멍이 없었다. 그렇게 다 정리하고 화란(네덜란드)으로 떠날 꿈을 꾸고 있을 때, 누군가가 연규를 찾아왔다. “형님이 300만 원 주라 신다. 그리고 나 찾아오지 말래.”
익숙한 것 안에 색다른 맛
영화 <화란>에는 익숙한 향이 첨가되어 있다. 이 영화에 삽입된 몇몇 설정은 기존의 한국 누아르물을 연상시킨다. 우선 첫째로 <똥파리>다. <똥파리>의 주인공 상훈은 아버지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영화 안에서 여러 상황이 일어난다. 상훈은 기본적으로 입에 욕을 달고 산다. 이렇다 할 친구도 몇 없다. 그나마 친하다고 볼 수 있는 사람은 일수업체 사장은 만식이다. 이 만식에게도, 심지어 유일한 피붙이인 누나에게도 욕설이 입에 딱 달라붙었다.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서투른 상훈. 그걸 센 척으로 버틴다. 억지로 버티는 상훈의 일상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몰라 위태롭다. 위태로움은 결국 상훈에게 그대로 돌아와 인물의 발목을 잡는다. <똥파리>의 후반부에 벌어지는 사건 역시 이 상훈의 사회성 때문에 일어났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러니까 이 <똥파리>는 영화의 분위기와 주인공의 내면이 딱 달라붙는 것이다.
<화란>과 <똥파리>는 영화의 분위기에 공통점이 있다. 일단 주인공 연규는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같이 사는 아버지는 가정폭력을 일삼으며 매일 술만 먹는 인간이다. 어머니는 무기력하다. 네 명의 가족을 부양하기에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다. 하지만 명안시의 사람들은 연규를 괴롭힌다. 연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희생해야 할 것들이 몇 있다. 이 ‘희생해야 할 것’의 딜레마가 영화의 분위기와 직결된다. 여러 인물의 상황이 격렬하게 충돌하며 이야기의 박력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몇몇 소재도 공통점이 있다. <똥파리>의 연희가 사는 집과 <화란>의 연규/하얀 가족이 사는 집이 비슷하다. 아버지가 무기력한 존재라는 점도 두 영화의 공통점이다. 어린 여학생과의 연대도 공통점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소재의 공통점은 글쓴이가 보기엔 무의미한 감이 있다. 중반부의 분기점이 지나는 부분에서 두 영화의 이야기 전개는 반대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영화의 분위기가 유사하기 때문에 글쓴이는 영화 중반부까지 ‘이게 <똥파리>랑 어떤 차이점이 있지?’라고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두 영화의 차이점은 중후반부 전개에 있다.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한 이미지가 있다. 이 이미지는 영화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여러 상황을 연결시켜서 반복을 통해 보여주는데, 구체적으로(스포일러가 없는 선에서) 써보자면 인물이 각자의 자유의지로 둔 수는 예상외의 방식으로 각각 캐릭터에게 돌아온다. <똥파리>가 후반부 강렬한 여운을 전달하려고 했단 점과 구분되는 지점이다. <똥파리>가 전해주려고 했던 것이 정서라고 한다면 <화란>은 인간사를 조명한 것이다.
끈적끈적한 피냄새
이 영화는 묘하게 끈적이는 분위기를 갖고 있다. 영화가 지옥도를 시각화 한 방식 때문이다. 영화는 공간에다가 특성을 부여해서 인물의 위치를 드러낸다. 우선 연규는 공간적으로 세 군데에 있다. 하나는 엄마, 하얀과 함께 살고 있는 집/연규가 일하는 곳(치건의 사무실, 중국집), 마지막으로 이동 중인 거리다. 연규가 살고 있는 집은 특별하다. 일단 공간이 좁다. 공간이 좁기 때문에 방과 방 사이는 밀착되어 있다. 특히 거실과 부엌이 하나의 공간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연규의 방은 이 두 공간에 비해 넓다. 이 두 특성은 영화에서 연규의 입장을 암시하는 듯하다. 연규 혼자서만 끊임없이 겉도는 인물의 내면 상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서 연규의 내면보다 중요한 것은 ‘집 안 동선이 가깝기 때문에 벌어졌던 비극’이다. 이 영화가 밀도 높은 플롯으로 보는 사람의 입술을 마르게 하는 이유는 각본을 잘 썼기 때문이다. 각본이 장소에 부여하는 사실감은 이야기의 밀도를 높여 입술이 턱턱 마르게끔 한다.
영화가 지옥도를 구현한 두 번째 방식은 인물이다. 이 영화에서 치건이라는 인물은 영화의 두 번째 지옥을 맡고 있다. 치건이라는 인물은 그 누구보다 든든한 연규의 직장 상사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인물의 서사가 공개될 때 안타까운 한숨이 나온다. 이유는 이 치건 서사가 영화에서 사실상 두 번 반복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치건 서사가 전달되는 방식도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비극을 맞는 게 당연하다’는 형태를 따른다. 이는 이 영화 안에서 인물들이 맞이하는 비극이 당연한 운명처럼 느껴지게 하는 장치다. 이미 이 영화의 핵심과 비슷한 사례가 있어 ‘이 인물이 새로운 무언가를 꿈꾼다’는게 잘 그려지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정재광 배우가 맡은 승무와 김형서 배우가 맡은 하얀 이는 치건과는 반대로 역할한다. 사실 승무, 하얀의 역할이 러닝타임 내의 물리적 비중만큼 중요하지는 않아 보인다. 승무는 영화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소모적으로 쓰이고 있고, 하얀 이는 수동적이다. 둘 다 어느 정도는 기능적인 측면이 있는 셈이다. 정재광, 김형서 배우가 아니면 심심하게 느껴질 이야기에 탄력이 붙은 건 배우 고유의 에너지가 가진 힘이 크다. 이 에너지를 바탕으로 두 인물은 후반부에서 각자 역할을 다한다. 두 인물이 가진 개성이 영화 후반부에 어떤 반향을 일으키는지를 주의 깊게 본다면 역시 흥미롭다.
매력적인 이야기
이 영화가 가진 단점은 인물들이 별로 매력적이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이 영화에서 연규가 주체적으로 오롯이 서 있는 장면이 부족하다. 이 이유로 인물이 처해있는 상황이나 절박함은 느껴질지라도 그 이상의 무언가는 다가오지 않는다. 이야기’만’ 재미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등장인물 중 택시기사 아저씨와 관련된 부분이 그렇다. 이 인물과 관련된 연규의 서사는 영화의 핵심을 뒷받침하기 위해 생략된 곳이 많다. 연규가 좀 더 고민하는 장면이 있던가, 아니면 중간에 뭘 더 넣거나 바꿔서 주인공만의 판단을 내리는 과정이 있었다면 영화의 엔딩에 동의하기 쉬웠을 것이다. 안 그래도 강력한 송중기의 존재감 때문이 아니라 캐릭터의 서사에 생략된 곳이 많다.
이 영화의 다른 단점은 기존 누아르물과의 기시감이다. 이 영화에는 고유한 개성이 있다. 바로 사실적인 각본을 통한 끈적끈적한 감정선, 그리고 하나의 딜레마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이는 작품의 충분한 장점이다. 반대로 이 개성을 위해 인물들이 틀에 박힌 것처럼 행동한다. 앞에서도 썼듯 영화에서 하얀이가 깔끔한 동선 하에 움직인다고 보기는 어렵다. 단순히 폭력에 물들었다기엔 인물의 태도가 이중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영화에서 몇 인물은 기존 한국 느와르물에서 등장했던 캐릭터가 겹쳐보인다. 대표적으로 송중기 배우가 맡은 치건 캐릭터가 그렇다. <똥파리>에서 변화구를 던지며 중후반부를 덮기 위해 이 인물은 사실상의 결말이 다 정해진 것처럼 행동한다(이 영화가 무엇인지를 적는다면 스포일러가 될 것이기에 적기는 어렵다). 신선함을 기대하고 들어간 관객이라면 영화가 와닿지는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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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하는 일에는 꼭 이유가 없어도 돼
줄거리
깊은 전통을 가진 스코틀랜드의 연합 부족 던브로크. 퍼거스와 엘리노어 사이에서 난 첫째 공주 '메리다'. 빨갛게 타오르는 천연 곱슬모를 가진 메리다는 어릴 적부터 말타기와 활쏘기를 좋아했다. 퍼거스는 그런 딸에게 활을 선물하기도 했지만, 왕비인 엘리노어는 메리다가 철저히 운명을 받아들여 공주로 살길 원한다.
메리다의 나이가 차자, 엘리노어는 다른 연합 부족과의 결혼을 서두른다. 자신들의 첫째를 메리다와 결혼시키기 위해 던브로크에 모인 '맥킨토시', '딩월', '맥거핀' 부족. 메리다는 그들보다 뛰어난 활쏘기 솜씨를 선보이며 결혼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내다가 결국 엘리노어와 싸우게 된다.
성을 뛰쳐나간 메리다는 숲에서 자신을 이끄는 도깨비불을 따라갔다가 마녀의 집을 방문한다. 그녀는 가문의 문장이 새겨진 목걸이를 마녀에게 건네며, 엄마와 자신의 운명이 바뀔 수 있는 마법을 요구한다. 마녀는 작은 케이크 하나를 건네고, 성에 돌아온 메리다는 그것을 엘리노어에게 건넨다. 그러자 갑자기 엘리노어가 곰으로 변했다?
감상 포인트
1. (개인적이지만) 영어 발음이 쫜득쫜득하고 재밌어서 좋았다.
2. 메리다와 엘리노어가 함께 성장한다는 점에서 좋은 영화.
3. 무난하게 볼만한 가족 애니메이션.
감상평
영화 [메리다와 마법의 숲]이 주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정해진 대로, 주어진 대로 사는 삶이 아니라
자신의 가슴이 이끄는 대로 운명을 만들어가라는 것이다.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라는 의미에서 영어 원제목은 [Brave]라고 할 수 있겠다.
메리다는 디즈니에서 만든 여타 공주들과는 조금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은 두 가지의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는데 반해, 메리다는 그냥 자신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싫다고 완강하게 거부한다. 이를 두고 많은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았다는 것도 사실이다. 메리다는 그저 사춘기 반항 청소년에 불과하다는 혹독한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메리다가 자신이 싫은 것을 '싫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자체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싫은 것에 'NO'라고 얼마나 완강하게 말할 수 있었던가?
우리는 'YES'만을 강요당했던 세상에서 이제 거절하는 법을 배우기도 한다.
메리다가 무엇을 할지, 활이나 쏘고 말이나 타면서 대체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건지 갈피가 안 잡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 아닌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일평생 하고 살 거란 믿음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우리의 삶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것들로 가득 차 있고, 우리는 천천히 살아가며 그것들을 누리고 즐기면 된다. 그러니 메리다가 '대체 뭐해 먹고 살 건지'를 우린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메리다는 목표의식이나 책임감은 없지만, 일단 현재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확신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곧 용기다. 꼭 무언가를 이루어야만, 무언가를 책임져야만 성공한 삶은 아니다.
나 한 사람만 만족시켜도 충분히 성공했다는 것을
[메리다와 마법의 숲]은 메리다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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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성인이고 누가 죄인인가
이 영화는 여러 면에서 당혹스럽다. 우선 액션 위주의 영화가 아닌데 <원맨>이라는 B급 액션영화 같은 타이틀을 달고 예고편을 만들어 착각하게 만든 게 당혹스럽고, 영화 내용이 한국의 역사가 오버랩돼서 당혹스럽다. 아마도 원래 타이틀인 <In the Land of Saints and Sinners (성도들과 죄인들의 땅에서)>로 개봉하고, 드라마 장르인 원래 메시지를 드러나게 했다면 더 관객이 안들 것이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난 그렇게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원맨>이라는 타이틀은 마치 <존 윅>이나 주연인 리암 니슨의 <테이큰>을 연상시키고, 영화를 본 관객들을 실망시키니까. 영화 <원맨>은 70년대 후반 북아일랜드 역사와 사람들을 보여주는 영화다. 우선 이 영화를 이해하려면 우선 간략하게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아일랜드의 무장독립투쟁단체인 IRA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아일랜드와 영국, IRA
아일랜드인의 주류는 켈트족이고 종교는 가톨릭이다. 영국인은 주류는 앵글로 색슨족이며 종교는 개신교 계열인 영국 성공회이다. 아일랜드는 아주 오랫동안 영국의 지배를 받아왔다. 중세부터 이어진 전쟁과 간섭은 1600년대부터 완전히 지배당하고 1919년 독립선언을 하기까지 수백 년을 지배당했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로 완전히 비교할 순 없지만, 이입을 해보자면 임진왜란 때 조선이 일본에 지배당하고 3.1 운동할 때 독립한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유럽의 오래된 진저(빨간 머리) 차별이 아일랜드인에 대한 차별과 엮여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아일랜드인 중 많은 사람이 빨간 머리와 주근깨, 흰 피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일랜드가 워낙 오랫동안 지배당했기 때문에 종교적으로 인종적으로도 영국과 섞여있었는데, 그중 성공회의 영국인이 많이 거주하던 현재 북아일랜드 지역은 아일랜드가 독립할 당시 영국령으로 남기로 한다. 이 과정에서 아일랜드는 영국의 자치령으로 남아 남북 분단을 하려 했고, IRA는 영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을 하려 해서 아일랜드 내전이 일어난다. 결국 IRA는 지고 아일랜드는 남북으로 분단된다. 그러나 1960년대 후반 북아일랜드에서 성공회의 영국 계열 주민들이 가톨릭인 아일랜드인을 차별하고 핍박하는 게 점점 커져 '북아일랜드 분쟁'으로 확대된다. 이에 아일랜드 전체를 영국으로부터 독립시키려는 IRA가 힘을 얻고, 점점 무장 투쟁이나 폭탄테러등을 하며 영국과 대립한다.
영화의 배경인 1979년에는 실제로 IRA가 루이 마운트백작을 폭탄으로 암살한 사건이 터진 해다. 이 사건으로 그의 가족들과 같이 요트에 있던 선원들까지 죽었고, 그가 아일랜드와 별로 척진 게 없기 때문에 아일랜드에서도 IRA의 행동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생겨나게 된다. 영화의 시작에서 IRA가 폭탄테러를 하면서 죄 없는 아이들이 말려들어 죽은 것이 묘사된 게 이러한 IRA의 상황을 나타낸다. IRA는 강력한 아일랜드의 독립의지를 보여줬지만, 아일랜드의 은행을 털어 자금을 마련하는 등의 행동으로 나중에는 아일랜드도 등을 돌리게 된다. 하지만 영국군이 아일랜드에 계속 못할 짓을 하고 일반인들까지 IRA로 몰아 죽인 숫자는 더욱 컸기 때문에, IRA가 민간인 희생자를 내고 강도, 살인등의 행동을 함에도 불구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따라서 IRA가 정말 선하냐 악하냐를 딱 구분 지을 수 없는 모양새다. 그러다 1998년 벨파스트 협정 이후, IRA는 공식적으로 무장투쟁을 철회하고 정당을 만들어 민주주의 방식으로 대항하고 있다.
성자도 죄인도 없다
주인공인 핀바 머피(리암 니슨)는 2차 대전 군대를 다녀온 전직 군인이다. 전쟁에서 돌아오고 나니 아내가 죽었고, 그 우울증 때문에 방황하다 살인청부업을 하게 된 거라고 설명한다. 핀바는 지역 주민들과 잘 지내는 정말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셀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을 죽인 킬러다. 그리고 마을에 숨어 들어온 IRA와 대립하게 된다. 이 IRA는 독립 투쟁을 위해 폭탄을 터트려 요인을 암살했지만, 죄 없는 어린아이들까지 말려들어 죽게 한 죄를 가지고 있다. 그럼 독립운동가는 폭탄테러범이고, 그 테러범과 킬러가 싸우는 내용이란 말인가? 이 지점에서 한국인은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할 수밖에 없다. 현재 정치권에서도 한국 독립운동가들을 테러범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볼 때, 아일랜드의 상황과 일제강점기 상황이 정확히 매치되지 않는다는 시선이 필요하다.
특히 영화에 잘 언급되진 않았지만, 핀바 머피는 킬러 이전에 죄가 많은 사람이다. 그가 2차 대전에 참전했다고 하는 것에 많은 것이 숨겨져 있다. 2차 대전 당시, 아일랜드는 내전 상황이었고 영국과의 관계 때문에 오히려 독일을 응원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공식적으로는 중립국을 선언하고 참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독일은 오히려 아일랜드를 침공하려 했고 이에 미국이 아일랜드를 점령해 연합국 기지로 활용한다. 이때 개인자격으로 참전한 이들이 있었고, 아일랜드에서는 이들의 존재를 크게 언급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한국이 해방 후 일본과 중국이 전쟁을 했다고 한다라고 가정했을 때, 한국인이 일본군으로 참여하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즉 핀바는 이제 막 독립한 나라에서 자신들을 식민지 삼았던 국가를 도우러 참전한 사람이었고, 거기에서 수많은 사람을 죽인 것으로 나온다. 영화에서 핀바는 킬러임에도 불구하고 인품이 좋은 할아버지처럼 나오지만, 사실상 영국을 도와 전쟁에서 공로를 세운 인물이고, IRA는 대의를 위해선 약자나 민간인에게 피해 입히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무자비한 인성으로 나오지만 사실 영국에 저항하는 독립군이다. 서로가 대의를 위해서는 반대편에 섰었지만, 이 영화에서 그 둘은 배경과는 정 반대로 서로의 개인적인 대립과 복수를 다루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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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편에 서서 전쟁을 하고 사람을 죽이고, 평생 셀 수도 없는 수많은 사람을 살해한 청부살인업자가 정말 선한가? 아니면 죄 없는 민간인들이 같이 죽어도 폭탄테러를 하고 폭행, 협박, 강도짓을 일삼는 IRA가 선한가. 서로가 서로의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자신이 믿는 바를 행하는 이들은 자신의 가슴속에 항상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며, 결국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벌을 내린다. 마치 핀바가 읽고 있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처럼.
영화를 보다 보면 자꾸 한국의 독립군의 상황 등이 생각나 미묘한 감정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영국-아일랜드-북아일랜드-IRA는 한국-일본 관계와 자세히 보면 많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을 대입하려 하기보다는 당시 북아일랜드가 겪어야 했던 많은 아픔들을 이해할 수 있는 영화라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 역사 드라마이기 때문에 '리암 니슨'이라는 이름이 주는 액션 스릴러로써의 시원함이나 멋짐 등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그저 우리는 그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 속에 그토록 많은 죄가 서려있다는 것을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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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데일리] 각지지도, 뾰족해지지도 않을 중간의 직사각형.
배우 이희준의 두 번째 연출작 <직사각형, 삼각형>은 첫 번째 연출작인 <병훈의 하루>와 함께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시네마 섹션에서 묶음 상영된다. <병훈의 하루>는 공황장애를 앓았던 실제 자신의 경험담을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공황장애가 있다가 좋아졌던 순간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으며 ‘나만 이상하다. 나만 괴물이다’란 생각으로 혼자만의 감옥에 갇혀만 가는 이들에게 ‘괜찮다’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두 번째 작품인 <직사각형, 삼각형>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대학살의 신>에서 영감을 받아한 빌라 안의 한국 가족 이야기를 그려내고자 했다고 한다.
<병훈의 하루> 영화 정보
이희준 LEE Heejun
Korea | 2018 | 18min | DCP | Color | Fiction | 전체관람가
시놉시스
오염강박,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병훈은 남들에겐 별일 아닌 숙제를 전쟁처럼 치러낸다.
그 하루 끝에 승패를 떠난 진짜 선물이 있었다. 늘 가지고 있었지만 언젠가부터 한 번도 제대로 보지 못했던. 이대로도 감사하다.
* 해당 상영작은 코리안시네마 섹션의 <직사각형, 삼각형>과 함께 상영됩니다.
<직사각형, 삼각형> 영화정보
이희준 LEE Heejun
Korea | 2025 | 46min | DCP | Color | Fiction | 12세 이상 관람가 | World Premiere
시놉시스
다 같이 사이좋고 행복해 보이기만 하는 가족 모임입니다. 이런저런 농담으로 시작한 이야기들은 점차 해묵은 갈등으로 번집니다. 다들 잘 지내보고자 풀어보고자 하는 대화들이 점점 꼬여가고 풀리기 어려워 보입니다. 겨우 평화로워진 듯한 가족은 옆집 부부와 시비가 붙으면서 금세 똘똘 뭉친 한 가족이 됩니다. 직사각형, 삼각형이 지금까지의 이야기들을 은유하듯이 카메라에 남습니다.
해당 상영작은 특별상영작 <병훈의 하루>와 묶음상영 됩니다.
영화리뷰
병훈의 하루
병훈은 오염강박과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 남들에게는 별거 아닌 일이 그에게는 버겁고 두려운 일이었다. 병훈의 담당 의사는 그에게 '오늘의 미션'을 준다. 바로, 사람이 많은 곳에 가서 밝은 색 옷을 구매하라는 것이다. 옷을 사러 가는 길은 그에게 큰 도전이었다. 약을 먹고, 손을 박박 씻으며 나갈 채비를 한다. 명동으로 향하는 버스정류장에 무사히 도착했지만 벌써부터 숨이 막힌다. 무언가를 먹는 사람들, 자신을 툭 치고 지나가는 사람, 남의 손때가 묻은 손잡이를 잡는 것도 고역이다. 땀을 한 바가지로 흘리는 병훈은 인파가 가득한 명동 한복판에서 '오늘의 미션'을 해내기 위해 앞으로 나아간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숨 막히고 진땀 나는 하루를 담아낸 만큼 스스로도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가늠할 수 조차 없었다. 병훈의 불안감이 커질수록 화면은 그의 감정에 맞게 초점이 흐려지고 줌이 당겨진다. 그 덕분에 그가 느끼는 불안감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극적의 연출인지, 혹은 그가 너무 과민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위생관념이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등장해서 오염강박이 없는 나조차 좀 꺼려지는 부분이 있었다. 병훈은 전쟁 같은 미션을 치르고 난 뒤에 신발이 젖어도 괴롭지 않았다. 불편했던 엄마의 전화를 받아도, 하늘을 올려다봐도 될 정도의 여유가 생길 정도로 괜찮아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을 떨리게 했던 수많은 사람 사이에 들어가 앞으로 나아가고,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와 사람 사이에 섞일 수 있게 되었다. 그 힘든 하루는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보여주었다. 그 상황을 극복하고 난 후의 그 표정과 잔잔한 미소는 진심으로 뿌듯해졌고 왠지 모르게 울컥했다. 많은 사람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사각형, 삼각형.
가족들이 한 집에 모인다. 오랜만에 본 이들은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물어보며 즐겁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연한 농담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서로의 신경을 긁으며 싸움으로 번진다. 둘째 딸 부부가 싸우기 시작하고 아들이 끼어들며 싸움은 격해진다. 어떻게든 풀어보려 애쓰지만 싸움의 불똥이 다른 쪽으로 튀며 점점 꼬여가고 풀릴 겨를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 영화의 제목인 '직사각형 삼각형'은 법륜 스님의 설법에서부터 출발했다고 한다. 부부싸움으로 인해 힘들다고 하는 부부에게 법륜스님이 종이를 꺼내서 접어 입체 삼각형을 만든 다음에 보는 관점에 따라 삼각형으로도 보이고 사각형으로도 보이는데, 삼각형으로 보이는 쪽에 있는 사람은 사각형으로 보이는 사람을 절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셨다고 했다. 나라든, 정치든, 부부든. 다른 관점을 이해하면 서로 이렇게까지 싸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영화의 제목에 맞게 이 영화의 갈등도 '다른 관점'을 이해하면서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었다. 이상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현실적으로 풀어내며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는지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 속의 세세한 갈등은 앙금이 쌓이고 풀리지 않은 채로 남았지만 '이해'를 통해 '갈등'을 봉합하고 또 다른 문제를 향해 돌진한다. 다시 반복될 이야기겠지만 이 갈등을 어떻게든 넘어설 방법은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소녀가 바라본 삼각형의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 영화는 재치 있는 말의 맛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배우들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생동감 있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첫 번째 연출작에 이어 두 번째 연출작 또한 매우 인상 깊었다. 특히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갈등을 영화 속의 공간에 담아 현실감을 더하고 감독이 전하고픈 이야기를 자연스럽고 진솔하게 털어놓는 듯한 연출이 인상 깊었다. 싸우는 어른들의 모습을 내려다보는 아이의 모습은 마치 감독이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보여주는 듯했다. 갈등과 충돌은 우리가 사회를 살아가며 지나칠 수 없지만 불편함을 동반한다. 그래서 서로를 긁지 않으려 노력하고 갈등을 피하려 노력하지만 불가피한 일이다. 평화를 갈망한다기보다는 피곤한 일을 만들지 않으려는 의도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갈등이 생겼을 경우, 어떻게 지혜롭게 해소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문제는 멀리 보았을 때, 또 다르게 보이기도 하니까 자신의 관점이 아닌 타인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희준이 배우로서 그리고 감독으로서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자연스러움과 재미는 관객을 매료시키고 있어 앞으로의 연출자로서의 행보가 더욱 기대가 된다.
상영스케줄
2025.05.01 13:30 CGV전주고사 4관
2025.05.02 10:30 CGV전주고사 6관
2025.05.03 14:00 메가박스 전주객사 8관
2025.05.09 17:00 메가박스 전주객사 10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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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기심이 만들어낸 파장
인간은 늘 새로운 세상을 탐험해 왔다.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하고 탐험하면서 주변에서 잘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고 또 다른 사람에게 전파한다. 인간의 무한한 호기심은 지구의 모든 지역을 구석구석 탐험하게 만들었다. 이제 지구상에 더 이상 미개척 지역이 남아있지 않으니 깊은 바다 속이나 지구 밖 같은 물리적으로 한계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곳을 탐험하려 한다. 지금까지 인류가 이렇게 발전한 기술과 환경 속에 살 수 있었던 것도 이런 탐험심 때문이다. 아주 작은 호기심에서 발현된 탐험심은 어떤 열악한 조건에서도 계속 발휘되어 왔다.
애플티비+에 업데이트된 시리즈 <지하창고 사일로의 비밀>은 인간의 호기심이 공동체에 주는 파장을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 시리즈가 전하는 메시지나 이야기 전개는 무척 흥미진진하다. 이 시리즈는 휴 하위 작가의 책인 <울>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를 택하고 있는 이 시리즈의 지구는 황폐화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알려져 있다고 쓴 것은 이 시리즈 안에서는 지구 외부의 모습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의 호기심이 공동체에 주는 파장
그러니까 지금 현재 지구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없다. 등장하는 사일로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과거에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지하 벙커인 사일로에서 생활하고 있다. 꽤 깊숙한 지하까지 만들어져 있는 사일로에는 각 층마다 꽤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 저층일수록 조금 더 낮은 계급이 살아가는 듯한 분위기여서 마치 설국열차를 세로로 세워 땅에다 심어 놓은듯한 느낌도 준다. 각 층의 사람들은 정해져 있는 일을 하고 설국열차만큼의 심각한 계급 차별은 없지만 그래도 저층에는 노동을 많이 하는 노동자 층이 살고 있다.
사일로에는 규칙이 있다. 밖으로 나갈 수 없고,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큰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인지되어 사일로의 외부로 추방당한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을 살고 지상과 가장 가까운 층에서 외부 카메라로 보이는 지상의 모습을 간간히 보면서 호기심을 달랠 뿐이다. 하지만 그중에는 사일로의 비밀과 외부의 환경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이 시리즈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호기심을 가지게 되고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행동하게 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시리즈를 이끌어가는 건 상부층의 보안관들이다. 사일로 전체의 치안과 보안을 담당하는 보안관은 총 2명이다. 초반에는 이 두 사람이 극을 이끌어가는데 특히 흑인 보안관인 홀스턴(데이비드 오예로워)이 초반 중심인물이 된다. 홀스턴과 아내 앨리슨(라시다 존스)과 아이를 낳기 위해 앨리슨 몸에 넣은 피임기구를 제거하고 임신을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
비밀이 쌓여있는 지하창고 사일로와 외부 환경
몇 개월이 지난 후 앨리슨은 우연히 한 프로그래머를 만나게 되고 그 이후 사일로라는 시스템에 대한 의심을 하기 시작한다. 결국에 앨리슨은 사일로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고 사일로 운영국에 의해 추방을 당하게 된다. 앨리슨이 밖으로 나가는 과정은 최상층 외부 카메라를 볼 수 있는 화면으로 사일로 구성원이 모두 볼 수 있으며, 외부로 나간 인물이 쓰러질 때까지 상황은 그대로 중계된다.
이 시리즈가 흥미로운 건 이렇게 앨리슨으로부터 시작된 호기심이 사라지지 않는다는데 있다. 앨리슨의 호기심은 남편 홀스턴에게 옮겨가 그 역시 앨리슨이 어떤 것을 보고 들었는지를 수사하게 되고 최하층의 줄리엣(레베카 퍼거슨)을 만나게 만든다. 줄리엣도 처음엔 사일로에 대해서 궁금해하지 않았지만 호기심은 줄리엣도 가만히 두지 않는다.
두 번째로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 홀스턴은 아내가 나갔던 것처럼 사일로를 나가기로 결정하고 결국 아내와 동일한 과정을 거쳐 사일로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홀스턴은 자신의 보안관 후임으로 최하층의 줄리엣을 지목한다. 그렇게 시리즈의 중심축은 줄리엣으로 완전히 넘어간다. 줄리엣의 전 남자친구도 사일로의 비밀과 근원에 대한 질문을 던지던 인물이었고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그래서 줄리엣은 홀스턴의 후임역할을 하기로 결정한다.
최하층이 최상층으로 올라와 사일로의 비밀을 파헤치는 줄리엣의 뒤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보는 관객들도 사일로가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게 된다. 줄리엣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에 꽤 많은 중심인물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줄리엣이 최상층으로 올라오면서부터는 그를 감시하고 통제하려고 하는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홀랜드(팀 로빈스)나 심스(커먼) 같은 인물들은 사일로 전반을 통제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하려고 한다. 이들은 시스템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사일로의 역사에 대한 질문을 하지 못하게 하고, 사람들을 감시하면서까지 극도로 안정적으로 통제하려고 하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줄리엣의 등장으로 그 모든 것이 흔들리게 된다.
지극히 안정적인 사회 시스템을 흔들어놓는 줄리엣의 질문
이 시리즈는 계급갈등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다. 가장 중요한 건, '사일로는 왜 만들어졌는가'와 '밖은 어떤 모습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이다. 궁극적으로 중심인물인 줄리엣이 찾아가는 진실이 바로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다.
사실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 어떤 시스템의 비밀을 파헤친다고 했을 때, 안정적으로 운영되던 그 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다. 마치 내부 고발자처럼 줄리엣은 모든 진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시스템을 관리하는 홀랜드와 심스의 입장에서는 그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회 시스템을 크게 혼란스럽게 하는 범죄와 같이 느껴진다.
그러니까 줄리엣은 진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진보주의자 성향이라고 한다면, 홀랜드와 심스는 안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보수주의자 성향으로 볼 수 있다. 이 영화 속 진실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시리즈 내내 시종일관 안정과 진실은 서로 밀고 밀리는 대결을 벌이게 된다. 시리즈는 줄리엣의 뒤를 주로 따라가기 때문에 관객들은 진실을 더 궁금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시리즈를 다 보고 난 뒤에는 생각이 바뀔 여지가 충분히 있다.
그 진실이 과연 사일로 속에 구성된 사회 시스템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여전히 지상이 살지 못할 공간이라면 그것을 밝힌다고 했을 때 시스템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반대로 지상이 살 수 있는 공간이라면 사일로에 구축된 시스템 속 사람들은 외부로 나갈 수 있을 것인가.
많은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시리즈
<지하창고 사일로의 비밀>은 이렇게 끝없이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그야말로 인간이 가진 호기심에서 파생된 일들이 과연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이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해소되지 않는 미스터리가 깔려있다. 사일로를 만들어 놓은 조상은 사일로의 역사가 구조, 설계나 외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기록을 전혀 남기지 않았다. 그렇게 텅 비어있는 과거 때문에 그 빈 공간을 채우고 싶은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를 잘 발현시킨다. 이야기 속 줄리엣이 그 중심에 있으며 관객이 그 바로 뒤에 서있다.
총 10편으로 구성된 시즌1을 모두 보고 나면 더 큰 궁금증을 가지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레베카 퍼거슨을 비롯해 팀 로빈스, 커먼 같은 배우들의 열연이 이 이야기에 더 호기심을 가지게 만든다. 이 시리즈는 시즌2 제작이 이미 확정되었다. 주연인 레베카 퍼거슨이 직접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는 <지하창고 사일로의 비밀>이 시즌 2에서 어떤 비밀을 더 풀어놓게 될지 궁금해진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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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웅을 기다리며
영웅을 기다리며
6일에 개봉한 <드래곤 길들이기>가 3주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흥행 중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15년 전 개봉한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의 인기에 힘입어서일까? 비행 장면을 실사로 멋지게 구현해냈기 때문일까? 주인공 ‘히컵’이 잘생겨서? 반려 드래곤 ‘투슬리스’가 귀여워서?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는 이번 작품의 흥행을 서사를 중심으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주인공 히컵은 바이킹의 섬 버크에 살고 있다. 바이킹들은 일곱 세대에 걸쳐 드래곤과 긴 전쟁을 벌여왔다. 바이킹의 사회에서는 드래곤을 쓰러뜨릴 수 있는 공격성과 용맹함이 최고의 덕목으로 평가된다. 히컵은 족장 스토이크의 외동아들이지만 바이킹의 자질을 타고나지 못했다. 스토이크는 히컵이 자신과는 달리 ‘바이킹답지 않다’는 사실에 실망한다. 히컵은 ‘아버지의 인정’을 욕망하고 그로 인한 결핍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히컵은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드래곤을 사냥하고, 계속된 도전 끝에 자신이 만든 무기로 미지의 드래곤 ‘나이트 퓨리’를 맞힌다. 그러나 이는 히컵이 본격적으로 보통 세계를 벗어나는 계기가 된다. 히컵은 드래곤을 자신과 다른 존재로 여기지 않는다. 드래곤에게서 두려움이라는 공통 정서를 발견하고, 드래곤을 자신과 동일시한다. ‘나’ ̄‘세계’의 이항 대립 구조에서 벗어난 히컵은 ‘자기와 같은 존재’를 죽일 수 없다. 그에게 모든 ‘세계’는 결국 ‘나’와 같기 때문이다. 히컵은 자신의 비범함을 깨닫고 ‘아버지의 인정’을 스스로 포기하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스토이크는 히컵에게 보편 규범 안으로 들어올 기회를 다시 내민다. 히컵이 그토록 원하던 드래곤 트레이닝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히컵은 더 깊은 갈등의 단계로 들어선다.
히컵은 친구가 된 ‘나이트 퓨리’에게 ‘투슬리스’라는 이름을 붙이고, 둘만의 유대를 쌓아간다. 히컵은 투슬리스와 함께할 때 진정한 ‘나’를 발견한다. 히컵이 드래곤 트레이닝에서 두각을 드러낼수록 주민들과 훈련생들은 그에게 동조한다. 그러나 그들은 동시에 히컵에게 위협이 되기도 한다. 히컵과 그들이 꿈꾸는 이상 세계는 같지 않기 때문이다. 히컵과 투슬리스의 연대가 강해지고 버크 섬 내에서 히컵의 입지가 커질수록 두 세계의 간극은 더욱 벌어진다. 그리고 마침내 히컵은 결정적인 시련에 직면한다.
‘투슬리스’의 정체가 발각되자 스토이크는 히컵을 감옥에 가두고 ‘투슬리스’를 드래곤 둥지를 찾는 일에 이용한다. 하지만 영웅에게는 언제나 조력자가 있는 법. 히컵은 짝사랑하던 아스트리드를 든든한 동료로 얻고, 다른 훈련생들도 히컵을 도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나선다. 아버지가 지키려던 이상 세계는 더 큰 폭력의 논리 앞에서 무너지고, 히컵은 힘의 논리를 뒤집어 연대로 맞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버지를 구해낸다. 히컵은 이렇게 ‘아버지의 인정’이라는 결핍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극복한다.
바이킹 부족은 최후의 적인 레드 데스를 물리친다. 히컵은 죽음의 위기를 겪고, 다리 하나를 잃지만 살아 돌아온다. 히컵은 버크 섬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다. 바이킹들은 이제 드래곤을 더 이상 적으로만 보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하나의 공동체로 받아들인다. 히컵은 내면적으로 완전한 성장을 이룬다. 다리를 잃은 그는 더 이상 예전의 히컵으로 돌아갈 수 없지만, ‘아버지의 인정’, ‘아스트리드의 사랑’, ‘마을 사람들의 지지’를 얻으며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난다.
<드래곤 길들이기>는 전형적 영웅 서사이며, 주인공 히컵은 ‘평범 속의 결핍’, ‘용기와 모험심’, ‘남다른 운명’, ‘조력자와 동료’, ‘내면적 성장’, ‘희생과 책임’, ‘초월성’을 두루 갖춘 전형적 영웅이다. 우리가 이토록 전형적인 이야기에 열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는 언제나 영웅을 필요로 한다. 세계의 폭력과 갈등 속에서, 자신만의 비범함으로 낡은 질서를 깨뜨리고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영웅을, 우리는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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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독전 2분만에 끝내는 리뷰, 그래서 이선생이 누구야?
** 스포일러에 민감하신 분들은 영화를 보시고 감상해주세요!
** 영화나 특정인물에 대한 비하의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영화 '독전'을 감상했습니다.
이해영 감독의 신작이자, 故김주혁 배우의 유작이죠.
영화의 스타일은 독보적이지만 단점도 명백한 영화였습니다.영화 '독전'을 2분만에 제 나름대로 재밌게 구성해봤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나요?
왓챠에서 '진상명' 팔로우 하시면 빠른 평 업데이트를 보실 수 있습니다 :)
#독전 #류준열 #조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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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 광주 민주화운동]택시운전사와 화려한휴가/5.18 영화이야기/ 5.18 40주년
#화려한휴가#택시운전사#518광주민주화운동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하여 영화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1.25배속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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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
가수:서영은
출처:https://www.youtube.com/watch?v=oWjV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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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영상은 수익을 창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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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사제로부터 온 편지> 메인 예고편
1845년, 사제직에 오른 첫 조선인이 탄생한다.
그의 이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천주교를 향한 온갖 박해와 고난 속에서도
평등사상과 박애주의를 실천하고자 했던 그는
서양 성직자 입국 해로 탐색 도중 체포되어,
25년 25일이라는 짧은 생을 마치고
한국인 사제로서 최초의 순교자가 되었다.
절망의 시대, 희망을 향한 여정을 걸었던 청년 김대건이
2021년, 고난의 시간을 겪고 있을 청년들에게
격려와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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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메인 예고편
샤오미만 사랑해 온 직진남 샤오룬 하지만 청혼하려던 순간 갑작스런 사고로 저승에 간다. 환생하고 싶으면 붉은 실로 커플 매칭을 하는 월하노인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느데, 하필 사사건건 부딪히던 핑키와 파트너가 된다. 드디어 이승으로 내려온 '월하노인' 샤오룬과 핑키. 그런데 이게 웬 운명의 장난? 우리가 인연을 맺어줘야 할 인간이 샤오룬이 평생 사랑했던 단 한사람. 샤오미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