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2025-04-15 00:24:14
곤돌라는 낭만을 타고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참석한 시사회 <곤돌라>의 영화 리뷰입니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곤돌라
누군가의 관을 싣고 하강하는 곤돌라의 모습으로 시작되는 영화 <곤돌라>. 미처 다 담기지 않아 곤돌라 사이로 불쑥 튀어나온 관의 모습, 그리고 공중에서 하강하는 관을 올려다보며 추모를 건네는 마을 주민들. 조지아에 위치한 고요한 산골 마을에는 곤돌라가 유일한 이동 수단이자, 그들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매개체다.
산과 땅 사이를 오르내리는 곤돌라 정류장의 풍경은 비현실적이다. 땅과 산과 하늘을 교차하며 공중을 가로지르는 곤돌라는 언제나 사람과 사람을 잇고 나른다.
새로 마을에 와 곤돌라의 승무원이 된 이바는 맞은편에서 곤돌라를 운행하는 니노와 가까워진다. 이때 그들의 교류 방식은 독특하다. 하루종일 곤돌라를 타지만 그들은 결코 같은 차에 탑승하지 않고, 유일하게 얼굴을 마주보는 순간이라고는 곤돌라가 교차하는 짧은 찰나가 전부. 그러나 교대로 긴긴 체스 게임을 한 칸씩 전진해나가기도 하고, 급기야 친밀해진 둘은 시선이 얽히는 짧은 찰나를 위해 제각기 흥미로운 이벤트를 준비한다.
막간의 쇼를 선보이거나, 곤돌라를 개조해 로켓처럼 만드는 등 서로를 즐겁게 만들기 위해 온갖 놀이를 고안해내는 둘.
영화의 러닝타임 내내 그들은 대사 한 마디 내뱉지 않는다. 그렇기에 영화는 복잡하기 않고 단순한 플롯으로 이어진다. 복잡한 서사와 말 대신 그들이 보여주는 것은 작은 웃음소리와 추임새, 그리고 집기가 달그락거리거나 악기가 연주되는 소리다. 그들은 말 대신 악기를 합주하고 유리잔을 문질러 작은 공명음을 내는 등 시간을 보낸다.
곤돌라에서 벌어지는 이바와 니노의 즐거운 놀이는 점차 마을 사람들을 감화시켜 소리 한 구절을 주고받고, 즐거운 한밤의 연주회로까지 이어진다. 이쪽과 저쪽을 잇는 곤돌라. 지하철과 버스 등 각종 온갖 편리한 이동수단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있어 이는 언뜻 단절되고 불편한 생활일지 몰라도, 그 이동수단이 삶의 양식으로 자리잡은 마을 속에서 사람들을 하나의 음악으로 이어주는 것 역시 곤돌라다.
동화같은 이야기
영화 <곤돌라>는 소소하고 단순한 이야기다. 미아와 이바의 싹트는 관계로부터 시작해, 휠체어를 탄 탓에 곤돌라 탑승을 거부 당하는 할아버지, 그리고 소녀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어하는 풋풋한 소년. 마을 안에서 곤돌라는 그들의 작은 소망을 이루어준다. 아늑한 만찬의 공간부터 시작해 다리가 불편한 노인을 날게 만들어주는 근사한 기구가 되어주기까지. 그들의 사랑과 꿈을 질투한 한 남자로 인해 소동이 벌어지지만 결국 큰 위기와 아픔 없이 미아와 이바는 툭툭 털고 자리를 나선다.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과 마찬가지로 <곤돌라>의 서사는 잔잔한 동화와 같다.
곤돌라를 둘러싸고 큰 사건이 벌어지길 기대한다면 아쉬울 수도 있겠다. 이곳 곤돌라가 위치한 이 마을 속에서는 대사 없이 작은 소리와 몸짓으로 교감하는 이들의 모습이 그저 평화로울 뿐이다.
이바와 니노가 본격적으로 수고를 들여 곤돌라를 개조하는 장면이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즐거워할 상대방의 얼굴 하나만을 생각하며 그 짧은 찰나를 위해 용접과 설계도를 그리는 일. 수고롭지만 어쩌면 그들에겐 힘든 일도 아니었을 테다. 그저 일터 속에서 상승-하강만을 반복하며 권태롭게 보내는 일상보다도, 찰나의 교차점에 만난 서로의 짧은 웃음을 보기 위한 노고가 그들 스스로에게 더 큰 기쁨이었을 테니. 현실이었다면 위험천만했을 법한 상황도 이 영화 속에서는 사소한 돌부리 같은 일이 된다. 몹시 극적이고 동화적인 영화 <곤돌라>는 어쩐지 특유의 순수함과 함께 영화 산업 초기 무성 영화 시절에 있었을 법한 유머 코드를 떠올리게 한다.
작성자 . null
- 1
- 200
- 13.1K
- 123
- 10M
-
반전포인트와 소소한 스토리
11.01 에 본영화 .배우들의 다양한 배역과 입체적인 캐릭터, 90년대 후반의 시대를 엿보는 맛은 쏠쏠하지만,다른 성별이 판단한 여자의 모습을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때, 참으로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몇 가지 있는건 어쩔 수 없는 한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