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2025-04-08 23:34:19
인간은 죽어도 그 욕망은 남을지니
들어가며
지난주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 <귀신들> 시사회에 초청을 받아 개봉전에 미리 만나보고 왔다.
AI가 상용화된 근미래 세대에 대한 디스토피아적인 다섯편의 이야기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였다. 제목이 <귀신들>이지만 정말 귀신이 나오지는 않는다. 공포영화도 아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디스토피아적인 부분에서 공포감을 느낄 수도 있음.) 그렇다면 제목을 왜 귀신들로 지었을까? 리뷰와 함께 살펴본다.
#1. 보이스피싱 Boy's fishing


첫 장면에서 엄마와 아들의 나이차가 너무 많이 나는 그림부터 이들 사이에 뭔가 문제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더니 1억이나 되는 돈을 달라는 아들의 재촉에 결국 노모는 그 돈을 주고 만다. 아들이 피싱 AI였다는 설정은 반전이 되지 못한다. 진짜 반전은 그녀가 아들을 닮은 피싱 AI를 이용해 사실 가장 바라왔던 일을 해내려고 하는 순간 벌어진다. 그녀에게는 오래전 실종된 아들이 있었고 평생을 그 집에서 혼자 아들을 기다렸다는 사실은 설정을 넘어서는 비통함이 있었다. 그녀를 보호하기 위한 모든 기술이 사실은 그녀를 영원히 상처입힌 세상 속에 가두어버렸다는 사실도 많은 생각이 들게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죄와 상처, 욕망을 밸런스 있게 그려낸 좋은 작품이었다.
#2. 모기지 Mortgage
원본인간의 AI로 남아 새 아파트로 이사오기 위해 자신의 사후(비활성화 이후) 일할 또 다른 AI를 만들까말까한 딜레마에 처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에피소드도 재미있었다. 그와 시종일관 다정하게 대화하던 분양사무실 직원도 사실은 키오스크 AI였다는 사실도 소소한 반전으로 재미를 더 했다.
부동산 신화가 건재한 대한민국에서 집을 사기 위해 인생 몽땅을 저당잡히는 것도 모자라 죽은 뒤의 자신의 분신에게까지 빚을 연대하게 만드는 설정에서 집이 인간을 사는건지, 인간이 집을 사는건지 모르는 아이러니를 깔끔하게 잘 풀었다. 다만 재밌는 설정을 전달하는 정도로 싱겁게 끝나버리는 점이 아쉬웠다.
#3. 음성인식
*약간의 스포가 있습니다*
외간 찻집에서 첫사랑을 기다리는 남자. 드디어 그녀가 오고 두 사람은 함께 했던 예전의 이야기를 나눈다. 여전히 말이 잘 통하는 두 사람. 남자는 어렵게 자신의 진심을 고백한다. 그러나 이루어질 수 없는데... 그는 이미 죽었고 그녀 역시 메시지를 전달하는 메신저 AI였기 때문. 뒤늦게 나마 서로의 마음을 안 그들은 이제 행복해졌을까? 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대사만으로 전달하기에는 핍진성이 떨어지는 점이 아쉬운 에피소드였다.
#5. 업데이트 update
정경호 배우의 1인 2역이 돋보이는 <업데이트>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소설가 위기찬이 죽고난 뒤에서 그의 정신과 성격을 이어받아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서 보험사는 위기찬의 AI를 보내며 시작된다. 외모가 똑같은 두 사람. AI는 빠른 속도로 위기찬의 학습하며 그가 남들 앞에서 얘기하지 않은 욕망을 드러내게끔 하는데.... 드러나는 충격진실은? 그 역시 AI였다는 것.
이건 창작자라면 여러가지 생각이 들만한 에피소드였다. <모기지>의 예술가 버전이라고 해야할까? 직장인은 AI로 대출금을 갚는 노동자 복제를 남기고, 예술가는 자신이 죽은 뒤에도 미완으로 남을 소설 끝까지 써줄 창작자 복제를 남긴다. 마지막 에피소드 <업데이트>는 앞에 나온 네 개의 에피소드를 하나로 묶는 책이었고 영화의 에피소드는 모두 위기찬이 상상한 미래사회의 AI에 대한 허구의 소설이었던 것으로 이야기는 끝나게 된다.
<귀신들> 총평! 추천? 비추천?
이 영화는 확실히 호불호가 나뉠 듯 하다. 평소 기승전결의 짜임에서 깊이 있는 스토리나 영상미, 캐릭터의 변화와 성장을 즐기는 관객분들이라면 불만족스러우실 것 같고. 가볍게 친구들과 영화관 나들이를 하면서 새로운 소재의 이야기를 기대하는 관객분들 또는 배우분들의 팬들이라면 소소하게 즐거운 관람을 하실만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영화개봉이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이다. 참고하셔서 즐거운 관극 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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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포인트와 소소한 스토리
11.01 에 본영화 .배우들의 다양한 배역과 입체적인 캐릭터, 90년대 후반의 시대를 엿보는 맛은 쏠쏠하지만,다른 성별이 판단한 여자의 모습을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때, 참으로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몇 가지 있는건 어쩔 수 없는 한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