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2025-04-08 23:49:37
우리가 사랑한 과거는, 상상력이 만든 환상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랑한 과거는, 상상력이 만든 환상일지도 모른다
<미드나잇 인 파리>는 오프닝부터 관객을 영화와 사랑에 빠지게 만든다. 나 역시도 그랬다. 파리의 아침부터 밤까지, 화창한 날씨부터, 흐린 날씨, 그 속에서 움직이는 파리지앵들의 모습까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는 파리의 아름다운 풍경은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짧은 오프닝 시퀀스만으로도 파리에 대한 낭만을 불러일으키는 이 영화는 1920년대 파리를 향한 또 다른 낭만을 가진 주인공 ‘길 펜더’와 그의 연인 ‘이네즈’가 함께 모네의 정원을 찾은 장면으로 이어지며 시작된다.
1920년대 파리를 동경하는 길 펜더는 잘나가는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이지만, 소설가라는 진짜 꿈을 간직한 채 글을 쓰고 있다. 어느 날 밤, 길은 우연히 골목길에 나타난 오래된 자동차를 타고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그곳에서 헤밍웨이, 피츠제럴드 등 오랫동안 존경하던 작가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자신이 이상적으로 여겨온 시대를 생생하게 체험한다. 이후 길은 의상 디자인을 배우러 파리에 온 ‘아드리아나’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는 1920년대가 아닌 1890년대 ‘벨 에포크’ 시절을 동경하고 있었다. 그녀와 함께 간 1890년대에서도 또 다른 인물들이 르네상스 시대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며 길 펜더는 과거는 언제나 동경의 대상일 뿐이며 ‘황금시대’라는 것이 결국 상대적인 것임을 깨닫게 된다. 결국 그는 아드리아나와의 인연을 정리하고 현재의 삶으로 돌아온다.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는 언제나 더 아름답게 보이기 마련인 것처럼, 지나간
세대에 대한 동경은 우리의 ‘상상력’이 주는 환상일지도 모른다. ‘왜 이렇게 늦게 태어났을까’ 한탄하며 90년대 영화와 오아시스, 라디오헤드의 시대를 사랑하고,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뒤섞이며 현재의 스스로를 부족하게 생각하던 나에게 이 영화는 단순한
위로를 넘어, “황금시대는 바로 지금”이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내가 90년대를 동경하는 것처럼, 먼 훗날의 누군가는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동경할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모든 동경은 상대적인 것이고, 무의미한 비교에 지나지 않는다.
길의 여정은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는 가브리엘을 만나며 마무리된다.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고 마치 운명처럼 그 둘은 다리 위에서 만나게 되는데, 자정이 되었음에도 길은 예전처럼 과거를 향해 떠나지 않는다. 길은 지금 이곳, 현재에 머무르기로 선택한 것이다.
<미드나잇 인 파리>는
'지금 여기'에 충실한 삶이야말로 결국 나만의 황금기를 만드는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길 펜더가 환상을 거두고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듯,
나도 영화를 통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기로 했다. 또한, 이 영화는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영화를 통해 파리 여행에 대한
꿈이 생겼고, 몇 년 전 그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속 배경이 되는 알렉상드르 3세 다리에 서서 그 순간을 재현해보며, '지금'이라는 시간의 가치를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현재를 살아가면서도 그 사이 사이에 낭만의 단편들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인생의 황금시대가 아닐까? 과거를 쫓기보다 현실 속에서 빛나는 순간들을 채워가야 한다는 것, 그것이
이 영화가 내게 남긴 가장 큰 선물이다.
- 1
- 200
- 13.1K
- 123
- 10M
-
반전포인트와 소소한 스토리
11.01 에 본영화 .배우들의 다양한 배역과 입체적인 캐릭터, 90년대 후반의 시대를 엿보는 맛은 쏠쏠하지만,다른 성별이 판단한 여자의 모습을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때, 참으로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몇 가지 있는건 어쩔 수 없는 한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