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신고

댓글 신고

Comment 2

  • CINELAB
    2021년 7월 7일 관람작 아무르(Amour, Love), 2012 / 미카엘 하네케 _ 평화로운 노년의 시간을 보내던 음악가 출신의 부부 조르주(장-루이 트린티냥)와 안느(엠마누엘 리바). 여느 때처럼 함께 마주 앉아 식사하던 아침, 아내 안느가 갑작스레 마비 증상을 보이면서 그들의 삶은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조르주는 그런 안느를 정성스럽게 돌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몸도, 마음도 병들어가는 안느를 지켜보는 일이 버겁기만 하다. ✏️ 도둑은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예쁘고 귀한 그림을, 값비싼 물건들을 가져간다. 애초에 그것은 당신의 것이 아니라는 듯, 그 공간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 텅 비워낸다. 영화 <아무르>엔 기어이 틈을 비집고 들어온 도둑 같은, 허무한 절망이 있다. 조르주와 안느는 오랜 시간을 사랑의 온기로 차곡차곡 채워왔다. 내 삶을 두 번 곱해도 닿을 수 없는 시간이다. 그만큼이나 길고 긴 시간에, 야속한 균열이 찾아오고 만다. 기척도 없이 안느를 꽁꽁 묶어버린 병마는 이내 조르주를, 에바를 무너뜨린다. 천천히 쌓아 올린 붓 터치가 빛나던 그림을 한순간에 빼앗아버리고 만다. 어렸을 적 떠났던 여름 캠프의 기억을 꺼내 들려주며 안느를 바라보던 조르주의 시선, 천천히 보듬는 손길은 이내 처연해진다. 그렇게 안느를 보낸 조르주는 꽃을 산다. 여름 캠프가 좋으면 엽서에 꽃을, 싫으면 별을 그려 보내달라던 어머니의 말에 별을 잔뜩 그려 보냈다던 어린 시절의 조르주는 이제는 주름이 가득한 손으로 정성스레 꽃을 손질한다. 당신의 마지막에 고통을 줄 수밖에 없었지만, 우리가 함께했던 지난 세월이 온통 꽃으로 가득 찬 캠프 같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영화의 처음으로 돌아가 꽃으로 둘러싸인 채 어쩐지 평안해 보이기까지 하던 안느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조르주의 그 마음은 안느에게 무사히 도착한 듯하다. 내내 닫혀있기만 하던 문이 타인에 의해 부서지는 순간. 결국, 그곳에 남겨진 건 그들의 ‘사랑’뿐이다. 보이지 않는, 허공 속에 흩어진 감정들. 혼자가 되어 이제야 활짝 열리게 된 문 사이를 걷다가, 조르주와 안느가 머물던 자리에 앉은 에바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고통의 흔적을 만져보려 할까, 그 사랑의 결말을 어렴풋이 이해해보려 할까. 아니, 지나온 시간의 그 모든 걸 후회하고 있을까. 무엇이든 이제 더는 소용없다는 듯한 고요만이 에바의 곁에 남았다. + 너무 좋아하는 영화 중 한 편이기도, 너무 슬퍼서 다시 보는 게 겁나는 영화 중 한 편이기도 하다. 처음 보았을 때도 그랬지만 지금의 나는 아직도 에바와 가까운 사람이라서, 언젠가 갖게 될지도 모를 마음을 가늠해보는 일이 여전히 어렵고, 두렵고, 아프다. #아무르 #미카엘하네케 감독 #장루이트린티냥 #엠마누엘리바 #이자벨위페르 #왓챠 #mblue_아무르 #재관람 #mblue_movie_2021 #영화가끝나고난뒤 * 본 콘텐츠는 '_m.blue'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한 글입니다. 상단의 닉네임을 클릭하시면, 게시글 원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21-07-13
  • 빵빵둥
    심각하게 현실적이어서 놀랬던ㅋㅋㅋㅋ
    2023-02-21

영화 리뷰 2021-03-28 16:26:45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 '탐욕의 끝을 보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The Wolf of Wall Street)

개봉일 : 2014.01.09 (한국 기준)

 

감독 : 마틴 스콜세지

 

출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조나 힐, 매튜 맥커너히, 장 뒤자르댕, 존 번탈, 로브 라이너, 마고 로비

 

 

 

‘탐욕의 끝을 보다'

 

 

 

빨간 선과 파란 선이 위로 올라가느냐, 아래로 내려가느냐에 따라 하루가, 아니 몇 달, 몇 년, 어쩌면 인생이 바뀌기도 하는 그곳 월 스트리트를 배경으로 한 영업 천재 또는 주가조작의 대가 조단 벨포트의 실화를 담은 영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절대 실패하지 않는 조합인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로, 아주 자극적이고 혼을 쏙 빼놓는 작품이다. 주인공들은 시도 때도 없이 흰 가루를 흡입하고, 선정적인... 장면들이 굉장히 자주 등장하며, 그 김에 욕설도 시원하게 뱉어내는 이 영화를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그냥 미친 것 같다고 밖엔 할 말이 없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광기 어린 눈동자와 3시간의 러닝타임 대부분을 차지하는 광란의 순간들을 보고 있자면, 눈이 핑핑 돌다 못해 나도 그들의 일부가 된 것처럼 눈앞이 아득해지는 기분이다.

 

 

 

 

 

 

월 스트리트는 조금 전까진 억만장자가 될 운명이었던 사람이 한낱 휴지조각을 안고 쓰러지게 될지도 모르는 곳이다. 꿈을 좇아 대금융가를 찾아온 사회 초년생 조던은 회사에 완벽하게 적응하기도 전에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월 스트리트에서 밀려난다. 그는 월 스트리트에서 갈고닦은 말빨을 살려 죽어있는 거나 마찬가지인 주식들을 훌훌 팔아넘긴다. 주식 천상계인 월 스트리트에선 말단 사원이었던 그는 인간계로 내려오자마자 족족 홈런을 치기 시작한다.

 

 

 

 

 

 

끈질긴 전화 한 통이면 몇천, 몇만 달러가 내 것이 되고, 돈이 있으니 큰 집이 생기고, 큰 집이 있으니 파티를 열 수 있고, 파티엔 젊고 아름다운 여자들이 잔뜩 몰려든다. 여자들과 함께 밤을 보내고, 코를 통해 약을 후웁- 들이키면 그곳이 천국인 거다. 조던은 이제 어리버리한 사회 초년생이 아니다. 차고 하나를 임대해 친구들과 함께 시작한 사업은 점점 덩치가 커졌고, 그들은 번듯한 건물로 이사를 간다. 주식을 내다 팔아 버는 이익의 숫자도 점점 커진다. 커지는 돈의 액수만큼 조던과 친구들의 욕망도 함께 커져간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돈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탐욕스러워질 수 있는지, 얼마나 추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여과 없이 보여준다. 어차피 평생 놀고먹을 돈은 다 번 것 같은데,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조던 밸포트 당신은 대체.. 어떤 사람이었던 건가요..- 그에게 물어보고 싶을 지경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작품 중에 또 다른 희대의 사기꾼 프랭크를 연기한 <캐치 미 이프 유 캔>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그와 비교해보자면.. 이건 사기의 질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주인공 프랭크도 위조지폐를 만들거나 신분을 속이는 사기꾼이었지만, 그는 정말 순한 맛이었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의 조던 벨포트의 이야기는 정말 강한 마라맛이다. 처음 이 영화가 개봉하던 당시엔 미성년자여서 바로 보진 못했고, 그 다음 해에 성인이 되어 벼르고 벼르던 아직 다 못 깬 레오의 청불 영화 깨부수기에 각잡고 도전하며 이 영화를 처음 봤는데.. 적잖은 충격을 먹기도 했다. 굉장한 경험이었다.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이미 레오의 청불 필모 몇 작품을 깬 상태였는데.. 이 영화가 그중에서도 가장.. 선정성이 강한 작품이었다.

 

 

 

 

 

 

오늘은 빨간색이었던 것이 내일은 파란색이 될 수도 있고, 오늘의 동업자가 내일의 밀고자가 될 수도 있는 치열한 주식판에서 조던은 한 마리의 야생 늑대가 된다. 쉼 없이 사냥감을 물고, 흔들고, 뒤집어놓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조던을 연기하는 레오의 연기력에 압도되기도 했다. 언젠가 레오가 자신은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걸 좋아한다고 했던 인터뷰를 본 기억이 있는데, 매번 느끼는 거지만 정말 이렇게까지 잘할 줄은 몰랐다.. 극 중에서 레오가 표현해낸 광기 어린 인물의 대담함에 나도 모르게 동화되어 웃기게도 그를 응원하는 친구가 되기도 했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총 3시간의 러닝타임을 가진 영화다. 누군가에겐 지루할 수도, 누군가에겐 차원의 문을 열어줄 수도 있는 영화다. 개인적으론 2시간에서 대략 10분 정도 넘긴듯한 피로감을 선사하는 영화였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감상하긴 했으나, 극 중에서 워낙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많이 일어나다 보니 그 자극으로 인해 가끔씩 시간의 흐름을 빡-하고 맞는 느낌이었달까. 아무튼 시간 날때마다 가볍게 보는 영화라기보단, 딱 마음먹고 집중해서 제대로 즐기고 싶은 영화다.

 

 

 

레오의 신들린 연기가 궁금하거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작품 중 가볍고, 재치 있는 작품을 찾는다면 추천하겠다. 하지만 약물복용과 선정적인 장면, 욕설을 불편하게 느끼는 편이라면 감상을 고려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스크랩에 저장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