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신고

댓글 신고

영화 리뷰2025-04-20 23:05:26

곤돌라는 무언의 사랑을 싣고

 

   오래전 모 제과 회사의 초콜릿 파이 광고 배경 음악에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가사가 있었다. 누군가에게 조심스레 초콜릿 파이만 건네면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상대방을 아끼는 마음이 아주 잘 전해진다는 것이었다. 기억하기 쉽고, 따뜻하고, 중독성 있는 가사와 멜로디 덕분인지 그 초콜릿 파이는 불티나게 팔렸다. 그런데 마법을 부리는 초콜릿 파이의 도움 없이 입을 꾹 닫은 채 눈짓, 손짓, 몸짓 등 비언어적 표현만으로 정말 나의 마음을 온전히 전할 수 있을까? 대사 없이 무성 영화처럼 연출된 <곤돌라>는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랑의 가능성을 낙천적으로 긍정한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영화 <곤돌라>의 공간적 배경은 꽤 험준한 산맥에 안겨 있는 조지아의 조용한 산골 마을이다. 윗마을과 아랫마을을 이어 주는 사실상 유일한 교통수단은 비좁은 곤돌라다. 사람들은 삶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곤돌라에 실어서 옮긴다. 사람, 동물, 와인, 음식, 각종 생활용품은 곤돌라의 단골 승객이다. 곤돌라의 양쪽 문을 활짝 열면 길쭉한 관()도 곤돌라에 적재할 수 있다. 이 마을 사람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삶의 희로애락을 곤돌라와 함께한다. 이런 환경이라면 사랑도 곤돌라와 떼놓고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이 마을 곤돌라의 새로운 승무원 '이바'와 일한 지 좀 된 듯한 승무원 '니노'는 상행선과 하행선으로 엇갈리며 서로를 지나치는 찰나의 순간마다 눈빛을 교환한다. 서로를 향한 그윽한 눈길은 곤돌라를 움직이게 하는 기계 장치와 철제 케이블처럼 서로를 서로에게로 끌어당긴다. 두 사람은 순진무구한 어린아이처럼 장난치고, 함께 체스를 두고, 각자가 다룰 수 있는 악기를 연주해서 선율을 들려주고, 함께 와인을 마신다. 곤돌라 혹은 곤돌라 승강장에서.      

브런치 글 이미지 3

   영화 <곤돌라>는 일부 장면의 음악과 비주얼이 조르주 멜리에스의 <달세계 여행>을 떠오르게 할 만큼 언뜻 보면 마냥 행복한 동화처럼 보이지만 현실에서 성 소수자가 겪는 다양한 난관을 곤돌라를 활용해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기도 하다. 두 주인공이 매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곤돌라와 곤돌라가 배경으로 삼고 있는 산경(山景)은 아름답지만 멀리서 보면 철사 두 줄에 의지하고 있는 듯한 곤돌라는 매우 위태롭게 느껴진다. 기발하고 깜찍한 착상으로 창조한 영화 <곤돌라>의 동화 같은 세계는 관객의 마음을 데워 주는 한편 냉혹한 현실도 곱씹게 만든다.
 

- 끝 - 

 

 

* 씨네랩의 초청으로 4월 12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곤돌라>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4

 

작성자 . null

출처 . https://brunch.co.kr/@starshines/132

  • 1
  • 200
  • 13.1K
  • 123
  • 10M
Comments
  • 쿠니
    2020.10.13. 19:14

    반전포인트와 소소한 스토리

    쿠니
    2020.10.13. 19:14

    11.01 에 본영화 .배우들의 다양한 배역과 입체적인 캐릭터, 90년대 후반의 시대를 엿보는 맛은 쏠쏠하지만,다른 성별이 판단한 여자의 모습을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때, 참으로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몇 가지 있는건 어쩔 수 없는 한계인가?

Relative contents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