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루나 [도담도담극장_단편] 초쿠제과점, 책벌레, 언니가 된다는 것, 거미요정 엘라, 작은 바다 <비언어적 표현이 주는 미학> 도담도담극장-딘편의 타켓층 자체가 ‘아이’이기 때문에 긴 내용과 스토리의 기승전결보다는 움직임을 표현한 소리, 화면 속 등장인물들의 행동 등 감각적인 표현에 집중한 작품들이 기획되었다. 사실 자막이나 더빙 등 대사가 있는 일반 실사영화에 익숙한 필자로서는 이런 전개가 어색하긴 했다. 무성영화가 아닌 유성영화의 시대에 살고 있기에 처음에는 이러한 연출이 지루하게 느껴질까 걱정했는데 예상과는 정반대였다. 영화가 상영된 곳이 영화관이 아닌 ‘은평문화예술회관’이라는 공연장이었는데 그러다 보니 영화관이 주는 암막 효과와 폐쇄적인 분위기가 덜했다. 실제로 어린이집에서 단체관람을 많이 왔는데 영화가 무성영화에 효과음만 추가한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되어있어서 아이들이 영화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함께 즐기는 분위기였다. 나 또한 편하게 즐길 수 있었는데 애니메이션의 소재가 비언어적 표현으로 짜임새나 전개를 이해할 수 있는 가벼운 소재였다. 초쿠제과점의 경우 단순히 요리를 못하는 인간 초초와 요리를 잘하는 너구리 쿠쿠가 만나 제과점을 운영한다는 전개였으면 다소 지루하고 대사 없이는 짧은 영화 속에 내용을 담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초초는 아픈 쿠쿠를 위해 제과점을 차리기위해 모아두었던 돈을, 쿠쿠는 제과점을 차릴 돈을 마련하기위해 자신이 아끼던 꼬리털을 스토리의 핵심 매개체로 이용하면서 ‘각자가 가장 아끼는 것을 서로를 위해 사용한다.’라는 주제 의식을 초단편 애니메이션인데도 보여주었다. 반면에 오히려 비언어적 표현의 전개가 반전을 선사하는 부분도 있었다. 언니가 된다는 것에서 언니와 동생은 어렸을 때부터 함께 투닥 거리며 자란다. 그러다가 언니가 컸을 때 동생은 하체가 불편한 채 태어났고 그랬기에 항상 무언가를 ‘타고’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후반에 해당 장면을 보고 앞 장면으로 돌이켜보니 언니는 동생을 집안에서는 모형 자동차를, 해변에서는 튜브를 태웠던 게 떠올랐다. 대사 없이 진행됐기에 이런 반전이 더욱 크게 다가왔고 감독과 관객 모두에게 자칫 까다로울 수 있는 소재를 따듯한 시선에서 부담 없이 온전히 영화로만 즐길 수가 있었다. <작은 디테일들이 버무러진 상상력의 향연> 이런 소제목을 붙인 건 책벌레라는 작품이 기인하는 바가 크다. 책벌레의 의미는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책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과 오래된 책의 종이를 조금씩 갉아 먹는 벌레류. 근데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책벌레는 두 가지 의미를 모두 내포했다고 보는데 영화속 책벌레 책에 쓰여진 글자를 먹는다. 주인공은 그런 책벌레를 쳐다보다 책벌레가 안내하는 신기한 나라로 휩쓸려가는데 그곳은 책을 갉아 먹는 곤충들이라기보다는 책을 사랑하는 벌레들이 글자를 소중히 나르고 있는 듯한 모습을 표현한다. 책을 싫어하고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주인공이지만 그런 책벌레들의 모습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영화는 마무리를 짓는다. 바로 이런 작은 설정들이 영화를 더욱 재미있게 보는 감독의 기발한 상상력에서 나타났다고 보았다. 책을 싫어하거나 영상물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이 작품을 보여줬을 때 ‘아 책이 이런 환상적인 세계로 안내하는구나!’라고 책에 대한 긍정적인 감상을 느낄 수 있게 작품이 제작되어 교훈적인 의미도 알차게 담겨있었다. 상상력과 내용, 교훈 모두 놓치지 않고 잘 담아냈다는 점이 이 작품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라고 본다. *제11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는 2023년 9월 13일부터 9월 20일까지 롯데시네마 은평, 은평문화예술회관, 은평한옥마을 등에서 진행됩니다. *본 포스팅은 영화 전문 웹매거진 〈씨네랩〉의 제11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프레스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영화리뷰 # 영화후기 # 애니메이션후기 # 도담도담극장 스크랩에 저장되었습니다. Commnet 0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 링크 복사