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2025-04-07 20:45:07
포기하지 않는 이의 우주는 얼마나 넓은가
🌏시작_지구
프랑스 외곽에 위치한 가가린 주택단지를 배경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이곳은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지며 화려한 서막을 열었지만, 현재 이곳은 주류에서 밀려난 이들의 거주지가 되었다.
가가린에 사는 10대 소년 '유리'는 단지의 이곳저곳을 고치기에 여념이 없다. 이번 검사마저 통과하지 못하면 가가린은 철거될 예정이다. 유리는 친구 디아나와 오삼과 함께 임시방편으로 복도에 조명을 달고,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부품을 찾아다니며 최선을 다해 건물을 수리한다.
가가린의 사람들은 그런 그를 응원하거나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사람이 살만한 곳이 아니니까 떠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밀려난 이들을 받아준 공간이 없어지면, 그들은 어디로 가야할까?
유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가린은 철거 예정일을 받게 된다. 가가린 주민들이 하나 둘 떠나는 와중에도 유리는 벗어나지 못한다. 엄마는 더이상 유리를 찾지 않는다. 철거일 전에 데리러 오겠다는 약속이 무색하게 다른 친구의 집에 머물라 말을 바꾼다.
떠나지 못하는 사람은 유리 뿐만 아니다. 갈 곳 없는 이들은 어디에나 있다. 그들은 철거 준비를 시작하는 가가린에 머물며 삶을 이어간다. 토마토를 먹고, 춤을 추고, 음악을 듣는 평범한 이들은 가가린이란 지구가 사라지게 되면 곧바로 우주에 내몰릴 처지다.
🌌끝_우주
철거일 D-day가 다가왔다. 가가린에 살던 주민들은 그들의 추억이 담긴 단지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고자 한자리에 모였다. 다만, 그들은 가가린 밖에 있었고 유리는 그 안에 있었을 뿐.
같은 공간에 있어도 같지 않았다. 모든 주민들은 가가린을 떠났지만 그럼에도 가족이란 굴레에선 함께했다. 집이란 장소에 국한되지 않는다. 같이 역경을 이겨낼 사람이 있다면 그들이 집이며 지구니까. 그렇게 지구도 우주도 아닌, 곧 부서져버릴 가가린에 머물던 유리는 이제서야 떠날 준비를 한다. 밖에선 카운트다운 소리가 들린다. 이 숫자가 끝나면 가가린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카운트다운을 센다. 3, 2, ... 1.
건물이 부서지는 굉음 대신 소리없는 외침이 화려하게 우주를 수놓는다. 모스부호 SOS를 알아챈 디아나는 유리를 찾기 위해 가가린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가가린에 살던 사람들은 유리를 찾으러 떠났던 지구로 돌아온다. 유리는 그렇게 다시 지구로 무사히 착륙한다.
SF라는 장르가 무색하게 모든 이야기는 가가린에서 시작해 가가린에서 끝난다. 로봇도, 우주도, 과학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SF일까?
우주는 지구의 밖을 의미한다. 그리고 지구는 사회 공동체다. 사회 공동체에서 벗어난 이들은 밖으로 떠밀린다. 발은 땅에 닿지 않고 붙잡을 곳도 없는 공간 속, 포기하지 않고 발버둥치는 유리의 삶은 그 자체로 SF의 한 장면이라 생각한다. 결국 SF는 내쳐진 사람들의 삶과 이들을 이어주는 사랑에 대해 말하기 때문이다.
가가린 주택단지의 유리를 포함해 모든 이들이 우주가 아닌 지구에 머물 수 있길 소망하며 영화 <가가린> 리뷰를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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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포인트와 소소한 스토리
11.01 에 본영화 .배우들의 다양한 배역과 입체적인 캐릭터, 90년대 후반의 시대를 엿보는 맛은 쏠쏠하지만,다른 성별이 판단한 여자의 모습을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때, 참으로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몇 가지 있는건 어쩔 수 없는 한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