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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기획기사2025-05-06 09:14:47

[JEONJU IFF 데일리] 총 대신 카메라를 들고 뛰어든 전쟁터

브런치 글 이미지 1 

 

그라운드 제로로부터/From Ground Zero

 

가자의 영화감독들(Various Directors)/France, Jordan, Palestine, Qatar, United Arab 

Emirates/2024/114min/DCP/Color/B&W/Multigenre Short-film Collection/12세 이상 관람가/Korean Premiere/'프론트라인' 섹션          

 

 

 

시놉시스

 

〈그라운드 제로로부터〉는 팔레스타인 영화감독 스물두 명이 전쟁 중인 가자 지구에서 그들 각자의 삶을 포착한 이야기의 모음집이다.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픽션의 혼합을 통해 흔들리지 않는 인간 정신의 굳건함을 강력하게 증언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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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글 이미지 2

 

 

 

  “총을 들었으면서 왜 카메라를 겁내냐.” 이스라엘 인권단체 베첼렘이 촬영한 영상을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 〈빵과 대지를 위하여〉(2019)에 나온 대사다. 이 영화에서, 총을 든 이스라엘 군인들은 지속적으로 현장을 기록하려는 활동가들의 카메라를 빼앗으려 시도하는데, 위 대사는 그 군인을 향한 인권 활동가의 일갈이다.     

 

 

 

  ‘총’이 없는 팔레스타인인들은 다른 무기로 싸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들이 불가피하게 선택한 무기는 때때로 총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총은 물리적 상해를 입히는 데는 유용하지만 담론, 감정, 정동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전투에서는 별다른 힘을 갖지 못한다. 〈빵과 대지를 위하여〉, 그리고 그와 닮은 〈그라운드 제로로부터〉가 필사적인 투쟁의 일환일 수 있는 이유다. 이들은 총이 없는 자들이 품을 수 있는 가장 격렬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영화를 통해 전쟁에 개입한다. 전쟁이 인간의 존엄성을 얼마나 적나라하게 추락시키고 짓밟는지에 깊이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각자의 방식으로 이 ‘두 번째’ 전쟁에 참전해야만 한다. ‘총’으로 상징되는 첫 번째 전쟁에서 승산이 없는 팔레스타인은 담론, 감정, 정동의 전투에서만 이스라엘을 이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그라운드 제로로부터〉는 스물두 명의 팔레스타인 영화감독이 가자 지구에서 포착한 것들을 다큐멘터리, 픽션, 애니메이션, 실험 영화 등의 형태로 만들 것을 모은 옴니버스 영화다. 화자/감독의 성별, 직업, 지위, 세대가 다양하다. 다양한 장르, 그리고 화자의 다양한 정체성은 가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 일이 인간의 존엄에 어떤 중대한 위기를 촉발했는지를 보다 폭넓게 가늠하게 해준다. 각자의 감독이 포착한 가장 첨예한 문제들이 또 다른 감독의 문제의식과 만나 더 커다랗게 구체화되는 것이다.     

 

 

 

  영화에는 ‘그라운드 제로’, 즉 타격 원점에서 출발하는 푸티지 영상이 많다. ‘국제 뉴스’ 정도로 소비되는 피상적 전쟁 경험을 넘어 전쟁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직접’ 목격하게 해주고 피억압자들이 느끼는 것들을 ‘함께’ 느끼게끔 해준다. 땔감이 없어 슬레이트로 불을 피우는 열혈 영화인은 보글보글 끓는 음식 아래에서 이글거리는 불빛을 보며 어떤 절망감에 휩싸일까? 설거지를 한 물로 아이를 씻기고, 그 물로 빨래를 한 후, 다시 화장실 변기용 물로 쓰는 사람은 매 단계를 거칠 때마다 점점 새카매지는 물을 보며 어떤 굴욕감에 휘말릴까? 폭격 후 산산조각 날 경우를 대비해 아이의 팔다리에 큰 글씨로 이름을 써주는 부모가 느끼는 비참과 공포의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 사랑하는 가족, 연인이 파묻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의 무력감은 그들 내면을 얼마나 깊은 곳에서부터 파괴할까? 끝없이 길게 늘어선 난민 캠프에서, 이 모든 인간들의 개별성과 삶의 활기는 얼마나 근본적으로 부정당하고 있는가? 이 모든 절망과 비참, 울분, 슬픔 속에서도 여전히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는 존재인가라는 물음에 어떤 답변을 내놓는가?     

 

 브런치 글 이미지 4

 

 

 

  이스라엘의 침공으로 황폐화된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고발하는 〈빵과 대지를 위하여〉, 〈그라운드 제로로부터〉를 비롯해 작년에 개봉해 마찬가지로 러시아군에 의해 초토화된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모습을 담아낸 〈마리우폴에서의 20일〉까지. 우리 시대의 반전 영화라 할 이들은 총 대신 카메라로 가장 첨예하고 현실에 착근한 방식으로 전쟁과 전쟁에서 출발하는 탄압을 멈출 것을 촉구한다. 두 번째 전쟁은 모두가 ‘참전’ 가능하다.     

 

 

 

 

 

상영 스케줄

 

2025.05.01 메가박스 전주객사 10관 17:00(상영코드: 160)

 

2025.05.05 메가박스 전주객사 10관 10:00(상영코드: 519)

 

2025.05.09 CGV 전주고사 3관 14:00(상영코드: 906)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 2025.04.30 ~ 05.09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에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작성자 . null

출처 . https://brunch.co.kr/@cyomsc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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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 쿠니
    2020.10.13. 19:14

    반전포인트와 소소한 스토리

    쿠니
    2020.10.13. 19:14

    11.01 에 본영화 .배우들의 다양한 배역과 입체적인 캐릭터, 90년대 후반의 시대를 엿보는 맛은 쏠쏠하지만,다른 성별이 판단한 여자의 모습을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때, 참으로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몇 가지 있는건 어쩔 수 없는 한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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