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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기획기사 2025-05-04 08:17:48

[JEONJU IFF 데일리] 김상욱 의원이 이 영화의 결말을 몰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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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공화당원(The Last Republican)

스티브 핑크/United States/2024/88min/DCP/Color/Documentary/12세 이상 관람가/Asian Premiere/'다시, 민주주의로' 섹션     

 

시놉시스

미 하원의원 애덤 킨징거는 1월 6일에 발생한 국회의사당 폭동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은 최초의 공화당 의원이다. 이 때문에 그는 친구와 가족, 그의 경력까지 잃었다. 극좌파 진보주의자 감독이자 코미디언인 스티브 핑크는 그와 정치적으로 반대 성향을 가진 보수주의자 애덤 킨징거가 의회에서 보낸 마지막 해를 기록하면서 그와 예상치 못한 유쾌한 우정을 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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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공화당원〉은 몇 년 전 미국에서 있었던 일과 그 일을 정면으로 통과한 인물에 관한 영화다. 하지만 한국의 2024년 12월 3일 이후 국민의힘 국회의원 김상욱 의원을 다룬 것만 같은 영화이기도 하다. 2021년 1월 6일 트럼프의 선동에 흥분한 극우 시위대가 미국 국회의사당을 점거하고 폭동을 벌였다. 전 세계가 충격을 받았고 많은 사람을 혀를 찼다. 미국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망가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년 후. 그 일은 우리의 일이 되었다.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부정선거론에 심취한 윤석열 씨는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그의 극단적 지지자들은 법원을 때려 부수고 판사를 잡겠다며 법원을 헤집어 놨다. 윤석열 씨의 탄핵 이후 진행 중인 대선 정국에서 국힘은 계엄을 옹호하는 김문수 씨를 자당의 최종 후보로 선출했다. 역대 최장수 총리 기록을 갈아 치운 자이자 윤석열 정부의 유일한 총리였던 한덕수 씨도 대선에 출마했다. 숨 쉬듯 애국과 법치를 외치던 자들에 대한 참담함에 어찌할 줄 모를 정도로 화가 나던 와중에도 ‘위안’을 준 국힘 국회의원이 있었다. 김상욱이었다.     

 

  2021년의 미국 국회의사당 폭동 이후, 애덤 킨징거는 공화당원이었으나 트럼프 탄핵에 찬성했다. 그 유명한 민주당 낸시 펠로시의 지명으로 청문회 위원으로도 참여했다(그는 펠로시가 제발 자신을 청문위원으로 지명하지 않기를 바랐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모든 걸 잃었다. 킨징거는 공화당 당원 부모에게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공화당 정치인을 꿈꿨다. 길거리에서 칼로 피습당하는 여성을 구한 후 정치에 입문한 후에는 차기 주지사 후보로 손꼽힐 정도로 촉망받는 보수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의회 폭동 이후 트럼프를 비판한 ‘정치적 자살’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공화당 지지자뿐 아니라 ‘폭스 뉴스’를 비롯한 보수 언론, 그의 친척, 동료 의원이 모두 그를 조롱하고 비난했다. 그는 지금껏 속한 모든 것에서 등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민주당에서 환대받은 것도 아니었다. 킨징거의 새로운 ‘친구’들은 그에게 박수를 보내다가도 그가 보수적 성향을 내보이면 거리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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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파 코미디언이자 영화감독인 스티브 핑크는 임기 마감을 14개월 앞둔 킨징거를 카메라 앞에 세우고, 그의 마지막 정치를 기록했다. 결연하게, 그러나 유머를 잃지는 않고. 킨징거는 감독이 ‘공산주의자’라고 생각하지만, 좋은 결과물(감독이 2010년에 만든 영화 〈핫 텁 타임머신〉)을 만든 사람이라면 무언가를 기꺼이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다. 많은 사람이 잃어버린 덕목이다.     

 

  나뿐 아니라 이 영화를 보는 모든 한국 관객이 김상욱 의원을 생각했을 것이다. 영화가 끝난 후 진행된 토크에서 진행을 맡은 ‘시사IN’ 김은지 기자는 원래 김상욱 의원이 이 영화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었다고 안내했다. 상영일(5월 3일)에 최종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잡혀 참여하지 못했다고 했다. 김상욱 의원이 김은지 기자에게 물었다는 질문이 있다. “그래서 킨징거 의원은 어떻게 되나요?” 김은지 기자는 대답하지 못하고 말을 돌렸다고 한다. 이해가 됐다. 킨징거는 공화당에서 쫓겨났고, 그의 선거구는 트럼프가 추천한 또 다른 공화당 인사가 차지했으며, 트럼프는 또다시 대권을 잡으며 귀환했다. 그러니까, 애덤 킨징거의 정치 생명은 완전히 끝났다. 김상욱 의원이 이 영화의 결말을 몰랐으면 좋겠다. 혹은 킨징거와는 다른 결말을 맞았으면 좋겠다. 킨징거의 퇴장은 미국에서 그가 대변하는 한 시대가 지나갔음을 보여주는 음울한 표지였다. 그러나 김상욱은 한국에서 그와는 다른 상징이 되기를 응원해본다.    

 

       

상영 스케줄

2025.05.01. CGV 전주고사 5관 11:00(상영코드: 107)

2025.05.03. 메가박스 전주객사 2관 10:30(상영코드: 312)

2025.05.06. CGV 전주고사 1관 17:30(상영코드: 640)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 2025.04.30 ~ 05.09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에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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