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크 2022-01-27 35 views
영화 '열아홉' 리뷰 - '말할 수 없는 비밀'
수미
연구원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비밀이 엄청난 고통으로 다가온다는 것은
실로 굉장히 가슴 아픈 일이다.
'열아홉'은 한순간에 고통을 떠안게 된 동시에
이제는 그 무엇으로도 위로를 받을 수 없는 소녀의 삶의 단면을 그려내고 있다.
죄책감, 자기부정, 모든 게 다 내 탓이라는 자괴감, 숨겨야 한다는 위기의식, 차마 말할 수 없는 슬픔
그 모든 게 덩어리째 소녀의 등에 얹혀 있다.
그러나 소녀는 이를 음악과 사랑으로 치유해나간다.
조금씩, 조금씩, 아주 천천히.
소녀는 음악의 선율을 타고 고통을 녹여내고, 한 소년과의 교류를 통해 세상과 비로소 소통하게 된다.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려 했지만 음악이라는 꿈이 있었기에, 소년이라는 버팀목이 있었기에 소녀의 삶은 가늘지만 계속해서 이어졌다.
동전에도 양면이 있듯, 어둠 뒤에도 빛은 항상 자리 잡고 있다. 소녀는 어둠 뒤에서도 예술과 사랑이라는 희망을 발견하고, 스스로를 치유해가며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세상이 흑백처럼 어두웠겠지만, 불안한 상황 속에서도 음악을 발견하고, 사랑의 씨앗을 발견해서 그 모습이 유독 눈에 띄었다.
소녀가 마주한 어둠은 방법이 있지도, 설명할 수도 없는 것이기에 그 상황이 슬프게 다가왔다. 소녀가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는 행동은 이따금 서늘하게 다가오지만, 소녀는 아직 때 이른 열아홉이었고 모든 책임을 소녀에게 지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일이기에 '혼자 다 감당하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
소녀는 '떠나자.'라는 결론을 내리지만
마지막 장면이 끝이 아니길 바랐다.
나는 소녀의 마음을 보았으니까.
엄마를 숨겼던 건 해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는걸.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 이를 무마시키기 위한 행동이었다는걸.
그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어린 나이, 열아홉이었으니까.
계속해서 소녀에게 이어폰이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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