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2025-04-23 13:16:39
대도시의 조명에 가려진 '우리'라는 빛
*씨네랩 크리에이터 활동의 일환으로 시사회에 참석하였습니다*
언제나 사람이 붐비는 인도의 뭄바이. 지하철의 시끄러운 소음을 배경 삼아 꺼지지 않는 화려한 불빛을 자랑하는 대도시이다. 수많은 사람들은 그들만의 목적지를 향해 바쁘게 발걸음을 옮긴다. 각자의 고민거리를 잔뜩 안은 채로.
영화 속 등장하는 세 명의 여성은 뭄바이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와 요리사로 일한다. 같은 공간에서 일하지만 그들을 괴롭히는 문제는 각기 다르다. 아누는 사랑, 파르바티는 주거, 프라바는 부재란 골치를 앓고 있다.
아누는 인도에서 당연하게 생각되는 결혼 대신 자유로운 연애를 하는 당찬 여성이다. 게다가 현재 남자친구는 교리가 다른 이슬람인이다.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여도 그 역시 아빠의 결혼 압박에 부담을 느낀다. 그의 속도는 사람들의 일상보단 느리고, 팽배한 편견보단 빠르다. 남자친구와 함께 속도를 맞춰가는 아누. 그런 그를 프라바가 조용히 응원한다.
파르바티는 20년간 살던 집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재개발을 앞두고 본인 명의로 된 서류가 없으니 나가라는 식의 대응에 그 역시 막무가내로 버티기에 돌입한다. 그러나 기업의 횡포에 밀려나 어쩔 수 없이 고향으로 내려가기로 결정한다. 재개발을 추진하는 회사의 간판에 돌을 던지는 소소한 복수를 마친 뒤에 말이다. 뭄바이에 올 때는 혼자였지만 내려갈 땐 셋이다. 얻은 거라곤 사람뿐인 대도시를 뒤로한 채 조용하고 소박한 시골길에 몸을 맡긴다.
프라바는 독일로 떠나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린다. 독일제 밥통을 선물로 받고 혹시나 남편이 보낸 게 아닐까 생각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지만 결국 남편이 있다는 핑계로 그를 밀어낸다. 그러나 어렴풋이 남편이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짐작하는 프라바. 파르바티의 이사를 돕기 위해 내려간 그곳에서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된다. 돌아오지 않을 남편은 제쳐두고 다시 시작하기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적막한 밤, 줄조명으로 장식된 해변가 가게의 테이블에 네 사람(아누, 아누 남자친구, 프라바, 파르바티)이 앉아 있다. 그곳을 운영하는 남자의 고요한 춤은 파도 소리와 어울리지 않고, 가게 위로는 별들이 펼쳐있다. 축제 기간 동안의 화려한 불꽃놀이와 사람들의 현란한 춤사위, 그리고 평범한 날에는 군데군데 켜진 아파트의 불빛과 생활 소음이 가득한 뭄바이의 밤과 대비된다. 거창한 껍질을 벗겨내니 비슷한 상황에 정반대의 감정이 느껴진다.
이처럼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은 우리의 곁에 있다. 그러나 그때는 모르다가 눈이 멀 듯한 강렬함을 겪고 돌아와야만 비로소 깨닫게 된다. 영화가 끝난 뒤엔 모두가 대도시의 화려함에 묻힌 각자의 빛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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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포인트와 소소한 스토리
11.01 에 본영화 .배우들의 다양한 배역과 입체적인 캐릭터, 90년대 후반의 시대를 엿보는 맛은 쏠쏠하지만,다른 성별이 판단한 여자의 모습을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때, 참으로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몇 가지 있는건 어쩔 수 없는 한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