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보고 있는 현실이 사실 허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납득할 수 있을까? <아리엘>은 로이스 파티뇨 감독이 연출한 영화로 셰익스피어의 세상을 유영하는 듯한 기분을 만들어주는 작품이다. 꿈과 현실의 경계에 선 무뇨스는 눈 앞에 놓여진 현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까.
영화 정보
감독 로이스 파티뇨 Lois PATIÑO
Spain, Portugal
2025
105min
DCP
Color
Fiction
전체관람가
Asian Premiere
시놉시스
배우 아구스티나 무뇨스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의 공연을 위해 아소르스 제도에 도착한다. 하지만 섬에 도착한 무뇨스는 이 세상의 실상을 의심하게 만드는 당황스러운 장소를 발견한다.
배우 아구스티나 무뇨스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폭풍>의 공연을 위해 파이알 섬으로 향한다. 배 안의 사람들이 잠들고 모두가 폭풍우가 몰아치는 꿈을 꾸게 된다. 현실의 경계를 넘어서는 듯한 기분이 든 그 순간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그대로인 반면,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을만큼 부자연스러운 움직임들이 그녀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공항에서는 같은 말을 반복하는 여자들, 이곳에는 파이알 섬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할머니, 느리게 걷는 남자, 이상한 옷을 입고 있는 남자들. 섬에 있는 곳곳의 사람들은 연극하는 것처럼 말과 행동을 반복한다. 자세히 들어보니 셰익스피어의 희곡에서 등장했던 익숙한 대사들이 그들의 입을 통해 전달되고 있었다.
영화 <아리엘>은 ‘만약에 셰익스피어의 인물들이 살아숨쉰다면?‘ 이라는 질문에 질문을 더해 특별한 상상력을 영화의 언어로서 표현해낸다. 각기 다른 인물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느냐에 대한 ‘정답’보다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해당 영화에서도 설마 이것도 누군가가 부여한 이야기겠어? 하고 쳐다보고 있는 모습에서 소름이 끼쳤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이 또 다른 창살없는 감옥을 만들어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창작자의 고뇌에서 비롯된 장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렇다하더라도 그 작품 속의 인물들은 생생히 살아남아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펼칠 것이다. 그것이 완벽한 정답이 아닐지라도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유’이기 때문이다.
실제 셰익스피어는 <폭풍>이라는 작품을 끝으로 그의 희곡 인생에도 마침표를 찍었다. 작별을 암시하는 듯한 대사를 써내려갔지만 아리엘> 속에 등장하는 셰익스피어 작품들의 수많은 등장인물들은 그것을 납득하지 못한듯하다. 그가 작고한 후에도 그의 작품이 이 세상에 남아 잊혀지지 않은 상태에 머문 그 순간부터 그들은 ‘잊혀질 자유‘를 잃게 된 것일지도 몰랐다. 극 중에서는 ‘아리엘‘이 자유를 갈망했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못했던 것처럼 셰익스피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그 작품에 갇혀버린 채 그 행위를 반복했다. 일정 시간 반복되는 행동 끝에 ‘자아’가 생겼고 의문을 품는 이들이 등장하며 ’변화‘가 시작됐다.
사실 이 영화 속 인물들의 정체는 ’배우‘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본인을 ‘아리엘’이라 칭하던 여자가 사실 배우였다던가, 함께 이 섬으로 오기로 한 두명의 배우가 기억이 사라진 채 배역을 반복한다던가 하는 모습에서 볼 수 있었다.셰익스피어에 대한 열망이 만들어낸 또 다른 환상의 시작을 이 섬에서 그려낸 것이 아닐까. 정말 감독님이 어떠한 의도에 의해 이러한 작가섬과 등장인물 배우로 설정했는지 궁금해졌다. 셰익스피어 섬 외에도 다른 작가의 섬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 작품이 더욱 궁금해진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공이 연극하는 등장인물이 제외된 까닭은 ‘작별‘에 성공해서일지도 모른다. 막은 끝내 걷어지지 않았지만 이 영화의 일부인 것처럼 ‘막‘은 스스로가 걷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마무리가 굉장히 인상깊었다. 이 영화는 끝이 나지만 등장인물들은 정해진 운명을 거슬러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쳐내지 않을까?
이 영화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국한되지 않아 더욱 매력적이다.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또한 귀담아 듣고 있다. 그래서 후반부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반복된 행위가 더욱 갑갑하게 느껴졌다. 희곡 속의 인물들은 자유를 갈망하고 사랑을 소망하며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애쓰다 비극을 맞이하지만 실제는 그러하지 못하다. 과거도, 미래도 없이 현재를 살아야만 하는 이들은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행동‘한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잘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실제 셰익스피어의 작품의 등장인물들이 보여주었던 ’용기‘의 힘을 발휘한다. ’인생은 너무 짧기에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그 말과 ’인생은 한편의 이야기야 우리가 써내려가야 해’ 라는 말과 겹쳐보였다. 우리의 삶이라 생각하지 않고 어떤 비유에 빗대어야 더욱 그 의미가 도드라져 보이는 건 인간이 한없이 어리석은 존재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상영스케줄
2025.05.01 17:00
메가박스 전주객사 5관
2025.05.04 20:30
CGV 전주고사 8관
2025.05.06 10:30
메가박스 전주객사 2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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