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2025-04-15 16:02:37
무언(無言)이 보여주는 감정의 하모니
*씨네랩 크리에이터 활동의 일환으로
시사회에 참석하였습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두 곤돌라는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달려간다. 가까워지더라도 결코 만날 수 없는 평행선 위에서 그들이 교차하는 순간, 오묘한 마음이 서로의 곤돌라에 탑승하게 된다.
영화에서는 시작부터 끝까지 대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의 단발적인 환호 소리나 곤돌라의 기계음, 그리고 음악을 제외하고선 음성을 통해 이뤄지는 감정 전달은 결코 없다. 그러니 그들은 전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면 직접 몸을 부딪혀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소년은 소녀에게 마음을 보여주기 위해 폐자전거의 바퀴를 분해해 서로의 창문에 고정한 뒤, 바구니 속에 케이크를 담아 건네준다. 그러나 소녀의 냉혹한 평가에 그는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다.
이처럼 마을 사람들은 행동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휠체어를 끌지만 곤돌라에 타고 싶은 한 남자는 포기하지 않고 탑승장에 방문한다. 매번 문전 박대를 당해도 그는 굴하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그는 곤돌라에 매달려 마을을 실컷 구경할 수 있게 된다.
승무원들은 조금 더 재밌는 방법을 사용한다. 비행기 승무원으로 분장하기도 하고, 찰리 채플린이 되어 세상 단 하나뿐인 개그맨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서로를 향한 걷잡을 수 없는 마음처럼, 곤돌라는 비행기가 되고, 자동차가 되고, 배가 되고, 우주선이 되어 서로에게 달려간다. 과한 설정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슬랩스틱 코미디 형식의 이 장면은, 관객으로 하여금 실없는 웃음이 터지게 만들어 그들의 사랑에 빠져들게 만든다.
세심한 감정은 음악으로 표현된다. 바이올린의 선율에 맞춰 트럼펫이 자연스레 녹아드는 그들의 하모니는 말이 없어도 사랑이란 감정을 확실히 표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마을 사람들이 두 승무원을 위해 준비한 이벤트 시간, 곤돌라에 탑승한 둘은 정제된 음악이 아니라 각종 생활 도구의 어색한 마찰음을 듣게 된다. 그러나 오히려 이 지점에서 마을 사람들의 진심이 느껴진다. 완벽한 소통이 아닌 미완성의 표현으로 우리는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영화가 끝난 뒤엔 사람들의 말소리가 되려 어색하게 들린다. 그리고 잠시 동안 입을 열지 않고 세상의 소음에 더 귀 기울여보고 싶어진다. 사랑한다는 말 대신 따뜻한 포옹을 해주고 싶어지는 영화, <곤돌라> 후기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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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포인트와 소소한 스토리
11.01 에 본영화 .배우들의 다양한 배역과 입체적인 캐릭터, 90년대 후반의 시대를 엿보는 맛은 쏠쏠하지만,다른 성별이 판단한 여자의 모습을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때, 참으로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몇 가지 있는건 어쩔 수 없는 한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