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2025-04-11 16:42:19
삶과 사랑의 간극
만약 동물로 살게 되는 순간이 온다면 우리는 과연 어떠한 동물을 선택하게 될까. 데이비드(콜린 파렐)가 변하고 싶어 한 동물은 ‘랍스터’이다. 그는 랍스터를 설명할 때 100년 넘게 살며, 평생 번식을 하고, 귀족 같은 푸른 피를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가 이야기한 랍스터의 특징들은 모두 ‘살아가는 것’과 연관된다. 즉, 데이비드는 살고 싶은 목적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이 아닌 동물이 되어서도 최대한 오랫동안.
데이비드는 커플이 되어야 하거나, 혹은 솔로로 남아야 한다는 두 가지 선택지만 주어진 현실 속에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영화 속의 세계관은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결국 삶의 최종 목표는 이성을 만나 가정을 이루는 것이라고 단정 지어버리는 것처럼. 이렇듯 커플이 되어야만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제한된 공간인 호텔에서 지내는 동안에 그는 진정한 사랑을 찾지 못한다. 반면 절대 커플이 되어서는 안 되는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동안에 그는 완벽한 근시를 가지고 있는 여자(레이첼 바이스)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데이비드의 행동은 어떤 것을 통제하려고 드는 순간 우리는 그 통제 안에서 빠져나오고 싶어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완벽한 근시를 가지고 있는 여자를 만난 데이비드는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통제된 환경이 그를 사랑의 유혹에 빠지게 한 것은 아닐까. 우리는 사랑에 빠지면 안 되는 순간에 꼭 사랑에 빠지게 되고, 사랑에 빠져야 하는 순간에 꼭 사랑에서 멀어지게 된다. 더 랍스터(2015)는 이러한 아이러니한 굴레를 신박한 소재를 통해 관객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블랙 코미디라고 할 수 있겠다.
자신과 같이 완벽한 근시가 있다는 공통점을 시작으로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결국 사랑을 위해 통제된 공간 속에서 벗어나자 사랑을 시작하게 해 준 ‘근시’의 특징은 사라지고 장님이 되어버린 여자가 데이비드 앞에 놓인다. 그의 다음 선택은 과연 무엇인가. 한참을 고민하는 듯싶더니 장님이 된 여자가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들(촉각, 청각)이 발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여전히 사랑이라고 믿고 있으니까.
<더 랍스터>(2015)는 정확히 결말 10분이 영화의 가치를 판단한다는 말을 증명하는 영화인데, 데이비드는 결국 여자와 공통점을 가지기 위해 장님이 되는 것을 선택했을까, 아니면 여자를 남겨두고 자신 혼자 도망쳤을까. 빠르게 끝내고 오겠다는 데이비드의 말을 비웃듯이 장님이 된 여자는 적막 속에 놓인 채 영화는 막을 내린다. 첫 문단에서 이야기했듯 데이비드는 살고 싶은 마음이 컸을 터. 그가 랍스터가 되고 싶었던 이유도, 호텔에서 도망친 이유도, 숲에서 도망친 이유도, 마지막으로 여자에게서 도망친 이유도, 모두 그는 어떻게 해서든 살고 싶었다. 그렇지만 영화는 그에게 묻는다. 시각을 포기한 채 오로지 사랑이라는 눈에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감정만을 가지고 남은 삶을 살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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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포인트와 소소한 스토리
11.01 에 본영화 .배우들의 다양한 배역과 입체적인 캐릭터, 90년대 후반의 시대를 엿보는 맛은 쏠쏠하지만,다른 성별이 판단한 여자의 모습을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때, 참으로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몇 가지 있는건 어쩔 수 없는 한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