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2025-04-05 17:03:45
실렌시오의 메아리: 끝나지 않는 미로
빠져나올 수 없는 미로와 같은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영화로서 보여줄 수 있는 매우 독창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서사의 구조이다. 영화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의 알 수 없는 사고로 기억을 잃은 리타는 베티를 만난다. 리타와 베티의 이야기는 종종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장면들과 미스터리에 위협받기도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조롭게 진행된다. 이야기가 조금씩 맞물리기 시작하던 와중 이야기에 '다이앤'이라는 이름이 개입되고, 클럽 실렌시오로 향하며 진행이 뒤틀리기 시작한다. 어느덧 리타는 카밀라로, 베티는 다이앤으로 불린다. 인물과 시간이 뒤섞이며 영화는 점점 미궁에 빠진다.
종잡을 수 없는 영화의 진행을 맞닥뜨리며 관객은 혼란에 빠진다. 서사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에도 명쾌한 해답을 얻기는 쉽지 않다. 종종 1부의 이야기를 2부 속 다이앤의 꿈이라고 해석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석연치 않은 부분이 남아있다. 실은 이 영화에서 정답을 찾기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본질은 느슨하면서도 복잡하게 혼재된 서사에서 오는 혼돈 그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인물들이 찾는 열쇠에 맞는 상자처럼,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 마피아의 음모처럼 영화는 그 자체로 하나의 미스터리이다. 미묘한 반복으로 느슨하게 뒤얽힌 서사가 자아내는 기시감은 영화를 무의식의 영역으로 인도한다. 무의식 속에서 주체는 끝없이 뒤바뀌고 분열되고, 혼재된 자아 속에는 인간 내면의 깊은 욕망이 녹아든다.
정신없이 전개되는 시퀀스로 점철된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꼽자면 아마도 '클럽 실렌시오' 장면일 것이다. 가수가 노래를 부르자 리타와 베티는 눈물을 흘린다. 가수가 갑자기 쓰러진 뒤에도 노래는 계속해서 흘러나온다. 립싱크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리타와 베티는 여전히 눈물을 흘린다. 다음 장면에서 베티는 파란 박스를 발견하고, 두 인물은 카밀라와 다이앤이 된다.
클럽 실렌시오 장면은 영화의 많은 부분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리타와 베티가 감상하는 무대는 여인과 소리로 구성된다. 그런데 만약 여인과 소리가 분리된다면, 둘 중 본체는 무엇인가. 또 우리가 보고있는 영화는 어떠한가. 더 나아가 우리가 사는 세상, 욕망, '나'라는 자아, 의식과 무의식은 어떨까.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우리가 기꺼이 쉽게 상정하는 실재에 의문을 던진다. 당신의 세상은 과연 명백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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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포인트와 소소한 스토리
11.01 에 본영화 .배우들의 다양한 배역과 입체적인 캐릭터, 90년대 후반의 시대를 엿보는 맛은 쏠쏠하지만,다른 성별이 판단한 여자의 모습을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때, 참으로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몇 가지 있는건 어쩔 수 없는 한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