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기획기사2022-10-15 04:31:14
[BIFF 데일리] 한 가족의 여름
감독: 카를라 시몬
출연진: 아이넷 조우노우, 호르디 푸욜 돌세트, 안나 오틴, 제니아 로세트, 알베르트 보쉬
시놉시스: 복숭아 농장을 운영하는 한 가족에게 여름 안에 떠나 달라는 지주의 통보가 도착한다.
카를라 시몬 감독은 전작 <프리다의 그해 여름>(2017)에 이어 또 한 번 비전문 배우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었다. 인물이 몇 등장하지 않던 전작에 비해 열몇 명의 인물이 등장하며 비교적 스케일이 커진 이번 영화 <알카라스의 여름>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감독의 자전적 경험에서 시작한다. 감독의 고향이자 지금도 가족인 삼촌들이 복숭아를 재배하며 살고 있는 알카라스가 바로 영화의 무대다. 원제에 '여름'이라는 한 단어가 더 붙은 국내 제목이 암시하듯 이 영화에서 여름이라는 계절의 의미는 어떤 의미로든 특별하다. 영화의 초반부터 이리스 가족은 통보를 받는다. 계약서가 없기 때문에 여름이 끝날 때까지 떠나 달라는 실토지주 피뇰에게서 온 통보문이다. 길지 않게 쓰인 글의 말미에 '예외는 없다'는 부분은 멀지 않은 이들의 미래를 짐작케 만든다. 복숭아나무가 자라고 아이들이 뛰노는 알카라스의 눈부신 여름의 풍광은 그럼에도 눈부시게 빛난다.
과거에 이리스의 증조할아버지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피뇰 가는 이들에게 한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자신의 땅에 살게 해주는 대신 태양전지판을 관리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복숭아 농사의 주축이자 이 집의 가장인 이리스의 아버지는 이를 완강히 거부하며 농부이길 택한다. 마을을 채우던 복숭아 밭이 하나둘 사라지며 태양전지판으로 변하고, 이리스 가족은 이를 보게 된다. 자신은 끝까지 농부의 길을 걸음에도 불구하고 아들은 농사일 보다도 책을 읽고 공부하길 바라는 아버지의 태도는 이처럼 자본에 잠식되어가는 개인 농부의 미래를 암시하는 것처럼도 느껴진다. 방황하는 아들과 할아버지의 외출을 지켜보는 손녀의 모습은 그런 아버지 세대의 저물어감을 보게 되는 농촌 신세대로도 읽힌다.
농부들의 시위를 전면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이나 태양전지판이 밭의 공간을 점차 차지하게 되는 정경,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를 바라보는 이리스 가족의 표정으로 이루어진 숏들로 미루어볼 때 분명 이 영화는 정치적인 영화로 읽힐 여지가 충분하다. 그렇지만 이 영화를 정치 혹은 사회 영화로만 본다면 이 영화의 일부분만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의도적으로 심어둔 몇몇 숏이 그 역할을 충분히 하나, 전체로 볼 때 이것은 사실 일부에 불과하다. 결국 이 영화는 한 3대 가족의 이야기이자, 그 가족이 다함께 보내는 어느 여름날의 추억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어느 가족의 개인적 이야기에 가깝다.
감독은 전작에 이어 이 영화 <알카라스의 여름>에서도 아이의 시선을 영화 안에 녹여내기를 택했다. 카를라 시몬 감독은 아이들이 등장하는 장면에 대본을 쓰지 않는다. 그들에게 대본을 주거나 상황을 설명하기보다 어린 배우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유대감을 쌓는다. 촬영장에서 그들이 자유로이 놀도록 하고, 그렇게 노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특히나 아이들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롱숏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관객이 캐릭터와 그 캐릭터의 감정을 함께 체감하도록 만들고자 하는 의도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영화에는 예상외로 쿡쿡대게 만드는 꾸밈없는 장면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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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포인트와 소소한 스토리
11.01 에 본영화 .배우들의 다양한 배역과 입체적인 캐릭터, 90년대 후반의 시대를 엿보는 맛은 쏠쏠하지만,다른 성별이 판단한 여자의 모습을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때, 참으로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몇 가지 있는건 어쩔 수 없는 한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