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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2025-04-18 14:32:32

균열을 만드는 수많은 지진 속에서도 각자의 중심을 잡고 나아가려는 청춘

 

#50회서울독립영화제 

 

근미래의 도쿄, 음악에 빠져있는 유타(구리하라 하야토)와 코우(히다카 유키토). 클럽에서의 EDM 공연을 규제하는 정부. 음악은 주인공이 사회에 던지는 반항의 상징이자, 재능 있는 개인을 그저 억압하는 정부의 부조리함을 증명하는 요소이다. 유타와 코우가 공무원들에게 로비하는 교장 선생님의 노란 차를 거꾸로 꽂아버리는 대담한 행보로 시작한다.

 

 

불안의 시각화, 지진

 다수의 국민 사이 균열은 필수불가결하다. 피할 수 없는 자연재해인 지진과 같다. 다름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들어가야 한다. <해피 엔드>에서는 ‘지진 경보’를 시작으로 땅이 흔들리는 것만 지진이라고 칭하지 않는다. 클럽, 신념이 다른 코우와 유타가 충돌할 때, 밍과 아타가 떨어뜨린 조명이 흔들린다. 이 조명은 코우와 유타의 그림자를 흔든다. 영화 초반부의 코우는 어두운 계단에 서서 유타에게 돌아갔지만, 다름을 자각한 코우는 유타를 떠난다. 영화 후반부, 교장 선생님이 자신의 차를 거꾸로 내리꽂은 범인이 자수를 하면 감시 시스템 철회에 합의하겠다고 한다. 유타는 코우를 위해, 전교생 앞에서 자수한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코우네 가게, 대학 장학금에 합격한 코우지만 얼굴이 심히 어둡다. 흔들리는 조명을 바로잡아 보지만, 여전히 흔들린다. 다섯 아이에게 균열이 생길 때마다, 서로 다름을 깨달을 때마다 지진의 이미지가 등장한다. 

 

 

AI 감시 카메라, 보수 정권의 인권 침해

 불량한 행실이 카메라에 찍히는 학생에게 즉시 벌점을 부여하는 시스템이 도입된다. 하지만, 감시 카메라에는 빈틈이 있다. 사각지대에서 유타가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버리자 한 남학생이 이를 꾸짖으며 담배꽁초를 집어 든다. 이때 카메라에 잡힌 학생이 계속해서 벌점을 부여받는다. 아이들은 감시를 통해서 변화하지 않는다. 아이들뿐 아니라 감시와 통제로 국민들을 제어할 수 없다. 반드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네오 소라 감독은 독재와 감시, 뿌리 깊은 시스템의 문제를 꼬집는다.

 

 

거울로 비춘 듯한 권력자

 수업 시간, 자위대에서 특강을 하러 온다. 하지만, 자국민이 아닌 학생들은 들을 필요 없으니 나가라고 한다. 부당함을 참지 못한 몇몇 학생들은 들고 일어서 교장실로 향한다. 교장 선생님을 가둔지 오래되었을 때, 교장을 받드는 한 선생이 일식 도시락을 전달한다. 학생들은 도시락을 먹으라고 강요하는 교장 선생님에게 순응하지 않고 버린다. 이때 교장 선생님과 권력자가 겹쳐진다. 총리에게 행해진 도시락 테러, “아깝게..”라며 저항하는 시민을 멸시하는 장면이 겹친다. 학교는 독재와 억압이 판치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코우는 한국을 상징하는 ‘김밥’을 들고 가서 친구들과 뜻을 함께한다.

 

 

‘자유’란

 코우와 유타는 합심하여 음악 장비를 옮긴다. 그 길은 가파르고, 울퉁불퉁하고 경찰에 의해 막아진다. 외국인인 코우에게 거주 증명서를 내놓으라며 잡아간다. 이방인 혐오로 가득한 사회에서 한국계 재일교포인 코우는 경찰에 같이 잡혀도 차별을 당한다. 유타는 땀을 흘리며 홀로 장비를 끌고 클럽으로 향했지만, 내진 설계를 위한 재건설로 아이들의 아지트는 사라지고 음악 장비는 바닥에 내동댕이쳐져 있다. 지진과 사회, 개인의 다름은 아이들의 관계를 변화시킨다. 이때 유타는 결심한 듯하다. 같은 장난을 저질러도, 외국인인 코우와 자국민인 유타는 다르다는 것을. 

 

돈독한 우정의 두 주인공은 사실 너무나도 다르다. 코우는 부조리한 구조 퇴치, 구조적인 자유가 진정한 자유를 불러온다고 믿고, 이 과정에서 시위에 참여하는 후미와 뜻을 함께 한다. 유타는 어떤 상황에 처해있든 원하는 것을 하며 즐기는 것이 자유라고 믿는다. 시위를 한다고 이 썩은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서로 다른 신념의 두 주인공은 충돌한다. 코우와 유타는 다르지만, 원하는 바는 같다. ‘자유’이다. 두 아이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유를 추구한다. 서로 이해하지 못하지만, 서로 사랑한다. 유타는 철없는 어린 애로 통하지만, 사실 유타도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아이들이 자신을 한심하게 생각하는 것도, 앞으로는 다 같이 놀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유타는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음악을 사랑하는 것이다. 코우가 장학금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하자, 온전히 자신이 책임을 진다. 코우는 부조리한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코우를 사랑하기 때문에 자수를 선택한다. 사랑하는 친구들과의 관계가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성장한다.

 

 

갈림길에 선 미성년

 다섯 아이들은 각자의 길을 찾아간다. 똑똑한 밍은 초등학교 수준의 중국어라는 언어의 벽으로 아버지와 대화하기 어려워했지만, 함께 밥을 먹으러 간다. 미국인 톰은 자국으로 돌아가 아버지의 나라에서 살게 된다. 복장 불량으로 벌점 10점을 받던 아타는 패션 디자인의 재능을 찾는다. 철이 들면서 서서히 멀어지는 청소년들. 함께 해서 행복한 순간들이 점점 멀어진다는 것을 자각하며 성장한다. “또 보자.”라고 말하지만, 다시는 예전과 같이 만날 수 없단 것을 알고 있다.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고 나아간다. 모두가 그렇다. 시절 인연이라는 말이 있듯이 언젠가는 멀어진다. 하지만, 서로를 사랑하며 성장했던 추억은 영원히 남는다.

 

갈림길에 선 유타와 코우. 그리고 유타가 코우의 가슴을 찌르는 프리즈 프레임.

그 순간 두 아이는 함께 했고, <해피 엔드>의 프리즈 프레임처럼 영원히 정지된 이미지로써 기억될 것이다. ‘HAPPYEND’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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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brunch.co.kr/@gomi2ya/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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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 쿠니
    2020.10.13. 19:14

    반전포인트와 소소한 스토리

    쿠니
    2020.10.13. 19:14

    11.01 에 본영화 .배우들의 다양한 배역과 입체적인 캐릭터, 90년대 후반의 시대를 엿보는 맛은 쏠쏠하지만,다른 성별이 판단한 여자의 모습을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때, 참으로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몇 가지 있는건 어쩔 수 없는 한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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