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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JEONJU IFF 기획기사 2025-05-06 00:54:44

[JEONJU IFF 데일리] 폭력의 기억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침묵하지 않는 시선

바우테르 살리스 감독이 연출한 <아임 스틸 히어>는 제81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각본상, 제82회 골든글로브시상식 여우주연상,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영화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섹션에서 <계엄령의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상영된다. 바우테르 살리스 감독의 12년 만의 장편 극영화 복귀작으로 브라질 군사정권 시대를 배경으로 정치적 탄압으로 살해된 연방 하원의원 후벤스 파이바의 아내 우에니시 파이바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브라질의 작가 마르셀로 후벤스 파이바가 집필한 회고록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시의적절하게 등장한 만큼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더욱 궁금해진다.

 

content


영화정보
바우테르 살리스
Walter SALLES
Brazil
2024
138min
DCP
Color/B&W
Fiction
12세 이상 관람가
Korean Premiere

시놉시스
1971년, 강압적인 군부 독재 통치를 겪고 있는 브라질. 다섯 아이의 엄마인 에우니시 파이바는 가족들이 정부의 독단적인 폭력 행위로 고통을 겪은 후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해야만 한다. 마르셀루 후벵스 파이바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한 이 이야기는 브라질의 숨겨진 역사의 중요한 부분을 묘사한다. 제97회(2025년)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수상작.



영화리뷰

1971년, 브라질은 극도의 감시와 폭력으로 물들었다. 강압적인 군부독재정권은 나라를 위한 일이라고 하지만 공포 정치를 통해 침묵을 강요하는 체제를 유지한다. 일곱 식구의 파이바 가족은 리우데자네이루 바닷가 근처에 저택에서 평온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지극히 평화롭던 어느 날, 루벤스 파이바가 심문을 받기 위해 불려 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이 모든 상황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지만 우에니시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결코 침묵하지 않았다.

아빠 루벤스가 체포되면서 우에니시와 둘째 딸도 심문을 하게 된다. 심문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불법체포였다. 군관계자는 남편에 대한 어떤 정보도 알려주지 않은 채, 돌아올 것이라고만 말한다. 좁은 공간, 끝없는 암흑과 곳곳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를 마주하며 무사히 나갈 수 있기만을 바란다.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딸을 들먹이며 침묵을 종용하며 진실을 말하라고 겁박한다. 무사히 나온 우에니시는 남편의 흔적을 좇아가지만 쉽지 않았다. 전에는 체포가 아닌 그냥 심문일 뿐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이곳에 온 적도 없고 경찰 쪽으로 문의를 해보라고 했다. 파이바 가족을 감시하고, 루벤스의 계좌마저 활용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전과는 다른 삶을 경험한 가족의 일상이 완전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아이들과 우에니시는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린다. 일상을 되찾고 싶은 욕망과 그럴 수 없는 현실은 괴리감을 일으킨다. 공간에 곳곳 남아있는 가족과의 추억을 떠올릴수록 더욱 괴로웠다. 군의 감시와 나빠지는 가정형편에 의해 유지할 수 없었고 더 이상 이 공간에서 살 수도 없었기에 소중한 보금자리를 떠나야만 했다. 힘든 상황의 연속이었지만 우에니시는 포기하지 않는다. 다섯 명의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해야만 했다.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과 재회하고 싶다는 그 희망만으로 남편의 흔적을 추적했다. 독단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중심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단호한 결단력이 필요했다. 시간이 지나고 정부가 잘못을 인정하는 동시에 루벤스의 죽음을 확인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오랜 시간 자신을 짓눌러온 불안감은 절망이 아닌 안도감으로 바뀌었고 그리움과 분노, 슬픔과 해방감이 뒤엉키며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다. 그들은 마침내 다시 일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임 스틸 히어>는 침묵을 강요당한 개인과 가족의 이야기를 묵직하고 담담하게 그려낸다. 감독 바우테르 살리스는 실제로 어린 시절 파이바 가족과 가까운 사이였다고 한다. 이 가족이 어떤 일을 겪었고,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를 잘 알고 있었기에 그는 조심스럽고도 진정성 있게 이 이야기에 접근했다. 모든 진실을 다 담아낼 수는 없겠지만, 그는 그 진실에 최대한 다가가려 애썼다. 영화는 이들이 맞이하는 비극이 스스로가 빚어낸 것이 아닌 국가 권력에 의해 조직적으로 자행된 폭력의 산물임을 고발한다. 그 뿐만 아니라 서로를 지탱하며 그 비극을 함께 견뎌온 가족의 시간을 따뜻하고 소중하게 다루어 내고 있다. 슬픔 속에서도 삶을 지켜낸 사람들이 '아직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상영스케줄
2025.05.02
13:00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

2025.05.03
16:30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

2025.05.06
18:00
CGV 전주고사 5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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