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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INE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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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4-07
  • CINELAB
    ✔️ 애드 아스트라 (Ad Astra, 2019) 가까운 미래. 그저 올려다 볼 수밖에 없었던 달은 상업적 이용가치를 띈 대상이 되었고, 모든 행성에는 새로운 지적 생명체를 탐색 및 연구하기 위한 기지가 존재하며 달빛이 채우지 않는 어둠에는 약탈을 행하는 우주 해적들도 존재한다. 어떻게 써내려가도 부정할 수 없는 무한의 팽창 가능성을 가진 우주와 인간 덕분에 우주 영화는 언제나 새롭다. 그러나 우주를 이루고 있는 미립자 하나마저도 신비한 과학의 원리에 얽혀 있기 때문에 마냥 가볍게 생각하기엔 너무나 어려운 이야기. 매력적인 양날의 검. ㅡ
    2021-04-07
  • CINELAB
    내가 이 영화로부터 발견한 것은 로이라는 한 인물의 내적 변화와 그의 내면이 만들어낸 소우주였다. 극의 초반, 로이는 언제나 평정심을 잃지 않고 침착한 인물로 묘사된다. 그러나 본인이 맡은 임무 대상이 오래전 돌아가신 줄로만 알고 있었던 아버지라는 사실을 마주하게 되면서 그의 내면에는 소용돌이가 발생한다. 어쩌면 애써 무시해왔을지 모르는 감정의 소용돌이는 선원들을 잃었을 때 분노라는 감정을 더하고, 기지 본국에서 자신을 철저히 이용하고 버리려고 했다는 사실과 아버지의 죽음이 감추고 있던 진실을 마주하고선 마침내 증폭되어 그를 끝없는 고통으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로이를 자신 내면의 ‘심연’으로 인도하였고, 자신의 과거를 초월하는 초연함을 갖게 되었다. 로이는 이 기나긴 모험을 통해 큰 깨달음을 얻고 일상으로 돌아가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소중한 것들을 되찾아가기 시작한다. 차분하지만 치열한 영화. 한 인물의 내면을 우주라는 물리적 배경으로 옮기는 과정이 시각적으로도 만족감을 준다. 섬세한 상상력이 잘 그려진 영화.
    2021-04-07

영화 리뷰 2021-02-06 09:30:00

낯선 세계를 엿보는 즐거움, 그리고 씁쓸함

경고: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낯선 세계와 그 속의 자신감으로 비롯된 즐거움

 

분명 폴 토머스 앤더슨의 <부기 나이트>는 최고의 영화 중 하나다. 그러나 영화가 포르노 세계에 투신해서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둔 남자를 다루고 있단 이야기를 들으면, 대부분은 왜 굳이 이 영화를 봐야 하나 생각이 들 것이다. 물론 소재가 소재인 만큼 야한 장면이 많이 나온다. 그러나 <부기 나이트>는 단순히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야한 영상으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의 매력은 영화 속 배우들의 육체적 매력이 아니라 디스코 음악과 네온사인으로 치장된 1970년대 ~ 1980년대 미국의 분위기, 그리고 그에 편승해 언젠가는 성공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모인 배우들의 모습을 통해 만들어진다.

 

 

특히 영화의 주인공이자 성공한 포르노 배우였던 더크 디글러(마크 월버그)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남자다. 그는 평범한 소년 '에디'로서 어떤 식당에서 알바를 하고 있을 때에도 길다란 물건으로 소문이 자자했던 사람이었다. 마침 식당에 있었던 잭 호너(버트 레이놀즈)는 에디의 소문을 듣고 포르노 배우로 일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는다. 마침 집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에디는 그 제안을 수락하고 '더크 디글러'라고 하는 새로운 이름을 부여 받는다. 그리고 새로운 이름에 걸맞게 에디, 아니 더크에게는 새로운 삶과 잭을 포함한 스태프, 포르노 배우로 이뤄진 새로운 공동체가 찾아온다.

 

 

 

더크의 기대감을 반영이라도 하듯 그 공동체는 더크에게는 환상적인 공간이었다. 그 공동체의 리더 역할도 겸임했던 감독 잭은 자신만만하게 앞으로 포르노도 예술 영화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고, 그 말에 감화된 배우들은 더크처럼 열정을 다해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다. 잭뿐만 아니라 잭의 파트너였던 엠마(줄리안 무어)는 더크를 친아들처럼 대한다. 그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더크는 다양한 상을 휩쓰는 대스타로 거듭난다. 비록 그 속에서 마약을 너무 많이 해서 의식을 잃어버린 미성년자 여배우가 아무도 모르는 곳에 버려지는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긴 했지만, 그 공동체 속의 밝은 분위기를 깨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부기 나이트>는 낯선 세계를 엿보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영화다. 복고적이면서도 밝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음악과 네온사인도 그렇지만, <부기 나이트>는 주인공 더크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지 않고 포르노 세계 속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포착해내는 데 성공한다. 그에 부응하듯 더크 역할을 맡았던 마크 월버그는 말 그대로 더크 그 자체가 되어 영화 안에서 마음껏 열정을 불태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까 이야기했던 포르노 감독 잭, 프로 포르노 배우 엠마,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다니는 롤러걸(헤더 그레이엄) 등 포르노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잭의 매력에 기대지 않고 영화 속에서 각자만의 매력을 뽐낸다.

 

그곳도 현실과 별반 다른 게 없다는 씁쓸함

 

그런데 이 즐거움은 1980년대를 기점으로 화려한 분위기 속에 숨은 어둠을 끄집어내면서 씁쓸한 감정으로 바뀌게 된다. 잭의 밑에서 일하고 있었던 리틀빌이라는 스태프가 아내의 불륜으로 인해 자살을 하게 된 뒤, 그 어둠은 마침내 더크를 포함한 '가족'들의 삶을 위협하기 시작한 것이다. 잭은 비디오의 대량 생산 시대가 찾아옴에 따라 점차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성인 영화를 제작하는 게 손해가 되는 상황에 직면했고, 더크는 조니라는 젊은 배우의 합류로 인해 자신이 퇴물이 되어서 포르노 세계에서 버려지지 않을까 걱정한다.

 

 

 

성공을 자신감 넘치게 부르짖었던 사람들은 이 시류에 어떻게든 적응하려는 비굴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마저도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끝내 잭의 곁을 떠나게 된 더크는 음반을 내려고 하는 등 성공을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에는 실패로 돌아간다. 더크가 떠난 뒤 잭은 종종 외로움에 빠진다. 사실 남겨둔 가족이 있었던 엠마는 가족들을 다시 만나려고 하지만 포르노 배우라는 직업적인 한계에 부딪쳐 끝내 가족과 같이 살지 못하게 된다. 롤러걸은 우연히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었던 남자를 만나자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져서 홧김에 폭력을 행사한다.

 

 

 

세상과의 소통에 실패한 사람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그들이 다시 공동체를 이루는 것밖에는 없었다. 이 결말은 표면적으로는 잭을 머리로 하는 가족의 회복을 나타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훗날 결말에서 개구리비가 내리는 이적을 통해 묘한 뜨거움을 자아내게 했던 <매그놀리아>와는 달리, 이 재결합은 불완전해 보인다. 가족 내부의 문제가 계속 될 수 있다는 암시를 주기 때문이다. 촬영 준비를 마친 더크가 거울을 보고 되뇌이는 마지막 장면도 마찬가지다. 그 거울은 더크의 얼굴 대신 그의 물건만 비칠 뿐이다.

 

 

 

더크의 재빠른 부침은 어마어마한 육체적 능력만 있으면 큰 성공을 거두는 포르노 세계의 특성을 반영한다. 그만큼 화려하지만 세대 교체도 빠르고, 시대에 밀려 버려지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속도의 차이만 있을 뿐, 사람이 사람으로서 대우를 받지 못하고 몰락하는 모습, 그것 때문에 피해자든 가해자든 끝없는 외로움에 시달리는 비극이 비단 포르노 세계와 1970년대 ~ 1980년대 미국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리라. 결국 <부기 나이트>를 통해 느꼈던 씁쓸함은 즐거움마저도 덮어버리지 못한 익숙한 비극성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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