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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7

  • CINELAB
    하이, 스트레인저의 공동 제공 작품! 많은 기대 바랍니다 :)
    2021-08-13
  • 코댕이
    <팜 스프링스> 어쨌든 타임 루프물이기 때문에 다소 뻔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보기 좋게 한 방 먹은 영화였다. 수많은 영화들에서 반복되는 소재와 장르도 어떻게 변주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또 한 번 깨닫게 만든. 타임 루프물의 갈래를 크게 과거의 무언가를 바꿔야 하는 일(task)의 성격을 띠는 류(<엣지 오브 투모로우>, <소스 코드> 등)와 원인을 모른 채 상황에 던져져 교훈을 깨닫는 류(<해피 데스 데이>, <7번째 내가 죽던 날> 등)로 나눠볼 수 있는데 이 영화의 경우 물론 후자에 해당한다. - 11월 9일, 팜 스프링스의 어느 리조트에서 결혼식이 열린다. 하객으로 참석하는 나일스(앤디 샘버그)는 이날을 지겹도록 경험해 모든 상황을 줄줄이 왼다. 그는 반복되는 '오늘'을 살며 내일을 맞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어느 날, 신부의 언니 세라(크리스틴 밀리오티)까지 우연히 타임 루프 세계에 갇히게 되면서 그의 지루하던 하루에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한다. 이 영화의 특이점 중 하나는 타임 루프를 경험하는 인물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나일스의 시점으로만 진행됐다면 자칫 지루했을 수 있을 구성에 다층적인 시점을 불어 넣어 극을 한층 살린다. 90분의 짧은 러닝타임은 이에 상응하는 이점이다. - 나일스와 세라의 서로 다른 입장 또한 이 영화의 재미다. 몇 번의 오늘을 보냈을지 쉽사리 짐작되지 않을 만큼 오랜 시간을 갇혀있던 나일스는 반복되는 하루에 적응해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반면 세라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두려운 불확실의 미래라도 반복되는 하루보다 가치 있는 현실이라 여긴다. 두 사람의 입장 차이는 이 영화의 깊이를 만드는 지점이다. 사실은 그리 멀지 않은 코앞의 행복을 찾아간다는 맥락에서 최근 관람한 <프리 가이>와 <올드>가 연상됐는데 전자와는 유머 코드와 분위기를 포함해 유사한 결의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반면, 후자가 설정의 매력에 비해 무난한 스토리텔링에 머물며 그친 것에 대비되기도 한다. - 더불어 타임 루프물의 고전격으로 여전히 회자되는 <사랑의 블랙홀>을 이번 기회에 봤는데 이 영화 또한 후에 로맨틱코미디 타임 루프물의 고전으로 여겨질 영화가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전 주에 개봉한 <프리 가이>와 마찬가지로 유머 코드가 맞지 않는다면 꽤나 갈릴 수 있을 영화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 영화 <팜 스프링스>가 엉뚱하면서 사랑스럽고, 유쾌하면서도 깊은 상당히 매력있는 영화라는 점은 분명하다. #팜스프링스 #PalmSprings #hulu #맥스바바코우 #앤디샘버그 #크리스틴밀리오티 #JK시몬스 #왕눈은사랑 ?
    2021-08-21
  • 왔다뤼영화
    <사랑의 블랙홀>을 아직 안봤는데, <팜 스프링스>를 재밌게 봤으니 <사랑의 블랙홀>도 봐야겠어요 !
    2021-08-24
  • 해리포터
    저도 <팜스프링스> 봤는데, 진짜 매력있는 영화!
    2021-08-25
  • 자앙마
    유쾌하고 잼있는 영화인데... 극장에서 외면한 불운의 영화 ㅜㅜ
    2021-08-25
  • 거봉오이
    사바하 추천합니다!
    2022-01-26
  • 심유민
    오래되긴 했지만 심리적으로 무서움을 불러 일으키는 영화, 디 아더즈 추천합니다!
    2022-01-27

2021-04-16 19:15:53

눈꺼풀

눈꺼풀

-희생자를 위한 진혼곡

 

바닷가 자갈 틈에서, 산속 개울 아래서 크고 작은 미륵불이 보이는 섬, 노인은 이 섬을 찾는 사람에게 떡을 만들어 먹인다. 멀고 먼 길을 떠나는 여행자들은 이 섬을 찾아와 노인이 만들어준 떡을 먹으면 그가 떠나왔던 곳에서의 모든 기억이 사라지고, 그가 가야할 길만 기억하게 된다.

노인은 라디오로 세상 소식을 듣고, 떡을 만들어 달라는 전화를 받으면 절구에 쌀을 빻고, 우물에서 물을 긷고, 아궁이에 불을 지펴 떡을 찐다. 그렇게 하얀 백설기가 되면, 섬을 찾아온 사람은 떡을 먹고 사라진다.

 

어느 날, 라디오에서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그 배에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들이 많고, 이 학생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는 방송 보도가 들린다. 그리고 바다에서 섬으로 쥐 한 마리가 헤엄쳐 오고, 그 쥐는 노인의 집 천정에서 부스럭거리며 노인의 잠을 방해한다. 노인은 쥐를 잡으려 나서고, 절구공이로 절구 위에 있던 쥐를 내리치지만 절구공이만 부러지고, 쥐는 다시 도망치다 섬에서 유일한 우물에 빠진다.

 

섬에 학생과 선생님이 도착하고, 노인은 어린 학생을 보더니 '어린 사람이 왜 이 섬에 왔느냐'고 역정을 낸다. 학생은 '떡을 먹으러 왔다'고 말한다. 노인은 자기가 해야 할 일이 있으므로, 쌀을 빻아 떡을 만들려 하지만, 절구공이가 부러져 쌀을 빻을 수가 없다. 하는 수 없이 돌미륵불을 거꾸로 들어 쌀을 빻지만, 고통스러운 노인의 신음소리와 함께 돌미륵불의 목이 부러지고, 절구도 부서진다. 

선생님은 물을 마시려 우물로 가지만, 우물은 이미 썩어버렸다. 노인은 망가진 절구와 목이 잘린 돌미륵불을 우물에 던진다. 절구와 돌미륵은 바다 깊이 가라앉고, 자욱한 모래먼지 속에서 돌덩이로 보이던 물체가 미륵불인듯, 사람인듯 눈을 감고 있는 돌같은 물체가 순간 눈을 번쩍 뜨고 정면을 바라본다.

 

오멸 감독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한편의 진혼곡을 영화로 만들었다. 이 작품은 알레고리와 메타포로 일관하고 있지만, 아주 드물게 현실을 직접 언급할 때가 있다. '세월호 침몰'과 관련한 언론 보도를 다룰 때가 그렇다. 

바다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이루는 삼도천을 상징한다. 바다는 세월호가 침몰한 바다이면서, 희생자들이 있는 삶과 죽음의 공간이자, 삶에서 죽음으로, 죽음에서 삶으로 이어지는 경계로써의 바다다. 이 바다를 건너면, 어떤 사람은 살아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어떤 사람은 죽어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거나, 영영 바다에 살게 된다. 

노인은 미륵불의 현현이고, 불쌍한 중생을 보듬는 부처이자 억울하게 죽은 영혼을 달래고, 위로하는 한없이 자애로운 보살이다. 노인은 섬을 찾아온 학생과 선생님을 보면서, 그들에게 떡을 해주어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한다. 저 어린 것들이 대체 무슨 죄가 있어서 이 깊은 바다를 건너 노인을 찾아와야 했을까. 노인은 자신을 내던져 온몸으로 쌀을 빻지만, 주체할 수 없는 비애와 아픔 때문에 목이 잘리고 만다. 미륵불 마져도 이 어린 학생과 선생님을 구할 수 없다는 기막힌 현실, 죄 없는 사람들만 바다를 건너야 하는 이승의 불의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노인은 이승을 떠난 사람이 먹어야 하는 떡도 만들지 않고, 떡을 만드는 도구인 절구와 절구공이를 바다에 버린다. 부정한 세상에서 갈 곳 없는 영혼들은 결국 떡을 먹지 못하고 사라지고, 목이 잘린 미륵은 저 바다밑 깊은 곳에서 수천 년, 수만 년을 기다려도 뜨지 않던 눈을 뜬다. 

느리고 유장한 화면만으로도 이 작품이 얼마나 깊게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희생자를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우리는 살았지만, 산 것이 아니고, 살아있는 동안 결코 잊을 수 없는 화인같은 슬픔을 가슴에 새기게 되었다. 

그것은 민주주의라는 제도로 뽑은 대통령이 더할 나위 없이 무능하고, 천박하며, 야비하고, 악랄한 쥐새끼 같은 존재였고, 인간이 아닌 존재, 저주받아야 마땅한 악귀같은 존재가 대통령이며, 공무원이며, 국회의원이며, 검찰, 경찰, 해경이며, 패륜집단이 저지른 야만의 학살이자, 집단 살해극이었고, 그 결과의 참담함은 다수의 국민들 가슴에 찍힌 고통이다.

 

7년. 아직도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고, 가해자들은 잘 먹고,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 달마가 눈꺼풀을 잘라 낸 것은 무엇을 보려는 것이었을까. 두눈을 부릅뜨고 끝까지 지켜봐야 하는 것은 저 악마들, 가해자들의 기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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