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2025-01-23 02:55:05
명암으로 평가된 삶
[성모의 죽음], [메두사], [성 마태오의 소명], [세례 요한의 참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천재 화가 ‘카라바조’ 살해 혐의로 도망자 신세가 된 '카라바조'는 로마 교외로 도피 생활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그림을 놓지 않는다 한편, 교황청은 그런 그의 사면 자격을 조사하기 위해 비밀리에 ‘그림자’를 파견해 뒤를 쫓는데…<카라바조의 그림자> 줄거리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
본명은 미켈란젤로 메리시이지만 이 시기에는 출신지로 예술가를 칭하기도 했다. 그의 출생지는 카라바조가 아닌 밀라노이지만 페스트를 피해 카라바조에서 잠시 생활을 했었다. 그리고 다시 밀라노로 돌아와 시모네 페테르자노의 화실에서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으므로 그의 출생지는 밀라노이나 카라바조에서 온 미켈란젤로 메리시, 즉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가 된다. 하지만 이 이름은 너무 길다 보니 그는 어느샌가 '카라바조'라 불린다. 영화에서도 그는 미켈란젤로 메리시로 불리기도 하지만 카라바조라 불리는 일이 빈번하다.
그가 자신의 이름인 '미켈란젤로 메리시'로 불리지 않고 '카라바조'로 더 빈번하게 불리게 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이전에 이미 너무나도 유명한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가 있어 지명인 '카라바조'로 불리게 됐다는 추측이 존재한다. 물론 이 '미켈란젤로'라는 이름이 당시 남성의 이름으로 자주 사용되던 흔한 이름이었기에 동시대의 다른 이와의 혼동을 피하고자 '카라바조'라 불렸을 수도 있다.
그의 그림은 동시대의 그림과는 다르게 어두운 배경에 빛과 그림자의 극명한 대비를 이용하여 그림 속 형상에 극적인 효과를 보여준다. 이런 카라바조의 기법은 테네브리즘이라 일컫는 17세기 양식의 기원이 되었다.
어둠으로 존재하는 그림자
영화는 카라바조가 살인죄로 인해 로마를 떠난 뒤를 보여주는데, 교황청에서 그의 사면을 판가름하기 위해 조사를 하며 그의 행적을 좇는다. 우리는 조사관과 함께 그의 삶을 파헤쳐 나간다. 그 과정에서 보게 된 카라바조의 삶은 방탕하며 폭력적이고 오만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카라바조는 거리의 사람들과 어울리며 방탕한 생활을 즐겼고, 폭력적인 성향으로 인해 여러 번 재판대 위에 올라가기도 했다. 그럼에도 카라바조의 그림을 사랑하는 권력에 의해 그의 죄는 여러 번 눈 감아진다.
조사관은 늘 카라바조의 발아래 있는 그림자가 되어 그의 삶을 샅샅이 살핀다. 이런 조사관의 평가는 가차없다. 그를 감싸주던 가문들, 종교인들 역시 타락했다 비난하고 성인들을 종교의 엄숙함과는 맞지 않게 묘사한 카라바조의 그림이 그 타락을 재촉한다 말한다.
우리를 집중시키는 빛
카라바조의 문란한 삶은 결국 그를 도피의 길로 이끌었고 끝끝내 젊은 나이에 죽게 만들었지만, 그는 이런 거리의 삶에서 그림의 소재를 찾았다. 그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특징적인 부분으로는 극명한 명암 대비도 있지만 인물들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매춘부, 노숙자 등을 자신의 모델로 세우며 그의 그림 속 성인들로 묘사한다. 그들에게서 삶의 괴로움과 고통을 읽어내고 더 나아가 성인들의 고뇌와 역경을 본 것이다.
삶의 고통과 시련, 그리고 실제 하는 현실에서의 죽음을 바로 옆에 둔 카라바조는 그것을 그의 그림에 담길 주저하지 않는다. 교회에서는 사실적인 표현이 위험하다 평했지만 당대 많은 귀족들과 심지어 종교인인 추기경까지 그의 그림에 매혹된다. 교회에서 거절당한 그림들은 불태워지기는커녕 나오는 족족히 다른 이들에게 팔려 나갔고, 불경하고 방탕한 그림이라 칭해지면서도 동시에 아름답고 강렬하다는 찬사를 받았다.
조사관 역시 위험한 그림이라 평하면서도 그의 그림에 눈을 떼지 못한다. 위험한 그림이라는 평가는 신성모독적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지만 카라바조의 그림이 그를 부정하다 여기는 이 조차도 매혹시킬 정도로 뛰어나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매혹시키는 그림
<카라바조의 그림자>는 카라바조의 방탕한 삶과 그의 예술적인 그림을 보여주면서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고 해서 그의 죄를 사하여 줄 수 있는지, 카라바조의 작품도 그의 죄로 봐야 할지에 대해 물어보는듯하지만 끝에 가면 이게 아님을 알 수 있다. 영화를 보다 보면 그가 사면은 잊고 그가 무질서한 삶 속에서 찾아낸 성인들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들에 매료된다. 관객들은 <카라바조의 그림자>를 보며 미술관에서 몇 줄의 문장으로 적혀있는 설명만으로 그의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영화를 통해 그의 삶을 몇 개의 작품과 함께 훑어보다 보면 어느 순간 카라바조의 작품에 빠져들어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카라바조의 그림자> 시사회에서 관람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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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포인트와 소소한 스토리
11.01 에 본영화 .배우들의 다양한 배역과 입체적인 캐릭터, 90년대 후반의 시대를 엿보는 맛은 쏠쏠하지만,다른 성별이 판단한 여자의 모습을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때, 참으로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몇 가지 있는건 어쩔 수 없는 한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