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JEONJU IFF 기획기사 2025-05-03 15:10:42
[JEONJU IFF 데일리] 핏빛 무대, 황금의 남자
영화 정보
감독: 알베르 세라 (Albert SERRA)
제작국가: France, Portugal, Spain
제작연도: 2024년
상영시간: 126분
장르: 다큐멘터리
상영 형식: DCP, 컬러
상영 섹션: 특별전: 가능한 영화를 향하여
Korean Premiere
시놉시스
<고독의 오후>는 현역 스타 투우사 안드레스 로카 레이의 초상으로, 전통에 대한 존중과 미학적인 도전으로서 위험을 무릅쓰고 황소를 맞서는 투우사의 내밀한 경험을 되돌아보게 한다.
* 해당 상영작은 관객의 트라우마를 자극하거나 심리적 불편감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관람 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리뷰
이야기는 스페인의 투우사 안드레스 로카 레이를 따라간다. 그는 유명하고 유망한, 그야말로 스타 투우사다. 차 안으로 돌아온 안드레스는 차분하지만 어딘가 불안한 얼굴로 앉아 있다. 그의 얼굴에는 언제나 긴장이 깃들어 있다. 경기 전에도, 경기 후에도. 쉬이 웃지 못한다. 늘 죽음을 마주하고, 두려움을 억누르고, 대중의 기대를 짊어진 채 무대를 향해 나아간다. 그 안에서 생존하는 인간의 복잡한 얼굴은 보는 이의 감정을 서서히 침식시킨다.
영화는 오직 몇 개의 시퀀스로 구성되어 있다. 차 안 – 경기 준비 – 투우 장면. 단순한 구조지만, 감정은 복잡하게 요동친다. 경기 장면은 파편화된 카메라워크 덕에 더욱 쫄깃하다. 안드레스의 손, 다리, 동작이 파편화로 잡히거나 풀샷으로 잡힌다. 그러나 카메라는 관중을 보여주지 않는다. 관중의 열광은 오직 소리로만 전달된다. 모든 프레임은 오직 안드레이와 소에게 집중된다. 이로써 우리는 투우라는 행위의 중심에 놓인 둘만을 응시하게 된다.
그러나 또 주목해야하는 것은 그저 인간의 학습에 따라 반응하는 한 마리의 죄 없는 소다. 이 소는 붉은 천에 반응하도록 훈련받았다. 경기장에서 등에는 작살이 꽂히고, 피가 철철 흐른다. 소의 죽음은 필터 없이 그대로 보여진다. 사후경직에 들어간 몸, 사체에서 잘려나간 다리, 말이 시체를 끌고 들어간다. 너무나도 끔찍한 광경이다.
보면서 계속해서 감정이 흔들렸다. 안드레스가 경기에 나서는 장면을 볼 땐 나도 모르게 그를 응원하고 싶어졌다. 긴장 가득한 그의 표정, 준비과정에서의 태도, 두려움을 마주하면서도 끝내 무대로 나서는 용기. 인간은 인간을 응원하게 된다. 그러나 소가 등장하면, 인간의 극악무도함과 폭력성에 분노하게 된다. 카메라는 소의 눈을 담는다. 아프고, 무섭고,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학살당하는 존재. 양가적인 감정에 시달린다. 이건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단순하게 재단할 수 없는 이야기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경기 전의 복장 착용 장면이다. 화려한 금색 의상, 몸에 꼭 맞춘 옷, 코르셋처럼 조이는 과정은 마치 하나의 의례처럼 느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투우는 남성적인 경기임에도 이 복장 장면은 굉장히 섬세하고, 어떤 의식을 치르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상처 하나 없는 그의 몸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는 소와 마주하고, 피와 죽음을 마주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선악을 구분짓지 않는다. 영웅이자 살육자인 안드레스, 피해자이자 괴물의 상징으로 소비되는 소. 우리는 누구도 쉽게 단죄할 수 없다. 투우는 스페인의 오랜 문화이고, 이 문화에 생계를 건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건 명백히 죽음의 쇼이기도 하다.
다큐를 보면서 계속해서 떠올랐다.
"투우는 계속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이제는 멈춰야 하는가?"
그리고,
"만약 멈춘다면 안드레스 같은 투우사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없다. 그러나 이 다큐멘터리는, 적어도 그 질문을 강력하게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인간과 동물 사이에서, 문화와 폭력 사이에서, 영웅과 살인자 사이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묻고 흔들린다.
상영일정
2025년 5월 1일 21:00
CGV 전주고사 3관
2025년 5월 3일 13:30
CGV 전주고사 1관
2025년 5월 5일 17:00
메가박스 전주객사 1관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 2025.04.30 ~ 05.09

스크랩에 저장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