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2025-03-25 17:28:45
우연의 순간이 만들어낸 푸르른 재즈 합주
*스포일러를 포함한 리뷰입니다.
재즈는 자유다. 미국의 재즈 피아니스트 데이브 브루백은 이렇게 말했다.
“재즈는 자유를 뜻합니다. 재즈는 자유의 목소리가 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나가서 즉흥 연주를 해 보고, 위험을 감수해 보고, 그리고 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 마세요. 그런 건 클래식 음악가들에게 맡겨두세요.“
이처럼 재즈 음악은 연주자의 자유로운 즉흥연주 위에서 만들어진다. 이는 곧 재즈란 우연에 기반해서 곡의 변주 및 편곡이 이루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각 연주자들의 즉흥적인 퍼포먼스가 모여 하나의 곡이라도 매 공연마다 다른 느낌으로 곡으로 연주될 수 있다. 이처럼 재즈는 우연의 음악이라 할 수 있다. 2004년 개봉한 일본의 하이틴 영화 <스윙걸즈>도 마치 재즈 음악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처럼 우연한 계기로 재즈 빅밴드를 결성한 13명의 학생들을 유쾌하게 다룬 하이틴 코미디 영화이다.
일본 도호쿠의 어느 시골마을, 토모코(우에노 주리)는 지루한 보충수업을 들으며 방학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야구부의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학교를 떠나려던 합주반은 도시락을 미처 챙기지 못하고 출발하게 된다. 토모코는 지루한 수업을 피할 목적으로 합주반에게 도시락을 전달하러 가도 되냐며 선생님을 설득하고, 이렇게 보충수업반의 학생들 13명은 도시락을 들고 야구 경기장으로 향한다. 우여곡절 끝에 경기장에 도착한 토모코와 아이들. 하지만 더운 날씨 아래에서 상해버린 도시락으로 인해 나카무라를 제외한 합주반 전원이 식중독에 걸리게 된다.
합주반 중 유일하게 도시락을 전달받지 못한 타쿠오(히라오카 유타)는 보충수업반 학생들을 대신 영입한다. 하지만 취주악을 하기엔 인원이 부족하여 결국 빅밴드를 하기로 결정하고 연습을 시작한다. 토모코를 비롯한 13명의 학생들은 비록 보충반을 빠지기 위한 명목으로 시작했지만 점점 재즈 연주를 배우는 보람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후, 식중독에서 완치한 합주반 학생들이 돌아오며 보충수업반 학생들은 연습할 기회를 잃고 마는데…
우연의 연속이 만들어낸 풋풋한 스윙재즈
보충수업반 학생들이 재즈를 접하게 된 순간부터 밴드를 결성하고, 청소년 음악제에 참가하는 과정까지 그들의 모든 순간은 우연으로 이루어져 있다. 합주반이 도시락을 놓고 간 순간부터 자잘한 우연의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이뤄지며 보충반 학생들이 재즈 음악에 열정을 가지게 되는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들이 빅밴드 오케스트라를 하기로 결정한 계기도 그렇다. 연습 첫 날, 타쿠오는 관현악단을 하기에는 인원이 부족한 대다가 관현악기조차 처음 접해본 보충반 학생들을 보고 난감해 한다. 이후 카오리의 실수로 연습실에 진열된 재즈 LP판이 와르르 쏟아지고, 우연히 야구부의 이노우에의 발 밑으로 LP판 하나가 굴러간다. 이노우에가 타쿠오에게 LP판을 가져다주며 새로 영입한 학생들과 합주반을 잘 되어가는지 묻자, 그때 타쿠오는 이노우에가 들고 있던 LP판을 가리키며 빅밴드 재즈 연주를 해볼 생각이라고 대답한다. 나중에 밝혀지지만, 연습실에 있던 다양한 LP판도 재즈 애호가였던 수학 선생님이 3년 전부터 매일 하나 씩 가져다 놓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이와 같은 우연의 순간이 가장 아름답게 묘사된 장면은 단연 토모코와 나카무라가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며 연주하는 장면일 것이다. 재즈 연주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하여 동생의 게임기를 팔아 번 돈으로 중고 색소폰을 구매한 토모코가 혼자 연습하던 중, 멀리서 들려오는 재즈 피아노 연주 소리를 따라 천천히 다가간다. 토모코의 색소폰 연주와 피아노 연주 소리가 점점 만나게 되고, 토모코는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던 사람이 바로 타쿠오였음을 발견한다. 강을 사이에 두고 토모코와 타쿠오는 서로를 마주 보고 함께 연주한다. 음악을 통해 유대감을 쌓고 우정을 나누는 둘의 모습이 풋풋하고 아름답게 연출된 장면이다.
이 밖에도 그들이 스윙 리듬을 깨닫게 되는 과정, 지루한 수학 선생님이 알고 보니 재즈 음악 애호가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과정 등 우연한 사건들이 이어지며 극에 재미를 더한다. 또한 이렇게 전개되는 영화의 구조는 마치 즉흥 연주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재즈 음악의 특성과 닮아있다. <스윙걸즈>는 일상 속 특별하지 않은 것 같은 순간들을 결합시켜 그들이 재즈 음악에 열정을 가지게 되는 계기를 효과적으로 묘사할 뿐만 아니라, 우정을 나누고 성장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묘사한다.
자유로운 재즈 음악과 하이틴 성장물의 만남
재즈와 자유로움은 결코 뗄 수 없는 관계이다. 고등학생과 자유로움도 서로 연관이 있다. 그 나이대의 패기와 발랄함은 사회의 각박한 현실과 요구 조건에서 아직은 자유롭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재즈와 고등학생은 별다른 연결 고리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스윙걸즈>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요소를 학생들의 성장 스토리로 흥미롭게 결합시킨다. 또한 학생들의 순수한 열정이 실현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꿈을 이뤄가는 과정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자유로운 재즈 음악을 배우며 능숙한 연주가로 성장해가는 학생들을 보며 우리도 유년 시절의 우정과 꿈을 향한 패기를 다시금 환기시킬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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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포인트와 소소한 스토리
11.01 에 본영화 .배우들의 다양한 배역과 입체적인 캐릭터, 90년대 후반의 시대를 엿보는 맛은 쏠쏠하지만,다른 성별이 판단한 여자의 모습을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때, 참으로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몇 가지 있는건 어쩔 수 없는 한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