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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2023-02-28 32 views

영화 애프터썬 후기

헤즈윅즈 연구원

흔히들 과거를 회상하는 것은 그때 그 시절을 그대로 떠올린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가 과거를 회상할 때 아름답게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정말 그 과거가 아름답기만 했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아마 안 좋은 감정이 있을지도 모른다. 예를 한번 들어보겠다. 과거 전 애인과의 데이트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한다고 생각해 보자. 현재 시점에선 아름다웠을진 모르지만, 과거 그 시점에서는 추잡했던 이면도 있을 것이다. 돈을 아끼려고 쩨쩨하게 군다던가. 아니면 취향 차이로 인해서 말다툼을 한다던가 말이다. 하지만 회상하는 현재 시점에서 그런 사실들은 배제된다. 어쩌면 과거를 회상한다는 것은, 그 시절 좋은 감정만을 현재에 가져와서 재구성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 영화 [애프터썬]은 그런 인간의 재구성하는 과정을 묘사한다. 바로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딸의 회상을 통해서 말이다. 딸은 20년 전 아버지와 함께 떠난 여행을 담은 캠코더 영상을 통해서 회상한다. 이 영상 중간중간은 캠코더가 보여주지 못한다. 대신 그 간극은 딸의 머릿속에서 회상된 그 시절로 대체된다. 이 플롯을 통해서 영화는 인간의 재구성하는 본성을 이용하기 시작한다. ​ 기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캠코더에 기록된 그때 그 시절은 딸의 머릿속에서 재구성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캠코더 영상이 해줄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그 시절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또는 그 시절에 대한 기억의 파편을 제공해 주는 것. 작품은 후자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녀가 재구성하는 아버지와의 여행은 행복한 시절로 꾸며진다. 다른 친구와 노는 추억 등 아버지 없이 즐거운 기억도 있으나, 그런 기억들은 순식간에 지나고 영화의 씬은 대부분 아버지와 그녀로 가득 차 있다는 점에 그런 딸의 인식을 느낄 수 있다. ​ 이것만 보면 그때 당시 아버지와 즐거운 추억으로만 가득 차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작품은 후반부에 이르면서 아버지의 감정을 조금씩 보여준다. 바로 우울한 그의 감정 말이다. 이것을 결정적으로 보여주는 씬이 바로 딸이 아버지에게 “돈 없는 거 알아"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여기서부터 딸은 행복했던 시절을 재구성하다가 후회하는 기억을 떠올리기 시작한다. 바로 이 씬을 시작으로 우울한 아버지의 모습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러한 플롯 구성을 통해서 아버지와의 즐거운 추억을 재구성하면서 동시에 그에 대한 미안함과 후회가 올라오는 딸의 감정을 그려내기 시작한다. 그것도 그런 후회에 빠진 그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그녀의 머릿속에서 재구성된 과거를 통해서만 말이다. ​ 우리 모두에게 과거는 아름답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어두운 이면도 있다. 그리고 때론 그때 그 시절, 다른 이에게 미안함과 후회를 느낄 수도 있다. 특히나 가족에 대해서는 더할 나위 없다. [애프터썬]은 과거에 대한 아름다운 회상과 더불어 그때의 미안한 감정을 영화라는 도구를 통해서 훌륭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그것도 오로지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재구성된 플롯을 통해서 말이다. 과거에 대한 아름다움과 후회, 이 두 감정을 오로지 플롯만으로 훌륭하게 구성해낸 작품에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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