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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2025-04-24 12:34:14

거대한 욕망에 중독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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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만의 욕망을 가지고 살아간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모습이 되고 싶은지를 마음속에 품게 되고, 그것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하나의 방향이 된다. 그렇게 시작된 욕망은 성인이 되면서 모양을 바꾼다. 단순한 육체적 욕망에서 시작해, 직업적 성공, 인정욕구, 권력욕 같은 복잡한 감정으로 얽히고 설켜 때론 자신도 통제할 수 없는 괴물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가 인생이라고 부르는 건 그 욕망과 싸우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영화 <야당>은 바로 그 욕망의 민낯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들여다보게 만든다.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마약이라는 물질적 욕망, 검사의 성공욕, 경찰의 정의욕, 브로커의 돈에 대한 욕심까지. 이 영화엔 서로 다른 종류의 욕망들이 등장하고, 그것들이 하나의 사건 위에 서로 얽히면서 거대한 폭발을 만들어낸다. 그 안에서 각 인물들은 선택하고, 배신하고, 다시 갈망한다. 이 욕망의 소용돌이를 따라가다 보면, 너무나도 빠르게 이야기의 결말까지 도달하게 된다. 

 

 

 

[첫 번째 감정] 강수의 욕망

 

 

 

브런치 글 이미지 8

 

 

 

강수(강하늘)는 처음부터 욕망이 분명한 인물은 아니다.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잘못 선택한 일 때문에 억울하게 수감되었고, 그저 감옥에서 하루라도 빨리 나오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을 뿐이다. 출소 후 그는 검사 관희(유해진)와 거래를 하며, 본격적으로 브로커인 야당 역할로 활동하기 시작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의 선택은 살아남기 위한 수단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거래가 만들어내는 수익이 커질수록, 강수의 눈빛도 달라진다. 돈을 만지고, 그 돈으로 사람을 움직이고, 그것으로 여유를 부리기 시작하면서 그의 욕망도 구체적인 형체를 갖추게 된다. 그 욕망을 만든건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정의감이다. 검사가 던져주는 그 미끼를 강수는 덥석 받아물었다.

 

 

 

초반 강수가 만들어내는 유머는, 그가 가진 여유에서 비롯된다. 여유가 있을 때 사람은 더 유쾌해지고, 누군가에게 마음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 중반, 그가 욕망을 잃어버리는 순간부터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들어간다. 삶의 통제권을 잃은 강수는, 유쾌함도, 자신감도 모두 잃어버린다. 이때부터 영화의 톤이 달라진다. 그가 마치 현실의 벽에 정면으로 부딪힌 듯, 무거운 침묵만이 그의 주변을 감싸게 된다. 간간히 강수가 유머를 시도하는 순간들이 있지만, 그가 하려는 복수는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지 못한다. 그래서 강수는 더 진지해보이고 심각해보인다. 

 

 

 

결국 <야당>은 강수가 욕망을 되찾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모든 걸 잃은 자가 다시금 무언가를 갈망하게 될 때, 그 갈망은 처음과는 전혀 다른 힘을 가진다. 강수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고 그 욕망, 그러니까 복수를 하고 있어하는 인물들을 찾기 시작한다. 강수와 비슷하게 검찰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진 형사 상재(박해준)과 마약 수사를 돕다 마약쟁이가 된 수진(채원빈)이 바로 그 조력자들이다. 강수는 그들과 함께 자신의 욕망을 다시 채워나가기 시작하고 결국 다시 원래 자신이 가지고 있던 욕망의 모습을 찾는다. 

 

 

 

 

 

[두 번째 감정] 상재의 욕망

 

 

 

브런치 글 이미지 9

 

 

 

형사 상재의 욕망은 가장 정의로워 보인다. 그는 단 하나의 욕망만을 좇는다. 마약 조직을 끝까지 쫓고 일망타진하는 것. 하지만 정의의 욕망이라는 것이 언제나 가장 외로운 자리인 법이다. 그가 꾸준히 모아온 단서들이 무력화되는 순간은, 언제나 검찰의 등장으로부터 시작된다. 상재가 구축해온 수사의 구조물 위로, 검찰은 슬그머니 발을 들이고 모든 수고를 가로챈다. 정당하지 않은 방식으로 가로채인 정의. 그것이 상재의 욕망을 무너뜨린다.

 

 

 

그는 욕망을 꺾이고, 내쳐진다. 조직은 그를 더 이상 동료로 인정하지 않고, 상부는 침묵하며 사라진다. 그저 조용히 있으면 그만이라는 말 속에서, 상재는 고개를 떨군다. 딸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그는 수사를 멈춘다. 그저 삶을 살아가기 위해 가족들 옆에서 일을 도우며 자신의 욕망을 잠재운다. 하지만 상재의 욕망은 꺼진 게 아니었다. 그저 숨죽이고 있었을 뿐이다. 범죄자들이 웃고 있는 뉴스 속 화면을 보는 순간, 다시 그의 욕망은 불을 뿜는다. 

 

 

 

강수와 다시 마주한 그는, 처음엔 조심스럽게 손을 뻗는다. 그러나 그 손끝에 남은 뜨거움은, 정의감이 아닌 생존의 본능이다. 영화는 두 인물이 서로의 욕망을 비추는 거울처럼, 다시 일어서는 순간을 만들며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그 욕망이 정의였는지, 복수였는지, 아니면 체념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욕망은 언제나 존재하고, 그것이 우리를 앞으로 밀어낸다. 상재는 자신이 가진 그 욕망을 꺼내어 최선을 다해 달린다. 그렇게 그는 정의감을 가진 형사로 다시 돌아온다. 

 

 

 

[세 번째 감정] 관희의 욕망


 

브런치 글 이미지 10

 

 

 

관희(유해진)는 평범한 평검사였다. 영화 초반, 그는 상재처럼 정의감으로 뭉친 인물처럼 보인다. 범죄자를 잡아들이고, 범죄의 고리를 끊기 위해 직접 현장까지 나선다. 강수를 브로커로 이용하며 범죄자들을 하나씩 끌어모으는 그의 전략은 꽤나 영리하고 치밀해 보인다. 적어도 그가 올바른 방향을 보고 있다고 착각할 만큼은 충분하다. 배우 유해진 특유의 유한 모습이 관희라는 인물이 정의감있는 친숙한 인물로 착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의 진짜 욕망은 아주 다른 방향에 있다.

 

 

 

출세욕. 그것이 그를 움직인다. 정치권력과 언론의 눈치를 보고, 거물들과 접촉하며 자신의 자리를 끌어올리는 것이 그의 진짜 욕망이다. 그것이 드러나는 순간부터, 관희는 더 이상 법의 수호자가 아니다. 그는 욕망의 중독자다. 마약을 향한 손처럼, 권력을 향한 그의 손은 한없이 부끄럽지 않다. 그는 주변 사람들을 도구처럼 쓰고, 실적을 만들기 위해 무고한 이들도 짓밟는다. 그 과정에서 흘리는 피나 눈물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자신이 더 높은 곳에 서는 것만이 중요하다. 그 모습은 영화에서 단번에 드러나지 않고 서서히 떠오른다.

 

 

 

그는 한없이 권력지향적이고, 자신의 욕망을 충실히 드러낸다. 그 욕망은 꽤나 더럽지만, 검사라는 높은 지위는 그 더러움을 충분히 가릴 수 있는 힘을 준다. 그가 검찰 건물 창가에 서서 기자와 대화를 하고, 정치인 아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현실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어쩌면 욕망은 정의감의 검은 버전이 아닐까. 관희의 욕망은 점점 더 짙어지기만 한다.

 

 

 

끝까지 힘있게 몰아붙이는 한국형 범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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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욕망이라는 키워드를 매개로, 서로 다른 권력 구조를 가진 인물들이 어떻게 충돌하고 이용하며 살아남는지를 보여주는 한국형 범죄영화다. 영화 <부당거래>, <베테랑>, <신세계>의 분위기를 가져다 조합한 영화 같이 느껴진다. 그만큼 장르적인 매력이 살아있고, 인물들이 설득력 있는 욕망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실존할 법한 캐릭터들이 이끌어가는 서사라는 점에서 몰입감이 뛰어나다.

 

 

 

특히 유해진 배우의 연기는 이번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다. 늘 유쾌하고 착한 이미지를 보여줬던 배우가 보여주는 악역은, 조용하지만 섬뜩하다. 강하늘의 연기는 자신감과 절망을 오가는 복잡한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냈고, 박해준 배우는 무너진 형사의 초라함과 분노를 설득력 있게 끌고 갔다. 채원빈 배우의 독특한 존재감은 후반부 영화의 리듬을 다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지금 무엇에 중독되어 있는가? 욕망은 누구나 품고 있지만, 그것이 삶을 지배하기 시작하는 순간, 인간은 얼마나 추악해질 수 있는가. <야당>은 그 질문에 대해 답을 준다. 현실에서도 일어날 법한 권력지향적인 사람들의 행태를 완전히 드러내 놓으면서, 관객들에게 그 추악함을 느끼게 한다. 결국 그 모습이 마약 중독자와 무엇이 다른가.

 

 

 

한 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긴장감, 그리고 누군가는 이기고 누군가는 모든 걸 잃는 끝까지. <야당>은 극장에서 보기 좋은, 완성도 있는 한국형 범죄 영화다. 욕망의 냄새가 진하게 밴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현재의 우리 모습을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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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brunch.co.kr/@moviehouse/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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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 쿠니
    2020.10.13. 19:14

    반전포인트와 소소한 스토리

    쿠니
    2020.10.13. 19:14

    11.01 에 본영화 .배우들의 다양한 배역과 입체적인 캐릭터, 90년대 후반의 시대를 엿보는 맛은 쏠쏠하지만,다른 성별이 판단한 여자의 모습을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때, 참으로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몇 가지 있는건 어쩔 수 없는 한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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