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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2025-04-22 23:42:22

균열의 시작, 변화의 끝맺음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해피엔드> 시사회의 리뷰입니다.

 

 

지진, 시위, 10대의 끝자락.

<해피 엔드> 속 모든 것은 흔들린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변화의 조짐 앞에서 방황하면서도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아이들. 

그들은 작은 꿈 하나만으로 넓은 세상을 꿈꾸고, 균열 어린 세상 앞에 생채기를 입는다.

 

몰래 클럽과 학교에 숨어들어 신나는 음악 파티를 벌이는 다섯 명의 친구들.

그 중 유타와 코우의 짓은 장난이 교장을 자극하고, 학교에는 학생들의 행동을 하나하나 통제하는 AI 감시 체제가 도입된다.

이들이 살고 있는 근미래는 격동의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 이미 수많은 다국적 인종으로 교실이 구성되어 있음에도 분열을 부추기듯 일본인과 비일본인의 구분은 극명하고, 허공에 일렁이는 전광판이 일본 도심을 비추는 가운데 사람들은 여전히 몸을 던져 시위하며 목소리를 높인다. 

이따금씩 찾아오는 지진은 오죽하랴, 흔들리는 땅 위에서 사람들은 제각기 자신만의 혼란에 잠긴다.

 


 

그곳에서 10대의 끝자락에 서 갈림길로 나뉘는 아이들. 왜 그 시절의 우리는 무심코 평생 함께할 거라는 막연한 착각을 반복했던 걸까. 

하지만 누군가는 자신의 태생을 찾아, 또는 꿈을 좇아, 그리고 옳음에 눈을 뜨고 제각기 나아간다. 그 속에서 유일하게 유타는 아직도 변함없이 어린 아이같은 인물이다. 여전히 음악으로 잘나가는 뮤지션이 되고 싶어하고 고리타분한 선생들이야 따돌리면 그만.

하는 것이라고는 미래에 대한 생각 없이 악기를 훔치고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뿐. 유타와 가장 가깝던 코우는 슬슬 유타의 철없는 행동을 전처럼 받아주기가 힘들다.

 

그러나 변함없이 음악과 친구가 전부인 유타 또한 세상의 벽에 부딪힌다. 악기를 훔쳐 홀로 아지트로 옮겨온 유타. 그러나 빈 건물에 위치했던 아지트는 하루아침에 재개발이 시작되어 몽땅 폐기처분을 당한 이후다.

갈 곳 없이 덩그러니 남겨진 유타. 유타는 어떤 말도 꺼내지 않는다. 모두가 떠나가는 끝자락에서 머물기를 고집한 그에게 남은 것은 빈 자리의 고독이다.

 

 

작은 균열이 세상을 바꾸기까지


흔들림은 곧 불균형을 뜻하지만 그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불합리한 외국인 거주자와 감시 문제로부터 힘을 모아 저항을 시작하는 아이들.

 

이런다고 무언가 바뀌기는 할까.

목소리를 내었다가 괜히 후회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불안과 배고픔에 휩쓸리면서도 아이들은 교장에 대항해 농성을 벌이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들의 저항은 비록 거창한 것이 아닐지라도 결국 학교라는 작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불씨가 된다.

결국 흔들림을 넘어 세상은 변화한다. 대지진이 세상의 판을 바꾸듯 과도기를 거쳐 졸업식을 마친 아이들은 각자의 갈림길을 향해 새로운 인생의 장을 시작한다. 그 마지막 배웅의 끝에서 그들은 서로를 응원하며 꼭 끌어안는다.

 

작별한 다섯 아이들은 앞으로 어떤 가능성으로 나아갈까. 영화는 끝내 그 갈래를 보여주지는 않지만 드문드문 찰나의 가능성을 잔잔히 비출 뿐이다. 

결국 모든 삶의 흔들림이란 처음은 석연치 않을지라도, 그 끝에는 응원의 작별 인사를 건네는 해피엔드다.

 

 

 

ps. 마치 유타의 꿈을 대변하듯 영화를 이루는 요소 가운데 무엇보다 강렬한 것은 장면 사이사이 기민하게 빛나는 음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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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blog.naver.com/uy1278/223843205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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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 쿠니
    2020.10.13. 19:14

    반전포인트와 소소한 스토리

    쿠니
    2020.10.13. 19:14

    11.01 에 본영화 .배우들의 다양한 배역과 입체적인 캐릭터, 90년대 후반의 시대를 엿보는 맛은 쏠쏠하지만,다른 성별이 판단한 여자의 모습을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때, 참으로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몇 가지 있는건 어쩔 수 없는 한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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