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영화 [야당]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글재주가 없는 자의 영화 리뷰 쓰는 법은 제법 처절하다. 영화 속에서 가장 말하고 싶은 것들 중 제일 큰 골자를 추려내야만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해를 돕기 위한 모티프도 찾아내야 한다. 거기까지만으로도 이미 힘에 부치고도 남는데 그 두 가지를 엮어서 글을 쓰다 보면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엉엉.
그렇다고 모티브나 레퍼런스가 쉽게 찾아지는 영화가 편한 것도 아니다. 바꿔 말하면 뻔하다는 뜻이니 그 단조로움을 뚫고 무언가를 써내려야 하는 고통(?)도 만만치만은 않다. 이번에 리뷰를 쓸 영화인 [야당]은 후자의 경우였다. 영화 [베테랑]이나 [내부자들]과 닮아있다는 것을 언급하지 않으려 애쓰고. 익숙하다라던가 아는 맛이라는 표현들을 빼고 쓰려니 아주 고역이 아닐 수가 없었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그래서 이 비루한 실력의 영화 리뷰어는 이 작품에 제로 콜라의 개념을 차용하기로 했다. 영화 자체도 빼야 할 것은 빼면서도, 기대하고 있는 어느 정도 수준의 쾌감은 주었으니까.
우선 영화는 이런 류의 작품에서 가장 관객을 해롭게 하는 설탕 같은 존재인 현실적인 참혹함이나 처참함을 덜어냈다. 덕분에 사회고발 성격을 띤 작품들을 보면서 느낄 수 있었던 무거움과 찝찝함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영화는 훨씬 유쾌하며 가벼웠지만, 자칫 잘못하면 펄럭거리면서 바람에 도망 다니기 바쁠 수도 있었던 흐름을 적당한 속도감으로 못 박아 고정시켰다. 이 덕에 영화는 매끄럽고 부드럽게 눈에 읽혀 들어가고, 관객들은 가벼운 마음과 자세로 영화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제로 콜라임을 인지하고 마시는 것처럼. 영화에서도 관객들이 애초에 어느 정도 감안한 채 접고 들어가는 부분도 존재한다. 몇몇 등장인물들은 소모성에 가까울 것이라는 사실과, 반전의 힌트가 언제나 코앞에 있다는 사실이다. 적정 수준의 통쾌함은 보장받지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들어맞는 예상 앞에서 마냥 쾌재를 부를 수는 없다.
왜냐하면 여기서부터 제로콜라의 안전성 혹은 의문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우리는 콜라의 대안으로 제로음료를 찾는다. PH2 정도 되는 산도(Acidity)를 숨기기 위해 때려 넣은 무지막지한 설탕에서 오는 모든 성인병을 비롯한 그 외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그러나 과연 제로 음료가 완벽한 대체제, 혹은 건강한 음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정답은 당연히 아니오 혹은 대답을 유보하는 것에 가깝다. 최근의 연구들에 따르면 제로 음료가 장내 미생물의 질서에 혼란을 주는 것은 물론. 일부 설탕 대체제들의 경우는 설탕만큼은 아니라 해도 그다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속속들이 발표되고 있다. (참고 1)
그리고 근원적으로. 제아무리 제로 음료라 할지라도 단맛이라는 감각에 대한 중독까지는 뿌리 뽑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 또한 여기에 있다.
이미 우리에게 잘 알려진 모티프들을 그러모아 만들어진 이런 영화가 관객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나 과연 이에 기대 만들어진 앞으로의 후속 작품들이 과연 한국 영화 자체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잘은 모르겠다. 는 답변을 내뱉지 않을 수 없다.
한때 우후죽순처럼 깡패 영화가 만들어질 때가 있었다. 그 시대를 거치며 얻은 결론이라고는 자가복제에 지쳐 씁쓸해진 관객들의 입맛뿐이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아는 맛은 이렇게 무섭고, 제로 콜라도 길고 넓게 보면 비만에 동조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참고
더 정확하게 말하면 설탕 대체제들과 함께 포함되어 있는 요소들도 혈당을 올릴 수 있음. 몇십 캔을 먹어야 설탕이랑 비슷하다는 둥의 말하지 마라. 애초에 가장 위험한 것은 단맛에 대한 중독성 그 자체임.
[이 글의 TMI]
1. 하이퍼 나이프 리뷰도 써야 하는데...
2. 보물섬 리뷰도 써야 하는데...
3. 회사 가기도 귀찮은 휴먼이 과연 해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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