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2025-02-25 19:35:06
어린 시절의 상처와 온기, 그 선명한 기록
치열한 생존 눈치싸움 –〈우리들〉이 포착한 아이들의 세계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만들어진다. 친한 친구들끼리 무리가 형성되고, 소속과 배제의 논리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아무렇지 않게 오가던 말 한마디, 우연히 엿듣게 된 대화, 한순간의 표정 변화만으로도 관계의 역학이 흔들린다. 영화 **〈우리들〉(2016, 윤가은 감독)**은 이 미묘한 감정을 치밀한 시선으로 포착하며, 아이들의 세계가 얼마나 치열한 눈치싸움 속에서 형성되는지를 보여준다.
표류하는 학교에서 유일하게 붙들 수 있는 끈
영화는 친구 관계의 본질을 집요하게 탐색한다. 주인공 선은 새 학기를 앞둔 여름방학, 전학 온 지아와 가까워지면서 처음으로 ‘친구를 만든다’는 감각을 경험한다. 그러나 방학이 끝나고 교실로 돌아왔을 때, 관계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무리에 속하지 못한 선과 새롭게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지아는 미묘한 감정의 줄다리기를 이어가며, 서로를 밀어내기도 하고 붙잡기도 한다. 윤가은 감독은 이를 통해 ‘우리’라는 집단 안에 속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과, 그 과정에서 상처받는 개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조명한다.
우리들의 시선 – 낮은 눈높이에서 본 세계
〈우리들〉이 돋보이는 지점은 아이들의 시선을 정확히 포착하는 촬영 방식이다. 카메라는 철저히 주인공들의 눈높이에 머물며, 어른들의 세계를 배제한 채 또래 집단 안에서 벌어지는 심리적 갈등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또한 긴 롱테이크와 자연광을 활용한 촬영 기법은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현실감을 부여한다. 이런 연출 방식은 단순한 아동 영화가 아닌, ‘어린 시절’이라는 시기를 살아본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을 끌어낸다.
〈우리들〉이 남긴 여운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왕따 이야기로 귀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쁜 아이’도, ‘착한 아이’도 없다. 선과 지아,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아이들은 그저 ‘우리’가 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칠 뿐이다. 영화는 누군가를 배제하는 집단의 잔인함을 고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집단 안에 속하고 싶어 하는 개인의 절박함을 이해하는 따뜻한 시선을 견지한다.
결국 〈우리들〉은 특정한 세대를 위한 영화가 아니라, 누구나 한 번쯤 지나온 순간을 정밀하게 되새기게 하는 작품이다. 어린 시절의 감정을 여과 없이 담아낸 이 영화는, 우리 각자가 거쳐 온 길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한다.
그럼 언제 놀아? 친구가 때리고, 나도 때리고, 친구가 때리고.. 나 그냥 놀고 싶은데!
선의 동생인 윤이가 한 말이다.
그러게 말이다. 우리는 그때 서로가 서로를 아프게 했는지. 우리는 왜 그게 잘 안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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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포인트와 소소한 스토리
11.01 에 본영화 .배우들의 다양한 배역과 입체적인 캐릭터, 90년대 후반의 시대를 엿보는 맛은 쏠쏠하지만,다른 성별이 판단한 여자의 모습을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때, 참으로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몇 가지 있는건 어쩔 수 없는 한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