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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랭크 위드 미
    영화 “모가디슈”는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에 벌어진 소말리아 내전으로 인해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 갇힌 한국 외교관들의 실화를 영화화한 것으로 “류승완” 감독이 연출을 맡고 “김윤석” 배우와 “조인성” 배우, “허준호” 배우의 참여로 많은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나는 몇년전부터 한국의 테러, 재난으로 인한 탈출 영화의 전개가 많이 뻔해졌고, 류승완 감독의 전작 실패로 인해 기대감보다는 우려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다행히도 영화의 초반 평이 굉장히 좋게 나왔고, 그에 따라 어느 정도 안심하면서 영화를 봤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난 이후에는 또 생각이 바뀌었다. 기존에 탈출을 소재로 한 한국 영화는 어느정도 정형화된 공식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모가디슈는 몇십년 전 한국의 상황과 오버랩되는 상황에서 남북한이 협력하는 이야기를 그려냈기에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고 기대하는 틀이 있었다. 나는 모가디슈를 보면서 소말리아 운전수 가족들에게 도움을 받아 위험을 극복한다거나 누군가의 희생으로 인해 남북한이 하나가 되고 탈출에 집중하는 그림을 예상했다. 이런 장면들을 뻔하다고 욕하기도 하지만 얼마나 잘 그려내느냐를 기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가디슈는 이런 장면들을 철저하게 외면했다. 어떻게 보면 함정을 파놓은 것 같기도 하다. 예상이 가능한 떡밥을 던져주면서 나중에는 그쪽을 철저히 외면하며 전개하는 것이 새롭게 다가왔다. 마치 모두의 예상을 비웃으면서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듯 했다. 이런 시도가 독립영화가 아닌 상업영화에서 그것도 메이저 중에 메이저인 류승완 감독이 보여줬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대단했다. 게다가 그 시도의 결과가 나쁘지도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남들이 예상하는 뻔한 클리셰나 신파 없이도 긴장감과 몰입도를 유지시켰다.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짧은 순간 속에서 빛났으며 사족처럼 필요없는 부분은 과감히 없애고 대사나 감정 전달보단 사건 위주로 이야기를 전개했다. 이러한 것들이 주효한 결과였던것이다. 2년 전 이맘때쯤 영화 “엑시트”를 보면서 영감을 받았는데 2년이 지난 지금은 모가디슈를 통해 또 다른 영감을 받았고, 앞으로의 한국 영화가 갈 다른 길을 제시했다. P.S. “다들 작별인사들 해둡시다.”
    2021-08-04
  • 영화광이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
    2021-08-06
  • 인마이룸
    새해 맞이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영화들이네요! 좋은 추천 감사드립니다
    2022-01-24
  • Kang
    흐르는 강물처럼 포스터가 너무 예뻐요. 한 번 꼭 봐야겠어요
    2022-01-27

리뷰 2021-04-11 15:13:29

매혹적인 연대의 꿈틀거림

 박찬욱 감독의 작품은 <공동경비구역 JSA>,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이후로 4번째로 다가간 작품이다. 두 작품 역시 굉장히 재밌게 본 영화이고, <아가씨> 역시 기대하며 봤다. 결과는 기대 이상의 재미를 느꼈다. 아직 박찬욱 감독의 작품들을 많이 보진 못했지만 앞서 두 작품과 비교를 한다면 <아가씨>가 조금 더 위트 있는 재미를 던진다. 그러나 반대로 퀴어 요소와 귀족 남성의 모순을 꼬집는 주제, 어두운 필름 촬영기법으로 영화를 다 본 후 여운을 남긴다. 달콤한 막대사탕 같은 영화 같다.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가씨> 스틸컷

 


제작진

 

 영화는 칭찬할 게 많다. 시나리오도 시나리오 이거니와, 시나리오 배경인 1930년대 일제시대 건축 양식과 실내 장식, 귀족 의상과 장신구 등 미술팀과 의상, 분장팀의 노력과 준비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촬영도 뛰어났다. 히데코(김민희)를 씻겨주는 장면에서 숙희(김태리)의 시선으로 바라본 히데코의 모습과 같이 등장인물 시선으로 바라보는 촬영으로 영화를 흥미 있고 몰입도 있게 볼 수 있다. 카메라 렌즈는 '아나모픽 렌즈'를 사용해 고풍스럽고 고급진 귀족 느낌을 내며 영화가 한층 더 깊이 있게 만들어준다. 편집은 또 어떠한가. 제1부는 숙희의 시점으로 영화가 전개되고, 제2부는 히데코, 제3부에서 이 두 시선이 통일되어 현재로 나아간다. 그렇다면 이 둘의 시선을 관객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영화는 몽타주 기법으로 편집한다. 덕분에 우리는 복잡해 보일 수 있는 인물 관계도나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상황, 문제점들을 단번에 이해하고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한다. 이것이 종합예술의 마술이지 않는가!

 

 

비유와 상징

 

 영화가 재밌었던 이유는 대사의 농담도 있었지만, 앞으로의 전개를 예측할 수 있는 상징물들과 비유 표현들이 영화를 흥미롭게 만든다. 가령, 백작이 히데코를 다 넘어왔다는 신호로 "다 익은 거 같다"라는 대사와 함께 먹은 복숭아의 과즙은 백작이 히데코를 유혹해서 둘의 관계를 붙게 하겠다는 의미가 있다. 또, 숙희가 히데코 몰래 방을 뒤지면서 발견한 밧줄은 히데코를 챙겨줬던 죽은 이모를 히데코가 기억하게 하는 기억의 매개체이자 히데코가 이모와 똑같이 자살할 것이라는 앞으로의 예측, 실제로 자살하려고 끈을 묶었지만 숙희가 히데코를 붙잡으며 죽지 말라고 애원하는 장면에서는 숙희와 진실과 마음을 터놓고 진정한 연인이 되는 사랑의 매개체로 추측할 수 있다.    

 

 

모순

<아가씨>는 크고 작은 모순으로 나뉘어 있다. 큰 모순은 당시 귀족 남성 사회의 모순이다. 귀족이라면 귀품 있고 매너와 지성이 풍부한 사람일 거 같지만 그들은 히데코(김민희)가 읽어 주는 야한 소설의 내용을 듣고 흥분하며 야한 소설을 사기 위한 경매장에 들락날락 거리는 불순한 존재들로 나온다. 특히 경매장을 운영하는 코우즈키(조진웅)는 어린 히데코를 협박하고, 추행하여 그녀가 강제로 야한 소설을 낭독하도록 만들게 한다. 그들의 모습들은 그저 발정 난 개처럼 야한 것밖에 모르는 불순한 귀족 남성들이기에 일반적인 귀족에 대한 모순이라고 볼 수 있다. 

 

작은 모순은 히데코와 숙희의 사랑이다. 히데코 인생을 망치러 온 그녀의 구원자인 숙희는 히데코를 정신병원에 가두고 백작(하정우)과 함께 히데코의 재산을 차지하려는 계획을 세워 히데코 하녀로 곁에 있는다. 하지만 점차 히데코와 숙희는 사랑에 빠지고 둘은 백작과 코우즈키를 피하여 사랑의 도피를 한다. 퀴어 요소는 이성애라는 범위에서 모순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들이 사랑하는 건 모순이라고 할 수 없다. 사랑에 빠진 건 죄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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