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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기획기사 2025-05-03 14:08:02

[JEONJU IFF 데일리] 엄마를 부르는 숲, 가족이 되는 순간

 

Director

Jerome YOO

 

Cast

JIN Sein, KIM Jae-hyun, NAM Da-nu, KANG Sangbum, Jedd SHARP, Candyce WEIR, Morgan DERERA

 

시놉시스

1991년 여름, 슬픔에 잠긴 어느 한국인 가족이 야생 들개의 침입으로 고초를 겪고 있는 캐나다의 대초원으로 이민을 간다.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면서 이들은 가족 사이의 깨져버린 유대감과도 직면해야 한다.

 

들어가며, 

이민 2세대인 제롬유 감독의 영화는 캐나다를 배경으로 한 한 이민가정의 생활을 독특한 스토리텔링과 화면구성 방식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God, Cowboy, Blond라는 부제를 붙은 세 파트에선 아버지(광선), 아들(하준), (하나)이 돌아가며 주인공이 된다. 같은 집, 같은 시간에 살고 있지만 진실의 층위가 다르기 때문에 그들이 감각하는 이민생활의 최우선 문제 역시 다르게 인식된다. 한국에 정주하고 있는 관객의 입장에선 이민이라는 한 단어로 퉁쳐지는 문제가 그를 받아들이는 각 세대마다 이토록 섬세하고 다양한 양상을 가질 수 있음을 알 수 있게 된 영화이기도 했다.

 

잡종에 대해서,

표면적으로 잡종의 의미는 이것저것이 섞여 순종이 아닌 어떤 종류를 말한다. 모국을 떠나 타국인이 되어야 하는 이민세대의 고충을 뜻하는 뜻이기도 하겠으나 <잡종>은 그것이 지칭하는 대상을 집을 잃어버린 떠돌이 개로 확장시키며 인물들이 가진 결핍의 구심점을 만든다.

 

집을 잃어버린 채 마을과 숲을 오가며 사는 이들 들개는 어느 경계에서 이쪽도 저쪽도 아닌자로 해석된다. 이것은 한복을 입고 매니큐어를 칠한 한나, 영어를 쓰고 금발의 친구들과 놀지만 엄마의 노래를 듣는 하준, 땅주인을 위해 들개들을 잡을 때 한국식 위령제를 지내는 광선의 이미지와 겹쳐지며 제목의 필연성을 생각케 한다. 

 

#1. GOD : 광선은 자식들에게 자꾸 강해지라고 한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바다를 건너왔다. 먹고 살기 위해 들개를 잡아 죽이는 사냥꾼이 되었다. 그들 가족에게 살 곳을 제공해준 마을의 목사 스캇은 가족 대대로 내려오는 유산을 지키기 위해 마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들개들을 죽이고자한다. 광선은 썩 내키지는 않지만 자신만의 스킬로 들개를 다루어 단번에 스캇의 팀에 들어가게 되지만 밤이 되면 자신이 개들의 울음소리에 괴로워한다

사냥을 망설이는 큰아들에게 빨리 죽여주는 게 걔한테 도움되는거야!’라고 소리치지만 사실 그는 사냥을 시작할 때마다 나무에 오색실을 묶어두고 산의 신에게 제를 올리는 사람이다. 먹고 살기 위해 짐승을 물어뜯는 들개와 자신이 다를 것 없다는 죄책감이 그를 괴롭게 하는 것이다

 

 

#2. COWBOY : 하준은 길을 잃어버린 것 같다.

반면 하준은 죽은 들개의 사체 위에 들꽃을 올려주는 마음을 가진 소년이다그러니 광선이 하준에게 거칠게 대하는 이유는 아마 그 모습에서 자신의 약한 모습을 보는 것일 것이다하지만 자식들에게 보이는 것은 그의 고통이 아니다그저 소리치거나 고성방가를 하는 무서운 아버지일 뿐.

하준은 노아를 비롯한 캐나다인 친구들인과 어울릴 땐 그들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여동생 하나와 같이 있을 땐 여전히 에 있는 것 같지만 여전히 혼란스럽다친한 친구라고 생각했던 노아가 친구 이상으로 느껴지는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하준이 원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발버둥을 치고 아버지와 싸워도 돌아오게 되는 원점은 '어머니가 죽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극과 극을 향해 달리던 아버지와 아들은 상실의 공감대로 연결된다. 그들은 이제 하나에게 엄마의 죽음을 알려야 한다.

 

#3. BLONDE : 그리고 가족을 하나로 모으는 하나’.

하나는 비행기 100개를 먹으면 소원을 빌 수 있다는 엄마의 말을 믿고 착실하게 비행기를 찾아다니는 소녀다. 목사의 부인인 로라는 딸이 없는 아쉬움을 하나에게 투영하며 엄마처럼 잘해주려한다. 옆자리, 생일파티, 기도문화, 선물, 매니큐어까지 하나는 아버지가 오빠가 자리를 비운 빈 집에 혼자 남아 엄마를 그리워 한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알아줄 여유가 있는 가족은 없다. 로라처럼 노랗게 머리를 탈색하려던 하나는 불현듯 숲으로 뛰쳐들어간다

 

철없는 아이의 가출이라 생각했던 광선은 엄마가 올 때까지 돌아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하나를 보며 말문을 잃는다. 차마 입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그리움을 두려움없이 꺼내버리는 천진난만함에 결국 무너지고 만다.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서로의 끈을 잡고 있던 가족은 다시 조금 가까워지게 된다.

 


부르기만 해도 눈물이 나는 엄마라는 단어

하나가 숲 속에서 엄마를 부르고 광선이 (돌아올 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함께 아내를 부르는 장면은 꼭 초혼의식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성인인 아버지와 아들이 각자의 이슈로 미루어두었으나 사실 가장 선행되어야 했던 애도는 막내딸 하나의 챕터에 와서야 이루어지게 된다. 여담이지만 이민가족들은 전통문화에 대한 보수성과 현지 문화에 대한 개방성이 묘하게 섞이게 되는데 높은 확률로 보수성의 일면은 아버지라는 호칭으로 발현되는 것 같다. 아버지는 아버지인데 엄마는 엄마가 되는 사례도 꽤 많은 것 같다. 현실의 사례에서 채택한 부분일 수도 있지만 나에겐 이 호칭의 차이가 이 가족이 가진 거리감과 상실감의 깊이를 유추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섬세한 포인트였다.

 

마찬가지로 아버지가 한국식 요리를 해주려고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한나가 김치찌개를 먹고 싶어한다는 사실은 단순히 어머니의 음식에 대한 그리움만이 아니라 어머니가 이들 가족의 구심점으로서 가족 정체성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었음을 예상할 수 있게 한다. 어머니가 사라진 뒤 심화 된 갈등은 이들 각자의 정신적 위기로 확장되어 서로가 모르는 시간에 존재론적 위기를 겪게 만들었다고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잡종이란 뿌리를 잃어버린 것이라는 해석으로 재정의 된다이 지점에서 영화는 비단 한 이민가족의 개인사적 위기를 그리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불안한 시대를 영혼의 집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영화로 확장된다. 

 

긴 방황 끝에 같은 그리움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한 세 명의 가족이 들개의 울음소리로 뒤늦을 애도를 함께 하는 장면으로 이 영화를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영혼의 집을 찾기 위해 헤매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샤론 최와 함께하는 <영특한 대화> 

<잡종>은 사실 각각 부제를 붙인 세 편의 다른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인물 각자가 마주하고 있는 진실이 다르기 때문이다. <영특한 클래스>의 모더레이터로 참석한 샤론최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불균질한 서사인 셈이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영화가 담고자 한 이민세대의 진짜 고충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방식이라는 그녀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녀의 모더레이팅으로 영화가 사용한 각기 다른 화면비와 색감, 음악의 테마가 이 불균질과 충돌을 다루기 위해서였음을 알 수 있었다. <영특핸 대화>에서는 디아스포라와 영화에 대한 깊이있는 이야기 외에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통역한 통역사로 명성을 얻었지만 제롬유 감독과 시네마 스쿨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신인영화감독으로서의 커리어를 준비중인 샤론최의 커리어패스와 작업 근황에 대해서도 들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Schedule in JIFF

 

2025.05.02.() 17:30 CGV전주고사 1

2025.05.03.() 17:00 CGV전주고사 1

2025.05.07.() 17:00 CGV전주고사 2

 

26회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 4.30 ~ 5.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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