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신고

댓글 신고

2021-02-08 16:23:00

영화 <운디네>: 인어공주에게 다른 남자가 있다면?




도시개발 전문 역사학자이자 박물관 관광 가이드 운디네가 운명적인 사랑이라 믿었던 사람에게 실연당한 후 절망한 그녀 앞에 나타난 산업 잠수사인 크리스토프로 인해 그녀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린 아름답고 신비로운 사랑 영화 <운디네>베를린영화제 은곰상 수상에 이어 12월에 열린 유러피언 필름 어워드에서도 여자연기자상을 받는 영예를 누리며 올해의 마지막 아트영화로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일수록 이야기의 바탕을 이루는 모티프와 배경지식에 대한 이해가 필수일 때가 많다. 올해 11월에 개봉한 캐나다 이민자의 현실을 그린 영화 <안티고네>는 그리스 신화와 소포클레스의 비극으로 유명한 오이디푸스 왕의 딸 ‘안티고네’ 이야기를 모티프로 해서 만들어졌고, 내년 1월 개봉을 앞둔 북유럽 로맨스 영화 <블라인드>도 안데르센 동화 ‘눈의 여왕’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이런 모티프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으면 영화를 표면적으로만 감상하기 쉽다. 더구나 영화 <운디네>의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은 감독은 문학, 예술, 사회, 역사, 정치의 영역을 넘나들며 영화를 매우 다층적으로 구성하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뛰어난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춘 영화 <운디네>를 200% 즐기기 위해 영화에 대한 두 가지 맥을 짚어본다.





영화 <운디네>는 운명이라 여겼던 남자로부터 실연당한 여인 ‘운디네’ 앞에 다른 남자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사랑과 운명에 관한 드라마로 독일 ‘운디네’ 설화에 기반하고 있다. 운디네는 본디 물의 정령으로 인간과 사랑에 빠져 결혼하면 영혼을 얻어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상대가 배신하면 그를 죽이고 다시 물로 돌아가야 하는 비극적 운명을 지녔다.

운디네 설화는 19세기 독일 낭만주의 시기에 여러 문학과 예술에서 다양하게 변주되는데 대표적인 작품으로 안데르센의 “인어공주”와 푸케의 중편 소설 “운디네”가 있다. 특히 독일 전후 작가로 유명한 잉게보르크 바흐만의 “운디네가 간다”(<삼십 세>에 수록, 문예출판사)는 영화 <운디네>에 매우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감독은 바흐만 작품에서 남성 판타지인 운디네 설화를 남자 주인공이 아닌 운디네가 직접 이야기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바흐만의 소설 속에서 배신은 남자들이 저지른다. 여성의 관점에서 이 저주를 끊는 것이 올바른 내러티브 방식이라 보았다”라며 여성의 관점을 강조했다.

영화 <운디네>에서 운디네는 자신을 배신한 남자를 죽이고 물로 돌아오라는 운명의 부름을 받는다. 하지만 갑자기 그녀 앞에 새로운 사랑이 나타난다. 과연 그녀의 선택은 무엇인가? 이것이 <운디네>의 중요한 감상 포인트 중 하나이다.




운디네 설화와 함께 알아두면 좋을 두 번째 감상 포인트는 1989년까지 동서로 나뉘었던 베를린의 역사이다. 베를린의 도시 개발 역사는 영화 속 박물관 투어 가이드로 일하는 운디네의 입을 통해 여러 번 언급된다. 페촐트 감독은 통일 이후 무분별한 도시 개발을 비판하며 베를린을 “자신의 역사를 계속 지워나가는 도시”로 규정한 바 있다. 분단의 상징이었던 장벽은 빠르게 뜯겨져 나갔고 그 자리에 거대한 기차역과 번쩍이는 쇼핑몰이 “흉물스럽게” 들어섰다. 베를린의 과거는 신화와 동화가 살아 숨 쉬는 세계였지만 지금의 베를린은 과거를 무자비하게 지워버리는 공간으로 쉽게 옛사랑을 버리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가는 현대적 욕망과도 오버랩된다. 따라서 동화의 세계에서 온 운디네가 현대의 베를린에서 버림받는 것은 숙명과도 같다. 그녀는 자신의 숙명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맞서 싸울 것인가? 이것이 <운디네>의 영화적 긴장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지점이다.

아름답고 슬픈 로맨스이면서 동시에 동화적 상상력으로 현대 사회를 비판하고 있는 영화 <운디네>는 12월 24일에 개봉될 예정이다.

작성자 . 씨네랩

출처 . https://blog.naver.com/cinepick/222180528106

  • 1
  • 200
  • 13.1K
  • 123
  • 10M
Comments
  • 쿠니
    2020.10.13. 19:14

    반전포인트와 소소한 스토리

    쿠니
    2020.10.13. 19:14

    11.01 에 본영화 .배우들의 다양한 배역과 입체적인 캐릭터, 90년대 후반의 시대를 엿보는 맛은 쏠쏠하지만,다른 성별이 판단한 여자의 모습을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때, 참으로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몇 가지 있는건 어쩔 수 없는 한계인가?

Relative contents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