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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츠 인 더 무비2025-04-07 15:08:21

[왓츠 인 더 무비] ‘아이스크림’ 인 더 무비

 

 

 

[왓츠 인 더 무비 What’s In the Movie]:

 

영화가 시작되고 들려오는 첫 사운드부터 엔딩 크레딧이 나오기 직전까지, 당신의 귀와 눈을 자극하며 들어오는 모든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영화를 만든 이들의 의도와 관계없이 그것들은 모두 영화 속에서 저마다의 의미를 갖는다. 지나가는 행인 7의 신발색부터 ‘인셉션’의 팽이까지, 영화 속 요소가 얼마나 사소한지, 혹은 얼마나 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각각의 대상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토대로 작품을 바라볼 건지는 전적으로 영화를 보는 우리에게 달렸다. [왓츠 인 더 무비]는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대상들을 생각해 보고, 의미를 느껴본다.

 

 

 


 

4월의 오락가락한 날씨 속 느껴지는 뜨거움, 벌써부터 올 한 해도 유독 뜨거운 여름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흔히 우리는 ‘여름을 이겨낸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사실 여름이 이겨내고 극복해야만 하는 대상인 것은 결코 아니다. 해수욕장과 계곡에서의 물놀이부터, 야구와 축구 등 다양한 스포츠 대회들까지 여름은 즐길 것 천지다. 물론 삼계탕과 냉면, 수박 등 과일들까지 다양한 여름 먹거리도 빠질 수 없는데, 이러한 여름의 먹거리들을 제쳐두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단연 ‘아이스크림’이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단 한 입만으로 여름의 더위를 가시게 하는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은 우리 일상뿐 아니라 다양한 영화에도 특별한 의미와 함께 등장한다.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극의 상황을 이 차갑고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대신 나타낸다는 것이다. 이번 [왓츠 인 더 무비]에서는 아이스크림이 가지는 의미를 중심으로 작품들을 소개한다. 지금 아이스크림 하나를 입에 물고, 아이스크림처럼 차갑지만, 달콤한 영화의 세계에 빠져보자.

 

 

 


 

 

 

 

 

 

 

<로마의 휴일>   

 

“함께였기에 더욱 자유로웠던”

 

 

 

 

 

 

감독 : 윌리엄 와일러

 

출연진 : 그레고리 펙, 오드리 헵번. 에디 알버트, 마가렛 로우링스

 

 

 

아이스크림과 영화, 이 두 가지의 단어를 놓고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는 단연 ‘로마의 휴일’이다. 특히 극 중에서 ‘앤’ 공주 역할을 한 ‘오드리 헵번’이 스페인 광장에서 젤라토를 먹는 장면은 아이스크림과 관련된 영화 장면 중에서 제일 유명할 뿐만 아니라, 장면 자체도 영화사적으로 의미 있는 장면이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오드리 헵번이 먹는 젤라토는 아이스크림이 아니지만 말이다.

 

 

 

 

 

 

‘앤’ 공주는 유럽의 여러 국가를 순방하게 된다. 그러나 공주로서의 너무나 가혹한 스케줄로 그녀는 결국 일탈을 시도한다. 숙소를 몰래 빠져나간 앤 공주는 그날 밤 ‘조 브래들리’(그레고리 펙)를 만나게 되는데, 처음에 그는 그녀의 신분이 공주인 줄 몰랐기에 그녀를 잠깐 재워주고 보내주려 한다. 그러나 기자였던 조 브래들리는 신문에 나온 사진으로 앤이 공주인 것을 알게 된다. 조 브래들리는 앤을 통해 특종을 잡기로 하고, 집에 있던 앤과 작별 인사를 하고 보내주는 척을 한 후 그녀를 미행한다. 작별 인사를 마친 앤 공주는 대사관으로 바로 가지 않고 로마의 일상을 즐기는데, 그러던 중 신발을 사고 머리도 자른 뒤 스페인 광장에서 젤라토를 먹게 된다. 젤라토를 먹는 앤을 보고 타이밍을 잡 은 조 브래들리는 우연을 가장해 다시 그녀 앞에 나타난다. 

 

 

 

“잊지 못할 달콤함은 녹아버리고”

 

 

 

 

 

 

이 장면에서 바로 앤 공주가 조 브래들리 곁에서 젤라토를 먹는 그 유명한 장면이 등장한다. 극 중에서 젤라토는 기본적으로 주인공의 주체성을 상징한다. 앤은 한 나라의 공주로 극진한 대접을 받지만, 실상은 누구보다 완벽한 모습을 강요받는 새장 안에 갇힌 새와 같은 신분이다. 그러나 그녀는 오히려 본인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 타국에서 자유로운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사소해 보이지만 공주로서가 아닌 한 손님으로서 자신이 직접 값을 지불하고, 사람들 많은 광장에서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젤라토를 먹는다는 것은 그녀의 처음이자 다시 오지 못할 자유이다. 많은 동화와 연극에서 그러하듯 해당 작품에서도 앤 공주와 조 브래들리의 사랑은 결국 이루어지지 못한다. 그러나 그녀에게 한여름 밤의 꿈처럼 잊지 못할 평생의 추억을 선사한 조 브래들리와의 만남은 쉽게 설명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가치 있다. 그들의 만남이 더욱 달콤하게 느껴졌던 것은 어쩌면 앤의 입안에 아직 남아있던 달콤한 젤라토 때문은 아니었을까 생각을 해본다. 

 

 

 

 

 


 

 

 


 

<포레스트 검프>

 

“목적 없이 아름다운”

 

 

 

 

 

 

감독 : 로버트 저메키스

 

출연진 : 톰 행크스, 로빈 라이트, 게리 시니스, 마이클티 윌리엄스

 

 

 


 

남들보다 낮은 지능으로 태어난 포레스트 검프 (톰 행크스). 그는 남들보다 몇 배는 어려운 자신의 환경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누구보다 긍정적으로 살아간다. 그러한 과정에서 미국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을 겪음과 동시에 자신과 함께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는 흔히 미국인들의 애국심을 고취하거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영화로 흔히 알려져 있다. 베트남 전쟁과 ‘핑퐁외교’, ‘엘비스 프레슬리’와 애플 컴퓨터를 소재로 다루기도 하는 등 미국의 문화를 알기에 좋은 영화로 많이 소개되곤 한다. 하지만 단순히 미국인들의 국민 영화로 치부되기에는 포레스트 검프가 갖는 의미는 넘쳐난다.

 

 

 

 

 

 

어느덧 대학을 졸업하게 된 포레스트 검프는 졸업식 때 모병관이 준 지원서에 순진하게 지원하게 되면서 베트남 전쟁까지 참전하게 된다. 전쟁 중에, 검프는 언젠가 함께 새우잡이 배를 하기로 약속한 절친한 친구 ‘버바’를 잃게 된다. 검프는 친구를 잃었지만, 엉덩이에 총까지 맞으며 자신의 상관인 ‘댄 중위’를 구하게 되고, 댄 중위와 그는 군 병원에 함께 입원한다. 군 병원에 검프와 댄 중위를 비롯한 군인들은 원하는 대로 아이스크림을 제공받게 되는데, 검프는 이에 굉장히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작중에서 검프가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은대로 먹을 수 있던 점이 엉덩이에 총을 맞아 좋았던 점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러한 순진무구한 검프와 별개로 검프의 옆자리에 있던 댄 중위는 검프가 준 아이스크림을 바로 변기에 버려버린다. 그 이유는 그의 두 다리가 절단되었기 때문이다. 

 

 

 

“달진 않지만, 마냥 쓰지도 않은”

 

 

 

 

 

 

이처럼 포레스트 검프에서 아이스크림은 검프의 순수함, 그에 대조되는 댄 중위의 비참한 현실을 보여주는 메타포로 사용된다. 친구를 잃고 자신도 부상당한 비참한 상황에서 도 아이스크림 하나로도 즐거워하는 모습은 현실적인 댄 중위와의 극명한 차이를 이룬다. 그러나 동시에 아이스크림으로 대표되는 검프의 따뜻함이 결국 댄 중위의 마음을 녹이게 된다는 것도 의미한다. 위로를 위해 검프가 댄 중위에게 아이스크림을 주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는 위로의 정서로 작용해 댄 중위의 마음을 움직였다. 당시에 댄 중위가 아이스크림을 먹지 않고 버리긴 해도 댄 중위는 매춘부들이 검프를 괴롭힐 때 검프의 편을 드는가 하면 나중에는 검프를 믿고 새우잡이배 사업에 참여하기도 한다. 마침내 댄 중위는 세상과 화해한다. 비극적 상황에서 건넨 검프의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결국 못 먹을 정도로 썼던 누군가의 농도를 조금이나마 희석해 준 것이다.

 

 

 

 

 


 

 

 

<헤어질 결심>

 

“온전히 끌려가기에 사랑인가?”

 

 

 

 

 

 

감독 : 박찬욱

 

출연진 : 박해일, 탕웨이, 이정현, 박용우

 

 

 


 

부산에서 모범적 형사로 근무 중인 해준 (박해일)은 남편의 살해 용의자로 수사선상에 오른 서래 (탕웨이)를 만난다. 해준은 서래에게 용의자에게는 느낄 수도, 느껴서도 안 되는 감정을 갖게 된다. 서래 또한 그러한 해준의 태도를 이용하는가 하면, 그녀 역시 해준 에게 특별한 감정을 갖는다. 서래에게만 유독 관대한 태도의 해준은 그녀의 알리바이와 증언을 받아들이며 그녀에 대한 의심을 없애게 된다. 그와 동시에 해준은 며칠동안 서래의 집을 몰래 보며 그녀를 관찰한다. 그러던 중 서래가 아이스크림으로 끼니를 때우는 것을 알게 된다. 해준은 본인만이 서래를 관찰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서래 역시 해준을 관찰하고 있으며 자신이 해준에게 관찰당하고 있다는 상황 또한 알고 있다.

 

 

 

“맛보면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마침내”

 

 

 

 

 

 

작중에서 아이스크림의 의미는 해준을 향한 서래의 유혹이다. 서래는 해준이 자신에게 이끌리고 있으며, 사랑의 정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녀 역시 품위있는 그에게 이끌리고 있다. 그러한 해준을 끌어들이기 위해 서래는 해준의 욕망을 자극한다. 천천히 아이스크림을 먹는 서래의 모습은 검거를 마치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해준과 대치된다. 그와 동시에 서래의 입이 천천히 부각된다. 이는 해준을 적극적으로 유혹하는 서래의 태도와 그녀에게 해준이 빠져들게 됨을 보여준다. 해준은 부인 정안 (이정현)과 성관계를 하는 장면에 있어서 어딘가 애매모호한 표정을 지으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관심과 사랑의 대상인 서래를 대하는 태도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인 것이다.

 

 

 

서래의 아이스크림은 유혹의 상징으로 사용될 뿐 아니라 동정심을 얻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 한 끼 한 끼 먹는 것에 있어서 진심인 해준과 달리 매번 아이스크림으로 식사를 마치고 담배마저 태우는 서래의 모습은 그녀에 대한 해준의 동정심을 끌어낸다. 또한 해준과 서래는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준다. 잠을 못 자는 해준에게는 서래가 잠을, 제대로 된 식사를 못 하는 서래에게는 해준이 식사를 제공한다. 이처럼 서래가 자신이 필요한 것과, 또 자신이 줄 수 있는 것을 모두 드러내는 이유는 그녀가 해준을 필요로 하고 해준 역시 그녀가 필요할 것을 알고 있어서이다.

 

 

 

 

 

 

 

서래의 아이스크림은 녹아있다. 서래는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을 굳이 치우지 않고 방치한다. 차갑고 딱딱한 아이스크림이 흐물흐물한 액체가 되어 뚝뚝 흐르는 장면은 고고하고 품위 있던 형사 해준이 그녀에게 완전히 빠져버려 흔들린다는 것을 암시한다. 서래의 대사에 나오는 ‘아무 생각도 못 하고 바다 밑으로 점점 내려가는 해파리’처럼 말이다. 결국 헤어지기 위해 결심까지 필요했던 그들의 사랑은 붕괴된다. 미제사건처럼 영원히 남자의 기억 속에 남고 싶다던 여자의 말은 아마 이루어질 것이다. 이미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은 다시 얼려보아도 원래의 형태로 돌아갈 수 없기에.

 

 

 

 

 


 

 

 


 

<플로리다 프로젝트>

 

“디즈니월드 반대편 또 다른 천국”

 

 

 

 

 

 

감독 : 션 베이커

 

출연진 : 윌렘 데포, 브루클린 피니스, 브리아 비나이테, 발레리아 코토

 

 

 


 

천진난만한 미소의 세 아이 뒤에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그들이 사는 곳은 플로리다주의 올란도이다. 6살의 무니 (브루클린 피니스)는 매직캐슬이라는 이름의 모텔에서 엄마 핼리 (브리아 비나이테)와 살고 있다. 매직캐슬이라는 이름도 근처 올란도 디즈니월드에서 따왔을 정도로 꿈과 희망의 나라 디즈니월드와 그들의 집은 가깝다. 그러나 언제나 아름답고 환상적인 디즈니월드의 반대쪽에 거주하는 그들은 매주 방세를 내며 간간히 살아간다. 핼리 역시 미혼모로 향수를 팔거나 성매매로 돈을 벌어 무니와 살고 있다. 무니는 그런 환경 속에서도 항상 쾌활하고 즐겁다. 모텔의 전기를 끊어 버리거나 집에 불을 내기도 하고, 때때로는 관광객들에게 구걸해 아이스크림을 사먹기 도 한다.

 

 

 

“하나의 아이스크림도 행복을”

 

 

 

 

 

 

영화 속 아이스크림은 아이들의 순수함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친구들과 함께 하니  무엇이든 즐거운지, 구걸로 번 돈으로 산 아이스크림콘을 세명이서 나눠먹는 아들의 모습은 아름다움을 넘어선 무언가마저 느껴진다. 그러나 ‘어른들이 울 것 같으면 자신은 바로 안다’는 무니의 말은 아이들의 순수해 보이는 모습이 결코 아무것도 몰라서가 아니라 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들도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현실을 이겨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모습은 어른스럽다라는 말 자체를 부끄럽게 한다. 더운 날씨 탓에 금방 녹은 아이스크림은 빨리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우리와 달리, 뛰어다니며 한입씩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는 그들의 모습은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어느 순간 녹아버려 사라지는 아이스크림처럼 불안정하고 위태로워 보이는 그들의 삶은 어쩌면 작지만 황홀한 한 입처럼 누군가와는 비교도 못할 정도로 즐겁고 가치 있을 것이다.

 

 

 

 

 

 

플로리다 프로젝트에 악역은 없다. 성매매를 하며 싸구려 향수를 판다고, 무책임하고 불법적으로 보이는 헬리는 조금 자유로울 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무니와 함께 살아간다. 무니 역시 가족, 친구와 함께 너무나 행복해 보인다. 영화의 마지막에 무니를 보호하기 위해 위탁 가정에 보내려는 아동 보호국이 오히려 악역으로 보일 정도이다. 이처럼 1967년 디즈니 월드의 건설 초기 프로젝트를 의미하던 ‘플로리다 프로젝트’든, 집 없는 이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사업을 말하는 ‘플로리다 프로젝트’든 어떤 대상도 누군가에게 모두 나름의 가치가 있고 의미를 갖는다. 필요 없게 여겨지는 작은 동전 하나 하나가 모여 최고의 아이스크림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

 

“여름보다 뜨거웠던 사진의 온기”

 

 

 

 

 

 

감독 : 허진호

 

출연진 : 한석규, 심은하, 신구, 이한위

 

 

 


 

무더운 여름날 정원 (한석규)는 땀을 흘리며 사진관으로 들어온다. 사진관에서 기다리는 주차단속원 다림 (심은하)은 그런 정원에게 사진을 뽑아달라 닦달한다. 정원은 병원에서 시한부 판정을 듣고 장례식장에 다녀온 직후였다. 다음에 오라고 정원은 약간은 짜증을 내지만, 그러한 짜증이 못내 미안했는지 다림에게 아이스크림 하나를 건낸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말투의 정원에게 다림은 호감을 느끼게 되고 그들은 가까워진다. 정원과 다림은 다른 연인들처럼 대놓고 애정 표현을 하지도, 사랑을 입으로 말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고, 달리기를 하고, 산책하면서 그들의 말과 표정은 사랑을 전한다.

 


 

 

“한 순간의 달콤했던” 

 

 

 

 

 

 

“지난 20년간 한국 멜로는 결국 허진호였다”라는 ‘이동진’ 평론가의 말처럼 오글거리는 사랑 노래 없이도 뛰어난 연출 덕에 영화의 정서는 온전히 느껴진다. 이러한 정서를 나타내기 위해 영화에는 다양한 소재들이 등장한다. 그렇지만 영화 내내 정원과 다림 곁에 함께 등장한 것은 바로 아이스크림이었다. 바 아이스크림, 컵 아이스크림, 콘 아이스크림까지 다양한 아이스크림들이 영화 속에서 역할을 한다. 시한부라는 비참한 삶과 현실에도 사소한 말 한마디에 상처받을 수 있었던 다림을 먼저 신경 쓴 정원, 그가 건넨 미안함과 선함이 담긴 아이스크림 바 하나는 얼마 남지 않은 그에게 삶의 활력을 불러일으킨다. 준비한 아이스크림을 쑥스럽게 건넨 정원과 그의 사과를 흔쾌히 받아주는 다림. 그렇게 둘의 아름다운 사랑을 시작된다. 

 

 

 

존대하던 사이에서 반말을 하고 함께 스쿠터를 탈 정도로 가까워진 그들은 어느 순간 또 하나의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장남이었었던 정원과 오 남매였던 다림은 가족 이야기를 하며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하나의 아이스크림을 퍼먹는다. 이 장면은 서로가 서로를 온전히 사랑함을 보여줄 뿐 아니라 둘의 더욱 가까워진 사이를 암시한다. 다림과 정원은 다림이 퇴근한 후 술을 마시기로 하는데, 왠지 모르게 그날 다림은 오지 않는다. 그리고 며칠 후 화장을 한 다림은 정원의 사진관에 찾아오는데 이번엔 정원의 아이스크림도 거절하고 함께 술을 마신다. 사소한 대화를 나누던 중 다림은 ‘서울랜드’에서 일하는 친구 덕분에 언제든지 가면 공짜 표를 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그녀의 마음은 눈치챈 정원은 웃는다.

 

 

 

 

 

 

서울랜드에 놀러 가 벤치에 앉은 그들은 다시 아이스크림을 먹게 된다. 딱 붙어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저번과 달리 둘의 거리는 마치 한 사람의 자리만큼 벌어져 있다. 이러한 거리를 의식한 터일지 다림은 먼저 다가가 거리를 좁히는데, 정원은 그저 웃음만 보인다. 마지막 아이스크림은 그들이 함께 보내는 마지막 날에 먹은 아이스크림이다. 정원의 상황을 모르기에 다가가는 다림과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정원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가슴 아픈 장면이다.

 

 

 

 

 

 

놀이공원 데이트를 마치고 목욕탕에 갔다가 산책까지 하면서 알차게 하루는 끝나지만, 결국 정원이 쓰러지고 입원하면서 그 둘은 더 이상 만나지 못한다. 영화는 정원의 웃는 영정사진과, 자신의 사진이 걸린 사진관을 보며 웃는 다림의 모습으로 끝이 난다. 결국 녹아버리는 아이스크림처럼 한순간이었던 다림과 정원의 사랑은 끝이 났지만 너무나 달콤했던 여름날의 사랑은 그들에게 남아있을 것이다.

 


 

 

 


 

 

 

“영화와 아이스크림”

 

 

 

차갑지만 따뜻하며, 딱딱하지만 부드러웠던, 녹아서 사라지기에 더욱 달콤한 아이스크림과 영화의 가치는 공유된다. 자유부터 사랑까지, 손안에 들어오는 작은 아이스크림 하나가 주는 남다른 의미는 어떤 대상에서도 찾을 수 없는 것들이다. 지금까지 아이스크림의 의미를 중심으로 다섯 가지 영화를 함께 살펴보았다. 이러한 의미를 조금은 생각해보며, 아이스크림을 먹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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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 쿠니
    2020.10.13. 19:14

    반전포인트와 소소한 스토리

    쿠니
    2020.10.13. 19:14

    11.01 에 본영화 .배우들의 다양한 배역과 입체적인 캐릭터, 90년대 후반의 시대를 엿보는 맛은 쏠쏠하지만,다른 성별이 판단한 여자의 모습을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때, 참으로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몇 가지 있는건 어쩔 수 없는 한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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