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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2025-02-17 18:45:01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 세계는 없지만, 각자의 세계에는 각자의 논리가

 


📽️ 레네트와 미라벨의 네가지 모험 (1987)


감독: 에릭 로메르

출연: 조엘 미쿠엘, 제시카 포드 외

 

 

 

프랑스 영화에는 대체적으로 감정에 솔직한 주인공들이 많이 등장한다.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내는 인물들을 보고 있자면 때때로 감정 기복이 심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블루아워를 놓친 레네트는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절규하고 비관한다. 낮에 파리에서 온 미라벨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여러 이야기를 신나하며 늘어놓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그런 레네트의 행동은 관객으로 하여금 당황스러운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되려 그녀의 사랑스러움을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레네트와 미라벨의 네가지 모험>은 에릭 로메르 감독이 프랑스의 대표 영화 중 하나인 <녹색광선>을 촬영한 후에 즉흥적으로 만든 영화라고 한다. 그 덕분에 <레네트와 미라벨의 네가지 모험> 연출은 <녹색광선>과 연장선상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연과 도시를 오가는 소담한 시나리오, 화면 가득 채우는 녹색의 푸르름, 빠른 템포로 쏟아지는 대화… 특히 <레네트와 미라벨의 네가지 모험>에서 도드라지는 특징은 바로 침묵과 발화의 간극이다. 영화의 주인공인 미라벨과 레네트는 각 요소를 맡아 침묵과 발화의 사이에서 발견할 수 있는 모순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이 모순이 명백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네 번째 모험 ‘그림 팔기’에서다. 시골에서 파리로 올라온 레네트는 집세를 내지 못할 상황에 빠지고, 해결책으로 그림을 떠올린다. 그 과정에서 레네트는 그림이 영혼과 소통하는 창구라 좋다고 말하지만, 미라벨은 ‘그러나 너는 끊임없이 그림에 대해 설명하지 않냐’며 이의를 제기한다. 의미 없는 말싸움을 늘어놓던 둘은 결국 레네트가 다음날 하루동안 침묵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말이 옳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고 그림을 팔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화방 주인은 레네트가 말을 하지 않자 이를 이용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그림을 사고자 한다. 지켜보던 미라벨이 견디다 못해 화방 주인에게 말로 그림을 더럽히지 말라고 일갈하고, 결국 레네트는 미라벨의 입을 빌려서야 제값을 주고 그림을 팔 수 있었다. 두 주인공의 귀여운 영화적 일화 속 침묵을 강조하기 위해 되려 말이 필요한 아이러니를 보고 있으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곰곰이 곱씹게 된다.

 

 

시골쥐와 도시쥐가 벌이는 네 가지의 일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다 다르지만, 모든 에피소드 구석구석에 사랑스러움이 묻어있어 보고 나면 즐거움이 가볍게 내려앉아있다. 이 세상에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 세계는 없지만, 각자의 세계는 고유의 논리로 구성되어 있다. 각자의 논리가 펼치는 핑퐁게임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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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 쿠니
    2020.10.13. 19:14

    반전포인트와 소소한 스토리

    쿠니
    2020.10.13. 19:14

    11.01 에 본영화 .배우들의 다양한 배역과 입체적인 캐릭터, 90년대 후반의 시대를 엿보는 맛은 쏠쏠하지만,다른 성별이 판단한 여자의 모습을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때, 참으로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몇 가지 있는건 어쩔 수 없는 한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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