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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JEONJU IFF 기획기사 2025-05-03 11:06:26

[JEONJU IFF 데일리] 영화의 무덤 앞에서, 다시 영화를 묻다.

 

영화 정보

감독: 라두 주데 (Radu Jude)

제작국가: 루마니아

제작연도: 2024년

상영시간: 62분

장르: 다큐멘터리

상영 형식: DCP, 컬러/흑백

상영 섹션: 특별전 : 가능한 영화를 향하여

아시아 프리미어


시놉시스

꽃잎 하나가 떨어지네
어, 다시 올라가네
나비였네
- 모리타케


 

리뷰

라두 주데(Radu Jude) 2024년작 < #2>은 앤디 워홀(Andy Warhol) 1963 실험영화 <(Sleep)>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실험 다큐멘터리다

“The most wonderful thing about living is to be dead.”라는 워홀의 문장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그의 무덤을 1년간 실시간으로 비추는 웹캠 스트리밍을 데스크톱에서 녹화하고 편집해 만든 62 분량의 작품이다. 영화에는 서사도, 인물도, 대사도 없다. 하나의 고정된 프레임 속에서 계절과 날씨, 낮과 밤이 교차하고, 사람과 동물들이 등장하고 사라진다. 그러나 정적 속에, 우리는 이미지의 탄생과 소멸, 감시와 연출, 존재와 소비라는 복잡한 층위를 발견하게 된다.

워홀의 무덤 앞은영원한 공간이지만, 그곳은 좀처럼 조용하지 않다. 낮에는 무덤을 관리하는 이가 등장하고, 밤에는 고라니나 다람쥐 같은 동물들이 어슬렁거린다. 방문자들은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담배를 피우며, 때로는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손을 흔든다. 이들은 추모객이 아니라, ‘자신이 찍히고 있음 인식한 퍼포머다. 누군가는 캠벨 수프 캔이나 금발 가발처럼 워홀을 상징하는 오브제를 놓고 가기도 한다. 반복적 행위는 워홀 생전의 작업인 반복, 복제, 이미지화를 무덤이라는 장소를 통해 역설적으로 재현한다.

흥미로운 것은 작품이영화로서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을 재구성한다는 점이다. 감독은 전통적인 촬영 장비 없이, 단지 컴퓨터 데스크톱 화면을 1년간 녹화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완성했다. 화면에는 Earth Cam이 보이고 화면을 녹화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디지털 매체의 물리성과 흔적이 숨김 없이 드러난다. 영화는 움직임보다 시간의 밀도에 집중하며, 관찰과 기다림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시네마의 감각을 되살린다. 마치 뤼미에르 형제가 <열차의 도착(1896)>에서 처음으로 카메라를 들고 '기다림을 기록했듯,

<잠 #2>은 질문한다. 영화는 반드시 움직여야 하는가? 이야기해야만 하는가? 관객은 영화에서 무덤을 찾는 이들과 동일시된다. 무언가를 보고, 찾고, 의미를 부여하려 애쓰며, 결국 행위 자체가 하나의 영화적 체험이 된다.

감독은 번의 카메라 이동도 없이, 시간의 흐름과 반복을 통해 죽음과 생명, 정지와 운동, 감시와 연출, 기록과 망각 사이의 긴장을 구축한다. 정점은 가장 격렬한 자연 현상인 비바람과 천둥 일어나는 장면에서 도달한다. 자연이 소란스러울수록, 무덤은 더욱 고요하고 단단하게 자리를 지킨다. 정적은 영화의 본질이 움직임이 아니라시간을 밀도 있게 담아내는 형식임을 다시금 일깨운다.

웹캠이라는 감시 장치가 자동적으로 영상을 기록하고, 감독이 그것을 선택해 편집하며, 관객이 다시 관람하는 삼중 구조는 관찰, 노출, 프라이버시를 둘러싼 현대적 감각을 불러낸다. < #2>은 다큐멘터리 윤리와 창작 주체의 위치에 대해 묻는 동시에, 영화라는 예술이기록이상의 어떤 감각을 전달할 있는지 묻는다.

2025 전주국제영화제가능한 영화를 향하여섹션에 영화가 초청된 것은 단지 형식 실험의 결과가 아니다. < #2>은 영화가 있는 것의 경계, 영화가 지속될 있는 방식, 그리고 동시대 관객이 감각하는 감수성을 정면으로 탐색하는 작품이다. 장르와 상업성으로 포화된 동시대 영화 환경 속에서, 작품은 영화의 존재 이유를 근본적으로 다시 묻는다.

앤디 워홀은 생전관람거리 생산하던 이미지의 작가였다. < #2>은 그가 죽은 , 어떻게 하나의 이미지로 고정되어 다시 소비되는가를 보여주는 동시에, 영화라는 매체 또한 그러한 반복 소비의 경계에 놓여 있음을 드러낸다. 그러나 영화는 조롱도, 찬양도 아닌 침묵 속의 응시로 답한다. 마치 처럼 정적인 프레임 속에서, 우리는 영화를 다시 시작한다. 워홀의 무덤 앞에서, 영화의 무덤을 조용히 열어젖히며.

 

 

 

상영 일정


2025년 5월 1일 10:30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2025년 5월 3일 21:00 

메가박스 전주객사 1관

 

2025년 5월 5일 10:00

메가박스 전주객사 4관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 2025.04.30 ~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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