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2025-04-11 19:35:26
서투름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던 시절
어느덧 입춘이 지난지도 꽤 되었다. 그럼에도 더위는 가시질 않아 낮이면 에어컨을 틀어놓고, 길었던 해가 지면 풀벌레 소리에 잠을 설치며 하루를 보낸다. 괜히 따뜻한 봄날이 그리워지는 게 아닌가 보다. 가장 덥다는 오후 3시에 뛰어도 전혀 덥지 않고, 여름에는 짜증과 곰팡이만 불러대던 비조차 가녀린 벚꽃과 맞닿으면 큰 감성이 된다. 언제나 1년을 시작하는 계절이라 그런지. 봄이 오면 온전히 정돈되지 않았을 지난 1년을 마저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감정이 남아 차마 정리하지 못해 부유하는 시간들도 있으니. 누군가의 대한 그리움이 될 수도, 후회스러운 행동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런 시간들에도 봄은 한결같이, 위로하고 묻어두어 다시 필 날을 꿈꾸게 한다. 또한 봄은 기대와 불안, 걱정. 온갖 감정들을 미지라는 설렘으로 녹여내서 막연한 나날들에 낭만을 불러일으킨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설레면서 한편 너무나도 짧아 아련한 기분. 이와이 슌지 감독은 <4월 이야기>라는 1시간 짜리 작은 통조림에 그 삼라만상을 모두 담아내었다.
3월에 입학식이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벚꽃이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하는 4월에 입학을 맞이한다. 4월. 멋모르고 떨어지는 벚꽃에 아이들은 새로운 세계를 느끼고, 어른들은 ‘올 게 왔구나.’하는 심정으로 몽환적인 하늘을 향해 멋쩍은 웃음을 짓는다. <4월 이야기>는 그 사이, 아이와 어른의 경계에 서있는 대학생들의 감정을 다루었다. 짝사랑을 따라 같은 대학교에 진학한 주인공, 언제나 친절하고 멋진 짝사랑. 겉으로 무심해 보였지만 속으로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친구 등. 이와이 슌지는 극적인 행동이나 사건이 아닌, 그들이 수업을 듣고 방과 후에는 동아리 활동을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일상적인 장면들에 주목함으로써 그때의 감정을 온전히 느끼게 했다. 같은 수업을 듣더라도 누군가는 다른 세계를 상상할 수 있고, 같은 동아리 활동을 하더라도 누군가의 시선은 사랑을 향하고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러브레터>, <하나와 엘리스>에서도 느낄 수 있는. 이와이 슌지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우리에게 있어 극적인 사건은 잘 없다. 학교, 대중교통, 아르바이트와 같이 우리는 비슷한 환경 속에 일상의 대부분을 태우고, 취미나 사랑 등을 내새워 조금이라도 다름을 추구하지만, 결국은 크게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심지어 이따금 일어나는 극적인 사건조차 누군가의 사연에 비하면 초라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환경에서도, 조금의 특별함조차 중복되는 세상을 살아가더라도. 우리는 고유한 각자의 감정과 시선을 갖고 있다. 같은 입학식에서도 각자 다른 목표와 꿈을 안고, 같은 벚꽃을 보더라도 우리는 각자 다른 사람을 떠올린다. 어쩌면 봄은 거들 뿐. 그럼에도 하루 빨리 봄이 되어 <4월 이야기>를 다시 보고 싶은 내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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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포인트와 소소한 스토리
11.01 에 본영화 .배우들의 다양한 배역과 입체적인 캐릭터, 90년대 후반의 시대를 엿보는 맛은 쏠쏠하지만,다른 성별이 판단한 여자의 모습을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때, 참으로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몇 가지 있는건 어쩔 수 없는 한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