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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3

  • 듀니
    은토ㅣ 멈춰,,
    2023-07-29
  • 영화에 산다
    흠 이번엔 진짜..?
    2023-08-25
  • 굼쥬
    개인적으로 감독의 긴 자서전을 보는듯한 느낌이었어요
    2024-08-19

랭크 2022-01-27 26 views

'스틸 플라워', 수백 번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수미 연구원

하담은 정처 없이 캐리어를 이끌고 거리를 방황한다. 질질 끌리는 캐리어 소리는 너무나 거칠고 투박하다. 그 직선적인 날카로운 음은 너무나 힘들지만, 그래도 지푸라기라도 잡듯 세상을 살아가려는 하담의 의지를 대변해 주는 듯하다. 쉴 새 없이 흔들리는 핸드헬드 촬영은 긴장 속에서 살아가는 불안정한 하담의 마음을 나타내어 준다.

 

프레임 안에는 시종일관 하담의 뒷모습이 비춰지는데, 괜시리 막막하고 마음이 답답해진다. ‘갈 데가 없어요.’ 라고 얘기해 주듯 하담의 속마음이 내 마음속으로 전이된다. 영화 속엔 대사 대신 세상의 소음만이 가득 차 있다. 세상으로부터 받는 강압과 질타, 그리고 그 속에서 홀로 뚝 떨어진 채 걷고 있는 하담의 외로움이 느껴진다.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치여 하루도 평탄한 날이 없는 하담.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수고비 하나 받지 못하고 짤려 버린다. 하담은 물고기를 어장 안에서 꺼낸다. ‘너도 나와 같은 밑바닥 인생이지.’ 라며 동지애를 느끼듯 그녀는 물고기를 바다에 풀어준다. 물고기가 자유로워진 것처럼 ‘나도 언젠간’ 이라는 조그마한 희망을 품으며 먼바다를 응시하는 하담.

 

깜깜한 어둠 속, 일렁이는 물결 위로 조그마한 파란 불빛이 보인다. 불빛을 바라보며 엇박자의 탭댄스를 추는 하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그녀의 절실한 절박함이 너무 슬프게 느껴진다.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라도 그 불빛처럼 반짝반짝 빛날 수 있기를.

 

하담은 탭댄스용 구두를 대여해 박자와 운율 없이 아무렇게나 자유롭게 탭댄스를 춘다. 돈도 없고 가족도 없지만 춤을 출 때만큼은 그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아무도 없는 어두컴컴한 밤, 자유롭게 펼쳐지는 희망의 발짓은 그녀가 살아갈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준다.

 

롱숏 정경으로 그녀가 가는 곳 마다 팔로잉을 하는 카메라. 비록 이 넓은 세상에 비해 하담은 아주 작은 존재지만 카메라는 묵묵히 삶의 의지를 놓지 않으려는 하담을 계속 지켜봐 준다. 암전이 된 도시배경을 뒤로하고 도로를 비추는 가로등의 조명은 마치 하담이 춤을 출 수 있게끔 조그마한 무대를 마련해 준다. 완벽하고 질 좋은 무대가 아니더라도 약간은 서투르지만 시도해보려는 하담의 도전이 멋져 보인다.

 

아무리 큰 파도가 몇 번씩이나 밀려와도 도망치지 않고 맞서는 하담.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고 몸뚱아리를 바짝 세워 그 거센 물결을 혼자 힘으로 버틴다. 하담은 겁을 먹지도, 두려움에 떨지도 않는다. ‘나는 몇 번이고 힘든 시련이 닥쳐와도 끝까지 버틸 거야.’ 라는 강한 용기가 마음속으로 전해진다.

 

하담은 인생이 아무리 기구하고 딱히 가진 게 없더라도 꿋꿋이 세상을 살아가려는 의지를 가진 인물이다. 지치고 힘들 때 하담을 떠올리며 난 위로를 받기도 하고 모든 것이 다 하기 싫어질 때 다시 일어나서 열심히 하려는 원동력을 얻는다. 갈 곳이 없고 방황하고 있는 자신을 본다면 탭댄스를 추며 희망의 끊을 놓지 않으려는 이 소녀를 떠올려보면 어떨까.

 

꽃은 정해진 개화기가 있다. 꽃이 너무 빨리 피면 그 꽃은 금방 시들어버린다. 그렇기에 개화기가 언제가 될지라도 그 시기를 묵묵히 기다리며 우리는 열심히 사는 수밖에 없다. ‘그게 언제가 되든, 미련하게 보일지라도 그냥 계속 해나가자’ 라는 말을 남기며 <스틸 플라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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